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며 쓸개며
뭐든 빼다 줄 수 있을 거 같던
그 시절 연애 초기

너는 모든 열등감과 초라함으로
나에게 연민을 느끼게 해줬지

비록 불우한 어린시절이라도
삐뚤어졌지만 바로 잡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것도

결국 스스로를 위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 위해
그렇게 발버둥을 쳤던거지

외롭고 그립고
고난이 있고 실패도 있고
그랬던 파란만장한 삶은

그런 삶을
잔잔한파도처럼 무난하게
그렇게 살게 하고 싶던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과거에 연연하여
현재에 불만족하여
미래가 불확실하여
그런 불안감을 감싸주고 싶어
노력한 나를 알까

허나 그걸 알아서 내 눈을 졸리게 만드네

부족함은 나를 통하여
비통함은 나를 통하여
원망함은 나를 통하여
화풀이는 나를 통하여
원망함은 나를 통하여

이 모든걸 알면서 사람간의 관계로
당신을 사랑했는데
그대는 날 이용하기만 했더라

노력하면
그것이 당연하다 듯이
실패하면
그것은 죽어마땅하 듯이
힘들어하면
나보단 덜 힘들었다 하면서

당신의 그런 어렵던 삶에
나는 덜 힘들어 보였나 보다

항시 비교되던 연애사
전남친과 비교하던 나날을
그런 나날을 서사하던 당신

전남친의 과오를
전남친의 빚을
전남친의 잘못을

현남친이 갚아주길
현남친이 바로잡아주길
현남친이 뉘우치게 해주길

날 사랑한다는 명목하게
내게 요구하던 그 조건들

당신은 정말 날 사랑했던걸까?

친구들은 날 호구라고
친구들은 날 병신이라고
주변에선 날 안쓰럽게 쳐다보고
그래도 챙겨주는 나였는데

당신은 그저 날 자기 평판에 이용한거구나.

무조건적인 헌신을 하는 사람이 배신을 하니
억울했나보다, 그간 공들인게
짜증났나보다, 그간 했던게 안되니까
화가났나보다, 뜻대로 안되니까
이별을 고하니 제 성질에 못이겨 악만 지른게

난 그런 모든게 고마워
당신 덕분에 사랑의 정의를 알았고
당신 덕분에 애정의 깊이를 알았고
당신 덕분에 가식을 알았으니까

근데 미운 것도 있더라
당신 덕분에 추악함을 알았고
당신 덕분에 조건을 알았고
당신 덕분에 밑바닥을 알았으니까

헤어진지 오래 된 당신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나 같은 사람은 잊고
나 같은 사람은 만나지 말고

내가 아닌 평소 만나던 사람처럼
당신의 손목이 너덜해지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내가 아닌 평상시 만나던 사람처럼
당신의 경제력이 크게 휘청이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내가 아닌 항상 만나던 사람처럼
덩신을 나락으로 끌고 가는 사람과

평생 그렇게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잘 살아
썅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