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일을 같이 안하면, 다른 지역에 살면,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면 괜찮을 줄 알았다.

죽음을 쉽게 생각할 정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려고 작은 매장을 하나 차렸다.

통장잔고가 20만원인데도 즐거웠다. 처음 일주일은..

아메리카노도 제대로 추출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카페를 차렸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 들이었다.

카페를 차리자 생각하고 1달째에 매장을 꾸렸고 그 뒤 1주일에 장비를 넣었다.

견적은 10군데 넘게 받았고, 가격을 떠나 A/S가 잘되고 장비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업체로 골랐다.

처음 계획했던 2달안에 오픈이 서둘러진 이유는 역시나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앞뒤 상황 생각도 안하고 오픈은 언제하냐고 매시간마다 쪼아대는 한 사람 때문에 오픈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매장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오픈만 한다고 장사를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메뉴판, 가격, 배너, 레시피 등등 무엇하나 쉽게 해결되는게 없었다.

준비가 안되었던 나는 30분에 60잔이 몰리는 러쉬를 감당하지 못해 번아웃이 왔고 그렇게 몇주가 흘렀다.

복숭아 아이스티에 파우더가 몇g 들어가며 어떤 순서로 조합해야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날 쪼아댔다.

오픈을 하고 나니 이제는, 직원을 언제 구하냐고 쪼아댔다.
월매출 200에 다 떼고 20만원 남는 상황에서 직원을 언제 구하냐고 쪼아댔다.

카페에서는 의외로 아메리카노5:일반메뉴5 비율로 판매가 되었다.

사장인 나에게, 원래 계획은 풀오토 매장 이었으니 빨리 손떼고 나올 방법을 생각해야된다고 쪼아댔다.
90% 이상이 아메리카노 일텐데 기타 메뉴에 힘을 허비하는게 무슨 소용이냐고 쪼아댔다.

난 직원을 쓸지 내가 할지 고민하고 있었고, 이 매장이 자리잡으면 지점을 하나 더 낼 생각이었다.

식음료는 첫번째도 두번째도 맛이다. 인스타 갬성이니 뭐니 둘째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은 맛있어야 한다.
카페 사장이 맛있는 식음료를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게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난 좀 독하고 집착이 심하다.
아메리카노 하나를 위해 3일간 원두를 8kg 정도 썼다. 400~500잔 정도 되는 분량을 3일에 뽑고 한모금씩 먹었다.
매일 밤마다 손발이 벌벌벌 떨리고 불안해지는게 아마도 카페인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의 하루는 짧은 글로 나타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각자가 느꼈던 생각이나 하루가 각자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의 하루가, 나의 생각이, 나의 행동과 말이 아버지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저 시키는데로 안하면 화가나고 짜증날 뿐

내가 아버지와 일을 같이 하지 않은지 2달이 넘었다.

아버지에게 나는 제3의 몸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말하는데로 생각해야했고, 말하는데로 행동해야했고, 시키지 않았으나 득이 되는 행동들은 찾아서 해야했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정답이 아니었다. 국가의 조세법이 그걸 증명해줬고, 실패했던 많은 일들이 증명해줬다.
그럼에도 그렇게 살지 않으면 인간쓰레기가 된다는 듯 남을 욕하고 나를 욕했다.

내가 하는 일은 딱 하나였다.
자기가 하기 귀찮고 모르는 일들을 나에게 시켰다.

내 소신껏 세금에 대하여 공부하고 정리한 a4용지 20장 정도의 분량은
" 니가 직원이었으면 이따위 보고서는 눈 앞에서 찢어버렸다 "
라는 말과 함께 씨알도 안먹혔다.

보고서는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 수 있도록 간단하게 작성해야 될 것
이게 이유였다는데, 애초에 세금에 대해 1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시켜야될까
이해해볼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자기가 화난다는 이유로 그냥 화를 냈다.

이제는 연락만 와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몸이 먼저 어떤 말을 하든 스트레스 받을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거기에 명령하는 듯한 말을 하면 그 뒤 하루는 모든 일과 생각이 올 스탑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뭘 하는지, 오늘 스케쥴은 뭔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기가 못하는 걸 나에게 던지듯 툭 말하고 나면 끝이다.

김치찌개에 소금 좀 더 넣어줘~ 같은 부탁이면 스트레스 받지도 않는다.
애초에 찌개에 김치를 넣을지 고추장을 넣을지 선택하고, 레시피를 찾아보고, 끓여서 갔다 바쳐줘야하는 상황을 말한다.

나는 아들이 아니라 도구일 뿐 이다.

아 이제는 진짜 모르겠다.
분명히 우리가 가족은 맞는데, 이게 가족이 맞나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을 줄까를 고민하는게 가족이 아닌가 싶다.

내가 분명 무엇하나 익숙하지 않고, 서툴고, 바쁘고, 365일 쉬는 날 없이 일하느라 힘든 걸 알텐데도
왜 뜬금없이 일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왜 자기가 하기 귀찮은 일을 당연하게 나한테 시키는지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그냥 내일 눈이 떠지질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