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에서 마법이 어떤 방식으로 유전되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주어진 정보를 통해 배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몇가지 있다.

예를 들어 다음의 가설은 소설의 내용을 통해 부정할 수 있다.

"마법은 단일인자 유전으로 전달되며, '마법'과 '비마법' 두 개의 대립 유전자가 존재한다. '마법' 유전자가 둘일 경우에는 마법사가 되며, 하나일 경우에는 스큅, 없을 경우에는 머글이 된다. 머글 태생은 사실 자기가 머글인 줄 아는 스큅 사이에서 태어난 마법사이다."

위 가설이 참일 경우, 마법사와 마법사 사이에서 스큅이 태어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마법사는 '마법'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양친이 모두 마법사인 아이가 물려받을 수 있는 유전자도 '마법' 유전자 뿐이기 때문이다. 스큅이란 애초에 마법사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마법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므로 위 가설은 소설 내의 설정에 모순된다.

물론 '마법사 가정'이라는 말이 꼭 마법사와 마법사를 부모로 둔 가정이라는 뜻은 아니고, 스큅은 마법사와 머글 혹은 마법사와 스큅 사이에서만 태어난다는 반박을 시도할 수는 있다. 이에 대한 직접적인 반증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반증이 될 수 있는 주장을 우리는 7권에서 찾을 수 있다.

7권에서는 덤블도어의 동생이 스큅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덤블도어를 옹호하는 이들은 이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다. 그런데 덤블도어의 양친은 모두 마법사였으며, 따라서 마법사와 마법사 사이에서 스큅이 태어나는 것이 불가능했다면 이 주장은 손쉽게 반박되었을 것이다. 즉, 소설 내에서는 마법사 간의 교배로 스큅이 태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누군가가 스큅 사이에서 태어난 28명의 아이들 중 단 6명만이 마법사였다는 통계자료를 제시한다면, 단일인자 유전 가설이 예측하는 25%의 수치에 근접했다고 좋아하면서 섣불리 가설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npq>6이라는 표본의 기본적인 조건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오차율 또한 14%로 통상적인 허용범위를 훨씬 웃도는 이 자료를 전혀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 애초에 불가능한 가설이니 통계자료가 아무리 정확해도 의미가 없기는 하다.

중간우성이 아니라 우성 혹은 열성 가설을 선택해도 단일인자 유전으로는 스큅과 머글 태생 마법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마법은 다인자 유전으로 전달된다는 가능성만이 남는다. 마법 관련 인자를 적게 물려받으면 마법을 쓰지 못하고, 충분히 물려받으면 마법을 쓸 수 있다. 다인자 유전의 경우 발현 형질은 정규분표를 따르니 마법 관련 인자를 많이 물려받을수록 재능이 뛰어나다고 예측할 수 있다. 다만 마법사 자체가 드문 것으로 보아 애초에 '마법사'로 분류되는 범위가 정규분포 상에서 상당히 오른쪽에 치우쳐 있고, 이들 간에는 확률상 큰 격차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볼트모트가 옳았고 덤블도어는 틀렸다. 순수 혈통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마법 능력을 타고날 가능성이 높고, 여러 세대 동안 마법사와 머글의 피가 섞이면 자손의 마법 능력은 약해질 것이다.


왜 이런 씹덕냄새나는 글을 썼냐면 최근에 팬픽에서 헛소리하는걸 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