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안 좋아했던 친구인데 걔가 계속 내가 사는 동네 놀러 왔으니까 만나자고 하더라고.

사실 몇 번 거절했는데 한동안 계속 이 동네에서 시간 날 때 보자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나갔음...

근데 나도 모르게

엄마가 암 걸려서 힘들었던 거,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유학을 휴학하고 휴학하다 포기한 거,

23살인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거 같아 뭘 해도 불안했던 거,

그래서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를 단 1초도 볼 수 없었던 거,

나름 돈을 열심히 모았는데 쓰기도 싫고 미래도 없다고 느껴져서 구글에 괜히 am i really worthless, how can i forgive myself 같은 걸 검색해 봤다는 거,

생리가 좀 길 게 나오는 줄 알았는데 거의 한 달을 해서 산부인과에 갔더니 부정출혈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거,

차라리 지금 겪는 부정출혈이 치료하기 어려운 큰 병이라서 모든 걸 다 그만두고 병원에 입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 등 등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말하고 있더라. 그리고 설빙 처먹다가 엉엉 울었어...ㅋㅋ...

친구가 생각보다 너무 잘 들어줘서 고맙더라. 조심스럽게 정신과 다니는 것도 추천해주고 자기도 힘들 때 가서 진료받았는데 너도 갔으면 좋겠다고 알려주고...

옆에 누구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냥 사실 이 글도 왜 쓰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써봤어... 아직 못 잤거든... 모르는 누구한테라도 말하면 그나마 잠이 올 거 같아서...

다들 일요일 잘 마무리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잘 자!! 이제 자려고 노력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