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0일에 입대하여 현재 2%가량 했네. 순식간에 지나가는 하루를 연신 만끽하고 있겠지. 맛없는 밥, 고된 일정.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들. 그리고 그 속에서 점차 익숙해져만 가는 자신을 보며 신기하다고 느끼고 있을려나. 훈련소의 주말이라 해봐야 전혀 편할 건 없겠지만, 평일에 비한다면야 축복이기 그지없을 테지. 그래도 비교적 여유로우니깐.

여기 자대 생활은 훈련소에 비하면 퍽 즐거워. 일전에도 말했다시피 말야. 그러니 여기서 내 자대생활 이야기는 굳이 적진 않을게. 나중에 쓸 거 없으면 그때 적지 뭐. 내 복무 기간은 이제 494일 남았어. 물론 아직도 짬찌라 불리지만, 그래도 이제 신병 티는 벗어던졌다는 느낌일까.

훈련소 분대장들이 잘 대해주니? 짜증 나는 사람이 있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바라. 나름 고생하는 사람들이니깐. 물론 정 아니다 싶으면 찌르는 게 답이지만. 곧 있으면 사격을 할지도 모르겠네. 혹여 이미 했을지도 모르고. 사격은 은근 재밌어. 탄피 회수기가 폐급이면 개빡치지만 말야. 거기선 사대에 의탁해서 사격할 테니 어려울 건 없겠지. 잘 할 거라 믿어.

훈련소 안에 있으면 역시 바깥소식이 가장 궁금하지. 성과 연금제 도입 추진으로 인한 철도 노조의 파업이나 독성 성분이 포함되어 전량 회수조치된 메디안 등등.. 솔직히 나도 뉴스 잘 안봐서 세세한 소식이나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카캇.

그래도 힘든 건 있어. 특히 오늘 같은 주말에는 말야. 그야 꿀벌에게는 꿀 빠는 것도 일인 걸 ㅋ. 얼마 전엔 위문열차가 왔다 갔어. 연예인들 와서 위문 공연하는 건데, 난 그때 1번초를 서느라 볼 수가 없었지. 그나마 노래라도 머나먼 저편에서 들렸지만. 노을, 바다, 여자 아이돌 등이 왔는데, 내가 보질 못 해서 뭐라 감흥을 적기가 그러네.

밤에 초병을 들어가면 굉장히 많은 별이 보여. 강원도 최전방이나 그런 곳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적어도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은 별을 본 곳이지. 저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빛 속에서의 수많은 만남과, 동녘이 트기 전 스산한 새벽의 와중에 울려 퍼지는 잔잔한 풀벌레의 수많은 이야기. 그래, 초병 서는 것도 은근 재밌다. 사수랑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여하튼 남은 훈련소 생활, 잘 하길 바라. 주소는 남기지 않는다.

잔향, 아직 사라지지 않은 향기. 머무른 자리에 아스라이 고운 잔향을 남기기를.


현재 훈련병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 J에게 전하는 전자우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