한 주의 시작, 갑작스러운 한파의 시작. 주말만 해도 적당하게 따뜻한 옷을 입고 나가면 충분했던 것 같은데.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더워서 땀을 닦았던 기억이 있는데. 언제 갑자기 이렇게 추워졌을까 어느 새 겨울이 한 발자국 다가온 것 같다. 세상.. 아직 엊그제 주문했었던 가을 옷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겨울 옷을 입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차가움이 느껴진 날이었다. 혹시 입김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번 '하~'해보았지만, 역시 입김은 나오지 않았다. 아직 그 정도 까지는 아닌가 보다.


출근하고 난 후, 회사에서 물류팀 팀장님과 이야기 하다가 날씨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슬슬 11월도 가까워지니 추워지는게 맞는 것 같디는 한데, 이렇게 까지 금방 추워질 줄은 몰랐다는게 우리 이야기의 요지였다. 그래도 목요일부터는 다시 차츰 날씨가 따뜻해진다고 하니까 조금은 위안이 되기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빨리 추워졌다. 아니 너무 금방 추워졌다?


가을이 많이 짧아졌다고들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한다. 물론 나도 가을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짧아진 가을에 대해 큰 아쉬움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뭔가 이상했다. 계속 느껴지는 이상함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왜 이상함을 느꼈는지 퍼뜩 떠올렸다.


10월 1일, 나는 그날 여치니와 함께 부산에 갔다. 바로 처음 가보는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에 가기 위함이었다. 그보다도 한 달 전쯤 표를 미리 예매 할 때만 해도 '10월 1일이면 더위도 많이 가셨을 테니 시원한곳에서 신나게 놀 수 있겠다.'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했던 그날 그 곳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었다. 세상에.. 10월에 폭염주의보가 뜰 줄 누가 알았을까.. 이 날 주최측의 매우 미숙한 운영으로 미필듯한 더위 속에서 입장줄만 거진 2시간을 기다리면서 여치니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10월 1일부터 약 2주가 지난 지금, 한파주의보가 발령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번 한글날로 인해 3일을 쉬었었던 10월 8, 9, 10일의 휴일에는 확실히 가을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그런 주말이었다. 그렇다면 1일부터 지금까지 10월 한 달 안에만 여름, 가을, 겨울을 겪은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바로 내가 가진 이상한 느낌이었다. 날씨가 진짜 제멋대로구나.


일기를 막상 쓰면 별로 할 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말을 하고 싶어하는 줄 전혀 몰랐다. 별로 영양가가 있는 이야기도 아닌데 날씨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쓸 줄 은 생각도 못했다. 사실 오늘 일기를 쓰면서 쓰고싶었던 이야기가 몇 개는 있었던 것 같았는데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버렸다. 이번에 당분간의 저녁 메뉴로 먹을 돼지 고기 3kg이 온것도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