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어색하게 바라보는 구마, 카부켈, 산적두목.

잠시 정적이 흐르고……

산적두목                                （거지 같은 행색의 구마와 마루를 훑어 보고는） 어디서 빌어먹던 거름뱅이인지 모르겠지만 살려줄 때 썩 꺼지거라!

구마                                     （옳다구나 싶어 신속히 고개 숙여 인사하며, 옆의 마루의 머리도 강제로 눌러 인사시키고는） 아…… 네, 그럼 하시는 일 번창하시고…… 저희는 이만……

뒤돌아 가는 구마와 마루.

그런데 이때 갑자기 카부켈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Insert） 카부켈의 손.

카부켈 （OFF）                 자…… 잠깐!

카부켈을 주목하는 산적들.

잠시 주춤했다가 모른 척 다시 걸어가려는 구마와 마루.

카부켈                        이봐~ 왕실 경비대 친구들 나 못 알아 보겠어? 이제오면 어떡해? 하마터면 진상품을 산적 놈들에게 모두 털릴 뻔 했다구!

           구마                           잉? 먼 소리야? 이 자식.

산적두목                     （구질구질한 구마를 훑어보며 못 믿겠다는 듯이） 왕실 경비대? 이놈들이?

구마                           （당황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잉? 뭔 소리에요? 전 저 사람 누군지도 몰라요.

카부켈                        （나무라는 듯이 단호한 표정으로） 이봐! 왕실경비대로써 부끄럽지도 않나? 산적 놈들이 무서워서 내빼는 거야?

구마                           뭐…… 뭐야? 당신. 왕실경비대는 또 뭐고? 뭐 하자는 속셈이야?

듣고 있던 산적두목이 더 이상 귀찮다는 듯이 양쪽 부하들에게 손짓한다.

산적두목                      그만! 그만! 왕실경비대고 나발이고 시끄럽다! 전부 쓸어버려!

구마                           아…… 아니라니까요…… 전 아무 상관 없어요…… 네?

당황해서 안절부절못하는 구마와 마루의 뒤쪽 언덕 위로 화살을 겨누는 산적들이 보인다.

그 중 한 명이 화살을 날린다.

순식간에 날아온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구마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마루                           형!

카부켈도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당황한 표정.

화살을 피하느라 돌렸던 얼굴을 다시 돌아 보는 구마의 볼에서 피가 흐른다.

구마                            （매우 열 받은 표정） 이놈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등에 맨 화살통의 화살 3개를 한꺼번에 집으며） 활 쏘기가 뭔지…… （화살 깃을 입술로 훑으며） 한 수 가르쳐 주지

화살 3개를 한꺼번에 발사하는 구마.

언덕 위의 산적 3명이 한꺼번에 구마의 화살을 맞고 쓰러진다.

           산적두목                      （매우 놀란 표정으로） 뭐…… 뭐야! 바보 같은……!

카부켈                        （뜻밖이라는 듯 살짝 반색하며 독백） 뭐…… 뭐야 이거? 그냥 주위만 끌어주기를 바랬는데…… 뜻밖인걸……!

산적두목                      （뒤쪽에 있는 산적들에게 지시） 이봐! 거기 4명! 놈들을 쳐라!

카부켈                        （미소를 머금으며 독백） 좋았어. 분산됐다!

구마                           （화살을 꺼내며 마루에게） 온다! 준비해!

마루                           응!

구마가 화살을 쏘는 동시에 마루가 뛰어나간다.

화살 하나가 산적 한 놈을 맞춰 꼬꾸라뜨리고, 어느새 날아오른 마루 하강하며 다른 한 놈을 강타!

이를 지켜보던 카부켈 쪽 산적 두 명이 당황해 한다.

슬며시 허리춤의 칼을 빼어 드는 카부켈.

카부켈                        （썩소） 이봐, 어디다 한눈 파는 거야? 너희들은 나랑 놀아보자고.

산적두목                      으으…… 뭣들 하는 거야? 어서 공격해!

일제히 함성과 함께 카부켈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산적 2명.

그러나 카부켈은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어리둥절해 하는 산적들 뒤쪽에서 나타난다.

가볍게 두 놈을 베어 넘기는 카부켈.

상황은 역전되고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는 산적두목.

카부켈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어디 네놈 실력 좀 볼까?

산적두목                      이런 젠장……

갑자기 수레 쪽으로 뛰어가는 산적두목.

           산적두목                      에라 모르겠다! 도망가자!

수레에 올라타서 고삐를 휘두르는 산적두목.

           산적두목                      이랴!

수레가 출발하고, 뒤쫓아 가는 카부켈.

           카부켈                        （코트가 휘날리도록 전속력으로 달리며） 이봐! 거기 서지 못해!

수레 요란스럽게 덜그럭거리며 달리고 뒤쫓는 카부켈.

점점 거리가 좁혀지고, 손이 닿을락말락.

           산적두목                      （고삐를 흔들며） 이랴! 이랴!

           소                              （힘든 표정으로 증기 기관차 같은 콧바람을 내뿜으며） 음머~!

카부켈과 수레 사이의 거리는 다시 멀어지고,

           카부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우씨!

다리가 안보일 정도로 전력 질주하는 카부켈.

연신 뒤를 돌아보며 쉬지 않고 고삐를 흔드는 산적두목.

카부켈                        （수레에 거의 손이 닿을 정도로 손을 뻗으며） 조금만 더……

갑자기 카부켈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파티마의 손 부적에서 아랍어가 울린다.

부적                           알라 아크바르. 알라 아크바르

           카부켈                        （독백） 젠장…… 하필 이때 기도시간이……

잡힐 듯 말듯 하는 마차.

쭉 뻗은 카부켈의 손끝이 부르르 떨린다.

더욱 고삐를 휘두르는 산적두목.

부적                           알라 아크바르. 기도시간 어기면 10년 간 재수 옴 붙을 것이여~

카부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며） 아…… 젠장…… 알았다구.

카부켈, 점점 속도를 줄이고서는 멈추어 서, 휴대용 양탄자를 꺼내 자리를 깐다.

카부켈                       （눈물을 흘리며） 라 일라하 일라~ 일 ~라. 모함메아둔라술루~이라.

카부켈, 멀어지는 산적두목 방향으로 절을 하며 투덜댄다.

           카부켈                        하필 기도 방향도 저쪽이네 재수없게

구마가 날라 차기로 산적을 쓰러뜨린다.

마루와 대적하던 산적이 포기하고 도망간다.

멀리 사라지는 마차를 보며 망연자실 서 있는 카부켈.

카부켈                        （눈물을 찔끔거리며） 내.. 내 물건들......

구마, 험상궂은 인상을 쓰며 카부켈에게 다가간다.

구마                           이봐! 당신 뭔데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거야?

카부켈은 못 들은 듯 마차가 사라진 방향만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구마                           （심통이 나서） 이 자식 귀가 먹었나!

           카부켈                        （이제서야 들은 듯 뒤돌아보며） 아. （완전히 돌아서서） 살람......

구마                           （한대 때리려는 듯） 뭐야! 지금 나한테 욕하는 거야?

마루                           （말리면서） 형 진정해……

어머니                        （뒤에서 나타나며） 구마야! 그만하렴!

구마와 마루, 이제야 어머니와 아라가 생각 났는지 어머니 쪽으로 달려간다.

구마                           어머니, 괜찮으세요?

마루                           엄마.

어머니                       （어깨가 축 쳐져 불쌍한 표정의 카부켈을 보며） 저자도 산적에게 동료도 잃고, 물건도 빼앗긴 모양인데, 딱하지 않니?

           구마                           그…… 그래도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카부켈 이때다 싶어 어머니 쪽으로 돌아 서서는 밝은 표정으로 터키 식 인사를 한다.

카부켈                       （다소 밝아진 표정으로） 아...... 저런.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카부켈이라 합니다.

어머니                        반가와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카부켈                       （공손히 손을 모으며） 네…… 그보다 본의 아니게 위험에 처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구마                          흥! 말로는 됐고. 미안하면 사례를 하던가!

카부켈                       （멋쩍게 웃으며） 보다시피 산적 놈들에게 다 털려서 주고 싶어도 줄 것이 없소.

어머니                       （쌈짓돈을 건네며） 우린 괜찮아요. 사정이 딱하신데 이걸로 여비나 보태세요.

구마                          허걱! 어머니! 뭐 하시는 거에요!

어머니                       구마야…… 내 널 그렇게 안 키웠건만……어려운 사람끼리 서로 도와야지.

구마                          （포기하듯 이마에 손을 얹고） 에휴…… 예~ 예~ 어련하시겠어요~ （가족들을 돌아보며） 너무 지체했어요. 서둘러야 해요.

구마 일행, 카부켈을 뒤로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구마                           （심통이 난 듯 투덜투덜） 에이 재수 옴 붙은 날이네……

카부켈 떠나는 구마 일행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네이버 웹소설 버전도 함 보시고 추천좀 부탁드립니다.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577720&volumeNo=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