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적이 없는 천장이었다— 같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소리를 하고 싶지만, 이 천장은 왠지 낯이 익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을까.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며칠 동안이나 꼼짝 않고 자다가 일어난 것 같다. 근육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일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등에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만이 내가 어딘가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춥다. 나는 태어날 때의 모습, 즉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조금만 더 자고 싶다. 이대로 눈을 감고 다시금 안식을 취하고 싶었다. 그렇게 정신이 아득해져 갈 때,
끼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
말하고 싶었지만 말라붙은 입술은 작은 떨림만을 만들어 낼 뿐이었다.
작은 발걸음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그에, 나는 간신히 고개를 움직여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수녀였다. 아니, 진짜로 수녀인지는 모르겠지만 짙은 검정색의 수녀복을 입고 있는 소녀였다. 언뜻 보이는 은색의 머리카락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피로 물든 것 같은 새빨간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우아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다시 어디론가 가버렸다.
뭘까. 그제서야 나는 내 자신이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자각했다. 잊었던 부끄러움은 한 번에 몰려왔다. 제기랄.
그 덕분에 어떻게든 몸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그대로 일어나서 주위를 살펴 봤다.
내가 누워있던 곳은 돌로 만들어진 제단 같았다. 어디에 쓰는 거고, 왜 나는 그 위에서 자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인신공양이라도 하려는 거였나.
그 밖에는 별 특징없는 서랍장 하나. 그 이외에는 없었다.
나는 그 서랍장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익숙한 옷이 한 벌. 그리고 흐릿한 색의 보석이 박혀 있는 반지 하나가 있었다. 내 것인가? 아니여도 나체로 있을 수는 없다. 일단은 옷을 입었다.
크기는…… 딱 맞는데? 정말 내 물건 같다.
그 때, 뚜벅거리는 발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왠지 도망치고 싶어졌다. 안좋은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하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 최악의 경우 창문을 깨고 달아나면 되지만…… 맨 몸으로 그런 짓을 했다간 전신에 유리 파편이 박혀서 좋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문이 열려 누군가 들어왔다. 이 번엔 신성한 교황의 의복을 입은 늙은이였다. 그 뒤로 아까의 소녀가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일어나셨군요. 용사님.”
용사— 그 단어를 듣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도 모르게 눈을 찡그리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래…… 교황님.”
난잡하게 뒤섞인 기억의 조각들이 나를 괴롭게 했다. 그 사이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창문따위 마법으로 부수고 나가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곳은 용사가 존재하는 세계, 앤티오카 대륙. 나는 인류의 영웅. 그걸로 끝인 이야기이다. 내 정체는 결국 그것뿐이다. 그리고 뭐? 나는 그 이외에 뭐였지?
“간곡히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는 근심이 많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