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나를 닮아서 청력이 민감해.

밖에 나가면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나 지하철의 굉음 같은
일상적인 생활 소음들을 견디기 힘들어했지.
그래도 지금은 커서 많이 괜찮아졌어.

그런데 아내는 이걸 너무 못마땅하게 생각해.
유별나다고.

나랑 첫째는 주방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거실 TV에서 어떤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지
구분해 낼 수 있어.
식탁에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말이야.

하지만 아내는 이해를 못하더라구.
그게 들리냐면서.

첫째의 민감함이 못마땅할때면
나 역시 늘 아내에게 혼났어.
나를 닮아서 애가 유별나다고.

우리 애들은 잠자는 것부터 해서
아내를 꽤 많이 괴롭히긴 했지.

그런 탓일까?

아내는 언제부턴가 '보편적이지 않다.'는 말로
나랑 첫째에게 화를 냈어.
어떨때는 혐오하는 것 처럼도 보였어.

아내랑 그래도 많이 닮은 둘째는
항상 비난의 말끝에서 제외되었고.

오늘 갑자기.
서글퍼졌어.

청력이 예민하고 감각이 조금 더 날카로운건.

남들 눈에는 단색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남들 귀에는 지루한 소음으로 가득한 삶에서
남들이 모르는 변화를 느끼면서
늘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축복이 아닐까 싶어서.

개들은 수많은 냄새를 세밀하게
분해해서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잖아.

그런 축복이
단지 남과 다르나는 것으로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다는 이유로
보편적인 것을 벗어난
나쁜것이 되어버린 다는 것이.

서글퍼졌어.

원치 않게 나를 닮아버려서
평생 엄마에게
이 문제로 시달려야 할
첫째에게도 미안해졌어.

나만이라도
젓째의 그 다채로운 세상을
지켜줘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