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무섭다. 안 무서웠던 시절이 있었나 돌이켜 보면 딱히 그런 적도 없지만 오늘은 오늘의 이유로 무서운 걸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나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못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사는 게 벼랑 끝에 몰리니 자꾸만 못난 사람이 되어 간다. 시퍼렇게 날이 설 때마다 괴롭고 몸을 더, 더 낮춰야 할 때는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주먹만한 쥐구멍에 온몸이 쑤셔넣어지는 기분마저 든다.

울 힘도 없다. 운다고 달라지지 않으니 애먼 곳에 힘쓰고 싶지 않다. 어디까지 비참해질지 감히 상상도 안 되는 하루. 제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우습지도 않은 기도인 줄 뻔히 알면서도 매일밤 되뇐다. 제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오늘이 끝이었으면.

벽에 머리라도 처박고 소리라도 내지르고 싶은데 이것 역시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없으니 그조차 할 힘이 없다.

사는 게 막막하다. 별 일 아니야, 이깟 거 별 일 아니야 웅얼대다가도
이제 그만 애쓰고 싶을 때는 어찌할 도리도 없이 무너진다. 생각보다 너무나 평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