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참 다이나믹 한 것 같은데
서커스에서 재직하고, 구조대에서 복무하고
생각없이 팔에 래터링했다가
문신을 가지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더니
이제는 프랑스에서 지내고 있는데
여기는 새벽 2시
가장 감성적인 시간
한치의 앞도 예상할 수 없던게 내 삶이지만
후회없이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더는 아닌 것 같다.
고등학생때 댕댕이가 신부전으로 아파서
자퇴하고 간병하며 견주의 삶은 시작되었음.
그 과정에서 댕댕이의 아들이 태어났고..
08년도 신부전 걸린 아비견이
그 해를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수의사분의 진단을 듣고서
나는 잦은 전학에도 언제나 함께였던
곰이를 포기할 수가 없었음
그렇게 나는 어딜가든 개 두마리를 끌고다녔고
강아지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은 나도 못들어가니
자연스럽게 게임과 술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산으로 바다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며
건강한 취미를 가지게 되었음
아비견 곰이는 13년도에 세상을 떠났는데
시한부선고를 받은 08년도부터
혈액투석 한 번 안하고 대증요법으로 5년을 버텼으니..
곰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몰라도
내가 간병하는 것에 소질이 있다는 것은 알게되었음
아쉽게도 당시에 안락사는 안중에 없었고
전신마취만 10번 넘게하며 돈은 천만원단위로 깨졌지만
곰이 장례식때는 후회란 없었음.
팔에 래터링으로 먼저간 누나와 곰이를 기리고
그렇게 8년이 더 지난 시점에
곰이의 아들 해머는 어느덧 13살이 되어있었고,
내가 출근하는 동안 멍하게 벽보고 있던 해머를 위해서
모란시장에서 큰 마음 먹고 시고르자브종을 입양했음
나는 항상 견주가 되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 마음 한켠으로는 강아지에게 모든걸 쏟으며
개있는 남자로 묶여버린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으니
새로운 아이를 입양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
집에 노령견이 있으니
온갖 전염병 검사를 다 하고나서 나나는 우리 식구가 되었음
어릴때부터 큼직한 손을 보고서 예상은 했지만
해머보다 한참 덩치가 커졌던 나나는
애견질병과 심리를 중학생때부터 공부한 견주에 의해
철저하게 해머를 존중하도록 교육을 받았고
해머에게 항상 공손한 아이었음.
가능하면 후손을 보고싶긴 했지만 당시 해머나이 13살
워낙 동안이었어도 사람나이로 60~70살은 훌쩍 넘어버렸으니..
그러다 덜컥 21년 첫날에 둘이 연결이 되어있더니
3.1절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태어났음
4대를 내 손에서 받게된 경사였음
사실 알고는 있었음
해머가 태어날 무렵에도 믹스견이라 분양이 잘 안되서
웃대에도 무료분양글을 올렸고 다행이 한 녀석은
웃대인에게 분양가서 지금도 잘 지내고 있지만
계획과는 다르게 세마리는 분양이 안되서
（원래는 부모견 포함 3마리 맞추려고 했는데..）
뭐 이것도 인연이다 에라이 내가 끌어안고 살기로 했음.
그래서 해머가 세상을 떠나면
나나는 부모님댁에 잠깐 맡기고 해외를 나가볼까
（견주는 못하는 것）
그렇게 저축해놓은 여행자금을
나나랑 안랑이 중성화비용으로 다 써버렸음.
내가 애니멀 호더구나 싶었지만
퇴근하면 돌아가는 5개의 꼬리를 보면서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음
거기다 아이들이 이갈이를 하면서
모든게 다 작살났지만
이미 견주생활 16년차 해탈한 것이고
애초애 견주생활 3년차부터 개들이 씹어놓은 물건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그런 이상한 합리화로 그저 주요기능에 문제 안생기도록
외관만 잘 손상시키기를 바랄뿐이었음.
아무리 잘 숨겨놔도 어떻게든 꺼내서 물어뜯는 개님들..
그 중에 블루투스 이어폰이랑
태블릿PC를 물어 뜯었는데 （누구 작품인지는 모름）
지금도 쓰고있는 물건이고
이 물건들이 곧 아이들의 시그니쳐로 느껴짐.
알고는 있었지만 받아드리기 힘든 순간이 찾아왔음
잔병하나 없이 항상 건강해준 해머
하지만 13살이라는 나이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고
해머크기 아이들의 평균수명은 12살
그리고 해머는 연례행사로 경련발작을 일으키는
예사롭지 않은 증상이 있었음.
문제는 해머가 아니라 그 견주인 내게 있었는데
해머가 아프자 다섯마리의 강아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꼈음
일단 해머를 잘 보내고 다시 데려올 계획으로
해머보다 작고 소심해서 해머에게
장난치지 않는 안랑이를 제외하고
아이들 셋을 부모님의 지인에게 맡기게 되었는데
어느날 인천시 농수산과에서 전화가 오더니
아이들을 맡고 있는 부모님 지인분이
마이크로칩 소유주를 변경하기를 원한다고 하셨고
사실 그 분이 마당있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것으로 알고있던 터라
민폐를 끼치는 입장이라는 생각에 허락을 하게 되었고
내가 이 때 무엇을 결정했는지 깨닫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버렸음..
사고뭉치였지만 모두가 함께여서 행복했던 사진
14살이 된 해머는
4월의 첫날 급속도로 전신이 마비되기 시작했음
고통에 하루종일 소리를 질렀는데
하루에 두 번 방문해서 가장 강력한 진통제를 맞았지만
경추의 문제는 진통제로 해결이 안된다고 하셨음
스스로 배변과 배뇨를 할 수 없어서
이틀간 직접 마사지로 배변을 꺼내고
마지막임을 직감해서 감염의 위험에도
요도에 카테터를 달아서
혹시나 해머가 힘들어하는 원인이지 않을까 싶던
방광의 압력도 덜어줬음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앞서 곰이를 보내며 안락사에 대해 고려하던 상황에
해머를 보내주기로 결정했음
그리고 마지막 가기전에 가족들 보여주기 위해서
아이들이 지낸다고 알고있던 영종도를 찾았으나
그제서야 알게된 것은 부모님 지인분이
다시 지인에게 또 지인에게 분양해서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음.
그 분을 원망할 수 없는게
마이크로칩 소유주 변경을 허락한 내가 잘못한 것이라서..
그 것 만큼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모든게 봄의 일이고 이제는 여름이 다 지나갔음.
갖고있던 동물등록칩 번호로 유기동물조회 사이트에도 올리고
웃대의 도움을 받아서 조회수도 5만이 나오면서
연락이 한 통 왔는데..
결국 내가 알지못했던 사실,
아이들이 유기되었음을 알게되었음
어머니 지인분이 마당있는 집에서 맡아주시기로 했는데,
소통이 잘 안된건지 아버지가 유기견보호소 인근에 유기를 했다가
어머니가 아이들을 다시 찾아다가 계획대로 지인분과 만나서
동물병원에서 소유주변경을 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유기견보호소 관계자분이 아이들을 봤고,
그 분이 보내준 사진이 아이들의 가장 최근사진이 되어버렸음.
이미 몇 달이 지난 시점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더이상의 소식은 나오지 않았음.
가장 마지막에 촬영된 꾸꾸
막내 꾸꾸는 절대 원망할 성격이 아님
지금도 나를 그리워 할 것을 알기때문에
아무튼 해머의 가족상봉은 실패로
그렇게 하루를 더 보내고 해머를 보내주게 되었음
해머는 내 삶에 있어서
정말 많은 것을 함께했던
가족 그 이상의 존재였음
그리고 해머는 천수를 누리고
마지막까지 내 품에 안겨서
내게 견주로써 해줄 수 있는
그 마지막 선물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음.
곰이때는 울지를 않았는데
해머때는 집에 돌아와서 무너져 버렸음
정말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건
미취학 아동시절 이후로 없던 것 같음
해머를 보내고 아이들을 찾는 전단지를 돌리러
시간을 내서 영종도를 계속 찾았음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보내진 곳을 수소문하기 시작해서
마당이 있는 집에서 맡아준다는 이야기가
사실 아이들이 마당개라는 지역으로 보내진게 와전된 것을 알게됨
그렇게 영종도 마당개에 아이들 전단지를 붙이고..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어서
사실 그 당시까지는 혹시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입양되서 잘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허탈하게 돌아오고 바쁘게 지내다가
폭우에 마당개가 있는 중흥동이 전부 잠기면서
사람들이 몸만 간신히 빠져나온 것을 뉴스로 보며..
아이들이 잘 지내기를 기도할 뿐..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웃자에서 리트리버 보 이야기를 보고서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울면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2시간이 지나며 ..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에 가고싶을 뿐..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인지..
피붙이같던 아이들을 내가 책임지지 못했음에
잠들기 전마다 아이들이 생각남.
이건 아마 평생을 가겠지..
나중에 우리나라에서 자리를 잡고 살게되면..
비슷한 처지의 유기견을 입양해서
내가 책임지지 못했던 아이들 몫까지 잘 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지도..
정말 모르겠다..
한 줄기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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