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다른 이로부터 받는 호의와 배려가 불편하다.
이는 비단 생면부지의 인물들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같이 게임을 하던 지인들, 친구, 동료, 선생님 심지어 가족까지도

모든 이들에게 받는 호의와 배려가 불편하다.



나는 이들이 나에게 호의와 배려를 베풀 때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을 잘 안다.
나 또한 호의와 배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니까.


대중교통에서 의자에 앉아 있다가 다른 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그러며,

옆자리의 친구가 필기구를 안 가져왔을 때 내 필통에 남은 샤프를 빌려주는 것 또한 그렇다.

내 앞에 걸어가는 사람이 지갑을 떨어트렸다면 주워다 줄 것이고,

집에 들어갈 때는 간단히 가족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냐 전화해보고 시장에 들르는 것이 그렇다.



사람들은 이러한 행동을 할 때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에서 의자에 앉아있다가도 내가 여유가 좀 된다면
'오늘 사무실에서 오래 앉아 있었는데 운동 좀 하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나는 것이며

옆자리의 친구가 필기구를 안 가져와 필기를 못 하고 있다면
어차피 쓰지도 않을 여분 펜 하나 빌려주는 것은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쉬운 일이다.

내 앞에 걸어가는 사람이 지갑을 떨어트렸다면
조금 어색하더라도 주워다가 어깨 톡톡 치고 건네주는 , 지갑을 잃어버려 밤새 마음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간단한 일이다.

집에 들어가면서 가족에게 전화해 필요한 물건이나 먹고 싶은 것이 있냐 묻는 것은
어짜피 집에 가는 길, 자기도 사고 싶은 걸 살 겸 겸사겸사 물어볼 뿐이다.



머리로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호의와 배려를 불편하다 느끼는 나는, 내 감정은...
타인의 호의와 배려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 건지 알 방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