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쒸발~!!!"

쒸발~쒸발~쒸발~

내 목소리는 정글에서 메아리처럼 울렸다.
쿨...쿨...잠은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휴식.또 하나의 삶.또 하나의 인생...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시간때우기용 오락이다.하지만 잠 잘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그래서 난

누가 나 잘 때 깨우는 걸 무척 싫어한다.

"또 쳐자냐?"퍽!

끄악!...난 누가 나 잘 때 깨우는 걸 무척 싫어한다...그리고 덧붙이자면 걷어차서

깨우는 건 더 싫어한다...--;;

"너 이새끼 뭐하는 짓이야 임마!왜 괜히 자는 사람 깨우고 지럴이야!"

"...너 뭐라고 했니?"

"벼...병장님 이십니까?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하하...앗,그런데 뭐라고 했냐니요?혹

시 제가 잠결에 욕설이라도 했습니까?아...하하...제가 잠꼬대가 좀 심해서리..."

가끔은 억지로 좋아야 할 때도 있다...--;;어쨌든 병장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

며 말했다.한심하냐?한심해도 어카냐.내가 참아야지...아랫사람은 이래서 서러운거다.

"게시판 봤나?"

"예?게시판요?아뇨,왜요?"

"우리 주위에서 저그가 여럿 발견되잖냐"

"예.그런데요?"

"머린들의 군기 향상을 위해서 하루동안 퍼지게 논단다.그리고 그날 6782부대 노래자
랑 대회가 열린댄다"

"그래서요?"

"이런 무식한 놈!"

휙!난 머리를 재빨리 숙였고 내 뒷통수를 노리고 날아온 손은 허공을 쳤다.아싸!피했

다!나이스!

...난 피했다고 졸라 기합 받았다.글구 게시판은 니가 직접 보랜다.훌쩍~아랫사람...

진짜 서럽다...흑...그냥 뒷통수 한 대 맞고 얌전히 끝냈어야 했다...

어쨌든 나가서 게시판을 보았다.

-안녕하십니까?6782오퍼레이션 센터입니다.

-이번에 여러분들의 군기향상을 위해서 여러가지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였습니다.

-이벤트로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중간은 대충 넘기고,부대 노래자랑을 찾아봤다.노래...노래...노래...여떢군.

-...지금까지 잘 읽어주셨으리라 믿으며...

......무서운 오피센터...역시 지휘는 아무나 내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부대내 노래자랑 대회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부대내 노래자랑 대회는 부대의 소속사병들간의 단결심과 분대끼리의 협동심을 일깨

우기 위해 준비된 마당으로써 여러명의 엄선된 심사위원들이 노래를 가장 잘 부른 가

수들을 뽑아 순위를 정하게 됩니다.참고로 인원수는 4명 이하라면 아무 제한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상품으로는

우승-맛난라면 10박스-냉동만두 10봉지-공인된 군인주（이건...진짜 큰 공 세웠을 때

만 주는 것으로 안 숨겨놓고 먹어도 되는 '당당한'술이다...값어치?당빠 짱이다...전

에 tv스타 고희선 싸인 있는 사진 10장이랑 바꾸는 놈도 봤다...커헉!이렇게 좋은걸..

.）4병

2등-맛난라면 5박스-냉동만두 5봉지-공인된 군인주 1병

3등-맛난라면 3박스-냉동만두 3봉지

그럼 이상으로 이번 공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와~군발술 4병?（우리는 공인된 군인주를 군발술이라고 부른다）짱이다!말이 필요없

다!무조건 우승은 우리 차지다!

이런 생각을 하며 종이에서 손을 떼려는데 그 밑에 연필로 급하게 무엇인가를 써 놓

은 모습이 보였다.정신없는 것들...그러니까 소 풀 뜯어먹는데 보내고 지럴들이지...

'최우수상-메딕&발키리 조종사들과 하룻동안 휴가'

......군발술?집어쳐!무조건 최우수상이다!아자!빠샤!

최우수상을 위해!


잠이고 밥이고 술이고 다 집어치웠다.피나는 연습만이 있을 뿐이었다.우리?우리 분대

는 락으로 나가기로 했다!노래?이미 정했다!노래명도 멋들어진...

'개 달리자!'크흑!너무 좋아!내가 기타를 맡구 이명석 상병이 보컬을,김영식 일병이

드럼을 맡기로 했다.임 병장님은?아쉽게도 노래 안 하신다고 하신다.노래 별로 못 하

신단다.그 대신 응원 열심히 해 주신다고 하셨다.그럼 됐지,뭐.병장님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쇼.우리가 우승을 따 올테니.우승의 그 날을 위해!우승날까지 밤새워 연습

이다!

그 때,문득 머릿속을 스쳐가는 세 가지의 생각이 있었다.

1.이 연습으로 노래불렀으면 나 가수했다.

2.이 노력으로 공부했으면 나 학자됐다.

3.이 열정으로 저그와 붙었으면 저그기지 박살났다.
드디어 결전의 그 날이 밝았다...크헉...하늘이 눈부시게 푸르군...따뜻한 햇살까지.

..마치 하늘에서 우리의 우승을 위해 햇살로 축복해 주는 듯 하다...

그 때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야...이거 하늘이 눈부시게 푸르군...따뜻한 햇살까지...마치 하늘에서 우리의 우승

을 위해 햇살로 축복해 주는 듯 하다..."

나랑 생각이 같다니!어떤 자식이 라이벌 의식 느끼게 해!휙!난 재빨리 옆을 봤다.

그 쪽에는...

헉!꽃미남이다!그것도 4총사!커헉!저것들 어느 분대 소속이냐!옷은 어디서 구했는지

롱코트로 보이는 검은 옷으로 쫙 통일을 했고 군화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바지엔 날이 날카롭게（--;;;）서 있고...허걱!

그에 비하면 우리는...컨츄리한데다가 부시시한 차림...그저 그런 얼굴...헐렁한 주

름 팍팍 진 군복...

결국 가창력 대 얼굴의 승부냐?

찌릿!난 왠지 모를 라이벌 의식을 느껴 옆의 넷을 쳐다보았다.우리 분대원들도 언제

깨달았는지 같이 노려봐주고 있었다.고마운 존재들...우리가 계속 노려보자 저

쪽은...

신.경.도.쓰.지.않.았.다...건방진 시끼덜...나도 차리고 나가면 영계야 이 조까튼

넘들아...

옆에서 우리 응원하러 오신 병장님께서 속삭이셨다.

"어쩌면...그냥 맛난라면에 냉동만두 넣고 끓여서 군발술이랑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

다"

헉!안 돼!저 꽃미남들이 메딕이랑 발키리 조종사들하고 놀 때 우리는 눈물젖은 라면

과 냉동만두?막아야 해!

"막아야 해요!"

내 목소리에는 비장감마저 흘렀다.우리의 다른 분대원들도 당연히 동의하는 표정이었

다.

"이렇게 된 이상 돋빠지게 노래 부르고 그 돋 다시 날 때까지...돋나게 노래

불러라.우리에겐 가창력밖에 길이 없다.알겠냐?"

"옙!"

우리 셋은 동시에 씩씩하게 대답했다.

"너희들의 무운을 빈다"

그러더니 병장님은 관중석으로 돌아가 버리셨다.


"네~!이번 명가수는 동남아 별 순회를 막 마치고 돌아왔다고 주장하는~가시나무 입니

다~"

"와~와~"

"그럼 무슨 노래를 부르시겠습니까?"

"기쁜 영혼식이여"

"네~기쁜 영혼식~잘 불러 주세여~"

"아마~가셨을 텐데~..."

지금 우리는 무대 뒤에 있다.다음 차례는 우리다.그건 그렇고 우리 앞에 넘들 노래

진짜 조또 못하네.아주 원래 그 노래 부른 가수（조승철이다）얼굴에 똥을 던져라,던져.

어쨌든 다음은 우리 차례다.노래 못부르면 조땐다.각오하자.다행히 지금까지는 그렇게

잘 부르는 놈들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심드렁한 박수.분위기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휘이잉...

아주 찬바람이 부는구나,불어.어쨌든 이제 우리 차례다.나가자.

"얘덜아,나가자"

"응!"

우리의 비장미는 라이벌 조직을 치는 조폭,혹은 라이벌 저그 기지를 치는 테란군의

그것이었다...

"예~다음 가수는~유라시아 별 순회를 마치고 막 돌아왔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3인조

락 그룹~락~앤~롤~입니다~"

사회자...그러니까 하사관 님.졸라리 오버한다 진짜...그냥 '락앤롤 입니다~'해도 될

걸 꼭 '락~앤~롤~입니다~'라고 해야하나...

"예,그럼 무슨 노래를 부르시겠나요?"

나한테 물어보네?절제된 대답이 무엇인지 보여주겠습니다,하사관 님!헉!근데...저 쪽

관중석 구석에 꽃미녀 메딕들 발견!꽃밭이다!

"（초고음으로）예예예예예에에에에!와우!저희 라아아악~애애앤~로오올~!우후!（윙크하

며 찡긋（^_-））개 달리자아아아아~!들려드리겠습니다아아아예에에에!아아아아악!"

......어느 정도의 오버는 튀는 것을 위해서 꼭 필요할 지도 모른다.특히 이런 노래

자랑 같은 데에서는.

사회자 하사관 형도 멋지게 튄 내 모습을 보며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근데 니가 보컬이니?（너무 멋진 내 모습에 놀랐는지 깜빡 잊고 존댓말조차 안 쓰는

모습...너무 멋지게 튀었나...）"

"아닌데요!예에에에!야아아아!"

"......하여튼 개 달리자 들어보겠습니다!"

"돈없으면 걸어가지 벌쳐타면 빨리가나 몸아프면 메딕불러 시즈타고 놀아보세 조까!

예에에!조까!조까!조까!조까고 쟤 말 들어!우리는 조까야해 븅신놈이 될 순 없어어어

어~"

끓어오르는 열기.저쪽의 메딕들 지금 표정은?아싸~!뿅 갔다!...물론 이명석이로 시선

집중되어 있었다.기타 치는 사람이 더 괜찮잖아?제발 나 좀 봐줘!

"개애애애애애~ 다아아알~ 리이이이~ 자아아아아아아아~~~개애애애~ 달~리~ 자아아아

~개애애애~ 다아알~ 리이이~ 자아아~~"

분위기 죽인다!엇!메딕 한명이 날 봤다!멋진 윙크!（^_-）부끄러운지 고개를 홱 돌렸

다.부끄럼타긴...근데 얼굴 표정이 뭐 씹은 표정이다.너무 부끄럽나?

"너~네~는~예에에에에에에에!"

아싸!라스트 독주다!딩딩가리가리가리가리가리가리~메딕 시선 집중~!!!크헉 이대로

죽어도 좋아~!!~챙~

마지막 오버를 위해서 한번 뛰면서 힘차게 기타를 내려놓았다.피날레 좋았어!최우수

상은 우리꺼다!

"감사합니다~"

"예~무대가 완전히 땀으로 젖었군요.대단히 열띤 무대였습니다.다음은..."

무대 뒤로 들어갔다.그런데...꽃미남들이 우리 옆을 지나치고 있었다.뭐지?찌릿...순

간 우리 두 팀은 서로 눈 빛을 주고 받았다.그런데...우리는 노려봤던데 비해서 저쪽

은 여유로운 웃음...뭐지?뭐야?뭔데?재수없어!꺼져!얼마나 잘 부르나 보자!
사회자 형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다음은~댄스계의 희망이고 싶다!댄스 댄스 레볼루션,일명 DDR~!"

"꺄아아아아악~!!!옵빠아아아아!!!"

이...이건 설마 아까 그 메딕들의 숨 넘어가는 비명?크억!안돼!이럴 수는 없어!난 윙

크까지 했는데!

"야,우리 관중석가서 얼마나 잘하나 보자.쟤네가 우리의 유일한 라이벌이야"

"좋아,가자!"

"좋심더"

후다닥...우리는 재빨리 관중석으로 갔다.얼마나 잘하나 어디 보자!

"뭐 부르시겠습니까?"

"머린아! 부르겠습니다"

"아...머린아...좋습니다.머린아,큐!"

시작한다...크헉 저 새끼들 춤춘다!그것도 멋지게!

"머린아 니가 속한 기지에 넌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기지에~"

헉...남자인 내가 봐도 쪼끔 멋있다...씨방...졌다...저새끼들은...어떻게 숨도 안

찬지...춤 다 추면서 랩하고 노래하고 쌩 쑈를 하잖아...

댄스 댄스 레볼루션들의 노래는 계속되고 있었다.

"언제까지 저글링과 맞짱뜨도록~어느 윗대~가리 허락 했나~아아 언젠가는 모든 벙커

사라진다면 이겨낼 수~있는가~"

그러더니 졸라 비장하게,

"머린아~머린아~머린아~"

사건은 그 때 일어났다.꽃미남중 머리에 노란 가발 쓴 새끼가 '머린아~'를 세 번 외

치며 앞으로 튀어 나올때.

찍!미끌~쾅!

그 놈은 우리가 흘렸덤 땀을 밟고 미끌어진 것이다!쾅!잠시 장내가 조용해졌다.춤추

며 노래하던 꽃미남 4인조도 우뚝 멈췄고 소리지르던 메딕들도 소르지르던 걸 멈췄다.

관중 머린들의 박수 환호도 멈췄다.

그.러.나.

조용한 가운데서 노래는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지켜내야해~우리들 벙커들도 기지

도~오오오오~"...이게 뭔가?어케 이럴 수가 있는가?어떻게 노래부르던 새끼가 넘어졌

는데 노래가 계속 나오는가?저 띱새끼들은 복화술의 천재란 말인가?

벌떡.관중중의 한 놈이 일어서더니 소리쳤다.

"저새끼들 립싱크다!"

"뭣?"

충격~순식간에 장내가 어수선해졌다.립싱크?그 몇백년전에 사라진 입벙긋거리기?저새

끼들은 붕어였단 말인가?어쩐지 춤추면서 노래 졸라 잘 부른다 했다!띠발!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났다.벌떡!

"띠벌 부정이다!"

"그렇다!저새끼덜은 부정이다!"

"우~우~"

"판엎어!"（그때 당시 우리는 어케 해서든 이 판을 파토로 만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

명감이 있었다--;;;）

노래자랑은 순식간에 개판됐다.메딕들은 울면서 쓰러진 꽃미남 부축한다고 무대로 올

라오고,관중 군바리들은 '판엎어!''저새끼덜 무효야!'를 외치며 난리를 부렸고,그러는

가운데서도 '머린아!'는 꿋꿋하게 흘러나왔으며,하사관 님 혼자서 수습하려고 애처로

울 정도로 애쓰고 있었다.후훗,어쨌든 이 웃기지도 않은 사건으로 최우수상은 우리가

따논 당상이다!

"예?우리가 그냥 1위상?최우수상이 아니고?어째서?하사관 님!우리가 노래 짱 잘했잖

아요!"

"그게 말야...물론 너네들이 노래 짱 잘한 건 인정하는데,그 이뿐 메딕들이 '우리 dd

r옵빠들 빨리 상줘요오오~빨리~'하면서 애교 떨고 안고 뽀뽀해주고 해서 나도 벙뜨는

기분에 '예,걔네 최우수상 줄께요...' 해 버렸다...너네한테 미안하게 됐다"

"그런 법이 어딨어요!미인계에 넘어가면 어떻게 해요!형!다시 한 번 생각해봐요!"

"미안하게 됐다잖냐...너네가 이해해라~"

"이해못해!우리 최우수상 줘여 빨리!"

"...그러고보니 너네 아랫놈들이 고참한테 꽤 개긴다?"

"에이 형 일등상 준것도 고마워요 정말"

"고맙지?그래,그래.그 정도로 만족해라 임마들아"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오피센터 복도를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데 우리 옆에서 그 '
ddr'인지 '꽃미남 4인조'인지가 지나갔다.으으...저 얄미운 것들...

"야,이거 또 미팅이야?우리 주위에 여자들 쌓였잖어,이미"

"어쩔 수 있냐,립싱크로 개쪽 당한마음 미팅으로 풀어야지 뭐"

......아주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어라,들이부어.난 이명석이한테 말하는 척 하면

서 저 얄미운 새끼들 들으라고 졸라 크게 말했다.

"야,저 새끼덜 그 메딕힘으로 우승한 조오오오올라아아아 비이이이거어어업하아아안

새끼들 아니냐?!!!"

이명석도 맞장구 쳐 주었다.

"맞어,쟤네들이 그 조오오오올라아아아 비이이이거어어업하아아안 새끼들이야"

그런데 그 놈들이 지껄이는 소리...

"비겁해도 좋다네~우리는 휴가받고 미팅하러 간다네~"

크으아아악!

졸라 부럽다...

며칠 후 이야기.

그 ddr인가 뭔가 하는 놈들의 미팅 상대였던 미스 메딕들과 미스 발키리파일럿들은

다 스케줄이 생기는 바람에 자리할 수 없게 됐고,어쩔 수 없이 '배틀크루져 야마토건

컨트롤러'들이 대신 미팅을 왔다고 한다.그리고 그 꽃미남 사인조는 여자 근육이 얼마

나 우람할 수 있는가를 느꼈다고 한다...푸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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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조금씩 머린일기가 지루해져 갑니다. 하지만 50편 이상 돼면...

졀라 웃긴거 나옴. ㅋㅋ 다올릴때까지 기대하시라~（쒸발 66편을 언제 다올려!）
"으하하함..."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그리고 내가 하품하는 걸 한심스러운 눈으로 보시던 병장님이

말씀하셨다.

"자,자,오늘의 정찰시간이다.빨리 옷 챙겨입고 나가도록 하지"

"커헉,명석아,나 숙취인가봐...군발술 공짜로 받았다고 넘 많이 마셨나...으윽..."

"그러길래 누가 두꺼비랑 섞어 마시랬냐 임마...그런 걸 보고 폭탄주라 그러는거야

임마"

"그래도 꽁짜니까 기분 좋잖아...--;;;"

그래...난 꽁짜면 뭐든 먹는다 띠블...떫냐?그러는 지도 냉동만두 한봉다리 다먹고

배아프다고 밤새도록 쌩 쑈를 부렸으면서...커억!속쓰려!

"저,병장님,속쓰린데 해장라면 하나만 먹고 가면 안될까요?"

"너 속쓰린 위 뒤집어 엎어볼래?"

"...예,그냥 나갈게요"

말을 해도 졸라 무식하게 한다,띠불...으윽.어쨌든 오늘도 정찰시간이군...나가야지.

우리 모두는 부시시한 얼굴로 정찰준비를 끝내고 기지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지금까지 정찰하는 동안 황당한 경험이 많았지만 설마 오늘도 또 황당할까...

그러나 우리는 알지 못했다.

그날 6782기지 소속 대 7259분대（우리분대다）가...저글링을 생포해오고 히드라까지

잡은 용맹무쌍한 분대가 저그들 앞에서 목숨걸고 졸라 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줄은..

.


지직,지지직,위잉.

이글거리는 햇빛이 쏘아져내리는 사막 한가운데서 공돌이가 빨빨거리며 둥근 무언가

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야,공돌이.뭐 만드냐?"

"벙커"

"이 사막 한가운데 왠 벙커?"

"어,이 주위에 요즘 저그들이 자주 출몰하잖아.그래서 상부에서는 사막 군데군데에

벙커를 짓게 했지.정찰부대가 저그와 더욱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도록이라나?어쨌든

벌써 이곳저곳에 벙커가 많이 놓여 있어"

"그으래?금시 초문인데?그래,그럼 수고해라.안녕~이 땡볕에 쇠로봇에 타고 벙커지으

려면 힘 좀 들겠다"

우리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그러나.

"어?너네 더워?우리는 scv안에 에어콘,환기시설,심지어는 음료수까지 있는데...?아..

.머린 보호복엔 그런거 없나보구나~어머,불,쌍,해,라,하,하,하.그럼 수고해라.안녕~이

땡볕에 쇠갑옷 입고 정찰돌려면 힘 좀 들겠다.하.하.하"

...띠블,콱 쏴버리고 싶다...속을 긁어라,긁어!젠장!

머린 보호복에도 에어콘 달아달라 그랬지~!!!이번에 돌아가면 오피센터에 반드시 건

의한다!머린 보호복에서 음료수까지 나오게 해달라고 할거닷!


저벅,저벅,저벅.

걷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왜 우린 항상 걸으면서 덥다는 말만 해야하지?"

이명석 상병이 명쾌히 대답해 주었다.

"졸라 더우니까"

그리고 병장님도 말씀하셨다.

"졸라 더운데 말시키지 마라"

등에 가스통 지고 걷는 김영식이는...말할 기운도 없는 모양이었다.불쌍한 것.

하여튼 그렇게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걷고 있을 때였다.

-삐빗,삐빗.

"오퍼레이션 센터인가?"

-오냐.

"...또 왜 불렀나?"

-너희를 소 풀 뜯어먹는 곳으로 데려가려고...가 아니라..

"......소 풀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지"

-알았다.사실은 개...풀...푸흡!

......짜증난다...짜증나...안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별 개쌍놈이 다 찝적대네...

"지금 농담따먹기 할려고 통신 연결했나?"

-（금방 목소리를 원래대로 바꾸며）아니다.사실은 저기 저쪽에서 알 수 없는 생명체의

반응이 목격되었다.

......저기 저쪽?--;;;우리가 독심술의 천재냐?저기 저쪽하면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하

는건가?

"저기 저쪽 어디 말인가?"

-에이...다 알면서...알만한 사람들끼리 왜 이러시나~

"......모르겠다.어디 말인가?"

-5시 02분 방향.거리는 약 1.5km.

......저 새끼들 또 분침가지고 노네...

"동서남북으로 말해다오"

-남서...

남서쪽이겠지.당연하지!

-남서남남서서남남남서.

......

"......몇시 방향 이라고 했지?"

-5시 02분 방향.

-알았다.더 할말은?

-급하다.뛰어라.이상.

딸깍.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왠지 오피센터에 맨날 놀림만 받는다는 느낌만 든다.진짜,언

젠가는 이 씹숑들 피맛을 보여주겠어...

"......뛰랜다"

......이제 욕할 맘도 안 생긴다...이 땡볕에 1.5km라...푸우욱...찐다 쪄...

"근데 방향은 어떻게 잡죠?"

"5시 방향으로 뛴 다음에 연락하면 알아서 오차 수정해 주게 돼있다"

"예"

그 때였다.

-치직.치직.뛰라니까?사람 말이 개 짖는 소리로 들리는가?인공위성에 훤히 잡힌다.뛰

어라.

"......지금 뛰려는 중이다.이상"

띱때끼덜...어디까지 속을 긁어놓는지 보자...띠벌...
"커헉,커헉!힘들어!씨불!"

"좀 닥치고 뛰어!"

퍽!이런 싸가지 없는 병장!이제 나도 더는 못참겠다!

"네"

...사람이란 가끔은 참을 줄도 알아야 오래산다.

"이제 1.5km쯤 뛰지 않았을까요?"

"그렇겠군.멈춰라"

푸,하!푸,하!푸,하!힘들어 죽겠다!짜증도 나 죽겠다!

이명석이 묵묵히 땀을 흘리다 입을 열었다.

"푸,하!푸,하!푸,하!졸라 힘들어 뒤지겠다!졸라 짜증도 나 뒤지겠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저자식은 항상 나보다 한 발 앞선다.

"오퍼레이션 센터에 연결한다.조용히 하도록"

-치직.치직.

-자네들 거기 서서 뭐하나?

"오피센터에서 지정한 위치에 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긴 개뿔...대충 때려 맞춰서 온거지...

-거기가 아니다.그 곳에서 남쪽으로 1km를 더 가도록.그럼 보일 것이다.

......1km?이거 미쳐버리겠네!

"상당히 접근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1km나 남았는가?"

-원래 방위대로 갔으면 지금쯤 거의 도착했겠지만 자네들이 방위를 잘못 잡는 바람에

오차가 많이 생겼다.

"......알았다"

-그럼 이만.

딸깍.

......그래도 포복하라는 말은 안하네...

-치치치...뛰다가 300m앞에서부터 포복하는 것 있지 말도록.

......띠발놈...한 번쯤 모르는 척 해주면 어디가 덧냐나?


"헉,헉,헉,이제 꽤 뛰었는데...아직도 얼마나 뛰어야 돼나요?"

그 때였다.

"엎드렷!"파팟!

너무 놀라서 아무 대응도 없이 없드렸다.난 소근소근 물어봤다.

"왜,왜 그러십니까?"

"300m남았다.포복하라고 했으니 포복해야지"

"......"

그럼 그렇지.

벅...벅...벅...모래밭에서 기어가자니 무쟈게 짜증난다.그냥 모래밭이 아니다.달걀

을 파묻으면 익어버리는 사막의 모래밭이다.뜨거워 미치겠다!게다가 우리 앞에는 언덕

하나가 우리 앞쪽의 시야를 완벽하게 차단하며 떡하니 서 있었다.또 모래언덕 포복등

반이야?젠장!

"정명진 상병"

"예?"

"뭐라고 씨불거리나"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벅...벅...벅...에 띠벌 진짜 못해먹겠네!언덕 끝까지 올라가려면 도대체...얼마나..

.얼마나...
......다 올라왔네?근데 우리의 앞 하늘에서는...

박쥐 날개 비슷하게 생긴 거 세마리가 날개를 퍼득거리며 자기들끼리 날면서 놀고 있

었다.그리고 그 주위에는 꼭 짧은 소세지에 날개 달아놓은 것 같은 놈들 열마리쯤이

자기들끼리 공중을 휘휘 저으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모두들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저건 또 뭐야?

"모두 언덕 뒤로 약간씩 물러난 후 고개만 내밀고 관찰한다"

쏙!쏙!우리는 얍실해 보이는 자세로 고개만 내놓고 계속 쳐다보았다.저 놈들도 무쟈

게 커 보였다.약간 멀어서 잘 안보이지만 한 3m?그 정도는 되어보였다.저게 뭐지?

"전에 땅개들은 쌩 쑈를 하더니만 저새끼덜은 공중쑈를 하는구만"

이명석 상병의 날카로운 관람평이었다.

그 때 오피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치이익...거기서 뭐하나 자네들?

이번에도 병장님이 말씀하셨다.

"자네들이 말한 미확인 생명체를 발견했다.뭔지 확인 바란다"

-그래?특징은?
"두 종류가 있는데,놀랍게도 두 종류 모두 날아다닌다!"

-그래?별로 놀랍지도 않군.그리고?

......안 놀라워도 좀 놀라운 척 해주면 혀가 끊어기라도 하냐?어쩜 저렇게 재수없는

말만 골라서 하냐?

"......큼,흠.그리고,하나는 신장이 3m쯤 되보이는데 마디마디 나누어져 있고,날개는
박쥐같으며 매우 넓고...꼬리 끝에 뾰족한 돌기 같은것이 두어개 있고..."

-무탈이군.
"무탈?"

-무탈리스크.저그족의 공중전 무기같은 거다.전문용어로 유닛이라 부르지.어쨌든...

그런 놈이다.그럼 다른 하나는 안 봐도 뻔하군.작고 뭉뚝한 몸에 날개도 짧지?

"그렇다"

-스콜지다.자폭유닛.걱정마라.지상에는 안 박는다.

"......저 놈들이 몽땅 저그란 말이냐?"

-그렇다.

하,저그도 별 희한하게 생긴 놈들 다 있구만.저게 무탈리...뭐랑 스크루지?꼭 옛날

동화에 나오는 악당 할아범 이름같군.

"어떻게 하면 좋은가?우리는 대공화기도 없는데"

-총으로 졸라 맞서라.히드라도 잡은 자네들의 무운을 빌겠다.

"......"

-구라~

"......"

진짜 짜증나요...아주...씨...

-일단 자네들은 숨은 것 같은데,숨어서 계속 관찰하고 있어라.내가 다시 연락하마.

"오냐"

딸깍.

-치치칙...참고로 오퍼레이션 센터러한테 오냐라고 하는 버르장머리 고쳐라.그거 나

쁜거다.

"......알았다.이상"

딸깍.

내가 물어봤다.

"그럼 하염없이 이러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까?"

"그런 셈이지"

"그럼 심심한데 뭐하죠?"

"심심한데 저것들도 이름이나 지어줄까?"

이명석과 김영식도 끼어들었다.

"그거 좋은데요!""그거 좋심더!"

"좋아,그럼 저 무탈리스크란 놈부터.발음하기 졸라 어렵네"

우리는 계속 조그맣게 속닥댔다.소근소근...

"새바리""또 바리돌림이냐?""너도 어차피 '새돌이'라고 할라그랬잖아""어떻게 알았어

?""뻔하지 뭐""어쨌든 새돌이""저그새 어떻심까?""촌스럽다 야""새저그는여?""그게 그

거잖아!""저글새""장난노냐?""새저글""......"퍽!

그 때였다.임상진 병장이 다시 소란스럽게 시끌거리는 우리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완전히 뭐 씹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었다.그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
"저건 이제부터 '씹새'라고 한다"

"......씹새요?"

"씹새.띠발같은 새니까"

김영식 병장이 낄낄 웃으며 병장님에게 말했다.

"야~그 이름 한번 욕같네예"

......사투리로 '욕'을 말하면 '역',혹은 '엿'으로 들린다.결국 김영식 일병이 한 말

은 '야~그 이름 한번 엿같네예'라고 말한 것으로 들렸고,결국 불쌍한 김일병은 병장님

에게 조용하게 그러나 강하게 졸라 맞고 간신히 해명했다.불쌍한 놈...

"그럼 저기 저 쪼그만 스크루지는요?"

내가 물었다.어차피 회의 해봤자 병장님 돋 돌아가는대로 지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저것의 원래 이름은 스크루지가 아니라 스콜지다"

"......어쨌든"

"저건 개새다"

"......개새요?"

"개새.땅개만한 새니까"

다시 한번 김일병이 말했다.

"진짜 이름 엿같네예!하하!"

병장님은 아무 말씀 없으셨다.'엿'이 아니라 '욕'인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

나...바로 옆에 있던 나는 희미하게 들었다.김일병은 '욕'을 말한 게 아니라 '엿'을

말했었다.졸라 맞은데 대한 어두운 복수인 셈이다.무서운 놈...

어쨌든 드디어 새 트리오가 생겼구나!찍새,씹새,개새!저그들은 그 사실을 알까?푸하

하!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우리가 지어준（정확히는 병장님 혼자 지어준）이름은 모두

'ㅐ'돌림이다.땅개,찍새,씹새,개새.

"근데 저 씹새가 어느 정도나 셀까요?"

"모르지"

그 때였다.한 자리에서 뱅뱅 돌던 씹새와 개새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바뀌었다.그 놈

들은 어느 쪽으로인가 날아가려 하면서 주위를 마구 둘러보고 있었다.

"야,야,머리 숙여!숙여!숙여 띠발!"

팍팍팍!아주 머리를 모래바닥에 쳐박았다.저 놈들이 어느 쪽으로 가려는 걸까?휙휙~

우리 머리 주위로 날갯짓 소리가 한동안 거세게 들렸다.그러더니 잠시 후 멎었다.

"야,갔나본데?"

난 머리를 팍 숙인채로 이명석 일병에게 말했다.

"그런가 봐"

"병장님,고개 한 번 들어봐도 돼죠?"

"모두 고개를 들어라"

...아까 '야,머리 숙여!띠발!'할 때의 졸라 쫄은 목소리와는 아주 다른 평온한 목소

리였다...

스으윽.어쨌든 우리도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어,근데 그 놈들이 있던 자리에는...아

무것도 없네...?우리는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갔다~!하하하!관찰 끝!이제 기지로 복귀!"

그러나.벌떡 일어나서 기뻐하며 머리를 하늘로 쳐들었을 때.

난 우리 머리위에서 조용히,아주 천천히 날갯짓을 하고 있는...

하늘을 가르는 씹새를 보았다.

그리고...

그 놈과 정확히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리고...

아까 그 놈들이 있던 자리에서는 갑자기 땅이 팍팍!하며 치솟더니...

수십 마리의 땅개들이 튀어올랐다. 그렇다...그 땅개들은 그 자리에 땅파고 숨어 있

던 것이었다...

띠발...완전 개피박이다...피박에 광박에 독박이다...조땠다 조땠다 조땠다...띠불..

.띠불띠불...

병장님은 사막이 울리도록 처절하게 외쳤다.

"야!째 쒸발!완전 조땠다!째!"
우아아아악!사람 살려!"

열라 뛰었다.그래도 계속 따라온다.젠장!

"야,이명식,뒤돌아서 갈기고!이명식 좀 쏜 뒤에 정명진 갈기고!정명진 쏜 다음에 내

가 갈기고!이렇게 로테이션으로 돈다!알았냐!"

병장님의 말씀.그러나 이명식이 의의를 제기했다.

"병장님!"

"왜!"

"......그냥 졸라게 뛰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런 그냥 그러던지!"

병장님은 뛰면서 오피센터에 연락했다.오피센터 자식들아!너희들을 믿는다!제발!날

실망시키지 말아다오!

-치직.무슨 일인가?

"야,지금,씹새 수십마리랑 땅개 수백마리 졸라 쫓아온다!어카냐!"

......병장님은 과장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사실은 우리 뒤엔 씹새 세마리랑 개

새 열마리,그리고 땅개 스무마리 정도밖에 안 쫓아온다.

-정말인가?그리고 씹새는 뭐고 땅개는 뭔가?

"미친놈아!그럼 정말이지 구라냐!내가 지금 농담 따먹기 하게 생겼냐!그리고 씹새는

무탈인가고 땅개는 저글링이야!어쨌든 대책좀 말해봐!"

-치직.자네,상당히 흥분했군.지금까진 이런 모습 보인 적 없었는데.

......졸라 미치겠네!그럼 목숨이 걸렸는데 흥분 안하게 생겼냐!

-그런데...정말 수백 마리가 맞나?지금 우리 위성에 잡히는 건 끽해야 삼사십마리인

데...과장 아닌가?

"야!쒸발 그럼 30마리는 장난이냐!"

-......

아싸!잘한다 병장님!속이 다 시원하다!그 새끼는 욕 좀 더 먹어야돼요!더 해요!더 해


!


-......어쨌든...우리는 이런 일이 있을 걸 대비해서 사막 군데군데에 벙커를 만들어

놨다.지원병이 곧 갈 테니 그 때까지만 벙커 안에서 버티고 있어라.

"야!지원병 얼마만에 보내줄건데!"

-......몰라 이 씹새끼야.

딸깍.

"으아아아아!이 개쉐끼!최소한 벙커가 어딨는 줄은 알려줘야 할 것 아냐!"

그 때였다.

-치치치...벙커는 북서쪽으로 약 500m가량 가다보면 보일 것이다.그럼 이만.무운을

빈다.그리고 병장 너,한번만 더 개기면 뒤진다.

딸깍.

"이새끼!알려주려면 곱게 알려주지!!!으아아아아~열받아!"

병장님은 뛰면서 총을 하늘로 들어올리더니 마구 쏴됐다.다다다다...

어쨌든 북서쪽으로 500m라면...난 뛰면서 재빨리 나침반을 보았다.우리가 뛰고 있는

쪽에서 왼쪽으로 틀어야 했다.

"병장님!왼쪽으로 틀어요!"

"으아아아!이 개쉐끼!소쉐끼!말쉐끼!에라이 따글링보다 못한 새꺄~~~!!!"

......병장님은 계속 욕하면서 하늘을 향해 총을 난사할 뿐이었다.드르르륵...그동안

참았던 게 여기서 터지나보다.

"야,명식아,어쩌지?병장님 또 이성 잃었는데?"

"걱정마,우리가 틀면 저 인간도 따라 틀게 돼 있어.저 인간 저래뵈도 생존본능 하나

는 졸라 쎈 놈이야"

끼이익...우리는 재빨리 왼쪽으로 틀어서 뛰었다.전혀 반응없이 묵묵히 욕해대며 앞

으로만 뛸 것 같던 병장님도 알아서 잘 따라오셨다.그러더니 다시 총을 들고 하늘에

갈겨댔다.그리고 병장님은 총알이 다 떨어져서야 이성을 찾으셨다.

슈우욱!쾅!

"으아악!"

우리가 뛰는 바로 뒤에 초록색 액체가 떨어지면서 모래구덩이가 생겼다.씨불!저 씹새

가 공격하는구나!

슈우욱!쾅!쾅!쾅!

"으악!뛰어!뛰어!졸라 뛰어!더 빨리 뛰어!더!더!다리 부러질 때 까지!으아악!"

......병장님 과묵한 이미지 오늘 완전 개박살 나는구만.

근데 500m를 왔는데 벙커가 어딨어!젠장!이 오피센터 새끼들 또 구라친거 아냐?그 때

김영식 일병이 손가락으로 우리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저쪽!저게 벙커인가 봐요!"

"어디!어디!"

...아주 이미지를 가루를 내라,가루를 내.

"저기,저 쪽이요!"

......저 쪽,지평선 부근에 점들이 드문드문 보였다...설마 저게 벙커?...젠장할 오

피센터 놈들...하긴...생각해보니 그 새끼들은 500m를 가면 벙커가 '보인다'고 했다.

보이긴 보이지...점으로...저그보다 더 사악한 새끼들...

"뛰어!이제 벙커가 눈 앞이다!"

명석이가 말했다.그거 힘 내라고 하는 말 맞지?--;;;...눈 앞이긴 하지...점으로...

도착하려면 2km는 뛰어야 하겠다...

"젠장!맞어!이제 눈 앞이야!힘 내자구!"

"크헉!크헉!힘들어!헉!헉!"


"벙커다!살았다!"

전력질주로 2km를 뛰어서 마침내 우리가 벙커 앞 100m정도까지 왔을 때 땅개들은 지

쳤는지 아니면 뒤에서 몇 번씩 쉬면서 뛰어오는지 우리와 거리차가 상당히 나 있었고,

씹새들만 꾸준히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헉!헉!좀만 버티면 지원군이 오겠지!

"모두 벙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수류탄 따라!"

병장님이 명령하셨다.

"예!"

"이명석,가장 왼쪽 씹새!정명진,가운데 씹새!김영식,가장 오른쪽!던져!"

휙휙휙!병장님은 가장 왼쪽 걸 노리고 던졌다.

왼쪽 씹새!피했다!그러나 시간차로 날아오는 병장님의 수류탄을 맞았다!아싸!떨어진

다!놈은 날개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지 버느적거리다 떨어졌다.

가운데 씹새!내가 노리던 놈!날아간다!

...꿀떡.놈은 낼름 집어삼켰다.쾅!놈은 산산조각이 나서 하늘에 피불꽃놀이를 보여주

었다.-_-;;꼴통 씹새군...던져준다고 낼름 받아먹다니...

마지막 씹새.지 친구 불꽃놀이 보는거 멍하니 보다가 몸통에 맞고 날긴 하지만 피를

뿌리며 상당히 비틀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의리 있는 놈...어쨌든 그래서 하늘에 남

은 씹새는 한 마리 밖에 없었다.그러나,그 놈은 비틀대면서 공격을 시도했다.슈우욱!

슈우욱!쾅!쾅!

"야!야!벙커 안으로!빨리!빨리!

철컹!슈우웅~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면서 벙커의 문이 열리고 모두 들어갔다.철컹!문이 닫히자 우

리는 간신히 안심할 수 있었다.그러나 안심은 잠깐.

쾅!쾅!쾅!벙커 전체가 진동했다.그 새같은 놈이 벙커를 향해 계속 공격을 했던 것이

다.

"야,쏴!쏴!맞춰서 떨어뜨려!"

드르르르르르륵...퍽퍽퍽!놈은 계속 총을 맞았다...비틀거렸다.이대로만 가면 떨어뜨

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나 놈은 곧 총알을 요리조리 샥샥 피하면서 벙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약삭빠른

놈...어디 언제까지 피하나 한 번 보자!드르르르륵!

그 놈이 총을 맞았다 피했다,떨어질 듯 안 떨어질 듯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김영식 일병이 외쳤다.

"드디어 왔심더!땅개덜이 새카맣게 뛰어옵니더!"
"젠장!지원군은?지원군은?"

"아직 보이지 않심더"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젠장!"

난 재빨리 총구로 밖을 보았다.

"가르르...가르르..."

난리도 아니었다.무시무시한 개처럼 생긴 땅개 수십마리가 가르르...가르르...거리며

우리에게로 뛰어오는 것이었다.선두에 선 땅개는 온 등에 흉터자국이 있는 아주 용맹

스럽게 생긴 놈이었다.그런데 그 흉터 어째 좀 이상하게 생겼다?

"야,쏴!쏴!저 빌어먹을 땅개새끼들 잡을 수 있는데까지 잡자!"

임상진 병장이 땅개떼에게 총을 난사하며 외쳤다.이명석 병장도 씹새를 향해 마구 총

을 갈기고 있었다.그리고 난 왠지 친숙해 보이는 선두 땅개의 등 흉터를 계속 쳐다보

았다.그 흉터는 왠지 글씨처럼 보였다.

...뜨...따....글...링...?따글링?

"따글링이닷!"

나의 기쁨 반,두려움 반의 함성소리는 아수라장인 벙커 안을 가득 메웠다.

"뭐?"

나머지 세명은 나를 향해 '저새끼 미쳤나?'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나는 다급하게

설명했다.

"저기,땅개떼들에서 제일 앞장 선 새끼가 따글링이에요!"

"에에엣?"

모두 다 놀란 표정이었다.그러나 단 한명,이 와중에서도 싸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있었다.

임상진 병장.

그는 착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 새끼 사람한테 개기다 그렇게 개피 봐놓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그러더니 그는 땅개가 오고 있는 방향의 총구로 다가갔다.이미 땅개들은 200m정도까

지 접근해 있었다.텅~텅~벙커가 씹새의 공격으로 계속 울리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신

경쓰지 않았다.우리도 그의 분위기에 빨려들어가서 멍하니 그를 보고 있었다.

그의 행동은 간단했다.그는 총구에 입을 가까이 대고 외쳤다.우리도 그 방향의 환기

창으로

재빨리 붙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따글링!"

글링...글링...글링...온 사막에 따글링을 부르는 소리가 울렸다.그리고...따글링은.

.. 엄청나게 뛰어오다말고 갑자기 멈추다가 뒹굴어버렸다.끼이익!퍼버벅!그리고 그 뒤

를 따라오던 땅개들도 연속으로 따글링에 걸려서 넘어졌다.완전 아수라장이군...병장

님의 말 한마디의 위력은 저 정도였던가...

뭉게뭉게...흙먼지가 서서히 걷혔다.땅개들은 모두 엉켜서 넘어져 있었다.그리고 임

병장님은 다시 한번 외쳤다.

"야!따글링!"

벌떡!그 저글링 떼중 한마리가 벌떡 일어났다.따글링.눈빛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그놈의 온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아하하!그리고 병장님은

다시 한 번 외쳤다.

"따글링!야!"

따글링은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휙!돌더니 그대로 반대쪽으로 열라게 뛰기

시작한 것이다.개소리로 짖으며...다른 땅개들은 황당했는지 잠시동안 가만히 있다가

도망자를 처치하기 위해서인지 모두 무섭게 울부짖으며 따글링을 쫓아갔다.

"왈왈왈!"

"캬오~캬아아악!캭!"

그리고 마침내 한 땅개가 따글링을 덮치고 순식간에 땅개 수십마리가 따글링을 에워

쌌다.게다가 그 크게 다친 씹새도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따글링을 쫓아갔다.그러나 따

글링이 어떤 놈인가.우리에게 걸려 산전수전 다 겪은 놈이 아닌가.미친개나 찍새와도

싸워봤는데 뭐가 무섭겠는가.

"캬아아~왈왈왈!아우~"

그 놈은 그 수십마리의 땅개속에서 높이 뛰어올랐다.그 놈의 몸은 피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그놈의 피는 아니었다.그 놈은 자기를 둘러싼 땅개들을 물어 버리고는 튀어오

른 것이다...그렇다...이미 그 놈은 지 주위의 땅개들과는 레벨이 틀렸다...녀석은 그

정도까지 성장을 한 것이다...크흑...우리가 키웠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벅차올

랐다.크흑...난 외쳐주었다.

"야!따글링!잘 살어라 임마!"

"왈왈왈왈왈!"

그 놈은 아무 말도 안 들리는지 미친듯이 짖어대며 벙커의 반대쪽으로 무조건 뛰었

다.다른 땅개들이 쫓아갔지만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엄청난 속도였다.무서운 놈...

그러나 임 병장님이 더 무서운 놈이라는 것을 난 곧 깨달을 수 있었다.

병장님은 말했다.

"따글링과 땅개떼들의 거리차가 너무 떨어지면 땅개떼들이 포기하고 다시 우리들을

노릴 수도 있으니..."

그는 자신의 총으로 지평선으로 아스라이 사라지고 있는 따글링을 정확히 조준했다.

그리고 삼연사했다.탕!탕!탕!그는 정말 놀랍도록 냉철했다.무서운 인간...-_-;;;

"왈왈왈왈왈!"퍽!（풀썩）벌떡!"왈!"퍽!（풀썩）벌떡!"왈!"퍽!（풀썩）벌떡!"왈왈왈왈왈!"

그 놈은 세번을 쓰러졌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났다...이미 다른 땅개나 다쳐서 비

실대는 씹새와의 거리차는 상당히 좁혀져 있었고 따글링은 집념 하나로 다시 뛰기 시

작했다.

그렇게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는 따글링과 땅개떼,비실대는 씹새를 보면서 우리는

통쾌하게 웃어제낄 수밖에 없었다.아하하하...아하하하하하!

한 30분 후에 지원군이 도착했다.그는 날개가 갈기갈기 찢어져 땅에 쓰러져 있는 씹

새 한마리와 이미 산산조각나 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이（폭탄먹은 씹새다）들을 보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왜 이제야 온 거야?언제 연락했는데!"

"뭔 헛소리야?우리는 지원나가라는 명령받고 5분만에 졸라 뛰어온건데?"

"뭐?"

이상했다.진짜 이상했다...우리 모두는 골똘히 생각했다.그러다가 우리는 우리의 생

각이 한 점으로 모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퍼레이션 센터 자식들이!"

그렇다.그 자식들이 우리 엿먹이려고 일부러 졸라 늦게야 지원군 보낸 것이다...

우리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하염없이 소리지를 수 밖에 없었다.

"이 오피 센터 새끼들 언젠가 진짜 깐다아아아아아아!"

깐다아아아...깐다아아아...

우리의 외침은 공허하게 사막에 울려퍼졌다.
으으...이제 내일이면...온다...지겨운...한미합동합숙훈련의 그 날이...지네가 a군

이라고 끝까지 우기는 미군이 우리 부대에 찾아와서 합숙훈련을 하는 것이다...그 재

섭는 놈들 상판 보기싫어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