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덜 받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 말을 전부 무시하는 건 아닌 사람이라든가
내 눈 앞에서 진상들이 날뛰어도 특정 나이대에 대해 치우쳐지지 않은 입장을 가진다든가 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일수도 있겠구나
이것이 기신론에서 말하는 오염인 것일까?
내 마음이 약해지는 때마다 그만큼 난 어떻게든 어떤 부분이든 하나 이상은 이성적 판단을 포기하게 되겠구나
그 과정에서 난 누군가에게 어떻게든 치우친 판단을 내리겠구나
누구에게나 공정하려는 것은 오만이요 모순이니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이 덜 약해지도록 몸을 보강하고 술을 먹고 약을 먹는 것이구나
니체는 몸이 바스라져가면서도 초인을 외쳐댔었는데
나는 니체의 긍정은 용기조차 나지 않고
레비나스의 삶의 긍정조차 가끔은 억울하구나
나는 니체가 말한 신을 찾는 것조차 아니며
그렇다고 내가 배웠다고 조금이라도 말할 수 있던 학자들의 생각에는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고 있고
그 교수가 가장 좋아하던 스피노자나 k교수로부터 배우는 레비나스의 향유도 이제는 잘 모르겠으니 말이야
나이를 더 먹는다고 해서 내가 고민하는 것들을 더욱 슬기롭게 큰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어
그리고 이건 책에서조차 알려주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요즘 든다
나는 나보다 더욱 더 깊이 사유해본 자들의 생각을 항상 흠모하고 사랑했는데
이젠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랴
떠먹여주는 사유들마저 내가 입을 꾹 닫을 뿐인데
지금의 내가 더 많은 것을 안다고 해서 내가 세상을 전부 볼 수 있을까?
적어도 그것은 나의 오만이었음을 나는 절실히 느끼며 반성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 법
나또한 나만의 세상을 펼쳐야 하는 것인데
나는 어떠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걸까
적어도 좋은 사람은 못되어도
괜찮은 사람이고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