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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 - 18 -









*.. 죽마고우 연가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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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지금 이 이야기들이 사실인가요?"




내 목소리는 무척 조용했고 차분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내... 심정도 담담했다.

그 담담한 마음이...차분한 목소리로 표출된건데..

아주머니가 내 목소리에 약간 당황해하는듯 하다.


어느 새 들어와서 내 옆에 앉아있던 도하도

이외로 차분한 내 목소리에 당황해한다.

고개를 돌려서까지 그녀의 표정을 살펴볼 수는 없지만.

느낌은 그랬다.




후우..

당황하고 흥분하면서... 따져들어야 하는겐가?

두 아버지끼리의 문제잖아 ...

도하의 아버지가... 내 아버지를 배신하고 떠났다고 해서

내가 이제와서 그녀들에게 따지고 그래야 하는겐가...

그럴필요없잖아..



이정도라면..

내 인생도 참 영화스럽다고 생각할 뿐이다.

여지껏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내 인생인데..

영화에서나 대리만족정도로 느껴보던 장면들이고 이야기들 아닌가.

하하하... 그거 참..

정말 화려한 사연과 배경을 지닌거였군... 내 인생이란건..





내 아버지를 그렇게 배신했던 친구도..

한참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했더란다.

그제서야 후회하면서 내 아버지를 찾아와 사죄했지만..

화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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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이 자네...내 이렇게 무릅꿇고 사죄하네...
못나고 못난..자네 친구를 용서해주게나.."



태관이는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 친구에게 사죄했다.

이제 7살이 된 ..태관이의 딸은 ..아빠가 우니깐 덩달아서 눈물을 흘린다.


준석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이 없었다.

태관이는 애타게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의 양 어깨를 짚고

흔들었지만... 친구는 아무말이 없었다.

그 두남자 옆에서 어린 딸만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서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던 태관이는

친구를 놓아주고.. 대신 딸의 손을 잡아주고 딸의 눈물을 닦아내주었다.


그때 여지껏 아무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던

준석이의 입이 열렸다.




"자네를 원망한적은 없네... 자네를 어찌 원망하겠나
나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네...자네는 나에게 죄지은게 없어
하지만...
자네와 나... 이미 많이 틀려졌지 않은가..
우리가 함께 해 왔던 우정은 항상 같은것만 바라왔네
우린 이미...너무 다른길을 걸어왔고 ...멀어졌다네.
자네가 정말 내 친구라면... 내 말뜻을 알걸세..."




다시 고개를 숙이는 친구를 바라보던 태관이는

딸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생각하고 생각했을것이다.

이윽고 태관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을했다.




"그래...우린 항상 같은것을 바래왔지
자네 말이 맞네... 내가 멍청했어..
자네에게 사죄를 할 필요가 없었군 ..불 필요한거였어"




그리고 벌떡 일어나서 큰소리로 외쳤다.




"도하를 놔두고 가겠네...잘 좀 보살펴주게
조만간 다시 자네를 찾아오겠네
그때... 자네와 술한잔 멋지게 하고싶네...."




울먹거리는 딸을 한참 쳐다보다가 방문을 나가버렸다.

준석이는 그 딸을 품에 안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태관이가 ... 다시 친구를 찾아와서... 술을 권하고

악수를 청하고... 화해를 원했지만..

준석이는 담담히 말했다.




"자네는 역시 내 친구구만..
비록 자네가 사업을 정리하고 왔다지만
그렇다고 ...자네와 내가 같아진것은 아니네
아직도 자네와 나는 많이 다르다네..
우리에겐....아마도 무척 긴 시간이 필요할꺼야
돌아가게나.."




태관이는 자신이 애써 키우고 발전해놓은 회사를 정리했다.

자신의 소유의 건물과 부지를 ...자선기관에 헌납했고.

회사를 분해하여 자신을 여짓껏 보좌해왔던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유능한 직원을 선출하여 운영을 맡겼고..

자신이 가진 권리들과 명예와 금전들을 포기하면서

친구와 같아지려고 노력했다.



친구가 했던 말이 아니더라도...어차피 자신도 생각하고 있던

일들이였기에... 지체없이 실행시킨 일이였다.

후회도 없고... 아쉬움도 없었다.

평생을 함께나눈 우정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 딴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같아지려..가까워지려 노력한것은

친구에게 인정받지 못한채...딸에 손을 부여잡고

돌아와야만 했다.


다른걸 원한게 아니였다.

같은곳에서 얼굴을 마주보면서 ...서로 대화하면서

그리고 추억을 생각하며 술 한잔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생각했는데.

그런 작은 소망마저도 ...아직도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 당해야했다.




매정한 친구를 원망한건 아니다.

다시는 이루워질수 없는 우정은 아니잖는가..

서로 노력하고...서로 이해해준다면.. 그리고 추억을 생각한다면..

친구와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건...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듯했다.




그래서 더욱...자식들의 약혼했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었던거다.

그 약혼을 지금 현실에 부각시켜서 ...그 핑계를 삼아

어떻해든 친구와 우정을 회복하고 싶었던 태관이였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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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18 *..죽마고우연가（4）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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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 - 19 -









*...죽마고우 연가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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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약이라했던가..

잊혀질건 잊혀지고 ... 남은건 남는...세월속에서

그 두 남자는 함께 한자리에서 같은 추억을 되새길수 있었다.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갈려져 있던 우정이 점점 회복되어가고..

어느새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느낄때쯤..

태관이가 교통사고로 죽어버렸다.



준석이를 만나 ...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고 돌아오던 길에

당한 사고였다.



'우리 자식들이 약혼했던일을 기억하는가?
자네와 나.... 친구에서 사돈사이로 발전해야지 않겠나
이제 루시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주어야 하지않겠어...하하하
어서 결혼시켜서 ...우리 손주한번 보세나..하하하하하
루시가 대학 졸업하면..서울로 올려보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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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났다.

눈시울이 젖어있던 아주머니는 옷장에서 수건하나를 꺼내어

눈가를 닦으면서도...웃으신다.


내 옆에 앉아서...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있는 도하를 쳐다봤다.

그녀 역시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혹시 나도 눈물을 흘리고 있는가 해서....손으로 눈을 비벼봤지만

눈물같은것은 없었다.

내가 냉정한건가......내가 너무 무감정한놈인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슬퍼지지가 않는걸까..

아주머니와 도하...그녀들이 우는 이유가

이야기가 슬퍼서 일까.. 아니면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것이 슬퍼서 우는것일까....









그것이 무슨 대수람..

도하와의 약혼사실을 평생 모르고 살았던 이유를 알았다.

내 아버지는... 이런 아픈추억을 입밖에 내기 싫으셨던거고

친구가 죽기전 했던말을 생각하면서..

날 이곳에 보내면서도... 마음속에 말들을 하지 못했던

내 아버지를 이해해본다.




친구와 화해하고자 노력했던 도하의 아버지도 이해해본다.

공들였던 사업체를 버리고도... 화해할 수 없었던 그는

약혼했던...자식들을 다리삼아 친구를 찾고 싶었을게다.

그래서 도하는 알고 있었던거다.

도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을것이다.




그러고 보니깐..

언젠가 우리집에 와서...몇일을 지내다간 한 소녀가 생각난다.

내 또래의 소녀였는데... 그때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소녀가

도하였던것 같다. .. 이제서야 생각나다니...





정말 기대했던것 이상으로 필연적인 사연이였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내 단순한

머리가 원망스럽지만... 그것으로 충분히 내 심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내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앞으로의 인생과...

이곳 서울에서의 내 생활과...

아버지들이 펼쳐놓고 준비해놓은 이곳 하숙집에서의 생활..

그리고 ... 내 약혼녀.... 이제는 조금 이해되고 인정할 수 있는

그리고 내 마음 한켠에서도...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도하...그녀의 모습도 떠올랐다.



아버지를 만나게되면....먼저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이제 앞으로 하숙집 아줌마라고만 생각했던

몸빼바지 아주머니를...어떻게 ..어떤식으로 대해드려야 할지..




"무슨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요? 사람이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도하가 어느새 내 방에 들어와 있다.


손에 오렌지쥬스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날 쳐다보면서 투덜댄다.




"도하씨... 도하씨가...내 기억속에 존재하고 있네요.."

"네 ? "




앞뒤없이 던진 내 말에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앉아서

쥬스잔을 내게 내민다.




"언젠가 우리집에 왔던 소녀가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그제야...내가 무슨말을 하는건지 알아차린듯...

쥬스잔을 흔들면서... 허둥지둥댄다.




"이거나 마셔요..... 이상한 소리하지말구...아우.."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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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 19편 - 완결 -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