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에 공포이야기로 떠돌던건데 하드에 있던 것을 발견하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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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혁이 왔냐?"

"그래 왠일이냐? 너희들이 1교시 수업에 다 들어오구.."

"자식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는거지."

"그러나 저러나, 오늘도 성환이는 늦는구나..."



여기 아침부터 나를 아는척하는 순일, 신중이란 두 인간들은 나와 같은 중학교, 같

은 고등학교를 거쳐 같은 대학까지 온 친구들이다. 거기에 한명 더해 성환이란 인

물까지 합쳐 넷은 한마디로 죽마고우이다.



"언제 걔가 1교시 수업에 들어 온거 본적 있냐?"

"뭐, 또 죽이는 싸이트 찾아 밤샜겠지.. 뭐 하루 이틀이냐? 그냥 내 버려둬라. 오

후수업에는 오겠지.."

"그리고 누가 교양과목을 1교시에 듣자고 해가지고 이 고생을 사서 하는거야..."



신중이는 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억울하다는 듯 말을 했다. 나는 그냥한번 웃어

주었다. 나와 성환이를 빼면 다들 과가 틀리기 때문에 시간이 잘 맞지않은 교양과

목을 집어 넣은 인물이 나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하필 심리학이냐? 저 여자 교수 점수가 얼마나 짠줄 알아? 특히 우리 같은

공돌이 아니 순일이 빼고 우리같은 공돌이한테는 정말 점수가 짜단 말이야.. 뭐 순

일이도 식품영양학이니깐 별로 잘 받기는 틀린 것 같구...."

신중이의 말에 순일이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야 식품영양이 아니구 식품공학이다. 공학... 우리과도 엄연히..."

"알았어 알았어.. 또 시작이네...."

둘은 쉴 사이 없이 주절 거렸다. 전혀 강의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했다.



"어... 성환이 왔네..." 나는 신중이의 말에 뒤를 돌아 보았다. 강의실 뒷문으로

성환이가 살짝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머리가 부시시한 것이 언제 일어났는

지를 말해주는 듯 했다.



"어 왔네.. 그래도 양심은 있구나...."

언제나 마찬가지로 성환이는 머리를 뒤죽박죽한 상태로, 늙수그레한 얼굴을 드밀어

나의 옆자리에 앉았다.



"어제 몇시에 잤냐?"

"몰라.... 흐흐..."

"웃음소리를 보아하니 어제도 좋은 것 하나 건졌나 보구만.. 뭐냐? 또 저번 같은

변태사이트는 아니겠지.."

"자식들, 내가 고삐리냐? 그런거나 찾게.. 이번에는 정말 끔찍한거야.."

"끔찍한거...."

끔찍하다는 성환이의 말에 우리셋은 모두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성환이가 막

뒤를 돌아 신중이와 순일이에게 말을 이으려고 하는 순간 우리의 대화는 교수님에

의해 잘리우고 말았다.



"거기 학생들. 떠들라면 나가서 떠들지. 지금 자네들얘기 하는거 안들리나? 자네들

같은 형태도 범죄심리학을 공부하는데 꽤 도움이 되지. 여럿이 저지르는 집단범죄.

집단으로 범죄를 저지름으로서 그 범죄자들은 자신들의 죄가 가볍다고 여기게 되지

...."

일제히 40명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어차피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고, 그냥 우리

넷은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었다.

"야... 내가 조금 있다가 보여줄께...."

"그래..." 그래도 성환이는 한번 히죽 웃어 보였다.



지겨운 1,2교시에 걸친 심리학 수업이 끝났다. 성환이는 끝나기가 무섭게 가방에서

디스켓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야 자식들, 이게 뭔줄 아냐?"

"뭐긴 뭐냐? 뻔하지... 그런 사진은 순일이 하드에도 300메가 정도는 들어있다.."

"웃기네.. 내가 넌줄 아냐? 난 그런거 안 키워...."

"자식들 헛물 키긴.... 이건 그게 아냐? 전산실로 가자..."



나는 그 디스켓의 내용물들이 궁금해졌다. 다른 때라면 벌써 성환이가 죽 설명을

했었을텐데 말이다. 포즈가 어떻고, 얼굴이 어떻고 말이다. 신중이도 무척이나 궁

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야, 너희들끼리 봐라.. 난 다음시간 수업있다..."

"어.. 맞다 너 수업있지.. 그래.. 오후에 보자..."

그래서, 순일이를 제외한 우리는 잔뜩 기대를 하고 전산실로 향했다. 전산실에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언제나 처럼 말이다.



"어 쟤좀 봐.. 죽인다. 우리 학교에 저런 이쁜 얘가 있었냐?"

"어쭈.. 정말.. 그러나 꼭 있는 놈이 더해... 너 미현이 한테 일른다.."



나는 성환이가 말하는 여학생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뻐 보였지만, 나한테는 그렇

게까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벌써 나는 다른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겨서 일지는 몰

라도 요즘엔 친구들이 이쁘다는 여자들이 별로 그렇게보이지 않았다.



"야 뭐해.. 자리 생겼잖아..."

신중이는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나의 어깨를 힘껏 쳤다. 그 덕분에 나는 다시 정신

을 차렸다.

"자식 넋 놓고 보긴.. 얼른 따라와..."



벌써 성환이는 자리를 잡고 디스켓을 드라이버 안에 집어 넣고 있었다. 우리 셋은

구석자리에 잡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둘러싸고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기대하시라...."

"악......."

신중이의 짧은 비명소리가 전산실을 퍼져 나갔다.



나는 모니터 화면에 뜬 화면에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성환이의 외마디 비명

소리에 잠시 모든 시선들이 모니터를 떠나 우리에게 집중되었지만, 이내 자신들의

제자리를 찾아 갔다.



"히히.. 어떠냐? 놀랬지..."

"꿀.....꺼...ㄱ..."

신중이의 침 넘기는 소리가 나에게 까지 들려왔다. 성환이는 무척이나 뿌듯하다는

듯이 계속 해서 우리의 얼굴을 보았다.

"이게 뭐냐?" "뭐긴 뭐냐? 너 시체 사이트라고 들어봤지..."

"어.. 통신에서 잠깐.. 들어봤지..."



나와 신중이는 성환이의 클릭에 변하는 화면을 계속해서 주시했다. 이런 사진은 처

음이었다. 시체 사이트라는 것 고등학교때 많이 가 보았던 곳이었다. 여름만 되면

통신에 꼭 한번씩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었다. 시체 사이트라는 것은 사람의 시체

를 찍은 사진들을 모아놓은 사이트로서, 온전하게 죽은 시체는 전혀 볼 수 없었었

다. 모두 끔찍한 사고에 의해 처참하게 뭉글어지거나, 누군가에게 난도질 된 그런

처참한 사진들을 모아 놓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고있는 사진들은 그때의 사

진과는 뭔가 달랐다.



"야 이거 전에 너랑 한참 봤던거랑 비슷한데.."

신중이는 언제 놀랐냐는 듯이 유심히 사진들을 보았다.



"음. 그런데.. 전에 본것들이랑은 다른데...뭐가 다른지는..."

"그러게.. 사진의 선명도가 훨씬 좋은거 같다..."

"맞아.. 그리고 이건 정말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 뿐이냐?"



성환이는 뒤에 서있는 우리를 한번씩 보고 다시 클릭을 해댔다. 그림은 모두 20여

장이었다. 성환이의 말에 우리둘은 더욱 자세히 쳐다보았다. 자세히 쳐다보니 더욱

끔찍한 사진들이었다. 하나같이 어떤 사고로 죽었는지 몰라도 손가락이 잘리우고,

머리가 없는 사진 아예 회를 떠 놓은 듯한 사진도 눈에 띄었다.



"어.. 속 울렁거려.. 아침에 먹은게 넘어 올려고 한다..."

"어.. 나도 그래..."

"자식들, 남자새끼들이 이런거 가지구, 자세히 봐봐. 모르겠냐? 이건 전에것이랑은

질적으로 틀리다. 전에것은 다 서양놈이었잖아.. 노란머리에. 지방질 낀 서양놈들..

하지만... 이것은..."

"어 그러게.. 동양사람 같은데... 잘 모르겠는 사진도 있지만... 얼굴이 없어서리..."

"어.. 맞다.. 이거 일본사이트인가 보구나..."

"흐흐. 그게 중요한거야.. 이거 우리나라 사이트야.. 내가 이 사이트 갔는데 우리

나라말로 되어 있다니깐..."



나와 신중이는 약간 의아해했다. 대부분 아니, 여지껏 한번도 이런 사이트가 한글

로 되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의학도들의 해부사이트 정도면

모를까 이정도의 사진을 한국말로 올리는 사이트가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야.. 웃기지 말아.. 말도 안돼..."

"나도 처음엔 놀랐다니깐, 어제 새벽 3시정도에 찾았는데. 어쩌다 찾게 되었는데.

난 처음 볼때 심장 멎는줄 알았다."



"음 죽기는 했어도. 이 여자 정말 이쁜데..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다."

나는 처음에 놀라 소리까진 지른 신중이의 넉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흐.. 그래. 이쁘다. 전에 너랑 미팅한얘 아니냐? 흐흐...."

"야 그만 가자.. 계속 보다간 점심 못 먹겠다..."

"그래.. 맞다 성환아.. 저녁에 같이 한번 그 사이트 가보자..."

"그래..."



우리 셋은 전산실을 빠져 나왔다. 보았던 사진은 나에게는 그렇게 관심을 끌지 못

했지만, 이미 성환이와 신중이는 꽤나 흥미를 갖고 있는듯 했다. 어차피 고등학교

때 처음 시체사이트를 알게 되었을 때도 그랬던 일이니깐 그렇게 신경쓸 일은 아니

라고 생각했다.



"너희들. 수업 뭐냐?"

신중이는 전자과였다. 나와 성환이는 같이 기계과여서 거의 모든 수업을 같이 들었

다. 몇과목을 제외하곤 말이다.

"응. 조금있다. 전자기학 개론이 있지."

"나야 뭐. 미적분학 재수강...."



"흐흐. 미적분이라구... 병신... 그런거나 재수강하고... 맨날 그런거나 찾으니깐,

그꼴이지..."

나는 약간이라도 성환이게게 자극을 주기 위해 말을 했다. 하지만, 10년을 같이 보

냈던 지라 그런 것으로는 화낼 성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흐흐 많이 비웃어라.. 어차리 인생은 다 그런거다.."



"그래. 나는 도서관에 좀 들렀다가 갈께.. 그리고 성환아 8교시 동역학 수업 꼭 들

어와라.. 대출 못하니깐.."

"걱정마.. 꼭 갈테니깐.. 근대 너 정말 이상하다. 몇달전부터 계속 이 시간에만 독

서실을 가다니.. 뭔가 이상한데.."

"이상하긴 뭐가? 가서 수업이나 들어 졸지말구.."

나는 신중이의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내가 도서관에

가는 이유를 알면 비웃을게 틀림없는 놈들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성환이와 신중이와 헤어진후, 도서관으로 곧장 향했다. 어차피 자리라는 것을

기대할 처지는 못 되었다. 우리학교 도서관은 아침일찍 오지 않으면 자리를 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빈 자리에 대충 앉아 공부하면 충분했다. 나는 3층으로 향했다.

분명 이유가 있어서이다. 이 시간에 항상 그자리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

은 혜연이었다. 유혜연. 나는 몇달전부터 그녀를 유심히 관찰해왔다. 그녀는 의대

예과 새내기로서, 항상 이시간이면, 저자리에 앉아서 내가 알아보지 못할 책들을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그녀의 옆의 빈자리로 향했다. 이 빈자리가 누구의

것인지도 잘알고 있었다.



"허어어업....."

나는 약간 큰소리로 헛기침을 하고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일부러 약간 큰소리로 의자를 끄집어 앉았다. 좁은 책상위에는 의대생들이 보

는 해부학책과 내가 알아보지 못할 제목들의 원서가 몇권 꽃혀있었다. 그녀는 나를

살짝 보고 한번 웃어 보이더니 다시 그녀가 보고 있는 책에 집중하는듯 했다.



'그녀가 웃어주었다. 그녀도 나를 아는것 일까?'

나의 물음은 우스운 것이었다. 내가 수요일 이시간에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공부를

한지도 세달이 넘었다. 당연히 그녀도 나를 알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여지

껏 한마디도 해보지 못했다. 그냥 옆에 앉아서 책을 보는척 하면서 그녀의 긴 생머

리에서 나오는 샴푸냄새와 그녀가 끄적이는 볼펜소리에 집중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단단히 결심을 하고 왔다. 일단 시작이 중요한 것이었다. 작은 것

이라도.

"음. 저기요.. 연습장 한장만 빌릴수 있을까요?"

나는 그녀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면서 말을 했다. 손끝에서 무엇인가 모를 전기같은

것이 타고 오르는듯 했다. 그녀는 놀랬는지 나를 한번 바라 보더니 연습장을 조용

히 뜯어 나에게 주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두손을 연습장을 받아 들었다. 나의 모

습이 우스웠는지 그녀는 살짝 웃어 보였다. 그녀의 미소에 나도 모르게 멋쩍게 웃

고 말았다. 이렇게 된바에야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휘감았다. '쪽지를 써서 줄까? 아님 연습장 잘 썼다구

점심을 산다고 할까? 아님.그냥 좋아한다구 아니 사랑한다구 사귀자구 할까? 저기

요 저 댁한테 관심 있는데요. 우리 차라도 한잔...'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저기요..."

갑자기 나의 귀에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퍼졌다. '아차 시간이 벌써...'라고 생

각했지만, 주저하는 동안 내가 앉은 자리 주인이 와버렸다. 이 키크고 밀가루같이

하얀 얼굴의 인간이 이 자리의 주인공이다. 게다가 이 놈은 혜연이의 과선배이다.

무슨이유에서인지 혜연이와 이 밥맛 없게 생긴놈은 잘 붙어 당겼다.



"아 예.. 잠깐만요...."

나는 한참을 생각한 모든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한체 그자리에서 나와야 했다. 말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저놈앞에서는 더더욱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하는수 없이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도서관을

나왔다.



그날밤이었다. 우리는 거의 모두 근방에 살고 있었다. 나는 그 일 때문에 친구들에

게 말도 하지 않고 먼저 집 와버렸다. 마음속이 무지 복잡했다.

'드르르르륵....' 책상위에 올려놓은 삐삐가 요란하게 진동을 해댔다. 나는 번호를

확인했다. '8255'였다. 이번호는 성환이 집으로 오라는 우리의 약속 번호였다.

성환이 집은 꽤 잘 살았다. 당연히 방도 무지 커서 우리는 항상 성환이 집에 모여

놀았다. 어려서부터 그러던 것이 지금 대학생이 되어서도 별다를 바가 없어졌다.



"엄마 나. 성환이네 집에 가요..."

"거기서 잘거냐?"

"모르겠어요.. 갈께요..."

나는 마당에서 텍트를 끌어 내었다.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 했었지만, 지

금은 이 중고 텍트로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중이었다. 이 낡은 텍트는 자전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내게 주었다. 약 5분쯤 달려서 성환이의 집에 도착했다.



"어 순일이는?"

나는 방안에 있는 신중이와 성환이를 보며 말을 했다.

"모르겠다. 삐삐쳤는데... 오겠지.. 곧..."



둘은 벌써 컴퓨터 앞에 앉아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성환이의 방은 꽤 넓었

다. 침대도 더블침대로서 이 위에서 잠을 잔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나는 가져온

가방에서 맥주캔을 꺼냈다.

"야 이거나 쳐먹어라...."

"어허 왠일이냐? 니가 맥주를 다 가지고 오구..."

"그냥.. 집에 있길래..."

"그래 뭐하냐?"

나는 맥주캔을 건내면서 모니터 화면을 주시했다. 컴퓨터 화면에서는 익스플로러

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또 뭐할라구..."

"가만이 있어봐.. 너는 그냥 있다가 떡이나 먹어라... 우리가 알아서 할 께...."

나는 낮에 보았던 사진들을 떠올렸다. 둘의 표정을 보아 분명히 다시 그 시체 사이

트를 찾으려는게 분명했다.



"그런게 좋냐? 끔찍하기만 하던데...."

"당연하지.. 잼 있잖아.. 그리고 그런사진은 구하기도 힘들다.. 소장가치가 있단

말야..."

역시 공포물광인 성환이다운 말투였다. 성환이는 공포영화나, 공포소설이라면

거의 전부를 답습했을 만큼 광이었다. 그런 성환이에게 그 사이트는 꽤나

흥미있는 것이었다. 신중이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흥미가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음. 됐다.... 봐 여기야...."



성환이의 빠른 손놀림과 클릭소리와 함께 화면에 무엇인가가 쏟아져 내렸다. 6개의

눈이 화면의 움직임에 따라 같이 움직였다. '죽음의 사이트...' 성환이의 말대로

였다. 분명히 한글로 죽음의 사이트라고 써있었다.



"이게 이 사이트 제목이냐?"

"응... 자 봐봐...."

성환이는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우리에게 말을 했다. 성환이의 손가락이 다시 빠르

게 움직였다. 성환이는 검은 글씨들 사이로 간간히 있는 빨간 글씨들에 클릭을 해

대었다. 그러자 사진이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



"어.. 이건 아까 그 사진들이잖아...."

성환이는 연신 클릭을 했다.

"음. 아까 그게 다 인가 보다....."

"그러게...."

신중이는 약간 아쉬운듯 말을 했다. 나도 뭔지모를 다행스러운 기분과 섭섭한 기분

이 교차되었다.



"어 잠깜만...이것봐라......"

성환이의 말에 우리는 다시 모니터를 주시했다.

"이것봐봐...."

'좀더 원하신다면, 등록을 하십시오.....' 화면의 끝자락에 작지만 분명한 글씨로

써있었다.



"등록이라..."

"자식,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섹스사이트 같은 흉내는 다 내놓았구만.."

"그러게.. 하드코어링이랑 똑같네.."

"음.. 이건.. 맛간이라 이거지.."

"짜짓거 등록하지..."

나는 약간 찜찜한 마음에 말리고 싶었지만, 등록을 하지 못하게 할 타당할 이유를

찾을수는 없었다.



"야 잘 알아 보구해.. 괜히 했다가 나중에 고지서 날라오고 이상한 우편물 날아오

는 것 아냐?"

"흐흐.. 내가 넌 줄 아냐?"

갑자기 고등학교때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한참 이렇게 인터넷에서 여러가지를 찾

아 돌아다니다가 우리의 욕구를 충족해줄만한 섹스사이트를 찾았었다. 신중이는 멋

도 모르고 그 사이트의 등록을 했었다. 그 싸이트에 적으라는데로 아빠의 골드카드

번호를 적었다가 500불이라는 돈이 지출된 적이 있었다. 그때 신중이는 아버지한테

혼쭐이 난적이 있었다.



"자식 그 얘기는 왜 꺼내냐?"

신중이는 약간 흥분한듯 언성을 높였다.

"자식 흥분하긴 농담이다.. 보기나 해.."

다시 신중이는 연신 클릭을 해 대었다. 화면이 여러차례 바뀌었다. 그러다 갑자기

검은 바탕에 빨간 글씨가 눈을 자극했다.



'이름: 조 성 환'

"야 본명 쓰지마..."

나는 약간 걱정스러워 성환이에게 한마디 했다.

"뭐 어때? 이거 그냥 적는거야.. 어차피 조성환이 한둘이냐? 주민등록번호 적는 것

도 아니구?"



'성별: 남'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것:'

성환이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것: 물' 맞다. 성환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물이었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일이었다. 우리는 강원도로 놀러갔었다. 한탄강의 지류쯤 되는

곳에서 식구들 모두가 휴가를 갔었다. 그때 성환이는 물놀이 사고로 죽을뻔 했었다.

다행히 살아났지만, 정말로 그때는 성환이가 죽는줄 알았었다. 내가 생각을 하는사

이에 다시 몇가지 질문이 계속 되었다.



'만약에 당신과 같이 죽어줄 사람이 있다면 들어라:' 다시 성환이의 망설이는 모습

이 느껴졌다. 성환이는 잠시 우리의 얼굴을 한번씩 본후,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나의 옆에 있는 이녀석들과 그녀....'



[따르르르르릉.......]

"뭐야....이거...."

우리 셋은 순간 전신의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침대 맡에 있는 전화기가 숨가쁘

게 울렸다.

"제길 뭐냐? 누구야..."



성환이는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침대 맡에 있는 전화기 쪽으로 갔다. 약간 신경질

적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성환이네 방 전화기는 통화대기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전화가 오면 통신이 끊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 전화기는 거의 걸려 오지 않는 전화

기였었다.



"여보세요...어... 순일이구나..." 순간 나이답지 않게 이마에 주름이 많은 성환이

얼굴이의 얼굴에서약간의 주름이 펴졌다.

"어.. 걔 왜 아직 안 오구.. 아 맞당. 걔 오늘 과외지..."

"아 오늘이 수요일이지..."



"뭐.. 뭐.. 뭐라구..야 너 미쳤냐?"

전화를 받는 성환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거세졌다. 보기 드문 일이었다. 우리들 사

이에는 그렇게 언성을 크게 할 만한 일이 없었다.



"야.. 뭐라고 하는거야?"

나는 성환의 언성을 높이는 전화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신중이 또한 내용이 궁금했

는지 어느새 전화기 가까이 가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야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만..." 성환이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됐으니깐.. 끊어라... 괜시리..." 성환이는 이내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야 뭐라는데 그래..."

"나도 몰라.. 아까 우리가 본 사진중에 여자중의 한명이 지금 TV에 나온다는 거야.

... 추척 그 사건에..."

"어.. 순일이는 그 사진 언제 봤냐?"

"어.. 아까 내가 보여줬어.... 성환이한테 빌려서..."

"근대 뭐가 어떻다구?"

"아까 우리가 시체사이트에서 본 그 여자 있잖아.. 얼굴이 물에 퉁퉁불은 듯한 여

자말이야.."

"아 그 물에 빠져 죽은 듯한 여자 사진 말이지...."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마루로 뛰어 나갔다. 성환이네 마루의 TV는 40인치 정도

의 대형TV였다.

나는 채널을 빠르게 돌렸다. 아직도 성환이가 말한 프로는 끝나지 않고 계속 되었

다. 아나운서는 여태껏의 내용을 정리하는 듯 했다.

"그럼 다시 한번 보여 드리겠습니다. 최근에 실종된 유영미라는 학생의 얼굴 입니

다. 이 학생을 알고 계시거나 있는 곳을 아시는 분은 지금 바로다음 전화번호로 연

락 주십시오."

나는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오는 그 사진의 얼굴을 보고 전신의 피가

꺼꾸로 솟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야야.. 나와서 빨리 봐봐..." 나는 숨이 넘어 갈듯이 안에 있는 두녀석을 불렀다.

그 두녀석은 나의 목소리에 놀랬는지 천천히 기어 나오고 있었다. 두녀석 모두 TV

의 얼굴을 본순간 할말을 잃은듯 했다.

"어.. 정말.. 저 눈옆에 상처봐봐.. 아까 그 사진이랑 비슷하다.."

신중이가 말을 하는 순간 사진은 넘어가고 다시 아나운서가 나왔다.

"위 학생은 약 2달전 신촌의 한 인터넷카페를 갖다오는 도중 행방불명 되었다고 합

니다."

아나운서 밑에는 '특집 실종자를 찾아서'라는 글씨가 잠시 비췄다가 사라졌다. 우

리셋은 잠시 할말을 잃고 TV를 보았다. 나의 머리속에는 방금 전 보았던 그 여학생

의 사진과 아까 전에 보았던 그 끔찍한 사진이 서로 스쳐지나갔다.



성환이는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말을 이었다.

"야야.. 웃기지마.. 비슷하긴 뭐가 비슷하냐? 내가 보기엔 전혀 딴판이구만.

그냥 눈옆의 상처만 비슷한거지 코 모양이랑.. 방금 전 걔는 귀엽잖아...."

성환이는 뭔가를 생각하는지 잠시 뜸을 들였다.



"생각을 해봐.. 우리가 본 사진은 그냥 물놀이 사고로 죽은 여자 사진을 찍어 놓은

거라구. 아마 기자가 찍은 것을 올려 놓은 걸꺼야. 다 그렇잖아. 그리고 얼굴이 퉁

퉁 불어 터진 얼굴이랑 아까 그 얼굴이랑 뭐가 비슷하냐?"

"맞다. 하긴 그렇다. 실종된 아이가 사진까지 찍힐 정도면 벌써 경찰이 알았겠지.

TV에 나오겠냐? 다시 보니깐 영 다르다."

"그런가? 괜히 놀랬잖아..."

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찜찜한 마음은 떨칠수가 없었다.



며칠이 흘렀다. 나는 머리에선 어느샌가 그 사이트에 대한 생각이 까맣게 지워졌었

다. 아니 그 곳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기말고사 기간이 닥쳐 왔던 것이었다. 1학

년때 성적이 좋지 못한 나로서는 이번에는 꼭 좋은 학점으로 만회를 하고 싶었다.



[빠빠빠빠~~~~~ 아침입니다. 일어나세요 빠빠빠빠빠~~~~~~~]

나는 새벽같이 일어났다. 졸린 눈을 부여 잡고 일어났다. 고3때 이후로 6시 이전에

일어난 것은 최초였다. 나는 부리나케 세수를 하고 책을 챙겼다. 학교 도서관은 7

시 이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시험기간에는 자리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순일이의 차

를 타고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나는 나의 애

마인 텍트를 끌어냈다. 순일이는 집은 성환이네를 질러 몇분정도 오르막을 오르면

있는 아파트였다.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나는 순일이가 보물 1호로 여기는 차옆에 나의 애마를 대놓

고 기다렸다. 순일이는 평소에 항상 5-10분씩 약속을 늦는 버릇이 있었다. 10년 동

안 항상 그래왔다. 하지만, 나에게 별로 짜증을 나게 할만한 긴 시간은 아니었다.



나는그동안 혜연이 생각을 했다. 내가 순일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기로 한 이유에는

공부도 있지만 혜연이 때문이었다.

'오늘은 기필코 그 밀가루 뒤집어 쓴 녀석 자리에 내가 앉고 말리라..'

내가 이런 저런 하는 사이에 순일이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 지혁이 왔네.. 왔으면 들어오지.. 안그래도 어머니께서 요즘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드냐고 하신던데.."

"그러냐? 이거 미안한걸.. 이따 밤에 들리지.. 그러나 저러나 빨리가자 서둘러가야

지 자리 잡는다.."

"야 그렇게 안 서둘러도 다 자리있어..."

"안돼.. 난 꼭 맡아야 할 자리가 있단 말야.."

"그 자리가 그자리지.. 하여튼..."

"아무튼 가자..." 순일이는 차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나는 운전석 옆에 앉아 창을

열었다.

에어컨을 켤 놈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는 서서히 낡은 5층

짜리 아파트를 빠져 나갔다.



"그러나 저러나, 성환이랑 신중이는 뭐하냐?"

"글쎄, 모르겠다. 성환이는 나랑 같이 내일 기구운동학 시험이니깐 공부하겠구..

신중이는 잘 모르겠다. 성환이는 몰라도 신중이는 공부할 때 하는 놈이니깐 신경

안 써도 돼겠지..."

"그래..."

순일이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나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것을 느꼈다.

"왜 그래?"

"음 잘 모르겠다. 너도 알지. 요즘 성환이가 약간 이상한거..."



어느새, 차는 큰길로 들어섰다. 아직 이른시간이라서 그런지 큰길은 한산했다. 나

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다른 때라면 내가 담배를 꺼내기만 해도 피우

지 말라고 난리를 칠 순일이였지만, 조용했다. 나는 한모금 깊게 들이마시고 내뿜

은후 말을 이었다.



"그래.. 몇번 이상한 메세지를 남기긴 했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자기를 감시하고 있다고 계속 말하더라구,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계속 그러니..."

나는 성환이가 나에게 남긴 메세지의 내용을 떠올렸다. 지금 순일이가 말하는 내용

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무섭다는 내용이었다.



"왜 그러지.. 그녀석.. 아무리봐도 두번이나 학고 맞고 이번 시험에 대한 부담이

큰것 같다."

"그런가?'

나와 순일이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지금 나로서는 성환이의 성적의 문제까지

신경쓸 틈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성환이란 놈은 공부를 하면 무섭게 하는 놈

이었다. 내가 일주일내내 공부한 것은 단 몇시간 만에 외워내는 똑똑한 놈이었다.

차는 어느새 학교 근처에 있는 하천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래. 잘탔다. 도서관으로 곧장 갈거지?"

"아니. 난, 잠깐 과방에 들렸다가 갈테니깐, 너 먼저 가라.."

"그러지.."

나는 순일이와 헤어진후 빠른 걸음으로 도서관을 향했다. 주차장과 도서관은 상당

한 거리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서둘렀다. 아침 시계는 7시 10분전을 가르키

고 있었지만, 도서관으로 가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나는 급한 마음에 뛰어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노리고 있는 자리는 혜연이 옆자리였다.



오늘만이라도 그 허여멀건 놈자리에 앉아야 겠다고 벼르고 뛰었다. 아직 자리가 많

이 비어 있었다. 나는 안쪽으로 들어가 항상 앉아오던 그 자리로 다가갔다. 혜연이

의 탐스럽고 윤기나는 긴 생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도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끼릭~~~~~~~] 나는 전과 마찬가지로 일부러 의자를 끌어 소리를 내며 옆자리에 앉

았다. 그녀는 약간 의외라는 듯이 나를 바라 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이

내 그만 두는듯 했다.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그 허여멀건 놈이 왔다. 그는 내가

자리에 있는 것을 보구 약간 당황한 눈치였다. 그러더니, 혜연이에게 대고 귀속말

을 했다.



"미안해요.. 산명선배.. 하지만..."

작은 목소리였지만, 온 신경을 귀에 집중하고 있던 터라 나는 혜연이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아 저놈의 이름이 산명이구나. 특이한 이름이네.. 산명.. 촌스럽

긴...'



산명이란 놈은 한참이나 주절거리더니, 자리를 찾아가는 듯 했다. 근처에 마땅한

빈자리가 없는지 다른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책을 꺼냈다. 일단 혜

영이도 혜영이었지만, 지금 나에게는 내일 볼 시험도 큰 문제였다. 하지만, 책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자꾸 나의 모든 신경은 옆에있는 혜영이의 책 넘기는 소리와

그녀의 향에만 끌렸다. 이대로는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부르르르르르~~~~~~~~~]

"엇~~~"

주머니에 넣어 놓은 삐삐가 부르르 떨렸다. 혜영이에게 정신이 팔렸던지라 삐삐의

진동에 화들짝 놀랐다. 놀라는 동작이 컸던지라 혜영이까지 놀랬는지 나를 바라 보

았다. 혜영이는 한번 웃어 보인 후, 다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죄송하다는 의

미로 고개를 한번 숙여 주었다.



'웬 삐삐지... 8282' 나는 삐삐번호를 확인했다. 8282라고 찍힌지라 하는 수 없이

일단 확인을 하기로 했다. 성환이었다. 목소리가 무척이나 떨리고 있었다. 내용에

두서가 없었다. 지금 빨리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누군가가 자기를 노리고 있다고

계속 주저리고 있었다. 나는 전화를 내려놓은 후, 생각했다. 하지만,성환이 집에

갈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 지혁아..."

나는 친근한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순일이었다.

"어.. 순일이구나.."

"음.. 너도 삐삐왔구나? 성환이지..."

"어...."

나는 짧게 대답한 후, 앞에 있는 휴게실 의자에 앉았다. 순일이도 음성을 확인한

후, 다시 어딘가 전화를 걸고 나서야 나의 옆에 앉았다.

"음 다행히, 신중이가 성환이네 집으로 가보기로 했다. 아무리봐도, 성환이가..."

"자식, 여름이 되려고 하니까, 또 시작이군.. 걔 튼튼해도 여름만 되면 꼭 한번씩

심하게 아프잖아... 또 그런거야.."

나는 평소와 다르게 어두운 순일이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 음.. 그건 그렇고 너는 어디서 공부하냐?"

순일이는 일부러 화제를 다른 곳으로 바꾸었다.

"어.. 나.. 3층에서... 넌?"

"어. 나는 4층에 있어.. 공부는 잘 되냐?"

"그렇지.. 뭐..."

사실,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할말이 없었다. 나는 순일이와 몇마디를 주

고 받은후,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옆자리의 혜영이는 없었다. 책도 없어서

약간 이상했다.



'음. 어지 갔지. 아직 종강 안 했나? 아직 점심 시간은 멀었구. '아직 과에 따라

종강을 하지 않는 과가 더러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러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책을 펼쳤다. 그 순간, 그 위에 깨끗하게 접혀있는 메모지를 보았다. 가슴이 쿵쾅

쿵쾅 뛰시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메모지를 펼쳐 보았다. 눈에 익은 글자

가 들어왔다. 혜영이의 글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억지로 안정시키고 몇자 안되는

글을 읽었다.



{저기요. 옆에 앉아 있던 여학생 인데요.. 오늘 저녁에 시간있으시면 Speed에서 잠

시만.. 8시에.. 기다리죠...}

'야~~~호~~~' 하마터면 독서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를뻔 했다. 생각도 못한 일이

었다.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말을 걸까 고민고민 했었는데 그녀가 먼저 보자고하다

니, 꿈만 같았다.

공부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 내일이 시험이라는 생각은 어느새 떠나고 없었다.

'그녀가 도데체 왜 나를 만나자고 한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만족할만한 결론에 이

르지는 못했다.



'그래.. 일단 나가 보는거야..' 나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

렸다. 반나절이 이렇게 긴 시간인 줄은 몰랐다. 드디어 8시가 다가왔다. 나는 반

나절동안 자리에 앉아 책 10장도 보지 못했다. 나는 서둘러 책을 챙기고 혜영이가

말한 장소로 나갔다.

시험때라서 그런지 카페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구석자리에 앉아있는 혜영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그 자리로 다가갔다.



"어.. 왔네요... 오빠..."

"예???? 아 예...."

보자마자 오빠라니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사실 바라보기는 많이 했어도 혜영이와

말해본것은 처음이었다.



"말 놓으세요.. 제가 2살이나 어린데요... 제가 빠른 80이거든요.. "

"아 예..예..."

더욱 황당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듯 했다.



"예.. 그런데 어떻게?"

나는 도데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그래서 꺼낸 말이 왜 불

렀냐는 질문이었다.



"글쎄요... 저 사실은..."

혜영이는 약간 뜸을 들였다. 순간이었지만, 약간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알수 있었다.



"저 오빠 한테 관심있어요..."

"예~~~"

머리가 멍 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죄없는 물잔만 만지작 만지작 했다.



"저 오빠 한테 관심있다구요.. 무슨 소리인줄 몰라요. 관심있다는게.."

"아 예... 근대..."

"지혁이 오빠죠.. 기계과 97학번이구.. 집은 XX동이구, 또 취미는 복싱이죠. 아마

10전 7승 3패.. 또, 같이 다니는 오빠 친구들은 권순일, 김신중, 조성환이구요..

모두 우리학교 97학번이구. 더 말할까요? 음 하나 더 지금 여자친구는 없구.."



나는 앞에 있는 여자가 내가 알고 있는 혜연인지 의문이 갔다. 항상 얌전하고 도서

관에서 공부만 하는 모습만 보아왔던 나에게 이건 말도 안돼는 일이었다.



"또.. 하나. 오빠도 저 한테 관심 있죠?"

"예?"

나는 순간 놀라 목소리가 커졌는지도 몰랐다. 하마터면 손에 쥐고 있던 물컵을 쏟

을 뻔 했다.

"있어요 없어요??"

혜연이의 물음은 무척이나 단호하고 똑 부러졌다. 나에게 어떤 생각할 여유도 주

지 않았다.

"아.. 예.. 있느..."

"그렇죠.. 그럼 우리 이제부터 애인하죠..."

"애인이요..."



그 한마디후, 혜연이는 나의 애인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웃기는 일이었다. 숫기없

는 나로서는 혜연이의 대쉬 아니였으면 졸업할 때까지도 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거와 혜연이는 많이 달랐다. 아무튼, 난

시험기간을 혜연이와 같이 지냈다. 물론, 내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수는 없었다.

또 나는 성환이 생각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 ----- -----



나는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나오고 있었다. 문득 성환이 생각이 났다. 찾아보았지

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음..이상하다.. 다른 교실에서 시험 보나?' 나는 약간 허탈한 마음으로 공대 건물

을 빠져 나왔다. 어제도 혜연이와 영화보고 늦게 공부를 시작해서 책도 한번 채 읽

지 못한체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씁슬했다.



"어... 오빠....?"

나는 건물을 빠져 나가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쳐다보았다. 혜연이었다.하지만, 나

의 답답함도 혜연이의 미소에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어.. 나 기다린거야..."

"응.. 당연하지.. 오빠 시험 끝났지.. 나도 끝났어..."

"그래. 잘 봤어?"

"뭐. 평상 실력으로.."

"그래. 넌 평상시에 열심히 하니깐..."

나는 혜연이와 함께 공대계단을 내려 가고 있었다.

"오늘은 뭐하고 놀지? 응?"



그때, 나의 눈에 순일이가 들어왔다. 평소와 다르게 매우 상기되어 나에게 다가오

고 있었다.

"응 잠깐만...."

나는 혜연이를 뒤에 두고 나에게 다가오는 순일이에게 다가갔다.



"야.. 오..지혁... 너 이새끼.."

"야 왜그래? 얼굴까지 붉히고..."

"몰라서 물어.. 너 그러고도 성환이 친구냐? 이 새끼야..."

나는 평소에 침착한 순일이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왜 그러는데??"



어느새, 혜연이는 다가와 우리 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순일이는 혜연이의 얼굴을 보고 약간 당황해 했다. 순일이는 잠시 할말을 잃은듯

나와 혜연이를 한번씩 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흥분했다. 너도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만, 성환이 지금 정말 상태가

않좋다. 제 정신이 아니란 말야.. 나랑 신중이가 겨우 겨우 몇 과목 시험은 보게

했지만, 오늘은 아예 학교도 안나왔어... 걔 두번 학고 맞은거 알지.. 너랑 같은과

니까, 니가 알아서 처리해.. 성환이 한번만 더 학점미달이면 제적이야.. 제적..."



나는 순일이가 화낸 이유를 알만했다. 그동안 난 혜연이에게 정신팔려 이녀석들이

친 삐삐는 모두 씹었었다. 할말이 없었다.



"아 그렇구나.. 내가...요즘에..."

"됐어.. 너가 뭐하든 상관 없다."

순일의 목소리는 약간 차분해 졌지만, 화는 풀리지 않은것 같았다. 평소의 다정스

런 말투는 찾아 볼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 답게 굴어라.. 너 답게.."

순일이는 한마디를 남겨 놓고 가 버렸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친구가

시험도 보지 않았는데, 그것도 모른 내가 한심했다. 하지만 약간 화도 났다. 이유

는 알수가 없었다.



"오빠, 왜 그래요..."

모든것이 혜연이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혜연이 때문에 난 요 며칠동안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혜연이가 밉지는 않았다.

"아니야.. 가봐야 할 곳이 있어... 오늘은 못 놀겠다..."

혜연이의 실망스런 얼굴이 역력했다.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래.. 급한 일인것 같으니깐, 오늘 하루만 내가 양보할께..."

"그래.. 고맙다.."

나는 혜연이를 돌려 보내고, 기계과 사무실로 갔다. 물론, 성환이의 사정을 교수님

에게 말씀드리고 선처를 부탁드리려고 했다. 교수님께서는 나의 말씀을 듣고 재시

험을 허락해 주셨다. 나는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와 성환이네 집으로 향했다.



"어 지혁이 왔구나..잘 왔다. 성환이랑 말좀 해보렴..."

성환이 어머니의 얼굴은 평소와 다르게 약간 어두웠다. 나는 곧바로 성환이 방으로

향했다.



[끼릭~~~끼릭~~~~~]

이상하게 성환이의 방문은 잠겨 있었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성환아.. 문좀 열어봐.. 지혁이 왔다..."

성환이 어머님은 나대신 성환이에게 문을 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린후 큰 소리로 성환이를 불렀다.

"성환아.. 나야.. 나.지혁이라구. 문좀 열어봐..."



그제서야 방문은 조금 열렸다. 방안은 어두웠다. 내가 들어가자 마자 성환이는 방

문을 걸어 잠갔다. 나는 불을 켰다. 방안은 무척이나 더웠다. 창문도 하나도 열려

있지 않았다. 한 여름인데도 성환이는 커텐까지 쳐 놓았었다.



"야.. 안 덥냐?"

나는 일부러 다른 말부터 꺼냈다. 하지만, 내 생각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성환이 얼굴은 보름사이에 너무나도 많이 헬쓱해져 있었다.



"지혁아.. 나 좀 살려줘..."

단 한마디의 말이었지만, 무척이나 괴로움이 배어 있었다. 나에게는 그렇게 밖에

안 들렸다.

"야.. 너 왜그래?"



성환이는 침대벽에 딱 붙어서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눈빛이 무척이나 싸늘했

다.

"나도 몰라.. 하지만, 정말 불안해...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니깐.. 계속해서...

누군가가.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나는 침대에 앉아 성환이 쪽으로 다가갔다. 무척이나 많이 아팠는지 눈도 꽹했다.

무척이나 미안했다.

"많이 아팠나 보구나... 미안하다.. 신경 못써서..."

"그게 아니라니깐, 정말이야 믿어줘. 지혁아... 누가 나를...."

"정신차려.. 너 오늘 시험도 안 봤다면서.. 너 그러다 이번에도 학고 맞으면 제적

인거 알지.. 제적... 짤린다 말야..."



성환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약간 이나마 정신을 차린듯 했다. 얼굴표정이 약

간 심각해 졌다.



"야.. 내가 교수님한테 말했거든.. 그러니까 내일 제시험 보면 돼... 내일 조교님

한테 물어보구 시험보면돼...그러니까, 정신 차리고 시험 공부하란 말야... 알았냐

구?"



성환이는 잠시 동안 생각하는 듯 했다. 한참을 그러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어.. 지혁아.. 대신 오늘 나랑 같이 자자.. 그리고 내일 같이 학교에

가자.. 응..."

"알았어.. 그래 그렇게 할께..."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다행히도 성환이가 약간 정신을 차린듯 했다.성환이도

학교 짤리는 것만은 걱정이 되었던 것 같았다. 나는 성환이에게 오늘 시험 본 시험

지와 족보를 내 주었다.

"야 이거 보구 공부해.. 시험 문제는 다르겠지만, 참고가 될거야.. 그리고 나한테는

묻지 마라.. 나도 잘 모르니깐..."



성환이는 내가 내준 시험지와 족보를 받아들고 책상앞에 가 앉았다. 책을 피려고

하더니, 뒤를 돌아 나를 바라 보았다.

"지혁아.. 고맙다.. 정말로..."

"자식.. 웃기네.. 고맙긴.... 공부나 해.."



눈을 떴다. 머리맡에 있는 시계를 보니 7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나는 옆을 보았다.

성환이는 어느새 내 옆에서 책을 펴놓은채 잠이 들어 있었다. 책은 땀으로 흠뻑 젖

어 있었다. 나는 깨울까 하다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그만 두었다.



"아!! 맞다.. 삐삐..."

나는 가방에 진동으로 해둔 삐삐 생각이 났다. 삐삐를 꺼내보니 아니나 다를까, 혜

연이한테 삐삐가 여러번 왔었다.



'6-24 AM 6:50'

나는 방금전 온 삐삐를 확인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전화벨이 채 두번도 울리기 전

에 혜연이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어떻게 이럴수 있어... 내가 몇번이나 삐삐를 쳤느줄 알어?"

혜연이는 나의 목소리인걸 확인하자 마자 쏘아 붙였다.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나

도 모르게 약간 짜증이 났다. 설명을 하기도 그렇고 해서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

다.



"그럼, 오빠 오늘 뭐해?"

"응.. 오늘도 나 할일 있는데.."

"뭐야!"

다시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친구얘기를 해줄수 밖에 없었다.

"친구가 많이 아파서, 내가 같이 학교가서 있어줘야 해. 시험 보는 동안.."



혜연이는 나의 말을 잠자코 듣더니, 새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하는수 없지. 그럼 성환이 오빠 시험보는 동안 오빠 심심할테니깐, 내가 같

이 있어 줄까?"

"어.. 그래. 그럴래? 어.. 그런데 성환이인걸 어떻게..."

"어.."

혜연이는 잠시지만, 당황해 했다.

"어.. 그거 어제 들었잖아.. 순일이 오빠한테.."

"어.. 그랬던가? 근대 너 정말 이상하다. 어떻게 보지도 않은 내 친구들을 그렇게

잘 알 수가 있는거지.."



나는 아무 생각없이 물었지만, 혜연이는 아까보다 더욱 당황해 했다.

"그야.. 오빠한테 관심이 많았으니깐.."

"아. 그래.. 알았어. 그럼 조금 있다 공대앞에서 볼래. 11시정도에.."



나는 전화기를 끊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잠시동안이나마 인터넷을 해볼 생각이었

다.



[삐비빅~~~~~~~~삐빅~~~~~~~]

컴퓨터는 특유의 시작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시 살아나는 그런 소리였다.

컴퓨터라는 것은 점점 발달해 이제는 이것 없으면 살아갈수 없을 만큼 되어 버렸

다. 흑백모니터에 간단한 영상만을 전달하던 것이 어느새부터인가, 화려한 3차원

그래픽과 인간의 목소리, 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매력이란 끝이

없는듯 했다.



'내참.. 내가 별 생각을 다하는군..'

나는 코웃음이 나왔다. 나는 익스플로러를 두번 클릭한후 즐겨찾기 메뉴를 열어보

았다.



[시체사이트]



'자식, 이런거나 보니까 헛것이 보이지...쯧쯧...'

나는 무심코 즐겨찾기 메뉴에서 시체사이트 항목을 삭제 해버렸다.



"으으으으...으으..."

나는 놀라 침대쪽을 바라보았다. 성환이는 무엇인가 무서운 꿈을 꾸는지 몸을 뒤틀

고 있었다. 나는 컴퓨터 전원을 나도 모르게 끈후, 침대쪽으로 다가갔다.



"살려줘.. 살려줘...."

성환이는 공중에 팔을 휘저으며,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성

환이를 흔들어 깨웠다.

"야야.. 일어나.. 일어나란 말야.."

성환이는 힘들게 눈을 뜬후, 나를 바라보았다. 식은땀으로 침대까지 축축했다.



"야 너 왜그래?"

"아냐.. 꿈에서.. 누군가가.. 날.."

"야. 그래 됐어.. 꿈은 그냥 꿈이야.."



나는 성환이가 많이 약해 진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환이가 시

험을 보는것이 제일 큰 문제 였다.

"야, 너 시험 공부는 다 했어..."

"몰라.... 나 시험보러 안 갈거야... 무서워.."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알아본 결과 성환이의 이번 성적도 정말 아슬아슬 했다.

F가 하나라도 생기면 힘들것 같았다.

"야.. 웃기지마.. 시험은 봐야해..꼭..."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내가 같이 가준다고 했잖아.. 자슥이.. 내가 누구냐? 그래도 아마

지만 복싱선수였잖아.."

나는 웃으라고 한 말이었지만, 성환이의 얼굴은 변함없이 굳어 있었다.



우리는 10시가 조금 넘어 집에서 출발했다. 학교에 도착하니 10시 40분이었다. 나

는 성환이를 거의 팔장을 끼고 끌다시피 했다. 그래도 성환이는 좀전 보다는 표정

이 많이 풀어진것 같아서 다행스러워 보였다.

'그래. 신경과민일거야.. 자꾸 이상한 것이 들리고, 무서운 꿈을 꾸고 그러는 것

보니....'



우리는 공대 건물로 향했다. 혜연이는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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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은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