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안, 은은한 빛 속에서 유진과 서린은 미카의 지도 아래 기적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서린의 손바닥에서는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투명한 빛이 나타났고, 그녀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세요, 미카씨! 제가 할 수 있어요!"

미카는 부드러운 미소로 서린을 칭찬했다.

"참 잘했어요, 서린씨. 당신은 기적을 사용하는 데 재능이 있네요."

하지만 유진 앞에서는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그의 손바닥은 비어 있었고, 감정을 모아 기적을 형성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미카가 유진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조언했다.

"서두르지 마세요, 유진씨.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보세요."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시도했으나, 밤이 깊어갈수록 그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성당의 촛불이 하나둘 꺼져갈 무렵, 유진은 여전히 테이블에 앉아 기적을 만들어 내려 애썼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과 눈가의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굳은 의지와 집중력을 드러냈다.

그때, 부드러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서린이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차가운 음료수 캔이 들려 있었다.

"잠시 쉬었다 다시 해보는 건 어때?"

서린이 유진의 뺨에 차가운 캔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유진은 놀란 듯 서린을 바라보았고, 서린은 그를 보며 웃었다.

유진은 캔을 받아들고,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차가운 감촉이 그의 마음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둘은 성당의 한쪽에서 조용히 앉아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유진은 서린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린 씨, 이 성당에 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서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사실, 어릴 적 이 성당은 내게 특별한 곳이였어. 힘들고 지칠때 항상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마음의 안정을 얻었지. 그런데 어느 날 성당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오늘 새벽에 다시 이곳에 와 봤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아는 성당과 다른 성당이 있더라고 리모델링 한 줄 알았는데 출근하던 아저씨가 텅 빈 공터에서 뭐하고 있냐는 말을 하더라고..?”

유진은 깊은 흥미를 느끼며 말했다. 

“그럼 기존 성당이 사라진 후에 성공회의 성당이 나타난 것이군요. 그리고 우리를 볼 수 있는건 서린 씨의 특별한 감수성 때문일까요?”

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도 잘 이해되지 않는데 아마 그런거 같아..!”

서린이 유진에 대해 흥미가 생겼는지 위아래로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돼..?”

유진이 잠깐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웃으며 말했다.

“23살이에요. 서린씨도 동갑이죠?”

서린의 눈이 안도와 기쁨으로 반짝였다.

“아.. 다행이다.. 나보다 연상인데 반말하고 있는줄 알았어! 유진이 너도 말 편하게 해!”

유진이 머쓱한 듯  머리를 긁다 잠시 뜸 드린뒤 말을 꺼냈다.

“그래.. 서..서린아…”

유진과 서린 사이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친근감이 조금씩 쌓여갔다. 하지만 잠시 후, 서린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지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유진아... 동생이 걱정돼..."

유진은 서린의 걱정을 듣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서린은 음료수 캔의 고리를 만지며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생이 요즘 말수가 적어졌어.. 방에만 틀어박혀 나오질 않고… 얼마전 까지만 해도 활발하던 얘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유진은 손을 턱에 괴며 잠시 생각 후  서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적을 사용해 동생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서린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희망찬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게 가능할까? 미카에게 말해보자!"

그들은 다음 날 바로 서린의 동생을 찾아가기로 결심하고, 조용한 복도를 따라 미카와 레비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서린은 걱정스럽게 유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레비가 반대하면 어떡하지..?"

유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 하지마. 그 두사람은 힘든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곳에 온거닌깐, 설득할 수 있을거야."

그들이 문을 두드리자, 미카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들을 반겼다.

"들어오세요."

방 안에서는 미카와 레비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미카는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지만, 레비는 평소처럼 무표정했다.

유진이 주저 없이 말을 꺼냈다.
"미카씨, 레비씨, 서린이 동생이 벨페고르의 영향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내일 바로 도와주러 가도 될까요?"

레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단순한 우울증이 아니라 벨페고르의 영향이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어. 조심해야 돼."

미카는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의 목적은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거에요. 유진씨와 서린씨에겐 도움이 필요해요."

레비는 잠시 침묵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하지만 조심해. 다치거나 하면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으니까."

서린의 얼굴에 걱정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유진은 격려의 미소를 지으며 서린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 서린아.  다 괜찮을거야."

미카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레비, 유진씨,서린씨와  함께 다녀오세요."

레비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나도 가야 해? 미카, 너는 여기에 남아있고?"

미카는 미소를 띠며 답했다.

"저는 성당에 남아 벨페고르의 암술을 억제하는 데 집중할 거예요. 설마 유진씨와 서린씨 끼리 보내시려고 하는건 아니죠..?"

레비는 잠시 주저하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어...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미숙하니  내 지시에 따라야 해 내 뒤에서 어떤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지켜보고 있어.“

유진과 레비의 도움에 서린의 불안감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녀는 부드럽게 말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레비씨가 도와준다니 안심이 되네요. 꼭 동생을 구할게요!”

“아, 설명해야 할 점이 몇가지 있어요 첫째로, 레비는 기적을 못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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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의 말에 당황한 유진이 미카와 레비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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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 서린이 동생을 못 도와주는 것 아닌가요? 저는 아예 기적을 쓰지 못하고 서린이도 아직 숙련도가 낮아 혼자선 해결하지 못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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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가 발끈하여 왼손으로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꺼내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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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이유로 지금은 못 쓰는거지 아예 못 쓰는건 아냐. 그리고 이총으로 기적을 발휘할 수 있다고?”

레비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권총을 눈앞에 들어올리며 계속 말했다.

“직접 벨페고르의 부하와 맞설 순 없지만, 우울감에 빠진 사람을 진정시키는 것 정도는 가능해요.”


말을 마친 레비는 권총을 다시 허리춤에 넣었다.

미카가 이어서 설명했다.

“두 번째로, 기적을 사용해 상대를 진정시킨 뒤에는 반드시 대화를 통해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시 우울증에 빠질 수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서린은 우려가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만약 동생이 제 말을 듣지 않거나, 상황을 더 악화시키면 어떡하죠? 저 아직 기적을 제대로 다룰 수도 없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비가 갑작스럽게 권총을 꺼내 서린에게 겨누었다. 유진의 눈이 놀란 듯 커졌고, 레비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닿는 순간, 모두의 숨이 멎는 듯 했다.

“탕..탕..!”

하지만 뜻밖에도 푸른 빛을 머금은 총알이 서린의 몸에 닿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긴장에서 평온함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마치 잠에 취한 듯 쓰러졌다.

유진은 경악하며 레비를 향해 소리쳤다.

“레비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하지만 서린은 눈을 감고 나지막히 유진에게 말했다.

“유진아, 걱정마. 이상하게 포근하고…마음이 편안해져... ”

레비는 권총을 허리춤에 다시 넣으며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동생도 진정시킬 수 있어. 봤지? 이제 좀 믿을만하지?”

미카는 레비의 볼을 잡아당기며 나무랐다.

“레비, 갑작스럽게 총을 쏘는 건 현세에서 다소 무례한 행동이에요. 유진과 서린에게 사과하세요.”

레비는 잠시 미카를 바라보다가 미안한 듯 유진과 서린에게 향해 고개를 숙였다.

“미안, 이 총에 대해 설명해주고 싶었던건데 너무 성급했어”

서린은 놀란 듯 레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헉, 놀랐잖아요.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네요. 이게 기적인 건가요?”


미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레비의 행동은 조금 경솔했지만, 그의 총알에는 기적의 힘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기적은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할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유진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그렇다면, 기적은 단기적인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거군요.”

미카는 유진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맞아요, 유진씨. 그래서 우리의 역할은 단순히 기적을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있어요.”

레비는 미카의 설명을 듣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가 말했다.

“기적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지. 우린 현세에 대해 잘 모르니 너희가 현세의 문화에 대해 알려줘야 하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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