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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군대 이야기
나는 복무를 해군에서 했음. 다들 육군가는데 재미없어보였어.
해군하고 공군지원했는데 공군은 떨어지고 해군은 어셔옵셔~ 하길래 해군에 갔지.
직별은 내연. 내연기관의 그 내연이야. 엔진이지. 주로 기관실에서 장비 정검하거나 수리하고 기름닦는 그런 직별이야.
1.어디로 가야해?
찜찜하고 어딘가 뒤틀린 이야기야.
이건 다른 게시판에도 올렸었는데
내가 상병이 되고 얼마안가서 였어.
주말에 조리병 후임이 복지를 가자고 하는거야. 난 당직도 아니고 할것도 읎으니 알았다고했지.
그 날은 이상하게 조용한 날이였어. 파도 소리도 안들리고 사람도 없구 바람도 안부는 엄청 화창한 날이였어.
도착해서 난 전화통화를하고 조리병후임은 살거있다고 들어갔지
좀 지나구 편의점 앞에서 기다렸는데 교실2개정도 넓이라 들어가면 엇갈릴까봐 그랬어
멀뚱히 서있는데 누가 부르는거야. 수병아~
난 나를 부르는지 모르고 안쪽만 처다보고있었지.
그랬더니 또 부르더라고.
??? : 수병아
두번 부를때 돌아봤어. 보통 같은 배 아니면 말을 잘 안걸어. 말 걸어도 수병이라 안하고 이름을 부르지.
돌아보니 하사였는데 체육복차림이였어. 둥근얼굴에 하얀피부 안경은 안쓰고 170정도되는 키였어
하사 : 5부두가려면 어디로 가야해?
나 : 5부두 말입니까?
이게 설명하기 좀 애매한데 표지판이 있는게 아니고 바닥에 스프레이로 표시만 남아있어.
나 : 5부두는 복지앞쪽이 5부두입니다. 나가셔서 돌아가시고 보이는곳이 5부두입니다.
하사 : 그래? 알았다
그리고는 가더라고. 좀 찜찜해하는데 조리병후임이 나왔어.
누구랑 대화하고 있었냐 묻길래 모르는 하사고 5부두 물어봐서 알려줬다고 했는데
내가 걱정하니까 신경쓰지말고 가자고 했었어
그렇게 시간은 흘려 겨울이되고 나는 병장을 달았어.
휴가복귀를 하는데 복귀차량이 안오는거야.
휴가나 외출자들 근무지까지 이동시켜주는 차량인데 20분이 지나도 안오더라고 그때 시간은 8시 30분이였어
헌병한테 그냥 가겠다고 하고 걸어가는데
겨울치고는 하나도 안춥고 바람도 안불었어. 저녁이라 사람도 없었구.
그렇게 복귀했다는 아쉬움에 배에 다왔을 무렵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 : 수병아
고개를 들어보니 어두워서 얼굴은 잘 안보였지만 하사였음.
하사 : 11부두 가려면 어디로 가야햐?
나 : 11부두 말입니까?
좀 당황했지. 6부두였는데 11부두를 물어봐서.
나 : 이쪽 따라가시면 끝에가 11부두입니다. 큰배들 보이는 곳입니다.
하사 : 얼마나 걸려?
나 : 한 20분?은 안걸릴겁니다
하사 : 그래? 알았다
그리고는 11부두쪽으로 걸어가드라고
나도 다시 가려는데
그때 그 하사가 생각나는거야.
복지관에서 만났던 5부두를 물어봤던 그 하사가.
뒤돌아보니 그 하사는 11부두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어.
나는 배로 복귀해서 조리병후임한테 물어봤지
그 하사 기억나냐고. 기억한데. 내가 걱정하던 그 하사
내가 방금 그때 그 하사닮은11부두 물어보는 하사를 만났다고 가는길 알려줬다고하니 그럼 된거아니냐 했는데 본인도 이상하다고 했어.
당연히 이상하지. 부두가 갈림길도 아니고 멀 물어봐 물어볼게 없어. 처음 왔으면 아는사람하고 다니는게 군대 룰 아니야?
심지어 배 안에서도 처음 온 사람은 길을 아는사람하고 같이다녀
이병이나 초임하사는 혼자 다니지도 못해
이게 기억에 남아서였나 가끔 꿈에 나올때도 있어.
그때 그 하사같은 사람이 길을 물어보고 나는 알려주고…
2.식혜사건
상병을 달고 3개월쯤? 지났나 선선해진 날씨였음.
지겨운 당직시간 현문으로 가봤어
（현문은 배로 들어오는 입구. 다른 당직자들이 출입하는 사람들을 기록하고 알림방송을해）
당직이던 갑판 선임하사님이 음료를 사준다는거야.
근데 나는 남이 뭐 사주는거 싫고 동전도 있어서 괜찮다고 했지
옆에 당직이던 통신후임이 자기가 뽑아다 준다길래 돈을 주고 식혜를 부탁했음.
그렇게 선임하사님하고 노가리를 까는데 한참이 지났는데도 후임이 안나오는거야
배가 큰것도 아니고 안오길래 화장실갔나? 했지
근데 선임하사님도 약먹어야하는 시간이라고 현문을 나한테 맡기고 들어갔어
졸지에 현문당직자가 되버렸지…
시간은 흘러 10분이 지나고 선임하사님이 먼저 나왔음
약만 먹고 나온게 아니라 애들이랑 장난치고 놀고 나온거지
선임하사님 : 임마 아직도 안나왔나? 뭐하는기고
그런 와중에 후임이 불안한 표정으로 나오드라
나는 거의 40분을 기다렸기에 뭐하다 이제 왔냐고 하니깐 갑자기 나 밥을 사준다는거야
나 : 응? 갑자기? 아니 그전에 뭐했는디 식혜는?
그게 식혜를 뽑아야 하는데 마운틴듀를 뽑았다네…
나 : 그럼 마윤틴듀는?
행정장님 드렸데…
（스토리가 이상한데 진짜 이랬어）
선임하사님 : 와… 이 쉐리 완전 돌아이네
이 후임하고는 1년정도 차이났는데 나이는 동갑이였음.
아무튼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순찰시간도 돌아와서 배 안으로 들어갔지
들어가면서 행정실을 보는데 향정장님이 마운틴듀를 마시고 있었음
애들한테 임마 뭐했는지 물어보니깐 돈빌려달라고 했었데
다시 뽑을라고.
근데 아무도 안빌려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붉은 빛 아래에서
그거 알아? 배는 취침시간이면 홍등을 켜. 배 통로가 붉은 빛이이야.
완전 어두운것 보다는 홍등을 키면 그래도 통로가 보이니깐
그리고 내가타던 배는 실습배였음.
실무나가기 전에 장교 부사관들이 미리 항해와 훈련, 당직 등을 체험해보는 배여서 실습생하고 같이 훈련하고 당직도 같이 서고.
정박하고나면 장비나 기구들 청소하고 정리할게 많았눈데
여러 훈련 중 인명구조 할 때 쓰는 인형이 있어. 실제 사람으로는 훈련할 수 없으니 비슥한 무게의 인형을 사용하는데
이거를 밖에 걸어두거든 말려야하니깐
야간당직이던 날. 외부순찰 중에 분위기가 이상한거야.
비가 부슬부슬내리는 내리고있었구. 꼭 분무기로 뿌리는거같은 비였지.
후임하나가 함수쪽에서（배 앞쪽） 기웃거리길래
왜그래? 안들어가냐고 하니
여친이 헤어지자고 했다네… 아고…
달래서 침대에 누운거까지 확인했지. 그리고 2시 순찰을 도는데 함수쪽으로 나가는 문이 열려있는거야.
내가 안닫았었나? 하면서 나가봐도 다행이 아무것도 없었어.
다시 들어와서는 좀 구석구석 돌아다니는데
화장실에 불빛이 홍등으로 켜져있는거를 봤음
보통 그냥 형광등 불빛인데…?
화장실을 보는데 뭐가 파이프라인에 걸려있잔아?
허미 ㅅㅂ 뭐여 하면서 불을 켰는데
인명구조 인형이였음…
하...ㅅㅂ진짜ㅠ
알고보니 갑판후임이 자다가 눈이 떠졌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데
인명구조인형 말려야 한다는거를
근데 비가 내리니깐 화장실에 걸어둔거야
화장실 나가면서 홍등으로 바꾸고 자러 간거였음…
그거 이후로 당직때 화장실보는게 무서웠다니깐.
해군애서 병들은 배로가면 배우는 것들 중에 하나가
올가미매듭이야. 묶어야 할게 많고 선임들이 먼저 알려주는데
배는 파이프라인이 벽이고 천장이고 설치되있어서 그게 딱 좋거든. 매달기에는…
4.파블로프의 개
일병이되고 배생활에 조금은 적응했을때
비가오면 부침개 먹잔아? 나는 달랐어.
부모님께서 비가오는 날이면 짜장면을 사주셨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가오면 먼저 짜장면 먹을까? 하셨어
크고나서는 나중에 먹자고해. 배달기사님 비맞잔아. 비가오면 배달 위험하고
어쨌든 그날 오후에 입항하는데 비가오는거야.
하필이면 짜장면 생각이 나버렸어. 하… 진짜…
휴가같은건 별로 안기다렸는데 먹고싶은건 어쩔 수 없더라.
머리속은 온통 짜장생각에 비슷한 색깔인 엔진기름 닦고있으면서 짜파게티라도 묵어야지 하는데
입항이 끝나고 전기하사님이 내려왔어.
저녁 짜장면 먹으러 가자고.
순간 어?! 짜장면? 그 짜장?
난 한 줄기 빛을 본거야. 기름냄새나는 시끄럽고 더운 기관실바닥에서
복지관에서도 짜장은 팔았는데 9부두에 가면 중국집이 있다는거야
배하고는 좀 떨어진 거리였어도 비도 오지만 난 간다고 했 어 가보니깐 정말있더라고
중국집+슈퍼였음. 편의점에서 안파는 과자나 물품들도 팔고있었구.
나는 짜장면 주문하고 주방만 쳐다보고있었지. 짜장님이 만들어지잔아
전기하사님이 말걸어도 짜장에 집중해야한다고 했음. 어이없어서 웃으시더라. 난 진지했는데
그리곤 짜장님을 영접했어! 드디어!
내가 말도 안하고 기다리다가 먹으니까 하사님이 엄청 불쌍하다고 하는데 또 뭐라 말 했던거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
짜장님하고 만났잔아. 중요한건 짜장님을 만났다는거야.
나중엔 군무원분들 식당도 있더라. 거기서는 국수먹었음
내연장님이 옆에있는 미군부대에도 대려가줘서 미군밥도 먹어보구
물론 배밥도 맛 있었어. 조리병3명이서 50인분 만들었거든.
난 배밥도 좋아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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