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있으면 계속 이전에 힘들었던 일만 떠올라 괴롭다. 좋은 생각만 하려 해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 아에 실현 불가능한 망상을 해도 어느새 현실적인 부분을 파고 들어 다시 괴로운 생각에 잠긴다. 열심히 하면 현재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그 노력에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갈수록 삶에 집착이 없음만을 거듭 깨닫는다. 아픈 게 싫을 뿐. 고통없이 죽을 수만 있다면 주저없이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우울함의 근본은 외로움에 있는 것 같다. 남아있던 가족을 잃고, 와중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그 때 처음으로 깊히 자살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불면증과 우울함에 병원을 찾은 것도 그 무렵이다. 처음에는 수면을 위해 마시던 술도 우울함을 없애기 위한 의존의 수단이 되었다. 알코올 의존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울함을 처리할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시점에서 내가 이것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것 같다. 바깥에 나가서, 정상인처럼 일을 하고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고 그것이 나아질까? 하지만 이미 지난 5년이 그 결과를 말해준다.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이루어 나갔을 무렵. 동료와의 인간관계도 원만하며 일과 후에도 자주 식사나 술자리 모임을 갖고 친근한 이들도 많이 생겼다. 정상적인 나는 쾌활하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 하나 나의 우울함을 알지 못했다. 사실 그들과의 대면 중에는 우울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결국에는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 하루를 마치고 홀로 휴대폰을 붙잡거나 잠자리에 들 무렵이면, 어김없이 그것은 찾아온다.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구체적이지 못한 그 막연한 외로움. 이성을 사귀면 나아질까 하지만 외로움에 못이겨 사람을 만난다 해도 상대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가족은 태어날적 이어진 그 관계에서 싫어도 벗어나기 힘든 것이니, 그러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마냥 요구할 수 있는 이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그래도 한 번 노력해볼까. 조금 나아져 보고, 그래도 삶에 집착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건 그때가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할까.

일단 바쁘게 살아보자. 조금이라도 나은, 그나마 관심있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받고 다시 방송통신대 수업이라도 듣자. 이제와 듣는 대학수업이 직접 직업과 연결되지는 않을 테니 국문학과를 선택하려한다. 일기 마냥 감정을 글로 남기면 그것이 힘들 때 스스로를 위로해주는 해소제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