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60일 정도 됐는데

날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헤어져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모르겠대.


자기 편입 준비하느라 바쁘다며

일주일에 딱 하루만 만날 수 있다길래

일주일에 한 번, 그마저도 점심에 만나 밥 먹고 도서관만 갔거든.

어쩌다 카페를 가더라도 항상 편입 준비 삼매경

아르바이트는 주 4일, 오후 10시까지 일하는 탓에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날도 거의 없었어.

그래도 그저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불만 갖지 않았지.


성격상 카톡, 전화도 싫어한다길래

연락 없어도 그러려니 했어.


어린 나이에 부담스러울까봐 밥은 항상 내가 사려했고

달달한 간식이라도 먹으라며 기프티콘도 많이 보냈어.

진심으로 그 사람이 편입에 성공하길 바랐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였어

우린 동아리 커플이지만 나름 비밀 연애 중이었는데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동아리 술자리가 아닌

아르바이트 회식 장소를 가겠다 하더라.

축구를 그 사람들과 보기로 했다며 그곳에서 놀고 싶다며

애써 설득하려 했지만 강경한 태도를 취하길래

그냥 허락해줬어.

며칠 후, 면접일이 다가온다며 2주간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더니 가나전도 아르바이트 사람들과 보더라.


저번 주에는 내가 준비한 공연이 있었는데

가까운 곳에 살고 있음에도 보러 오지도 않았어.

오죽하면 아는 동생이 “오빠 여자친구는 어딨어, 이건 좀 아니지 않아?” 라며 날 위로하더라.


나만 바보된 느낌이라 저번 주말에 통화를 했지

그랬더니 위에 적은 말을 그대로 하더라고.

자기는 항상 연애를 할 때 금사빠 금사식이었다면서

자기도 자기 마음을 모르겠대.


황당했지. 60일 가까이 만나며 단둘이 본 적은 8번

데이트 같은 데이트는 뮤지컬 보러 간 단 한 번 뿐이었어

나머지는 전부 밥 - 도서관（카페） 공부 루틴이었는데

도대체 뭘 했다고 마음이 식어버린 건지.

“처음엔 잘 맞는 것 같아 고백한건데, 만나보니

아닌 것 같아. 우리 둘은 너무 다르잖아.”라며

설명을 하는데..


만나서 뭘 같이 해봤어야 알지..

액티비티, 전시회, 그 흔한 데이트 코스도 가본 적 없으면서

그냥 마음을 모르겠다며 헷갈린다 하더라.

혹시나 해서 다른 사람이라도 생긴 거냐 물었는데

그건 절대 아니라고 학을 떼는거야.

뭐.. 지금까지 본 모습으론 거짓말은 안 하는 사람이니

그렇게 믿고 넘어가지만

도대체 혼자 마음이 식어버리는 건 무슨 경우인걸까

내가 뭘 더 해줘야 했던 걸까

너무 답답하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글도 산만한데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로 물어봐줘.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