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린일기]-1.땅개와의 조우...（1）

후우~!

진짜 졸라게 덥다.씨불.보호복까지 입고 있으려니까 보호복이 땀복이 된다.극도의

통풍불량.오직 안전만을 위한 최첨단 옷이란다.최첨단 좋아하네.땀이나 좀 빠지게 해

주지.게다가 재질은 뭔지 열은 무쟈게 받아서 달걀 이 옷 등판에 깨놓고 익히면 익

겠다,익겠어.

지금은 정찰중이다.이 곳은 사막만 쫙 깔린 시게리터 별이고,나는 지구의 한국에서

이 곳으로 발령받아온 k군 소속（여기서는 알파벳으로 구별되는 나라의 군대가 별로 없

다.만약 있다면 두 케이스인데,졸라 강대국이거나 군대덜이 졸라 특별하거나.우리는

후자다...띠벌.어쨌든）지금은 정찰 중이다.칼날같은 군기를 바짝 세우고 한 시의 늦춤

도 없이 저그와의 조우에 대비하여 언제나 주위를 한치의 틈도 없이 정찰하라는 상부

의 명령은 개 풀 뜯어먹는 소리로 날려버린지 오래다.내 옆에서 걷는 우리 분대원들

중에는 아예 총신을 잡고 개머리판을 질질 끌고 다니는 놈도 있다.총에 기스 안나냐구

?개머리판 단단해서 기스 절대 안난다.뭘로 만들었는지 진짜 궁금하다.어쨌든,난 그

저근지 조긴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해 본적 없다.소문에 따르면 졸라 무섭다는데

또다른 소문에 따르면 총도 없단다.교육시간에 저그가 뭔지 안 가르쳐줬냐고?눈뜨고

잤다.a군（졸라 건방진 미국 애세덜이다.u군이라고 해도 될걸 끝까지 지네가 a랜다.미

친~）이 보고 열라 놀라는 점중의 하나다.눈 뜨고 자는 거.지넨 죽어도 못한단다.빙,신

들.이야기가 또 딴데로 세는데,어쨌든간에 오늘 정찰도 땀 삐질삐질 흘리며 이 주위

몇바퀴 도는 것으로 끝날 모양이다.힘들어 미치겠다!보호복 10kg추정,가우스 라이플 3

kg추정（이렇게 무식하게 무겁게 만들어 놓고는 기술의 승리란다.500년 전 총도 왠만한

건 3kg였다...）뭐 그밖에 식량등등...참,식량따윈 없고 오직 알약이다.밥이야 부대 돌

아가면 주지만 정찰하거나 행군할때는 그냥 알약 가지고 다닌다.맛대가리 없는 알약

하나 삼키면 영양분이 모두 채워진다고는 하지만,먹어도 배고픈건 마찬가지다.그래서

가끔 야생동물이라도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불?불은 불돌이（우리는 화이어뱃을 불돌이

라 부른다）가 멋지게 익혀준다. 불돌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저 우리 옆의 불돌이

김영식 일병...진짜,졸라,무쟈게 불쌍하다.이 날씨에 손에 불달고 등에 가스통을 메고

다닌다.일설에 따르면 화염방사기 무게가 10~20kg이란다.게다가 보호구도 혹시나 가스

폭발할 걸 대비해서인지 우리보다 훨 두껍다.불쌍한 놈.이 더운 날씨에 불을 달고 다

니는 셈이니.

"헉,헉,진짜 무쟈게 덥다,띠발!"

내 옆의 이명석 상병이 말을 걸어왔다.이시키가 아까 그 총 끌고 다니던 새끼다.이

당나라 군대 새끼!

"총이나 제대로 들어 이 당나라군대 새꺄"

"충고 고맙네 친구"

하더니 그는 총을 휙 뒤집어 총구를 질~질~끌기 시작했다......니 조때로 해라,그래.

그 때 뒤에서 임상진 병장이 말했다.

"조용히 해라.상부에서 통신이 왔다"

"예?"

상부에서의 통신이라면?뭐지?이 주위에서...

...설마,야생동물 떼?

전에 상부에서 통신이 왔다고 해서 저그인지 뭔지랑 만나는 줄 알았다가 왠 들소 비

슷하게 생긴 거 수백마리 만나서 무쟈게 잡고 기지의 scv（편의상 공돌이라고

한다...사실 다 공돌이 라고 부른다.물론 에씨브이가 훨씬 폼나긴 하지만 우리는 폼하

고는 10년전에 싸운 원수지간이다.그냥 내 편한대로 부르면 그만이다）몽땅 끌고와서

다 끌고 간 다음에 기지에서 고기파티를 벌인적이 있다.그 후로 오퍼레이션 센터에서

는 주위에 야생동물떼로 보이는 거만 잡히면 즉각 연락한다...물론,그 후로 우리 윗사

람들 여럿 영창갔다는 소리도 들었기 때문에 우리도 조심한다.

어쨌든,곧 우리 모두의 스피커로 목소리가 연결돼기 시작했다.

-3시 56분 위치,2km거리에서 알 수 없는 생명반응 여럿이 잡혔다.가서 확인하기 바란

다.반복한다.3시 56분 위치,2km거리에서 알 수 없는 생명반응 여럿이 잡혔다.가서 확

인하기 바란다.

...세시 오십육분?지금 장난노냐?나랑 장난까자구?그냥 쉽게 네시라고 해라,이 븅신

들아!

게다가 이 사막에서 2km?갔다가 소 몇마리 풀 뜯고 있으면 니네 죽는다!라고 말해주

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난 직빵 영창이다.젠장.

"병장님,4시 방향에서 알 수 없는 생명반응이 잡혔답니다!"

"3시 56분 방향이다,정명진 상병"

"..."

알 거 다아는 분이 왜 이러시나,정말!

"...가셔야죠?'"

"잠깐,3시 56분 위치의 시침방위를 산출하고"

답답한 놈,제발,그냥 4시로 가자구!이거 도대체 어떤 자식이 만든거야!분명 한

2~300년 전까지만 해도 시 단위로만 말했지 분 단위로는 안 말했다고 알고 있다.

하여튼 병장이 시계바늘로 방위를 맞추려고 보호복의 시계 부분을 열었다.위잉...철

컥!

...전자시계였다.맨날 써놓고 그것도 모르냐?

"...그냥 네시 방향으로 가도록 하지.날 따라 오도록"

결국 그런 식으로 쪽을 당하는구먼.그냥 네시 방향으로 갔으면 좋았을 걸 말야.그건

그렇고,이 사막에,이 땡볕에서,갑작스러운 2km를 또 언제 걸어가냐?다시 한번 말하지

만,소 풀 뜯어먹고 있으면 너넨 진짜 죽는다!

그 때 상부에서 명령이 왔다.

-치치치...한시가 급하다.뛰어가도록.

...소 풀 뜯어먹고 있으면 진짜 다 뒤졌어!
[머린일기]1.땅개와의 조우...（2）

졸라게 뛰었다.스펀지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보호복의 속은 이제 누르면 땀이 배어나

올정도가 됐을 것이다.（입고 있으니 누를 재주는 없다）에어컨이라도 달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계속 마음속에서 '소 풀이면 뒤졌어,소 풀이면 죽음이야,소 풀이면 뒤졌어,소 풀이

면...'을 외우고 있는데 내 옆에서 이명석도 뭐라고 조그맣게 웅얼거리고 있다.뭐라

그러는지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자니 뭔가 나오는 말이 있었다.오...우?오우?...

...소 풀...그렇다!그 녀석도 입으로 '소 풀...소 풀...'하면서 뛰고 있는

것이었다!진짜 진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아,결국 최악의 사태엔 저녀석

이랑 오퍼레이션 센터를 뒤엎어야겠군.동지가 있는 군인은 외롭지 않다...

이런 쓰잘데기없는 잡생각을 하면서 마침내 오피센터（편의상 오퍼레이션 센터를 줄여

서 말하기로 하겠다...솔직히 우리들도 이렇게 부른다）에서 연락해준 거리인 2km를 다

뛰었다.헉...헉...힘들다...그런데...

... 그 곳에는 한가로이 소 몇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사막인데도 불구하고 풀이 드

문드문 나 있었던 것이다.

개씹새조까튼열라미친삼류새끼들!감히 대k군 상병을 상대로 삽질을 해?

"으아아아악!이게 뭐야아아아아!!!!소 풀뜯고 있잖아!!!오피센터 새끼들 다 뒤졌어

오늘!!!!"

이명석은 아무 말 없이 질질 끌던 총기를 제대로 잡더니 점검하기 시작했다.철컥,철

컥.

그 때 오피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치이익...자네들 한가롭게 거기 서서 뭐하나?

우리중 제일 고참이신 병장님이 대답하셨다.

-여긴 지금 소 풀뜯는 광경밖에 보이질 않는다.무슨 일인가?

-우리가 3시56분이라고 하지 않았나?자네들은 4시 방향으로 가더군.오차가 생겼다.게

다가 알지못할 생명채들도 그 사이에 조금씩 이동을 했기 때문에 현재 자네들과는 약

간의 거리차가 생긴 것이다.

...3시 56분이랑 4시의 거리차가 그렇게 크단 말인가?정녕 그냥 대충 4시로 살자고 했

던 내가 바보븅신이란 말인가?우리는 진정 삽질한 것이었단 말인가?

-...그래서 어디로 가면 좋은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하튼,그래서 그 후는?

-007 다이얼을...이 아니라,200m쯤 가다보면 그 생명체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신

중히 가도록.

...저새끼 뭔 생각하는거야.뭔 007에 다이얼...어쩌고 저쩌고야...

-알았다.곧 가도록 하겠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리라고?어디 북북서를 볼까...

...띠벌놈들,말이 좋아 200m지,완전 언덕밭이군.어쩌라고?걸어가기도 힘들겠다.

-치칙,아,참고로 주의를 위해 포복한다.이상.

......소 풀이 아니라도 죽이고 싶다.이 땡볕의 사막 언덕 모래위를 포복하라...하하

하...

"포복한다"

병장님의 명령은 짧고 강했다.

띠발...조때따...

내 머릿속을 스치는 욕도 짧고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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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헌날 욕이다 ㅡㅡ
머린일기-1.땅개와의 조우...（3）

띠블,띠블,띠블,썬오브비지랄,조또마떼구다사이,니하오니미럴,구텐 썅,봉주랄...이게

뭐냔 말이다!지금 이 땡볕에서 모래밭에 배 비비면서 뭐하는 짓이냔 말이다!헉,헉,땀

진짜 쫙 빠진다...

미쳐버리겠다...이제 입에서 소 풀 따위 말도 안 나온다...옆에 이명석이 보니까 기면

서 가우스 라이플에 대검 달고 있었다.살벌한 놈...그 무게잡는 임상진 병장의 주위에

서는 지금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젠장...잘못 걸리면 조땐다...

"멈춰라.저 밑이다"

움찔.우리 모두가 멈췄다.우리는 지금 언덕 위에 올라와 있었다.그리고 임상진 상병

은 고개를 언덕 밖으로 쏙 내밀었다가 재빨리 휙 거뒀다.저 위압감에 어울리지 않는

쪼잔한 행동...

"...소 풀 뜯어먹는 것 같지는 않군"

우리들도 궁금증이 생겨서 고개를 쏙 내밀어 보았다.저 밑에는...

어딜봐도 개로 보이는 갈색 동물 몇 마리가 펄쩍펄쩍 뛰며 지들끼리 잘 놀고 있었다.

"쌩 쑈를 하는구만,쌩 쑈를 해"

...이명석 상병의 날카로운 비평.임상진 병장님은 재빨리 오피센터에 연락을 취했다.

-치칙.무슨 일인가?

-그 이상한 생명체를 발견했다.확실히 지금까지 본 적은 없는 놈들이다.

-그런가?묘사.

-갈색으로 약 1m로 추정되는 신장,다리는 네 개이며 머리가 상대적으로 크고......

개와 상당히 흡사하게 생겼다.

-저글링이군.

-저글링?

-그렇다.저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놈들이다.그래도 싸움은 잘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저그가 저런 놈들이었단 말이지?알았다.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나?

-몇 마리인가?

-하나,둘...네 마리이다.

-잡아라.생포하도록 하고,힘들면 사살하라.

-알았다.

치칙.연락이 끊겼다.

불돌이 김영식 일병이 말했다.

"아따,저시키들,저 돋만한 시키들,저거 순 똥개 아닌교?기냥 때려 잡으면 땡이지 않

습니꺼?

뭘 또 생포씩이나..."

"아니다,저놈들이 어떤 점에서 무서운 지 모른다.어쩌면...물리면 광견병에 걸리는

미친개 종류인지도 모르지"

"야?미친개라고라고야?아따,그럼 팍 쏴 디지게 해부려여~!미친개한테 물리면 물만봐

도 지럴하고 사람한테 짖으면서 발광하다 죽는당게~!"

"하지만 상부 명령은 생포하라고 했다"

"지네들이 어찌 알겄소?씹어불면 되잖겄소?그건 글구,저것들 저글...뭐라고 하기도

귀찮한데,딴 이름이나 후딱 지어버립시다"

"좋지,뭐라고 하면 좋을까?"

...상부에서는 우리가 지금 피튀기며 졸라 열심히 싸우는 줄 알겠지...

"개돌이 어때?""똥개 어때요?""개새는 어때?""개돌이가 짱이라니까""개바리""병신,그

건 군바리랑 비슷하잖아""그럼 개돌이는?"

열띤 토론의 분위기를 무너뜨리며 임상진 병장은...정말 무서우리만치 엄숙한 얼굴

로,어떤 성스러운 일을 하는 분위기로,마치 우리 민족의 장대한 역사를 말하듯이 엄숙

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저글링을 땅개라 명한다"

...날 건드리면 몽땅 죽여버리겠다,혹은 독도는 한국땅임에 분명하다...혹은 고구려

는 세계를 제패했다...하고 말할 얼굴로 하는 말이,땅개라고 하겠다...라...웃음을 참

아야 했다.웃으면 맞아 죽는다.

"옙!땅개!알겠습니다!"

"좋아,그럼 지금부터 땅개를 잡아볼까?되도록 생포하라고 했지만 상부 명령은 그냥

간단히 씹어버리고 왠만하면 한마리를 뺀 모두 사살한다.남기는 한마리도 조금만 반항

의 기색이 보인다면 바로 쏜다.알았나?"

"예!"

"좋아,시작한다.정명진 상병!먼저 한 발을 쏴라.그 후 모두 일제 사격이다.제일 후방

의 놈은 생포하도록 한다.알았나?"

"예!"

"준비...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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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터 끝까지 욕이구만 ㅡㅡ
머린일기-2.우리는 그를 미친놈이라 부른다...（1）

드르르르르르르르륵!

가우스 라이플이 불을 뿜었다.불돌이는 우리 앞에서 저놈들이 가까이 붙을 경우 구워

버리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하지만 지가 뛰고 날아봤자 땅개지 뭐,별 수 있겠어?

퍼퍼퍽!퍽!퍽!퍽!퍽!퍽!퍼퍽!퍼퍼퍽!

사전 약속도 없었는데 우연히도 운 졸라 없는 한 놈만 집중적으로 맞았다.집중사격당

한 그 놈은 졸라 황당하다는 표정&딥따리 아파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우릴 야렸다.어쭈

?저게 총 맞고도 개기네?저거 개 맞어?야,니 개 아니지?

...딥따리 아프다는 표정으로 야리던 그놈과 덩달아 같이 야리던 나머지 3마리는 곧

풀쩍 뛰어서 우리한테 뛰어오기 시작했다.어쭈?어쭈?

"어?어?어?"

내 입에서 어어어?소리밖에 안 나올 때 내 옆의 이명식 상병의 입에서는 좀 더 현실

적인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어,씨,발?어,씨,발?어,씨,발?"

...현실적인 놈.하여튼 우리는 계속 총을 쏴댔다.뒤져!으아아아!그러나 그 색히덜은

계속 '아!아!왜 때려!씨,발!나 지금 졸라 아퍼!올라가면 다 뒤졌어!'하는 눈빛으로 미

친듯이 뛰어 오르다가 졸라 아픈 듯 싶으면 굴러 내려가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드르르르륵...총알은 다 떨어져가고 있었다.땀나는데...윽.마침내 철컥,철컥 하는 소

리가 병장님의 총에서 나기 시작했다.병장님의 눈에는 약간의 핏발이 서 있었다.병장

님은 묵묵히 권총을 뽑아들었다.원래는 병장주제에 권총 소지가 안되는게 당삼이지만

정찰나갈때만 권총 특별히 준다.어쨌든,병장님은 '나 지금 스팀 열라 올랐다'라는 표

정으로 총을 묵묵히 쏴대기 시작했고,땅개들은 권총을 맞자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더니

'이 씹새 더 아프게 때려?'하는 표정으로 아예 모래언덕을 박박 기면서 올라오기 시작

했다.이명식이 총알도 다 떨어지고,내 총알도 12발을 가리키고 있으며,불돌이 김영식

이가 화염방사기 불꽃 일으키고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눈앞에서 뭔가가 휙!나르더니 땅개의 턱에 빡~!꽂혔다.정통으로 맞은 그 무언

가는 하늘로 튀어올라 몇바퀴 돌다 떨어졌으며 우리의 몇 발 앞까지 올라왔던 땅개는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졌다.아까 혼자 총알 다 맞은 그 땅개였다.그리고 날아간 것은

권총이었다.

내 왼쪽,그러니까 임병장님에게서 무시무시한 신음소리와 함께 일갈이 터져나온 것은

빙글빙글 돌던 권총이 땅에 떨어지고 이명식이가 탄창 재장전 하던 폼 그대로,김영식

이가 불씨 조금 더 일으키던 폼 그대로,내가 잔탄수를 보며 초조해하던 자세 그대로,

턱 돌아가게 권총으로 얻어맞은 땅개의 눈이 휘둥그래진 폼 그대로,나머지 땅개들이
야

리는 표정에서 황당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그 두 표정이 겹치는 폼 그대로 뻑 소리와

함께 굳어있던 때였다.그 일갈은 굳어버린 시공간을 깨기에 충분했다.

"이 땅개새끼들이 감히 사람한테 개겨!너희 다 뒤졌어!"

...임 병장님의 눈에는 핏발이 가득 올라와 있었다.그건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악귀,

혹은 미친놈의 눈에 어울리는 눈이었다.

휙!내 왼쪽에서 바람소리와 함께 임병장님이 사라졌다.

1초.1초만에 아까 총 졸라맞고 권총까지 맞은 그 저글링은,그러니까 땅개는 개머리판

으로 머리 돌게 맞았다.뻑!

"뒤져라 이 씹새꺄!"

그 땅개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왜 나만 때리냐 띠블...'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임병장

님은 상관않고 개머리판으로 불쌍한 그 땅개를 계속 찍어대기 시작했다.이제 그 땅개

는 '살려줘요 씨...'하는 표정이 돼며 눈에 이슬까지 맺었다.그러나 병장님은 신경 안

썼다.

"죽어!죽어!으아아아!"

남은 세마리의 땅개들이 어쩔 줄 모르고 뛰어들었으나.

병장님은 개머리판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공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미 아까 그 땅개는 피투성이가 된 채 인사불성으로 기절해 있었다.곧 이어서 뻑!하

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땅개 하나가 나뒹굴고,다른 땅개는 개머리판에 머리 찍히고,

나머지 하나는 그대로 째다 던진 총에 맞고 기절했다.

...인간이 돌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 모습이었다.인간의 두려움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 후로 우리는 그를 미친놈이라 부른다...

어쨌든,이것들을 잡았으니 이제 끌고 가야겠지?
머린일기]3.따글링 그리고 장난감...（1）

질질질질질...

우리 인원수 넷이다.

병장님,나,이명식,글고 저 불돌이.

땅개들도 인원수 넷이다.
총으로 졸라 맞고 개머리판으로 졸라 피터지게 맞은 새끼랑,야리다가 같이 맞은 두마

리,알아서 겼지만 결국 편하게 끌고가기 위해 기절시킨 한마리.

끌고 가기 딱 좋잖아?

지금 우리분대는 본부로 귀대 중이다.우리 손에는 각자 땅개들의 꼬리가 하나씩 쥐어

져 있다.질질질...그건 그렇고 이거 쪼그마한게 열라 무겁네...

"어,무겁다"

내 옆에서 한 손에는 총끝을,한 손에는 땅개의 꼬리를 잡고 질질 끌고 있는 이명식이

말했다.그놈 주위에서는 양쪽으로 흙먼지가 일어나고 있었다.

"쿨룩,쿨룩,야,얌마,총은 왠만하면 들던,쿨럭,지,어,어깨에 매라,쿨럭쿨럭..."

"조까.내맘이야"

"그럼 니 조때로 하던지...쿨,쿨럭!쿨럭!"

그때 불돌이 김영식이가 물었다.아,나한테 말고.

"헉,헉,병장님,얼마나 남았습니꺼?"

"한 3km?"

"아직도 그만큼 남았습니꺼?땡볕에 걷기 드럽게 힘드네예.이 땅개새끼덜은 그냥 버리

고 가죠?"


"안된다.그래도 명령은 지켜야지.그리고 3km가지고 무슨 엄살인가?"

그 때였다.병장님이 끌고 가시던 그 총 졸라 많이 맞고 권총 혼자 다맞고 던진 권총

맞은데다 개머리판으로 처음 맞았으며 혼자서 개머리판으로 찍힌 그 땅개（...--;;;）가

정신을 차린것은.지독한 놈.나같으면 그냥 기절한 척 하겠다...

"캬르르르..."

"벼,병장님!이새끼 정신 챙겼나봐여!졸라 지독한데여?"

"미친놈.그냥 눈감고 있으면 덜 맞을것을 매를 버는군"
병
장님은 끌고 가던 그 졸라맞은 땅개를 휙~!하고 공중으로 던지더니 총을 거꾸로 잡고

풀스윙으로 후려쳤다.퍽~!

"카악!"

"그새끼 붙잡아봐"

"옙!"

"카악~!카악~!"

반항이 거셌지만 우리는 그 자식을 간신히 찍어 눌렀다.그리고 임 병장님은 다시금

얼굴을 굳히시고 '난 지금 졸라 엄숙한 말을 해야 한다'는 표정으로 그 놈을 쳐다보며

말씀하셨다.

"이새끼는 졸라 맞았으니 왕따라는 뜻에서 지금부터 따글링이라 부른다"

...이제야 알겠다.병장님은 항상 뭐 이름 붙이실 때는 얼굴을 굳힌다...

"옙!"

"야,이명석 상병!너 아까 총에 대검 끼웠지?"

"예,그런데요?"

"저새끼 등에 이름 새겨라.따글링 이라고"

"예?정말이십니까?"

이명석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그리고 임병장님은 졸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셨다.

"그럼 구라치니?"

그리고 이명석은 대검을 놈의 등딱지에 대더니 긁어대기 시작했다.햐~그거 등껍질 한

번 두껍네.하긴,총알도 못 뚫을 정도니까...우리 모두 웃음을 참으면서 그 광경을 보

고 있는데 병장님이 다시 한말씀 하셨다.

"이명석 상병"

"예?"

"...크게 새겨라"

"...예!"

끼익...끼익...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 땅개는 버느적거렸지만 결국 그놈의

등딱지엔 커다랗게 '따글링'이라고 써지게 돼었다.나름대로 멋있는데?푸하하하하!

"다 새겼습니다!"

"좋아"

그러더니 병장은 아무 말없이 다시 따글링의 머리를 세게 후려쳤다.퍽~!구슬프게 울

던 따글링은 곧장 기절했다.불쌍한 놈...하하하!

"누구 구두약 있는 사람?"

나한테 있는데...

"이놈 이름 있는데 구두약으로 칠해라"

"...예!"

"자.그러면 본부로 돌아가기로 하지"

땀 뻘뻘 흘리고 흙먼지 풀풀 내면서 기지로 귀환했을 때는 어언 저녁시간 이었다.우

리는 저글링（땅개말이다）을 생포해 온 공으로 졸라 칭찬받고 특별식사를 제공받았고

다음날 아침의 우리를 위한 특별소집 때는 표창장이랑 선물도 받았다.역시 먹을거...

--;;;상부에서는 우리가 먹을거만 밝히는 놈인줄 안다.물론 그렇긴 하지만...하여튼

쑥스러워 하며 표창장과 선물

을 받고 있는데 우리 상 주시던 하사관님께서 말씀하셨다.

"뭐 다른 갖고 싶은 건 없나?왠만한 거면 내가 주도록 하지"

"예?"

갑작스러운 질문에 모두가 당황했다.뭘 달라그러지?먹을 거?충분히 받았는데...?그럼

뭐 달라고 할 게 없잖아?

그 때 이명석이 우리에게 소근거렸다.

"장난감 어때?"

"장난감?"

"응"

"에이~애새끼들처럼 무슨 장난감"

"아냐,아냐.이건 어른 갖고 놀기에도 재밌어.일단 맡겨봐"

하더니 그놈은 말했다.아,물론 병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는 눈치를 보인

걸 보고 나서 말이다.

"등에 따글링이라고 씌여진 땅...저글링을 주십시오!"

"뭐야?아니,자네들이 그걸 어디에 쓰려고?"

"예,그런 게 있습니다만..."

"흠...좋아,어차피 연구 목적이라면 3마리로도 충분하니까"

"감사합니다!"

푸하하!네놈 속을 알겠다!니,그 땅개 가지고 약올리면서 장난 칠려고 그러지?어쨌든

이거 재밌게 됐는데?

그 날로 우리가 있는 배럭에는 저글링 우리 하나가 들어오게 되었다.

등에 따.글.링.이라고 크게 씌여진 저글링이.

푸히히히히~
머린일기]4.저글링에 대한 몇가지 실험보고서...（1）

우하함...졸라게,무쟈게,엄청 심심하다.따글링이랑 눈싸움이나 할까?

말은 곧 행동.주저앉아서 따글링을 계속 노려봤다.그 놈도 나를 계속 노려보기 시작했

다.

찌릿...（--*） （/_/*）

그런데 옆에서 이명식이가 뒷통수를 때렸다.퍽~!

"야 이 씹새꺄 왜때려?"

"이런 븅신,할 짓 없어서 개쉐끼랑 눈쌈질이냐?"

"심심하니까 그렇지!"

"야,근데 저거 누구 말을 가장 잘 들을까?"

"모르겠는데...?내 말 아닐까?그래도 내가 밥도 주고 다 했잖아"

"아냐,아냐,병장님 말일거야.저 놈한테는 병장님 말이 곧 법이잖아"

"한 번 실험해볼까?"

우리를 지긋이 지켜보시던 병장님과 지켜보던 김영식 일병도 재밌겠다는 뜻을 비쳤고

우리는 즉시 실험에 착수했다.

실험 1.저글링은 어떤 유형의 인간을 가장 잘 따르는가?

실험자:임상진 병장 외 3명

피실험자:저글링（지금부터 '따글링',혹은 '저글링 갑'이라고 명한다）

준비물:약간의 먹을 것,총,단단한 보호복

실험 목표:저글링의 생태파악을 위해서 우리는 저글링이 어떤 유형의 인간을 잘 따

르는지 관찰해 보기로 하였다.이를 위해 누가 먼저 '따글링'에게 이 별에서는 발견되
지 않은 지구의 생명체인 '개'의 짖는 소리를 나게 하는지 실험하여 그 관찰

결과로-즉 가장 빠르게 '개'의 소리로 '따글링'을 짖게 하는데 성공하게 하는지에 대

한 결과로-'따글링'의 인간유형 선호도를 알아보기로 하였다.

실험 의의:1.저글링은 과연 어떤 유형의 인간을 잘 따르는가?

2.저글링은 과연 인간을 알아볼 만큼의 지능이 있는가?

실험 설명:1.'보통 사람'혹은'먹이 제공자'의 역할을 맡은 '이명석 상병'이 가장 먼

저 시작했다.그는 맨 처음 하루종일 굶긴 후에 '새우깡'을 정확히 하나씩 던져주며

'짖어봐,멍!멍!'이라는 명령을 반복했다.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던 '따글링'은 결국
새
우깡을 주워먹으며 '크르릉'이라던 짖는 소리를 '멍'으로 잠시 바꾸게 되었다.그러나

이 행동은 식사제공 후 곧 중단되었다.

2.'친절한 사람'역을 맡은 정명식 상병은 피실험자'따글링'이 원하는 만큼의 새우깡

을 제공하며 계속 '난 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한 번만 '멍!'이라고 짖어보지 않

을래?'라고 했으나 결국 실험 1시간 30분만에 울화통이 터진 정명식 상병의 실험 거부

로 실험 중단.'따글링'은 마치 인간이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음.

3.'난폭한 사람'혹은 '매를 드는 조련사'역을 맡은 임상진 병장은 '따글링'을 우리에

서 꺼낸 뒤 '한 번 네 좇대로 짖어보시지'하고 단 한번 명령한 후 계속 '따글링'을 구

타했다.

다.'따글링'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계속 맞으며 크르렁 거렸다.여기서 매우 특이한 반

응이 나타났는데,약 30분을 구타당하던 '따글링'은 이 별의 여러 생명체의 소리를 차

례로 따라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우선,'까악,까악'하는 소리를 내더니 그래도 '임상

진 병장'의 구타가 계속되자 '음메~음메~'소리로 짖었고 계속하여'개굴,개굴''야옹,야

옹''찍,찍''카아아아아'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결국은 '깨갱갱,멍,멍'하는 소리를 자신도 모르게 냈고 그 때 임상진 병장의

구타가 잠시 중단된 점을 재빨리 감지하고는 그 뒤로 계속해서 '멍,멍'소리로 짖기 시

작했다.실험 후 3일,아직도 '따글링'은 '멍,멍'하며 짖는다.아마도 자신의 개체 고유

의 소리를 잃어버린 듯하다.또한 그 사납던 '따글링'이 '임상진 병장'앞에서는 매우

유순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관찰되곤 한다.

실험 결과

1.'저글링'은 '자신을 구타하는 사람'을 가장 잘 따른다.

2.'저글링'은 '개체 특유의 소리'를 쉽게 잊어버린다.

3.'저글링'은 '다른 개체의 소리'를 쉽게 흉내낸다.

4.뿐만 아니라 '저글링'은 일단 흉내낸 개체의 소리를 계속 습득하여 가지고 있는다.

이상 실험1 마침.
=================================================

제가 저번에 올린 환상의테란에서 나오는 임대건은 현재 존재하는 김대건 선수와

전적으로 다릅니다. 이름이 비슷할 뿐이지... 김대건 선수가 2020년 까지 프로게이머를

함까? ㅋㅋㅋ 암튼 되게 잔인하군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다~!!!와와~!!!（^0^）（^0^）

우리는 이 실험으로 한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개나 소나 저글링이나 무조건 패면 말

을 잘 듣는다는 것.지가 사람이기 전에는 말로 해서는 말 안듣는다는 것은 나,정명진

상병이 가장 뼈저리게 깨달았던 점이다.나는 어떻게 해서든 대화로 해보려고 1시간

30분동안 그 쇼를 했던 것이다...역시 무조건 패고 봐야한다.

... 어쨌든 이 앞에서 진짜 피땀나게 맞고 피 줄줄 흘리며 우리에 갇혀있는 따글링

（그놈은 계속 애처롭게 멍!멍!하며 짖고 있었다）를 외면한 채 우리는 실험을 제대로

끝낸 자축파티를 하기 위해서 몰래 꽁쳐놓은 두꺼비를 세병과 한됫박（...어따 숨겨놨

었냐구 그 많은 걸?묻지 마라.다친다）꺼냈다.새우깡과 두꺼비를 차려놓고 막 먹으려고

하는데 아까 실험의 호기심을 제기했던 이명석 상병이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야,저 새끼도 술 쳐먹으면 꼬장부릴까?"

"에이...저렇게 맷집좋고 튼튼하고 게다가 외계괴물인 새끼가 술 먹는다고 취하기나

하겠어~취해야 꼬장이고 말고가 있지...안그래?"

"아냐 아냐,내가 술 마시고 안 뻗어봤다는 놈은 본 적이 없어"

그 때 불돌이 김영식 일병이 끼어들었다.

"맞심더,지도 으떤 장사도 술 먹고 안 뻗었다는 소린 못 들었심더!"（근데 얘 사투리

는 맨날 지역 불문가테...--;;;）

"그으래...?우리 실험 한 번 또 해볼까?재밌게~아아주 재밌~게애~~~병장님 생각은 어

떠십니까?"

"......"（끄덕끄덕）

"좋았어~!실험 시작이다!"

물론,술을 먹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그 당시 우리의 심정은 이명석 상병의 증언 한마디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저흰 그 당시 술을 먹고 싶다는 음주욕보다 지식의 깊은 곳을 알고 싶다는 지식욕에

목말라 있었고,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학교공부를 했으면 나 학자 됐다,학자 됐어.

어쨌든,이렇게 따글링을 상대로 한 제2차 실험이 시작돼었다.아싸~


실험2.저글링은 음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또 음주 후의 행동은 어떠한가?

실험자:임상진 병장 외 3명

피실험자:저글링（이하 '따글링'혹은 '저글링 갑'또는 '개소리 내는 저글링'으로 칭한
다）

준비물:약간의 알콜이 함유된 음료.총.단단한 보호복.

실험 목표:우리와는 다른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는 저글링이 음주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 살펴본다.또,음주후의 신경반응과 신체반응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저글링의

생태에 한발짝 더 접근한다.

실험의의:1.저글링의 '주량'을 알 수 있다.

2.저글링은 취한 뒤 '사람을 알아보는 지' 알 수 있다.

3.저글링은 취한 뒤 '겁을 상실하는 지' 알 수 있다.

실험설명:1.하루종일 '따글링'에게 물과 그밖의 음료를 주지 않는다.

2'.따글링'에게 '약간의 술'을 권한다.（소주 한잔）.'따글링'은 목이 말랐는지 급하게

들이켰다.별 반응 없는 저글링을 관찰할 수 있었다.

3.'따글링'에게 '약간 더 많이'술을 권한다（소주 반병）.역시 목이 말랐는지 급하게

들이켰다.약간 비틀대는 저글링을 볼 수 있었다.

4.'따글링'에게 '약간 과다한 술'을 권한다（소주 한병）.목이 마르지 않아보임에도 급

하게 들이켰다.미친듯이 비틀대는 저글링을 볼 수 있었다.이 때 특이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는데,'따글링'은 계속 한 방향을 풀린 눈으로 주시하면서 비틀대다가 이윽

고는 지구의 생명체인'늑대'의 울음소리와 상당히 흡사한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그리고 쇠창살을 박박 긁어대며 저글링 본연의 소리인 '캬아'와 '따글링'이

새로 습득한 '멍!멍!으르르...'그리고 전혀 교육시킨 적이 없는 '아우우우우...'소리

를 번갈아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또,상당히 난폭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아무에게나

대놓고 마구 대들었던 것이다.그러나 임상진 병장이 앞으로 나가면 고개를 돌리는 모

습이 자주 눈에 띄곤 했다.

5.'따글링'에게 '상당히 과다한 술'을 권한다.（소주 한병+α）피실험자가 섭취를 거부

하였기 때문에 '임상진 병장'이 억지로 술병을 입에 쑤셔넣고 들이부었다.혼절할 듯

비틀거리는 저글링을 볼 수 있었다.눈은 완전히 풀려 있었으며,쇠창살을 부수고 나갈

듯 쇠창살에 계속 몸을 부딪혀대며 아무에게나 울부짖기 시작했다.심지어는 '임상진

병장'이 앞으로 나서도 입가에 '인간의 비웃는 표정'과 매우 흡사한 표정을 지으며 울

부짖었다.그 때의 울음소리는 완전한 저글링 본연의 소리였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6.'따글링'을 우리에서 꺼냈다.물론,실험자들은 안전을 위해 보호복을 완벽하게 입고

각자의 총을 준비해 놓았다.'따글링'은 휘청이더니 갑작스레 '임상진 병장'에게 믿지

못할 만큼 강한 적의를 표하며 임상진 병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곧,구타당해

서 쓰러졌다.

7.'6'의 실험을 반복한다.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는 특이한 사항이 발견되었는데,'임상

진 병장'이 눈앞에 보이면 발악을 하며 다시 우리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모습이 관찰

된 것이었다.그러나 대신 그 밖의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적의와 함께 무조건적인 공

격을 하는 모습도 포착되곤 하였다.

8.저글링의 주량을 측정하기 위해 '따글링'에게 '7'번의 상태에서 계속 술을 부어넣

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따글링'은 결코 '임상진 병장'을 공격하지 않았으며,'늑대

소리'나 '저글링의 원래 소리'도 계속 나지 않았다.우리는 아무리 마셔도 더 이상 그

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약 술 네병'을 들이부었고,결국 '따

글링'은 입에 '개거품'이라 불리우는 포말을 물고 쓰러졌다.

9.다음날 아침,'숙취'로 보이는 현상을 보이며 쇠사슬을 긁고 배를 움켜쥐며 구슬피

'깽...깽...'하며 울부짖는 '따글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실험결과:1.저글링이라도 술을 마시면 '취한다.'

2.저글링이라도 술을 들이부으면 '꼬장'이라 불리는 행동을 취한다.

3.저글링은 술을 마시면 '겁대가리'를 상실한다.

4.저글링이 술을 마시고 '겁대가리'를 상실한 상태에서 확실히 '교육시켜' 놓으면,나

중에 다시 술을 마셔도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인다.

이상 실험2 마침
이 저글링...그러니까 '따글링...'

술 쳐마시고 꼬장 부리고 할 거 다 하는 새끼였군.무서운 놈...

"제가 뭐랬심꺼?술 마시고 뻐기는 장사 없다고 안 그랬심꺼?"

김영식 일병이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잘났다,이 미친 새꺄.개쉐끼 술 취한거 알아낸게 그리 좋냐?"

"아니,그렇다기보다도..."

그 때 이명석 상병이 또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이새끼가?새우깡이랑 술 다 쏟아부으

면서 실험하더니 이번엔 무슨 실험을?--;;;

"야,미친 새꺄라고 욕하니까 생각나는 건데,저거 저 저글링 자식,미친개한테 물리면

어떻게 될까?"

"......"

엽기적인 놈.그냥 술 처먹인 것도 모자라서 이제 생체실험이냐?우리가 무슨 몇 백년

전 쪽발이 부대인 747부대인 줄 아냐?

"야,그거 재밌겠다.그리고 미친개 끌고 와서 돈 걸자.물린다,안물린다로.투견장처럼

말야"^^;;;

...그렇다.나도 결국 호기심에 휩쓸리는 한 사람의 인간이었던 것이다...아니,호기심

보다는 돈의 소유욕에 이끌리는 한 사람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병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끄덕끄덕.

"김일병 생각은...물어볼 필요 없구"

아랫사람은 윗사람 말하는데 따라와야지 뭐.

"좋았어!제 3차 실험 시작~!!!"

실험3.저글링도 공수병（속칭 광견병）에 걸리는가?또 공수병에 걸린 후의 반응은 어떠

한가?

실험자:임상진 병장 외 3명

피실험자:저글링（이하 '따글링'혹은 '저글링 갑' 혹은 '미쳐버린 따글링'이라 칭함）

준비물:미친개,공수병 치료제,단단한 방호복,총.

실험목표:저글링과 미친개를 싸움붙여서 저글링이 물리게 한 후 그 발병 결과를 살펴

본다.

그리고 물린 후의 행동을 살펴본다.죽기 전에 치료제를 놓아 살려준다.

실험의의:1.저글링의 '전투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인간이 맨몸으로 이기기 힘든 상대

인 저글링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낼 정도가 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2.저글링이 '공수병'에 감염되었을 때의 발병 상황과 그 때의 행동이 어떤

지 파악할 수 있다.

3.저글링에게도 '공수병'이 걸리는지를 앎으로써 저글링에 대한 '생물학적

무기'의 발판을 세울 수 있다.

4.저글링에게도 '공수병 백신'이 듣는지를 앎으로써 저글링에 대한 '생물학

적 치료법'의 발판을 세울 수 있다.

5.공수병에 감염된 저글링은 '겁대가리'를 상실하는 지 알 수 있다.

실험설명:1.일단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공수병 감염체를 공급하기 위해 '임상진 병

장'이 마을로 가서 미친개를 한마리 붙잡아 왔다.붙잡아온 수단은 '구타에 의한 실신

상태에서의 포박'이었음을 알려두는 바이다.

2.'미친개'를 묶어놓고 잘 치료해서 상처를 아물게 한 뒤,잘 먹여서 기력을 차리게

한 후 '따글링'을 데리고 왔다.둘 사이에 싸움을 붙이려고 했을때 '정명식 상병'이 만

류하며 실험에 대한 흥미유발을 위해 도박성 내기를 제안했다.'물린다''물리지 않는

다'로 양자택일하여 돈을 거는 것이었다.'정명식 상병'만이 '물린다'에 걸었고 나머지

는 모두 '물리지 않는다'에 걸었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3.'미친개'의 포박을 풀고 둘 사이의 싸움을 관찰한다.'따글링'과 '미친개'는 주위를

뱅뱅 돌면서 서로의 눈을 주시했다.그러나 '따글링'은 상대의 눈에서 광기를 읽는 것

으로 보였고 그것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워 했다.그러나 '따글링'이 먼저 공격했고,결

국 몸통을 물어서 '미친개'를 잡았다.그러나 '미친개'는 죽기 직전에 '따글링'의 꼬리

를 물었다.이 때 배럭 내에는 '따글링'의 약간의 고통이 섞인 승리의 환호소리와 '정

명식 상병'의 기쁨이 섞인 환호소리로 가득 찼음을 밝혀두는 바이며,참고로 이 두 개

체의 소리는 '아우우우우...'와 '돈땄다~!'였음을 알려두는 바이다.

4.'따글링'을 우리에 가두고 잘 관찰한다.물린지 약 2일이 지나자 눈에서 핏발이 서

고,몸 색이 붉어지며,끊임없이 짖어대고 쇠사슬을 향해 돌진하는 행동을 반복했다.그

리고 물을 잘 마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5.'따글링'이 '공수병'（즉 광견병）에 감염되었을때의 호전성을 위해 단단한 보호복을

입고 총을 소지한 후 풀어줬다.'따글링'은 나를 시작으로 모두에게 뛰어들었다.그러나

유독 '임상진 병장'이 앞에 나서면 도망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6.'미쳐버린 따글링'이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잡은 후 공수병 치료제를 놓았다.'미

쳐버린 따글링'의 눈은 '광기'로 둘러싸인 눈이 아닌 '차라리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둬'

의 눈빛,혹은 '안돼...난 살아야 해!'의 눈빛이 교차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을 밝혀두

는 바이다.참고로 이 사실은 주관적이기는 하지만,'임상진 병장'을 제외한 모두가 동

의한 사실임을 미리 알려둔다.

실험결과:1.저글링의 '전투력'은 '미친개'의 그것을 충분히 제압한다.

2.저글링도 '공수병'에 감염되었을 시에는 '광견병'의 증상을 보인다.

3.그러나 저글링이 '미친개'와 다른점은 저글링은 '광견 상태'에서도 '일말

의 겁대가리'가 남아있다는 사실인데,참으로 주목할만한 사실이 아닐 수 없
다.

4.저글링에게도 '공수병 치료제'가 효과를 보인다.

실험3 끝.


"와~실험 끝났다~야,돈들 줘,돈,병장님도 돈 주세요"

이명석이 말했다.

"에이,씨.재수 더럽네.막판에 물리냐 이 븅신같은 개쉐끼.어휴...어쨌든 돈 좀 있다

줄게.이 따글링새끼 기절했으니까 우리에 쳐 넣어야지"

"그래,맞어.일단 우리에 던져놓고 보자.언제까지 누르고 있을수 는 없지?그럼 다시

고쳐잡고"

...돌발상황은 언제나 알지 못하게 일어나며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다.

"캬악!캬아악!"

놈은 기절한 게 아니었다!놈은 우리가 그녀석을 다시 우리에 쳐넣기 위해서 팔에 힘

이 빠지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그 놈은 몸을 세게 뒤틀어 우리를 붙잡

고 있던 우리의 팔을 떼더니 순식간에 우리의 키보다 더 높이 점프,우리를 뛰어넘고

배럭 밖으로 뛰쳐나갔다.

"야,저새끼 잡어 저거!다 총 들고 나와!"

임 병장님의 일갈이 터졌다.그러나 우리가 나왔을 때는 너무 늦었다.놈은 며칠동안

굶었고,매일같이 맞았으며,술에 쓰러지도록 취했었고,게다가 광견병까지 걸렸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서운 힘으로 뛰어서 이미 기지 입구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평선을 향해,뉘엿뉘엿 지고 있는 노을을 향해 달려가는 따글링의 기쁨에 찬 울음소

리가 이 주위를 가득 울렸다.

"캬악!캬악!"

그 때,병장님의 일갈이 터져나왔다.

"너 이 땅개새끼 개소리로 안 짖으면 죽여버린다!"

"......멍!멍!왈왈와르르르!"

...그렇다.놈은 자신의 소리를 잃었던 것도,개소리가 맘에 들었던 것도 아니었다.단

지,임병장이 무서워서 며칠동안 전혀 알 수 없는 치밀한 연극으로 우리를 속였던 것이

었다.

갑작스레 허탈해졌다.터덜터덜,무거운 발걸음을 질질 끌며 배럭으로 돌아갔다.

우리 뒤에는 개짖는 소리로 우는 따글링의 기쁨에 찬 포효가 아스라이 들려오고 있었

다.

"왈왈왈 아우우우우~~~"
자,자,빨리 차려입어,빨리!정찰 나가야지~!"

병장님이 자꾸 독촉하신다.우씨,지도 귀찮으면서!

"아하암~귀찮어"

귀찮어 죽겠다...또 그 사막에서 땀 찔찔 흘리면서 그지랄을 해야 한단 말이지...?더

군다나 저번 정찰에서 상당히 짜증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지 난 정찰이
맘에 안든다.톡 까놓고 이야기해서,그 때 저그 본건 우리 기지의 군인들 중에서 우리

가 최초다.띠벌...졸라 평온한 우리 부대에서 우리만 완전 똥 밟은 것이다...

철컥,철컥.보호복 입고,총 점검하고,실탄 껴놓고...

"가지"

"예!"

가자,가,가자구...

우리가 막 배럭을 나서서 기지 입구로 갈 때였다.

"어이,이봐,거기 분대!"

뒤를 돌아보니 하사관 님이셨다.

"예?왜 그러심까?"

"정찰지역이 변경됐네.자세한 건 여기 써있으니 보도록 하고,궁금한 거 있으면 오피

센터에 물어보도록 하게.그럼 난 가네,이만"

그러더니 하사관 님은 몇번 접힌 몇장의 종이를 건네주고 가셨다.받아서 펴보니 이렇

게 써 있었다.

-금번 귀 분대의 정찰범위가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의의:이번 '저글링 생포'로 인해 사령부는 우리 주변에 저그가 이미 상당수 침투했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부득이하게 정찰지역을 변경편성하게 되었습니

다.

-위치:이전의 위치는 그대로 유지.

-제6782（우리 기지다）기지의 동남쪽 숲지대 루트（약 3km）포함.

-이상.귀 분대의 안전한 정찰을 기원합니다.

-충성!

......이게 뭐냐?이게 '변경'이냐?'확대'지?이런 씹새끼들!사람을 부려먹어도 분수가

있지!게다가 지금 정찰 나가는데 갑자기 이러면 우리보고 어쩌라구?씨방새끼들!

그 때 저 쪽에서 하사관님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왔다.

"모르는 거 있으면 오피센터에 꼭 물어봐라으아으아으아으~"

"......"

그래도 병장님이 항의해 주시지 않을까?병장님...항의 좀 해줘요~

병장님이 마침내 오피센터 연결 스위치를 눌렀다.오오~역시 터프한 병장님~

"정찰 시작한다"

-알았다.정찰지역 변경됐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알았다"

......저 시키한테 기대한 내가 븅신이지...저 땅개 패는거 밖에 못하는 시키...

"출발하지"

이번에도 병장님의 명령은 짧고 강했다.

그래...조때로 해라...

이번에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욕도 짧고 강했다.


저벅,저벅,저벅...

눈 앞에 푸르게 숲지대가 보인다.사막지대의 정찰을 끝낸 것이다.내 보호복은 이번에

도 역시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더워,더워,더워!"

이명석 상병은 이번에도 현실적이다.

"졸라 더워,졸라 더워,졸라 더워!"

......무쟈게 현실적인 놈.

"그래도 숲 속에 들어가면 시원하겠지"

병장님의 말씀이었다.빨리...숲에 들어가서...시원한 나무그늘...야유회 분위기...푹

푹 찌는 이 분위기를 날려버리고...빨리...--;;;

"빨리...숲속에서...시원하게 쉬었으면 좋겠다...헉...헉..."


......숲속이다.그러나...이곳은 숲 속이지만 숲 속이 아니다...

정.글.이.다...

띠불...젠장...졸라 찐다...찌는데다가 사막에선 그러진 않았는데...습해서 기분까지

나쁘다...불쾌지수 짱 올라간다 젠장...어떤 새끼가 숲 속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그랬

어?

난 병장님을 힐끗 쳐다봤다.그러나 곧 고개를 휙!돌릴 수밖에 없었다.병장님은 '날

탓하는 새끼는 모두 죽여버리겠다'라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잘못하단 따글

링된다...젠장.오

피센터새끼들...죽여버리구 싶다...정말...

헉,헉,짜증나!안 그래도 불쾌지수 올라가 있는데 더 짜증게 하는 건,정글 속이라 그

런지 시야가 극도로 안 좋다는 것이다.게다가 날파리,모기 등등이 쉴새없이 날아다니

며 윙윙거린다.

젠장...머리보호구 올려야지 원 귀찮아서...위잉.

...삼 초만에 그대로 다시 내렸다.이 찜통에서 헬멧쓰고 걷는 셈이다...숨 턱턱 막힌

다.젠장.그래 띠발...모기...니는 물어라 나는 씹으련다...옆의 이명석 상병을 보았

다.전에는 총을 질질 끌고 가더니 이번에는 지팡이처럼 짚으며 가고 있었다.그리고 그

인간의 얼굴 표정은 모기를 쏴 죽이고 싶다는 표정이었다.어쩜 우린 그리도 비슷하냐?

그 때 김영식 일병이 말했다.

"저,병장님...어디까지 왔심니꺼?"

병장은 졸라 흥분한 얼굴로 대답했다.

"뭐 이 새꺄!지금 뭐라그랬어!엉?머라그랬냐구 이새꺄!"

"예...?예?전...그냥...지금...어디까지 왔냐구..."

병장은 예의 그 냉철한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말했다.

"...한 중간쯤 왔다.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병장 저시키,속으로 누가 '안 시원하자나여 씨방'할까봐 무쟈게 고민했나보다.말만

걸었는데 저 발광하는 걸로 봐서.

저벅,저벅.하여튼 그렇게 계속 터덜터덜 앞에 가로막는 나무를 헤치며 걷고 있을 때

였다.

부스럭.부스럭.

응?이게 무슨 소리지?

모두 멈칫했다.그리고 조심스레 총을 집어올렸다.

"캬르르르......"

저 수풀 뒤쪽에...뭔가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

"캬락,캬락..."

병장님이 말씀하셨다.

"모두 총을 들고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이명석이는 그 말을 듣고 짚고 있던 총을 제대로 들었다.

부스럭...

"아마도 이 숲에서 사냥을 하는 맹수인가보다.모두 조심하고,등을 붙여라"

팍!캬아악!수풀 뒤에서 뭔가 빠르게 튀어나오더니...나에게로 덮쳤다!
난 급한 나머지 개머리판으로 후려쳤다.퍽!좋았어!놈은 바닥에 철푸덕!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더니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난 보았다.

......등에 '따글링'이라 씌여져있는 저글링이 땅에 엎어져 있는 걸.

놈은 잠깐 쓰러져 있다가 재빨리 뒤로 돌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놈의 눈이 경악으로 켜졌다.

"야,이새끼 따글링 아냐?"

"진짜네,졸라 반갑다 임마!"

병장님도 픽!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재빨리 자세를 바로 잡으며 사냥감을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그러나 곧 경악으로 커진

눈은,그 눈빛은 '너,너희,너희 띠블새끼들이 왜 여떢어?왜?왜...?'하고 말하는 듯했

다.푸하하!짜증나는데 너 잘만났다.뒤졌어!

"캬...캬,캬아..."

따글링은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그러나...

"째면 뒤진다"

덜컥!임병장님의 말 한마디는 그 놈을 바로 멈추게 만들었다. 따글링이 어디서 사람

말을 배웠을까...?내 생각엔 아마도 병장님의 살기가 그녀석을 멈추게 한 것 같다.

병장님은 씩 웃더니 총을 거꾸로 들고（즉,개머리판이 위로 가게）따글링이 있는 쪽으

로 서서히 걸어갔다.

"너,내가 개소리로 안 짖으면 죽는다고 했지...?"

"캬...캬아...?왈왈왈!멍!멍!"

비굴해 보이기까지 한다.불쌍한 놈...

비굴하게 짖고 있는 불쌍한 따글링에게로 걸어가던 임상진 병장은 순간 발을 멈췄다.

부스럭,부스럭.

수풀 너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임상진 병장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제 니 친구까지 불러왔냐?아주 일가 친척 학교 동창 다 불러모으지?"

"왈왈왈!깽깽..."

따글링은 고개를 흔들면서 강한 부인의 뜻을 밝혔다.뭔 말했는지 알기나 하고 저러는

걸까?

부스럭,부스럭.

스르르...

따글링과는 틀렸다.웬지 모를 크기와 중압감이 느껴졌다.

그 뭔지 모를 그림자는 천천히 수풀을 헤치고 기어나왔다.

"크르르르르......"

분명히...저글링들과는 우는 소리까지 틀렸다...저건 저글링이 아니다...그렇다면?

스르륵...풀썩.놈이 나왔다.

놈은...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놈이었다.얼굴이 무쟈게 길고,뒷머리에 거대한 판처럼

생긴게 달려 있었으며,앞다리만 있는 하반신이 뱀처럼 생긴,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

이상한 놈이었다.어쨌든 우리는 그놈을 보고 잔뜩 쫄지 않을 수 없었다.졸라 컸기 때

문이다...신장이 3m는 훨씬 넘어보였다.게다가 하반신이 뱀처럼 길고 가는（그 괴물 딴

에는 가늘어도 어른 몸통보다 두껍다）놈이라 실제 몸 길이는 5m도 넘어보였다.졸라 크

다...띠불...젠장...운도 더럽게 없지...왜 우린 만날 이딴 시키들이랑만 만나냐...

임 병장님은 재빨리 오피센터에 연락했다.

-무슨 일...치칙...인가?

통신 상태가 안좋은가 보군.

"이상한 놈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그 놈이 저근지 확인해 주고,공격 특성을 알려다

오"
-잘 안들...치직...다시...한...번...칙...

숲 속이라 그런가?급해 죽겠는데,씨불!알아서 듣지!

"다시 한번 말한다.이상한 놈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그 놈이 저근지 확인해 주고,공

격 특성을 알려다오"

-치직...묘사...치직...

"머리가 길고,침 흘리고,몸 길이는 5m이상에 앞 다리만 있고 상반신을 든 채로 기어

다닌다.

-치직...그...치직...건...저그...칙...히드...칙...라...

시간 없다,빨리 말해라 이 답답한 오피들아!우리 앞에서는 지금 저 놈이 침 뚝뚝 흘

리며 조금씩 기어오고 있는 중이란 말야!지금 우리는 뒤로 서서히 뒷걸음질 치고 있는

중이었다.

"공격특성은?"

-치직...엽...때여?거기...혹...시...숲...속...아닙...니...엽...때여?엽때여?

딸깍.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런 쒸발조까튼개삼류새끼들!이름만 덜렁 알려주면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이 씨방

새덜아!"

임병장님의 절규는 온 정글을 울렸다.으으...이런 띠발...조때따...진짜 조때다...띠

발...

"젠장,저놈의 공격 특성을 알아야 개머리판으로 후리던지 총으로 갈기던지 수류탄으

로 갈기던지 째던지 하지!젠장..."

그때 김영식 일병이 의견을 냈다.

"공격특성이라면 이리 하는게 어떻심꺼?"

"어떻게?"

"따글링이랑 저 히드라?뭔가 하는 새끼랑 맞짱 띄우는 겁니더.따글링이 이기면 조코,

져도 따글링이 희생함으로써 공격특성도 알아내고,일석이조 아님꺼?"

...엽기적인 놈.그런 창의력있는 생각을 해내다니...

"좋은 생각이군.야,따글링아!"

"멍?"

이제 따글링은 완전히 임병장의 충실한 개였다...

"너,저 졸라 큰새끼랑 맞짱 떠"

"왈?"

뭔 말인지 못 알아 듣겠다는 투다.임병장은 따글링을 가리키고 히드라를 가리키더니

주먹질을 하는 시늉을 했다.

"깽깽끙..."

당근 따글링은 안 하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뜨면 뒤진다"

다음 순간,따글링은 히드라에게 용감히 뛰어들었다.휙!히드라의 그 때 표정은 하룻강

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왈왈왈왈왈!"

"크르르르...?"
따글링은 눈빛싸움이고 견제고 뭐고 없이 막무가내로 뛰어들었고 히드라는 당황했는

지 움찔하며 뒤로 슬슬 물러났다.용기를 얻은 따글링은 계속해서 목 주위를 물고 튀어

올랐다.

"크르르르...카악,퉤!"

...저 새끼,가래침 뱉는 새끼였군.따글링은 재빨리 피했고,침이 바닥에 철푸덕!하며

떨어지자（덩치가 5m라 그런지 침 양이 장난이 아니다）바닥은 지글거리며 녹기 시작했

다.엽기적인 놈...히드라는 계속 침을 찍!찍!뱉었고 따글링은 계속 휙!휙!피하며 기회

를 노리고 있었다.

"저시키 저거 담배 윽수로 피었나보네.저 가래침 색깔 보소,누른것도 아니고 추르딩

딩 하구먼,추르딩딩~해,그건 그렇고,저 새끼도 따글링 싸울동안 이름이나 지어줍시다"

"좋아,뭘로 짓지?"

......상부에서는 지금 우리가 오피센터와 연락도 끊긴 채 거대한 히드라와 맞서 목

숨걸고 고군분투 하는 줄 알겠지...

"쏘드라""가래돌이""침바리""넌 왜 자꾸 군바리 비슷한 것만하냐?""그러는 너도 돌이

돌림자잖어?""뱉드라""튀드라""개드라"

이런 웅성거림을 깨며 임 병장님이 또 다시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시며 낮게 깔린 엄

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히드라를 지금부터 찍새라고 한다"

"......"

내가 의문점을 제기했다.

"저기,죄송하지만 그거 이미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요?"

그 때 임병장님의 얼굴은 완전 돌덩이 같았다.그는 주먹을 부르쥐며 말했다.

"까라면 깐다......내가 찍새라고 부르라면 찍새라고 부른다......"

저 인간은 자기가 이름지어 주는거 싫다고 하면 화내는 스타일이군.별 타입 다보겠

네.하여튼...나는 표절시비로 저승가기는 싫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이란 뭐

란 말인가?할 말을 하지 못하는 내가 과연 사람이란 말인가?안 돼!할 말은 해야 해!

"넵,찍새!지금부터 히드라를 찍새라고 칭하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비굴했던가?--;;;내 생존본능은 너무나도 강했고 난 폭력앞에 비

굴히 무릎을 꿇었다...--;;;

"그건 그렇고 저거 어떻게 잡죠?"

이명석 상병이 물어왔다.그러고 보니 정말 저 큰걸 어케 잡지?

"나한테 다 생각이 있다.모두 수류탄 하나씩 꺼내 잡어"

"네"

모두 수류탄 하나씩 잡았다...하지만 이런 수류탄 따위는 피해버리면 그만이잖아?저

히드...아니,찍새.저거 꽤 재빨라 보이던데...

"내가 던지라고 하면 던지는거야,알았지?"

"예!"

대답을 듣자 임상진 병장이 따글링에게 명령을 내렸다.

"야,따글링!못 움직이게 찍새 얼굴에 달라붙어!"

"멍?멍!멍!크르르...왈왈왈!"

......그거였구나!따글링이 찍새 얼굴에 달라붙으면 그 때 수류탄을 던진다!불쌍한

따글링,우릴 위해 이렇게 희생하고 가는구나...어쨌든 따글링은 '맹렬히 공격해!'이

정도 쯤으로 알아들

었는지 마구 덤비더니 얼굴에 달라붙었고,찍새는 놈을 떼어내기 위해 버둥거렸다.어쨌

든 우리가 바라는 상황이 벌어졌다.이 때다!

"던져!"

휙휙휙휙!

그 때였다.찍새가 앞발로 간신히 따글링을 떼어서 저 쪽으로 집어던진 것은.

펑펑펑!모두 엎드렸다.그리고 불꽃 사이로 울부짖는 찍새의 괴성이 들렸다.크오오오

오~

슈우우...연기가 사라졌고,주위는 완전히 피범벅이었다.찍새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

다.불쌍한 찍새...

그리고 따글링은...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그 놈도 드디어 눈치 깐 것이다.자신은 한

낱 미끼였다는 걸...찍새가 지를 일초만 늦게 던졌어도 자신도 지금쯤 산산조각 나 있

었을 것이라는 것을...

그 놈의 눈에서 인간에 대한 공포가 보였다.그 놈은 슬슬 뒷걸음질 쳤다.슬슬...슬

슬...그러더니 공중돌기로 휙 돌아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왈왈왈왈왈!!"

그러나 임병장님은 그냥 보내주지 않았다.총으로 정조준하더니...탕!한 방 갈겨버린

것이다.

"왈왈왈왈왈..."퍽!（풀썩）...벌떡!"왈왈왈왈왈!"그 놈은 총 맞고 쓰러지더니 재빨리

다시 일어나서는 마구 뛰기 시작했다.무쟈게 무서웠나보군...잘 가라,따글링~!우리 같

은 인간 보지 말고 니네 기지인지 둥지인지로 돌아가서 잘 살어~!

임병장님은 오피센터에 재연락을 시도했다.뭐,연락 해봤자 연락도 안 될걸 무슨 연

락을 하시려고 그러시나?

-오피센터다.무슨 일인가?아,참.너희들 히드라와 조우했지?상황은 어떻게 돼었나?

......음질은 평소 때보다 오히려 깨끗했다.죽일 놈들...으으으...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