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블로그에 썼던 내용인데 긁어오느라 반말임다. ㅈㅅㅈㅅ



간단하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말 "재미있다." 스토리 자체는 사실 새로울 것도 없는 아주 정석적인 현대 판타지 헌터물을 따라가지만, 적당한 완급 조절과 질질 끌지 않는 전개 덕분에 정말 재밌게 봤던 것 같다. 오죽하면 지금 해외라서 카카페 결제가 안되는 바람에 매일 캐시 충전에 뭐 해서 돈 받을만한 거 있나 한 번 씩 찾아봐서 300원씩 받아가며 전부 다 봤을까.



스토리는 정말 정석 루트를 따라간다. 어느날부터인가 '게이트'가 생겨나고, 주인공은 아픈 어머니（주로 아버지는 게이트에서 실종되고, 어머니는 아프고, 여동생은 아직 학생이다. 헌터물 여러개 읽었는데 이런 가족 설정 아닌 작품을 찾는 게 더 어려움）를 치료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최하급임에도 계속해서 게이트를 들락거린다.



그렇게 5년을 넘게 게이트를 들락거리다 어느날 게이트 안에서 죽을 뻔한 이후로 눈 앞에 반투명한 UI가 보이기 시작하고, 레벨 업을 통해 강력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렇게 점차 강해지는 주인공은 마침내 그림자 군주가 되어, 현세를 침탈하려는 군주들을 물리치면서 마무리된다.



이 작품이 재밌는 이유가 뭘까?



첫째는 스토리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성향 장르소설 독자들은 여주가 나오는 건 좋아하지만 러브라인이 생기는 건 싫어한다. 갖가지 핑계를 갖다붙이지만, 내 생각엔 그냥 질투가 아닐까? 어쨋든 이 작품에서는 메인 여주가 차해인이지만 둘의 러브라인은 그렇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E급 헌터일때도 알뜰살뜰 챙겨주었던 주희의 사랑이 더 애틋하지 않나 싶고, 오프닝과 엔딩까지 장식했으니 그쪽이 메인 히로인 아닌가 싶은데, 결국 주인공은 차해인을 선택한다. 개인적으로 이부분은 이해가 잘 안감.

잠깐 이야기가 딴데로 빠졌는데, 어쨌든 이 작품은 갓길로 안빠지고 메인 스토리만 깔끔하게 잘 써내려갔다. 작가도 사람이니 메인 스토리만 주구장창 써내려가기 힘들어서 계속 메인 스토리와 상관없는 곁다리 이야기들을 붙여 나가는데（주로 겜판 소설에서 어디가서 열렙하는 이야기. 빠진다고 해도 크게 문제 안되는 이야기들）, 여기서는 어디가서 싸우고 어디 게이트 클리어하고 이런게 다 다음 사건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메인 스토리로 관심을 집중 시킬 수 있다.



둘째는 완급 조절 및 끊기가 참 예술이라는 것이다. 이건 읽어본 사람은 이해할 수 있을 듯. 무슨 카페베네 로고 뜨는 드라마처럼 맛깔난 자리에서 끊고나면 다음편이 궁금해서 미치게 된다. 참고로 난 해외라 결제 불가능해서 돈있어도 못봤음（...）.



셋째는 설정이 탄탄함. 사실 소설은 독자가 읽고, 설정은 작가가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설정이 너무 개연성 없으면 소설이 말도 안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는 모든 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다. 작가가 그만큼 노력해서 설정을 완성했다는 것! 심지어 대부분의 현판이나 겜판에서 대강 설명하고 끝나는 '주인공만 특별한 이유, 게이트가 열리는 이유' 등도 완벽하게 이유를 설정했기에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읽으면서 꽤나 고무적인 소설이었다. 현판 소설을 쓰게 된다면 교과서로 놓고 봐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