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여자친구랑 사귄지 세달쯤 됐음
서로안거 자체는 얼추 2년전에 처음 봤고 이전부터 친했음
나는 공익하느라 본가에 있고 얘는 서울서 자취함
그래도 서울까지 한시간이면 가서 주말이면 자주 봤다

원래 사귀기 전에도 얘가 우울증약도 먹고 가끔 너무 우울하면 잠수도 타고 그랬는데
그냥 혼자 삭히게 두면 얼마 뒤에 다시 먼저 연락오고 평소에 약도 잘 먹고 하길래 별로 걱정 안하고 있었음
우울한 이유는 뭐 그때그때 다른데 아무래도 대학졸업하고 아직 취준중이라 어떤 마음일지 이해가 되기도 해서...
그래서 본인말마따나 좀 찡찡거려도 더 찡찡거리라고 해주고
내가 걔한테 나름 의지가 되는, 삶에서 좀 숨쉴수 있는 구석이 되려고 했고 관계도 좋았음
나랑 있을때 얘가 잘 웃고 그 이후에 평소 생활할 때 에너지가 도는걸 보는게 많이 즐겁더라

근데 문제는 지난주에 터짐

우리가 둘다 스시를 좋아해서 지난달 20일에 8월 14일 디너 오마카세 예약을 어렵게 잡음
연휴도 낀김에 금요일에 연차내고 한 이틀정도 같이 시간 보낼 생각에 싱글벙글 했음
걔도 간만에 맛있는거 먹을 생각에 좋아하고...
근데 그 일주일 전（8월 7일쯤）에 우울하다고 며칠 연락 안했다가 이틀쯤 뒤에 다시 연락된 일이 있었음
무슨일인지 설명은 안해줬지만
'그래 본인이 말하기 싫어하는걸 듣겠다고 해봐야 관계만 상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넘겼음

그 뒤에 수요일（11일）쯤 금요일에 연차쓰고 올라가겠다고 했는데 좀 그렇다는거임...
그래서 당황했는데 뭐 이유도 보니까 목요일에 빨래 돌리고 금요일에 말리고 개고 하느라 집도 어수선하고
다른것보다 자격증 시험이 얼마 안남아서 정신이 없다는거더라고
실망은 좀 했는데 어쩔수 없는거라고 생각하고 연차는 취소, 토요일 아침에 버스타고 올라갔음
저녁먹기 전에 1시쯤 만나서 먼저 전시보려고 미술관 근처 역에서 만났는데 보니까 평소랑 별 다를게 없어서 안심함
이것저것 얘기하고 하다가 전시보러 갔는데 전시 초반부까지는 걸린거 보면서 잡담도 하고 웃다가
한 중반부터 그냥 팔짱끼고 아무말없이 작품 보면서 넘어가더라고
그 전에 대화에서 말실수나 이런거 한거 없음, 그냥 갑자기 어느순간 대화가 나만 말하면서 지지부진해지는겨;;

다보고 나와서 시간이 남았길래 내가 카페가서 시간좀 죽이자고 했음
알겠다고 해서 카페가서 음료하나씩이랑 티라미수 하나 시킴
근데 자리잡고 앉았을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음
눈은 계속 멍하니 딴데보고 있고,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말도 안하고있다가 하고
무슨일 있냐고 물어봐도 아무 말도 안하는겨
그래서 음료 찔끔찔끔씩 마시면서 눈치보는데 걔가 그러는거여
"나 오늘 혼자있고싶어"
그때부터 좀 멘탈이 개털림; 일단 당연히 화가 나긴 했는데 최대한 누르면서
'나는 2주만에 너를 보느라고 되게 신나게 왔고, 오늘 보기로 한게 한달 전부터 예정되어있었고 한데 오늘 갑자기 이러니까 당황스럽다. 나는 어쨌든 내일 아침에 집에 가더라도 오늘은 같이 있고 싶다' 대충 이렇게 얘기함
그걸 듣고도 한참을 말없이 좀전처럼 딴데보고 한숨쉬고 하더니

"진짜 미안한데, 나 오늘 계속 돌아다니면 진짜 죽을것같아. 내 상태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이렇게 말하는거임
그래서 이때부턴 나도 한숨이 푹푹 나오는거여; 당장 저녁 예약한게 한시간 반정도 남았는데 갑자기 그자리에서 파토내고 집에 가겠다는거니까
이해를 해보려고 해봐도 뭐 자기 상태나 상황이라는걸 하나도 설명안하고 그냥 저렇게 자기 요구만 덜렁 하니까 좀 어이도 없고...
"그럼 저녁은?"하고 물어보니까 그냥 고개만 젓는거
그때 진짜 많이 화났는데 사귀기 전에 얘가 자기는 갈등상황에서
그자리에서 푸는거보단 조금 지나서 차분한 상태에서 푸는 편이라고 한게 기억나서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고 한 다음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면서 많이 서운하다는 얘기는 하고 그래도 오늘은 어쩔수 없으니 집에 가라고 보냄
결국 저녁은 급하게 강남권사는 선배 불러서 같이 먹고 그날 집에 가자니 ㅈㄴ 비참해서 사촌형집에가서 잠
웃긴건 그와중에 밥먹기 전까지 기분 완전히 잡쳐서 표정도 안풀리고 그랬는데 첫입먹고 갑자기 웃음이 나와서 밥은 잘 먹음 ㅋㅋㅋㅋㅋㅋ;;
저녁 먹고있는데 집들어갔다고 그러길래 더 말하기도 힘들어서 오늘은 그냥 잘 쉬라고 함..답장으로 '고맙고...미안해...'라고 옴

그 이후에 며칠정도 기분 상해서 연락 안했는데 삼일쯤 지나니까 그래도 어떻게 됐나 궁금해지더라
톡을 보내봤는데 읽지도 않는거 아직도 우울한 상태인가 싶어서 오늘까지 기다려봄. 그전에 듣기론 오늘이 자격증 시험일이었거든
그래서 퇴근하고 운동갔다온 다음에 8시 좀 넘어서 전화를 해봄. 현재까지 6통 걸었는데 안받는다...
정확히는 8시반에 한번 연결됐는데 무슨 발자국소리인지 빨래돌아가는 소리인지만 들리고 내가 '여보세요?' 하니까 끊어짐
하 ㅅㅂ 진짜 일주일동안 '그래도 이쯤되면, 그래도 이쯤되면' 하면서 참았는데 진짜 기분 ㅈ같다.
나는 어떻게 해야 맞는걸까? 뭔가 연인관계 이전에 개인으로서 인격적인 존중을 못받는거 같아서 ㄹㅇ 나까지 우울해지려고함 ㅠ
뭔가 위로가 되는 말이나 해결책이 있는지 조언좀 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