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브 알터.
7인의 영웅들 중 신궁이라 불리던 존재.
그녀는 엘프족의 신기, 펜덴티브라는 세계수 활을 지니고 수많은 마족의 미간에 화살을 꽂았다고 한다.
그런 전설의 영웅이었던 그녀의 아들이 이종의 존재에게 편지를 보냈다니..

"왜...?"

내 뇌 안의 수많은 궁금증인 담긴 질문은 하나의 단어로 입 밖에 튀어나왔다.
베나 알터는 천천히 초록 눈을 감았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고민이오. 왜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는지, 왜 엘프인 내가 여기에 있는지, 그리고 왜... 당신을 불렀는지."

그의 대답에서 또 다시 전설은 사실임을 증명 당했다.

"그녀의 능력이군. 제 3의 눈."

제 3의 눈. 네이브 알터는 진실을 꿰뚫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그저 그렇게만 전해졌을 뿐, 정확한 능력에 정도를 몰랐으나 내 마음을 읽은 것을 보아
그는 그녀의 능력을 이은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이야기를 들을 시간은 있으니 마음을 가라앉치시오. 당신에겐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일것 같으니 말이오."

베나 알터가 고개를 살짝 돌리자, 내 뒤에 있던 자는 내 결박을 풀고는 의자를 내게 건냈다.
나는 건내받은 의자를 들어 베나 알터의 정면 바로 앞에 앉았다.
베나 알터는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대고 고갤 숙였다.
그 행위는 엘프 종족만의 행위로 두 손은 자신의 행위를 표현하고 그 두손을 가슴에 대는 것으로 진실된 미안함을 표현한다.

"일단 험한 인사로 그대를 맞이 한 것에 대해 사과하오. 이 곳은 엘프들의 마법으로 가린 공간이어서 자칫 잘못하면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기에
그댈 어쩔 수 없이 결박한 채로 이동시켰소. 사실 눈까지 가릴 필요는 없었는데 내 제자가 과한 짓을 하였네. 인간을 믿는 녀석이 아니기 그런듯 싶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몸을 결박했던 자가 고갤 숙였다.

"엘프니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겠다. 그것보다도 난 당신이 편지에 쓴 이야기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 그 이야기를 듣겠자고 이 머나먼 도무스 왕국까지 왔겠지."

"사실 편지만 있었다면 올 생각은 없었다.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는 흥미가 일지 않기 때문이지. 하지만..."

"목걸이겠지. 당신을 이곳에 오게 한 이유가."

내 목에 찼던 목걸이는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 맞다면 내 목에 찬다는 것이 과분한 것이었다.

"이건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 맞는가?"

"네이브 알터의 세계수 나무조각 목걸이. 그녀가 영원의 숲을 나설 때 칸달에게 넘겨준 그것이 그대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맞다."

세계수 나무조각 목걸이.
그것은 능력이 있는 아티펙트도 비싼 보석이 달린 펜던트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의 가치는 다른 것에 있었다.
약속의 징표.
엘프 종족 전체의 목숨과 칸달이 맺은 계약의 징표.
칸달은 자신이 용사라는 것에 대해 믿지 않았다.
용사가 되기 전 그는 하찮은 병사들 중 한 명이었고 토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마음 여린 자였다.
그런 그의 능력을 제 3의 눈으로 확인한 네이브 알터는 그의 능력의 확신을 주기 위해 엘프 종족의 전체의 대리인으로서 약속을 한다.

- 나 엘프일족의 수호자이자 대리인인 네이브 알터는 칸달에게 약속한다.
그가 죽기 전까지 그를 보호할 것이며, 그가 죽게 될 경우 전 엘프일족은 그의 가족을 수호하는데 목숨을 바치겠다.

칸달은 네이브 알터의 약속을 믿고 그 징표인 세계수 나무조각 목걸이를 목에 걸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베나 알터의 말 한마디로 그것에 대한 증명은 끝났다.
그러자 갑자기 목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부담가지지 않아도 되오. 어차피 그 약속은 파기되었고 그의 가족은 다 죽었으니."

"그게 사실이라면 현재 이곳에 존재하는 그의 일족은 가짜란 말입니까?"

도무스 왕국에는 칸달의 후예라 불리는 칸달가문의 자손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은 후작가문의 귀족들이다.
하지만 베나 알터는 그들이 칸달의 후손이 아니라 말하는 것이다.

"거짓은 아니지. 그들은 그의 직계후손은 아니지만 그의 친척의 후손들이니까."

"허...허허허.."

그의 말에 허탈했다.
칸달 가문의 깃발의 징표가 나무조각 목걸이의 형상이며 엘프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
당연시 여기던 사실이 거짓이라 판명되었다.
그것에 대한 괴리감이 생겼고 그 후 이어진 베나 알터의 말에 두려움이 생겼다.

"그런 하찮은 것에 놀라다니... 아직 진실엔 한걸음도 다가가지 못했는데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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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편지에 적혀있던 내용을 말하는 것인가?"

"맞소. 바로 그것이오. 진실. 거짓된 자들이 만든 가짜가 아닌 것. 오롯이 현실에서 진행되었던 그 더러운 행위들의 시작이자 끝인 이야기이오."

분노.
그의 차분한 목소리는 점점 분노에 차올라 거칠어 졌고 마치 초록 눈의 숲이 붉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착시까지 불러 일으켰다.
그것은 더더욱 날 공포의 절벽 아래로 떠미는 것 같았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뒤집어지고 이치가 혹은 진리가 뒤헝클어져 그 어떠한 것도 믿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조차 들게했다.

"후우...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주시길."

안주머니에 차고 다니던 타바코 잎을 꺼내 베나 알터의 앞에서 종이에 말았다.
타바코 잎은 태우면 중독성이 있는 연기를 들이 마시게 하는 것으로 숲의 조각이라 하는 잎사귀를 태운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엘프들에겐 혐오시 되는 행위였다.
그러나 그는 내 심란한 마음을 읽었는지 기꺼이 고갤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의 표시를 하고는 그의 뒷편의 창문을 반쯤 열었다.
어둠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그의 모습은 서쪽 하늘의 노을빛이 드러내자, 그의 몸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 눈의 검고 넓은 안대, 넓은 안대로도 가려지지 않던 길고 깊은 상흔과 몸 곳곳에 남은 검은 흔적들은 그가 험난한 삶을 살았음을 대신 말해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 "우리"에겐 말이오."

더 궁금한 것이 남았으나 그의 감은 두 눈은 내 질문에 더 응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느새 타바코 잎을 싼 종이는 다 태워졌고 공간을 매우던 회색 연기가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베나 알터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젠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겠소. 이 이야기에 당신의 모든 궁금증이 다 들어있으니 이야기 중간을 끊지 않기를 바라오."

나는 베나 알터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펜과 종이 몇 장을 꺼내 들었다.

"혹시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도 되겠습니까? 안된다면 적지 않아도 됩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적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소."

"그렇다면 적지 않겠.."

"그렇지만 당신에게 그 선택을 할 선택권이 있소. 그건 내가 정할 일이 아니오."

그 당시 베나 알터가 했던 말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적지 않는 걸 원하지 않는다 하였으나 적는 걸 선택하는 것은 나에게 있다는 말.
어떤 행위를 하라 말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적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적지 않겠습니다."

"그러든지. 그럼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도 되겠소?"

"네."

"시작은 바로 끝에서부터 진행되오. 200년 전, 바로 내가 살던 그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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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집 이사다 뭐다 해서 쓰지 못하고 있었네요.
지난번 글 댓글보면서 자신감 쪼오금 가지고 계속 쓰고 있어요.. ㅋㅋ
제목도 미정이구요.
스토리 속에 스토리가 이어지는 부분이라 까다로운 부분이 많네요..
그 때문에 생기는 설정 미스나 이해 안되시는 거 있으면 댓글이나 글에 첨삭하도록 할게요..

사실 이름은 집에 굴러다니는 책 보면서 짜집기 한거라 딱히 의미는 없습니다.
댓글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