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스쳐지날 뿐인 누군가들의
나를 함부로 하며 깎아내리는 불쾌한 말들을 웃어넘기지 못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정말로 내가 그런 사람일까봐서, 형편없는 사람일까봐서
하는 두려움 때문에


너스레를 떨며 받아치지 못한 것은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막연한 두려움이 찔려,
울컥하고 내뱉는 모든 말에 분노가 담길까봐서


그럴 때마다 웃음기 없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나의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반항을, 경멸 섞인 한숨을
내심 알아차렸으면 하면서도 몰랐으면 하는,
알면 알 수록 겁쟁이인 것만 같은 나에게도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과거 찰나의 영광에 크나 큰 의미를 부여하며
아직 그곳에서 살아가는 당신에게 화가 나서,
당신의 무지가 어디까지 무례해질지 두려워서이기도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아직 확인할 수 없는 영역에서
그런 나의 무지가 만들어 내는 두려움과 걱정이,
아직까지도 그런 사람인 내가 한심해서

그렇지만 꽤나 애틋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다면 아무렇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