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쓰고 보자는 주의기도 하고, 글 쓴 퀄이 두가지로 나뉨.

첫째는 하얗게 불태웠다 퀄.
이건 나중에 손댈려고 해도, 썼던 당시보다 몰입할 수가 없어서 손대봤자 나아질게 없다는 기분이 듬.

둘째는 대체 뭘 쓴거지 퀄.
몰입이고 나발이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허어어어어~ 함서 쓴거라, 리모델링할 바에 그냥 차라리 폭파시키고 싶어지는 수준. 이렇게 쓰고 나면 슬럼프가 찾아옴. 앞으로 대체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감이 안 잡힘.

플롯을 암만 짜고 설정을 암만 해봤자, 똥을 안 싼다는 보장이 없음. 무리수를 저지르는건 대부분 영감에 취했을 때임. 충동적이니까. 장편소설을 쓰려면 컨셉을 제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거 꽤 조심해야 함.

그러니 '아!' 하고 머릿속에 영감이 팍 떠올라도, 바로 글 쓰기보단 생각해보는 편이 좋고 도저히 안쓰고는 못 배기겠다 싶으면 써놓고 몇 번 읽고 분석해봐야함.

= = = = = = = =

중요한 건 인소든 출판이든, 솔직히 완결까지 다 쓴 다음에 올리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함. 막 올리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막상 올리고 나면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함.

첫째로 와! 이건 개쩐다! 하고 올렸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시원찮을 경우, 왜 인기가 없나만 생각하고 거기에 집착해서 이후 슬럼프에 빠짐. 갈아엎기 씹쌍.

둘째로 써놓고 보면 자꾸 다른 생각이 남. 아, 이것보다 이게 더 나은 전개같은데. 이건 빼야 할 거 같은데, 이걸 더할까? 하지만 이미 올라간 소설, 출판된 소설은 어쩔 수 없음. 이것도 슬럼프로 가는 지름길임.

셋째로 댓글테러. 문피아나 네웹보단 조아라가 그나마 초보작가에게 유리한 시스템이라, 조아라에서 연재를 했었으나 신작이 어느날 갑자기 투베에 오르는 경우. 관심이 집중되고 신규독자가 유입되면서 댓글에 또라이같은 놈들이 나타남.

훈수두는타입 지적하는타입 앞뒤안가리고 욕하는타입 등등. 이거 정말 멘탈 빠개짐. 독자들 반응 신경쓰다가 소설 내용을 바꾸거나 무리수 두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음. （거의 술빨고 쓰는 수준이 되어버림）

위와 같은 문제점을 안고서, 독자의 반응을 원하고 고독하게 글쓰기 싫다고 무턱대고 바로바로 연재하는건 역시나 실이 더 많음. 최선은 완결을 내고 올리는 것이고, 차선은 비축분과 큰 줄기를 마련하고 올리는 거라고 생각함.

+ 이걸 다 뒤엎을만한 장점이 있다면, 작가 혼자서 와 개쩐다 하고 날뛰면서 써봤자 정작 독자들은 개똥이라고 취급할 소설을 미리 걸러준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