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모전 연재하시려는 분이 많은거같아서 제 경험을 살리기도 할 겸 감히 소소한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글을 연재해보거나 한건 아니지만, 전공책보다 웹소설을 많이 본 독자（김독자 아님 ㅋ）의 시선으로 볼때 문피아에서 어떤 소설을 볼지 말지에 영향을 주는 첫번째 요소가 제목입니다. 두번째가 작품소개고요.

왜 제목이 중요하냐? 여러분의 글은 수많은 사람들의 글 목록 틈새에서 조그만한 제목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가막힌 소설이어도 대부분 독자들은 저처럼 제목 한번 보고 흥미가 없으면 넘기기 마련입니다.

물론 제목이 별로라고 해서 흥할 수 없는건 아닙니다. 문피아에는 하루종일 올라오는 글들을 죄다 읽어보는 미친 변태들이 상주하고 있고, 정말 흡입력이 뛰어난 소설이라면 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할 수 있어요. 근데 그런 글을 쓰는 분이면 애초에 이런 글에 안들어오셨겠죠.

그래서 제목을 어떻게 지으라는 거냐? 근 3년간 흥하는 웹소설들을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분석한 저의 결론은

세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을 지으라는 겁니다.

여러분이 아는 흥한 소설들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전지적 독자 시점? 소설 속 엑스트라?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멸망한 세계의 사냥꾼? xx고 천재가 되었다?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 죄다 세 단어 제목입니다.

왜 세 단어 제목이 효과적이냐? 작품의 대략적인 컨셉과 다른 글이랑 차별화된 점을 한눈에 보여주려면 세 단어는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한두 단어로도 독자를 사로잡는 제목이 가능은 한데 난이도가 꽤 높습니다. 여러분이 작명소 차려서 돈받고 웹소설 제목 지어줄거 아니잖아요. 괜히 이런걸로 머리싸매느니 안전하게 세 단어로 가는게 낫습니다.

한때 라노벨 시장에서 유행했던, 세 단어가 넘어가는 장문 제목도 문피아에서는 별로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혹시 윗 문단의 '한눈에' 라는 표현을 눈치채셨나요? 장문 제목은 줄여 말하기도 애매하고 과도한 웹소설 탐독으로 인해 기능이 저하된 뇌로는 기억하기도 번거롭습니다. 그리고 이런 걸 떠나서 저같은 문피아 독자들은 글 모양새가 씹덕같은걸 별로 안좋아합니다.

소엑같은 씹덕소설도 뜬 마당에 이게 무슨 개소리나구요? 웃긴게 사람들이 소엑처럼 내용이 씹덕인건 좋아하는데 형식 면에서 라노벨을 연상시키는 장문 제목, 번역체, 전개상 중요하지 않은 소재에 대한 독백으로 시작하는 도입부 같은건 씹덕같다고 싫어합니다. 모순 같지만 이런 모순을 견디는게 문피아 작가입니다. 그냥 받아들이세요.

뭐 사실 이건 제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본 건데 여기 동의하시든 동의하지 않으시든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빅데이터로 도출된 결론을 이유가 납득이 가서 쓰는건 아니잖습니까? 요즘 문피아 제목들 보면 이미 웬만한 매니지에서는 다들 세 단어 제목을 권장하는거 같아요.

공교롭게도 여기 홍보글 올리신 분들 중에는 세 단어 제목으로 지으신 분이 한 분도 안 계시더라구요. 작품이 만족하실 만큼 흥하지 못한 데에는 제목의 영향도 없지 않을거라고 봅니다. 괜한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하지 마시고, 한번쯤 시도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손해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사실 괜한 우스갯소리가 맞습니다. 과제하기 싫어서 써봤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