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나는 우주정복자, 태초의 빛, 김미얀님의 부하다.
우리는 여러 이명으로 불리지만 보편적으로는 '김미얀 기사단'이라고 한다. 우리의 목적은 수백 억으로 분열된 김미얀님께서 안정적으로 우주를 통치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다.

김미얀님께서 외출하신 이유는 지구인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다. 김미얀님의 어진 통치를 받기에 지구인들은 부족한 점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김미얀님께선 친히 지구 순찰을 실시하시었다.

김미얀님의 원활한 지구 순찰을 위해 우리, 기사단은 많은 준비를 했다.
가령, 공복이 되면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김미얀님의 분노 조절을 목적으로 가는 길목마다 '맛집'을 배치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원소를 흡입하는 김미얀님께선 1분 1초라도 공복이 되면 안 된다.

지구가 종말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지구인들의 협조를 부탁하는 바이다.

협조에는 여러 방식이 존재한다.

우선, 김미얀님께서 탄수화물, 단백질 등을 섭취하려고 식기를 들 때 그분의 용안을 보려고 하면 안 된다. 0.0000001초 만에 당신은 '미얀미얀 빛'에 경도되어 눈 깜짝 할 새 '김미얀화'가 진행된다.

사태가 거기까지 간다면 이미 늦었다.

당신은 김미얀님께 충성하게 될 것이다. 나를 포함한 기사단은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쳤다.

기사단이 되는 순간 당신 역시 김미얀님의 지구 통치를 보조하게 된다.

두 번째로는 김미얀님의 '오락생활'을 방해해선 안 된다. 요즘 그분께서 즐기시는 게임의 실체는 지구 식민지 통치 시뮬레이션이다. 각국 대통령의 아부 공세에도 굴하지 않으시고 김미얀님께선 지구인들 정치에 직접 개입하시기로 결심하시었다.

'중독'이라는 단어도 허투루 넘기면 위험하다. 이미 지구인 대다수가 초절정 미얀미얀 빛에 중독되어 있다. 그분께서 마음먹으시면 지구를 정복하는 건 일도 아니겠지만, 온건파를 지향하시는 김미얀님께서는 중독이라는 방법으로 온화한 통치를 원하신다.

근미래 김미얀의 백성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성실하게 시뮬레이션에 응해 주길 바란다.

세 번째로는 김미얀님께서 '인간 실습'을 끝내셨다는 사실에 손뼉을 치며 기뻐해야 한다. 실습 진행을 도운 무명의 인류는 아직 김미얀님의 실체를 모른다. 김미얀님께선 미얀미얀 빛으로 그들에게 '참교육'을 실시하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비로운 마음을 소유하신 김미얀님께선 '욕'이라는 다소 인간적인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하시었다.

우리 기사단은 경탄을 감출 수 없었다. 수백 억으로 분열되어 우주 곳곳을 통치하시는 김미얀님께서 그런 너그러운 처사를 행하신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김미얀님의 손가락은 1조 개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무난한' 협력을 기대하겠다. 조만간 김미얀 제국의 일원으로 다시 만나자.

하일 김미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