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각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각자가 현재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간의 가식과 약간의 경계를 담아 제일 의도가 없는 상태로 상대를 대한다. 나 역시 그렇다. 어쩌면 그것이 의도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의도 없는 몇 사람을 위해 내 감정을 방생하기엔 이젠 인생이 너무 지친다.

인간관계에서 물질적인 손익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다만 감정적인 손익을 따져 볼 수 밖에. 의도를 담은 사람에게 매번 상처받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날아오는 돌을 보고도 피하지 않은, 피할 수 없던 본인에게서 상처를 입고는 한다. 그러니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은 죄가 없지만 사랑만 받고자 하는 마음은 멀리하자.

직업도 없고, 돈도 없고, 꿈도 없고, 딱히 의욕도 없는 지금은 숨만 쉬어도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자존감이 떨어질 수록 드는 생각은 '나'가 아니라 '남'이 먼저다. 이걸 깨닫는 찰나에 끝없는 자기비하가 또 시작된다. 사람 마음을 어찌할 수 있었으면 인생살이의 난이도는 더없이 낮아질 것이다.

생각보다 남은 나에게 관심이 없더라. 내가 아끼는 누군가도 결국에는 내가 아니라 남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아직은 이 사실이 내게는 퍽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 대부분이 그렇다. 그러니 이 또한 받아들인다.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한 걸음만 더 나아가자.

늘 잘 하고있다고 믿어왔는데 너무 남에게만 노력하지 않았을까. 인간관계가 어렵다지만 나와의 관계는 더,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런 고민마저 가치 없게 되는 사람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