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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을 이리저리 달리다보니 어느새 뒤쫒아오던 무리들은 힘에 겨워서 따라잡지를 못했는지, 아니면 그냥 포기한건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사람들을 피해 오랫시간 달리다보니, 몸도 상당히 뻐근해지고 배고 고파왔다.

아마 긴장이 풀리니까 그런 피로감이 한번에 몰려오는 것 같다.

나는 이래저래 경황이 없었으므로, 일단 가까운 친구네 집에 찾아가서, 경찰에 신고하든지 무슨 방안을 찾기로 했다.









띵동 띵동 -



'누구세요 ?'


친구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대답했다.



'나야 나 !'


'...'


.. ?

안쪽에서 대답이 없었다.

분명히 방금전에 대답했는데..

나는 초인종을 누르기도 하고, 문을 쾅쾅쾅 두드리기도 했지만,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무슨일이 생겼나 싶어서 살짝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다행이도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나는 문을 열고 집 안을 들여다봤다.

그 순간, 나는 깜짝놀라서 작게 비명소리를 냈다.

내 친구가 현관문 바로 앞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깜짝이야 .. 장난치는것도 그만해. 지금 상의할게 있어서 왔단말이야 ..'



'...'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이 친구는 원래가 활달한 성격이어서 피자배달원 에게도 항상 밝은모습으로 대하는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동자세와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고 몇초 후 , 친구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아까 아침에 그 이상한 경찰들이 그랬던것처럼, 끼릭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에 홀린것처럼 눈의 초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는데, 얼핏 듣기에는 무슨 숫자같은것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이상 내 친구가 아니었다. 무슨일을 당했는지는 몰라도, 내친구는 확실히 변해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팔을 뻗더니 내 팔을 붙잡았다.

도저히 여자의 힘이라고는 할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내 친구는 자기의 집안으로 나를 끌어당겼으나 , 옛날에 배워둔 호신술로 간신히 팔을 뿌리치고 다급하게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갔다.

달리는 와중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뒤쪽에서 작게 끼릭하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더니. 이내 나를 뒤쫒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흘깃 뒤를 돌아보니, 내 친구가 무서운 기세로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고, 깜짝 놀란 나는 죽을힘을 다해 엘리베이터로 뛰었다.




이대로 가다간 엘리베이터에 도착하기도 전에 잡힐게 뻔했다. 설사 도착한다 하더라도, 엘리베이터가 이 층에 도착하기도 전에 잡힐 것이다.

순간, 발목에 강력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나의 몸은 달려가던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그자리에서 넘어졌다.

아마도 물이 약간 있었던곳에서 미끄러져 발목이 삔 모양이었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 다시 달리려고 했지만, 발목의 통증때문에 일어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팔을 버둥거리며 똑바로 앉으려고 했는데, 손 끝에서 무언가 잡히는것이 있었다.

고개를 돌려 보았더니, 아파트 각 층마다 있는 소형 소화기였다.

어느새 내 친구는 바로 앞까지 쫒아와 숨을 헐떡거리며 나를 잡으려고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몸을 비틀어 나를 덮치려는 친구를 간신히 피하고,

있는 힘을다해 소화기로 친구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친구는 그자리에서 푹 고꾸라졌고, 이내 움직이지 않았다.

복도에는 내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혼미해지는 정신을 겨우 가다듬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112에 전화를 했다.


몇번의 통화음이 울려도 경찰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할수없이 나는 그자리에서 일어나, 벽을 짛고 비틀거리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니 내 친구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채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엎으려 있었다.

그정도 세기로 때렸으면 심하면 죽거나 뇌에 이상이 올수도 있었지만, 나로서는 어쩔수 없었다.

먼저 손을쓰지 않으면, 내가 변을 당할것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가다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탄 후,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리 높지도 않은 아파트가 내려가는 시간이 오늘따라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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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있는 주차장으로 왔을때, 나는 다시 경악할수밖에 없었다.

아니, 경악이라기보다는 그냥 커다란 허탈감이었다.

내 자동차는 새까만 연기를 내뿜으며 불에 타고 있었고,

차 주변에는 여러사람들이 팔을 축 늘어뜨린체 원을 그리며 모여,

역시나 아무런 말도없이 차만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반대편을 향해 절뚝거리며 달리기 같지도 않은 달리기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들은 나를 눈치채지 못한듯 했다.





나는 몇분을 더 달려, 근처의 놀이터에 몸을 숨겼다.

숨을 가다듬고 아까 다친 발목을 보니 역시나 삐었는지 커다랗게 부어있었다.

차가 없는 이 상황에서 어디로 이동하기에는 불가능이었다.

하늘은 벌써 붉은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왜 이런일을 겪게됐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집, 나의차, 정들었던 친구를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견딜수 없을만큼 아파왔다.

몇십분동안을 그 친구와의 일을 추억하다가, 마지막으로 나의 부은 발을 보게되자, 결국엔 두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소맷자락으로 두 눈을 훔치고,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기위해 눈을 부릎떴다. 왠지 모르게 울면 안됀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이런 .. 위기에 빠진 가냘픈 여성을 보고도 지나친다면 그건 진정한 남자가 아니겠죠 ?'


나는 깜짝놀라 뒤를 돌아봤다.

뒤에는 눈부실정도로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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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 약간 늦었네요.

그리고 주인공과 친구의 추격신 장소는,

14층의 복도식 아파트입니다. 깜빡하고 빼먹었군요.

뭐 별로 상관 없으시겠지만 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