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불치병환자야. 장애인증명서가 있는 그런 희귀난치병환자. 평생 2주마다 맞아야 하는 주사도 있고, 평생 하루에 두번 먹어야 하는 알약이 있어 （둘은 서로 다른 불치병이야）. 대부분의 환자들이 그렇듯 나 또한 이 둘에 더해 많은 공존질환들을 달고 살아. 한달 평균 6종류의 병원을 총10회정도 내원. 피검사만 1년에 30번정도.



2.
위의 1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날 위로해줘. 또 내가 현재까지 이룬 별볼일 없는 성과를 높게 인정해줘. "그런 병이 있는데도 그정도를 이루셨어요? 대단하세요."와 같은 말들은 너무도 따뜻하고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 중독이 되어버릴만큼.



3.
그래서, 가급적 나는 1과 같은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야. 힘이 들때마다 습관적으로 먹는 마약성 진통제같은 그런 위로들은 결국 나를 한계가 있는 사람으로 고착시켜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고, 성과를 높이는 어려운 방법보다 내 핸디캡을 강조하는 쉬운 방법에 의존하게 만들거든. 물론 멘탈이 무너진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위로는 필요하지만, 중독되기도 참 쉬운 것 같아.



4.
본인이 어떤 병때문에 한계에 부딪혔다면, '내게 이런 병이 있는 상태에서도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지?' 를 냉정하게 고민하는게 제일 건강하고 바람직한 스탠스인거같아.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목표를 낮추거나 포기해야겠지만, 직접 연구하고 시도하다 보면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것들도 생각보다 많을거야. 그리고 성공하건 실패하건 분석과 도전의 과정에서 많은 걸 얻게 될거야. 병을 파악하는 안목이나 병을 피하는 능력이 증가해서 다음번에 다른 목표에 도전할 때 훨씬 더 수월해질거고, 성공한다면 성취감도 더 높을거야.



5.
마지막이 이 글을 적게 된 이유인데,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병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에는 많은 제한이 걸려있어. 불행한 가정환경이나 못생긴 외모, 낮은 지능 등등... 어찌보면 불치병이나 신체불구보다도 더 큰 핸디캡들. 우리가 이런 것들을 다루는 데도 똑같은 마인드를 적용해본다면 삶이 좀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어.






뻘글이 길었군

다들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