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난 90년생. 25살.
성별표시가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된다면 여자로 표시되겠지만
그건 10년도 더 전에 엄마 주번으로 가입해서 그렇고, 난 남자임.

나한텐 잘 알고 지내는 여자애가 하나 있었어.
한 살 어린 애였는데
내가 고1이고 걔가 중3일 때부터 알고 지냈지.
처음 만난 곳은 좀 쪽팔리지만 네이버 카페였어

같은 경기도였지만 사는 곳은 거리가 좀 있어서 고딩땐 1년에 한두번 만날까 말까 했지
하지만 문자（그때는 카톡이 없었으니까）는 하루에 100통씩 주고받았어
그래서 가끔씩만 봐도 전혀 어색하질 않았고
여동생처럼 생각했지


나는 군대를 다녀오기 전까지 모쏠이었지만
걔는 중학생때부터 시작해서 남자친구를 꽤나 많이 사겼어
남자친구를 사귈 땐 아무래도 문자 빈도가 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봐야 하루 100통에서 3~40통으로 줄어든 정도.


20살이 되고
걔는 충청도권에 있는 대학을 가고 난 재수를 했어
그래서 이 1년동안은 얼굴을 한 번도 못 봤지만

여전히 문자만은 미친듯이 했지;


문자 내용은 일상 내용도 있지만
남자친구랑 사귈 때 고민이나
헤어졌을 때 땡깡 같은 것도 비중이 꽤 컸어.

그리고 난 인서울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에 합격했고
1년 다니면서 얘랑도 몇번 만나다가
군대를 갔어



제대했을 때가 23살이 되던 해 11월.
그리고 이때 나는 다른 여자친구가 생겼지만
다음해 4월쯤인가? 깨졌어.


그리고 여자애는 내가 군대 가기 전에 헤어지고 나서는
아직 남친을 한번도 안사겼더라구
2년제 학교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 있었어.

이때부터 만나는 횟수가 엄청 늘었지.
서로 딱히 같이 영화 볼 사람도 없고
만나면 편하고 재밌고
뭔 얘기를 해도 부담없고... 뭐든 할 수 있고

같이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가고 멀티방도 가고
찜질방에서 같이 자기도 하고 에버랜드 가서 놀다가 불꽃놀이도 보고
옆에서 보고 왜 안사귀냐고 말도 여러번 들을 정도로 별거별거 다 했어.

하지만 걔도 나도 입을 모아서 우린 그냥 친구라고 했거든




근데 많이 만나다 보니
정이 든 모양이더라고 ㅎ

지난 겨울에 걔가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이상하게 질투가 엄청 나는 거야.
그때 생각했지. 고백해야겠구나.


다행히 그 남자친구랑은 금방 깨졌고
난 지난 크리스마스에 고백했어
걔는 잠깐 생각하더니, 웃으면서 받아주더라.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지.



여기서부턴 좀 자세히 적어볼게.

작년 크리스마스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저녁을 먹은 후 커피숍에서 고백해서 사귀기 시작했어
그리고 28일에 스키장을 같이 가기로（사귀기 전부터） 약속이 돼 있었는데
둘 다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걔가 먼저 장소를 바꾸자고 해서 영화나 보고 좀 여유롭게 데이트했고

31일에 걔가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피라냐 먹이주기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보고싶다고 해서 갔어.

그런데 이날 얘가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이더라.
게다가 내가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먹이주기 행사를 한 4~50분? 정도 멍하니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이날 먹이주기 다 보고 나서 찜질방 가서 목욕 푹 하고 한 3시간을 자더니（늦은 오후에）
저녁을 먹고 나니까 아 잠자고 밥먹으니 기분 좋아졌다! 이러면서 엄청 활발해지더라고
그래서 일단 큰 문제 없이 무사히 넘겼어 （찜질방도 얘가 가고싶다고 해서 간 거야）
그날 저녁이랑 다음날까지 톡에 문제가 없었고

그런데 1월 3일이던가
톡하면서 몸이 안좋다고 쉬어야겠다면서 1월 4일 약속을 취소하더니
나 잠깐 잠수할게 이러고

3일째 전혀 톡도 통화도 답장이 없는거야;



그래서 1월 6일에 걔가 일하는 어린이집으로 갔어.
걔는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고
거기 기숙사에서 지내는데
퇴근 직후 시간에 맞춰서 간거야.

앞에 서서 좀 기다려봤는데 할말 없으니 돌아가라는 톡을 받은 게 전부였지
그래서 난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계속 돌아가라고, 돌아가지 않으면 헤어지겠다고 하길래
한참 추운데 서서 톡으로 설득하다가（생각해보면 존나 추운데 시골길 한가운데 있는 유치원 앞에서 불과 몇십미터 떨어진 사람하고 톡으로...ㅅㅂ）
결국 1주일 후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돌아왔지

그리고 1주일 뒤, 13일에 가 봤어.

이번엔 밖으로 나오긴 나왔지만
나보고 "추운데 서있지 말고 들어오세요~ 누구 만나러 왔어요~?" 뭐 이러던 다른 선생님들을 생각해볼 때
다른 선생님들한테 등떠밀려서 나온 것 같았어.

나오긴 나왔는데
나한테 등 딱 돌리고 정말 한마디도 안하더라...;
어깨에 손이라도 얹을라 치면 탁 쳐내고
하


거기서 한 2~30분 내가 뭔가 너를 화나게 했다면 미안하다, 왜 그러는지 말이라도 해 달라, 이대로 끝낼 거 아니지 않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드는데
갑자기 훅 들어가버리더라

들어가지 말라고 잡았는데
정말 격하게;; 몸부림치면서 다 떼내더니 들어감

그리고 온 톡이 "가 다시는 안봐"




...그렇게 차였다







17살부터 25살까지, 만으로는 8년 햇수로 따지면 9년째
아무한테도 못할 말 서로 다 해 가면서 정말 가깝게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인간관계란게 이렇게 허무하게 끝장날 수도 있구나 싶더라
왜 그랬는지도 아직 전혀 몰라

저럴때 내가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을까?
그리고 얜 대체 왜 이랬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