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제가 지금 19살이니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0년이 더 넘었을 수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오래전 이야기는 대부분을 잊어버리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물론 잊히지 않는 특별한 기억도 있기 마련이죠. 

이런 걸 보통 추억이라고 하나요? 

추억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생각나겠으나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입니다. 

예를 들면 이성친구에게 차였다던가, 처음으로 부모님께 크게 혼났다던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네요. 

제가 지금부터 쓸 이야기는 기분 나쁜 추억이 되겠습니다. 

저희 집은 가난했습니다. 

찢어질 듯 가난했다고 표현하기보단 입에 겨우 풀칠하며 살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가난했던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금전적인 것에는 큰 욕심이 없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바랐던 것은 잠을 자고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때 집안에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 두 분은 각기 다른 이유로 집에 계시길 피했습니다. 

이따금 아버지가 주무시고 계시고, 빈 술병이 아침햇살을 제게 반사하고 있을 뿐이었죠. 

이때의 제 또래 친구들은 보통 무엇을 바랬을까요? 

주말에 부모님과 유원지에 놀러 가거나, 외식을 하거나 그런 것들 일겁니다. 

저는 행복한 삶보단 불행하지 않은 삶을 바랐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이죠. 

‘평범한 삶’

평범함을 바란 게 죄였을까요?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 것일까요? 

태어난 이상 운명은 정해져 있던 걸까요? 

신이시여, 제가 정녕 욕심을 부렸던 것입니까? 

신이 존재한다면 세상을 이렇게 불공평하게 만들었을 리가 없습니다. 

신은 언제나 이타적이며 공평하지 못한 일이 행해질 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답을 내놓으시는 분이 아니었습니까? 

이 생각을 하고 있자니 해답이 떠올랐습니다. 

이곳은 지옥이었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신이 여사한 세상을 만들었을 리가 없죠. 

그랬던 것입니다. 

종교라는 것도 결국에는, 지옥에서 잠시나마 현실 도피를 시켜주는 천국의 불온서적을 기반으로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요?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를 잇겠습니다. 

저는 평범한 가정을 바랐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집안에는 부모님의 싸움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현관문 유리가 깨지는 일도 왕왕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적막한 기운이 집안을 감쌌습니다. 

곧 제 혈관에서 혈액이 흐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제 아침맞이는 다른 친구들의 아침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부모님의 요리하는 소리, 혹은 일어나라는 손길에 깨기보다는 휴대폰 알람 소리에 일어났고 아침은 밥보다는 냉장고에 있는 빵으로 때웠습니다. 

혼자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학교 가는 길에 쓸쓸함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괜스레 작은 돌멩이를 걷어 차는 일도 질렸습니다. 

바삐 움직이는 정장을 입은 회사원들과,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중인 또래 친구들을 아무런 느낌 없이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습니다. 

학교에서의 저는 제법 인기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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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