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듬성듬성 덥힌 언덕 사이로 수레가 자주 오간 듯 바퀴자국이 선명한 대로.

물건을 한 가득 실은 우마차, 그리고 10여명의 상단 호위병들이 행군 중이다.

아라비아계통의 복장을 한 남자가 수레 위에 천으로 덮인 커다란 짐 더미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다.

호위병들은 행군하며 농담을 주고 받는다.

커다란 수레바퀴가 무거운 짐을 지탱하며 힘겨운 듯 덜컹거리며 굴러간다. （C.U）

           상단호위병1                  이번 상단은 진짜 널널한 것 같지 않냐?

           상단호위병2                  지난번에 비하면 거저 먹기지. 그땐 어땠는지 알아?

낮잠을 자고 있는 남자가 요란하게 코를 드르렁거린다.

입가에 침까지 흘려가며……

상단호위병2                  （활을 쏘는 시늉을 하며） 아 글세, 내가 그냥 용의 심장에 화살을……

순간 어디선가 화살이 하나 날라와 호위병의 심장을 꿰뚫는다.

꼬꾸라지는 호위병.

다른 호위병들이 놀라서 일제히 칼을 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언덕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15명 남짓의 산적들.

모두 커다란 망나니 칼을 들고 있는데 그 중 가운데 덥수룩한 턱수염에 덩치가 가장 큰놈이 두목으로 보인다.

           산적두목                      （망나니 칼을 어깨에 매고） 네 이놈들~~!!!

           상단호위병들                 （언덕 위의 산적들을 바라보며） 산…… 산적이다!

산적두목                     이놈들! 목숨이 아깝거든 물건만 고대~로 두고 냉큼 꺼지거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마! 으하하하하!

겁에 질려 서로 눈치를 보는 호위병들.

           상단호위병1                  （동료들을 보며） 어.. 어떡하지?

           상단호위병3                  젠장…… 대장은 뭐하고 있는 거야?

짐짝 위의 남자는 아직도 낮잠을 자며 뒤척이는 중이다.

방귀까지 뀐다.

산적두목                      이놈들! 내 말이 안 들리느냐!

산적두목이 칼을 던져 호위병 한 명을 또 꿰뚫는다.

산적두목                      （썩소를 띠우며） 저런 저런, 원래 옆에 놈을 맞추려고 한 건데 빗나갔네…… 미안 미안.

두목의 기세에 겁이 질려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치는 상단호위병들.

산적두목                      （눈을 부릅뜨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놈들! 아직도 말 길을 못 알아 먹었구나! 모두 쇠꼬챙이에 꿰어 이무기 밥으로 주기 전에 냉큼 사라지지 못할까?

호위병들 혼비백산하며 칼을 버리고 뿔뿔이 흩어져 도망간다.

산적들이 언덕 위에서 이를 지켜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큰소리로 웃는다.

언덕 위에서 내려와 수레 주위로 모여드는 산적들.

수레 위의 남자는 여전히 숙면 중.

두목과 부하 두 명이 수레 아래 서서 남자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한다.

산적1                          이 팔자 좋은 놈은 뭐지?

산적두목                      끌어내……

부하 한 명이 수레 위로 올라가 잠자고 있는 남자를 발로 차서 떨어뜨린다.

얼굴부터 땅에 처박는 남자, 큰 대자로 엎어진 채 미동도 없다.

주위에 산적들이 모여서 엎어져 있는 남자를 내려다 보며 웅성거린다.

           산적1                          뭐야? 뒤졌나?

산적2                          반응이 없네?

산적3                          아직도 자는 거 아냐?

산적4                          헐~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남자.

서역에서 온 비단길 상인인 그의 이름은 카부켈이다.

           카부켈                        （코를 매만지며 뒷모습） 아이고 코야……

（돌아보는 모습에 코피가 줄줄） 마부 이노무 자식. 마차 똑바로 못 몰지!

라고 소리쳤으나, 주위에 칼을 들고 서 있는 산적들을 이제서야 본 카부켈.

놀라고 당황스런 표정.

산적들 카부켈을 보며 히죽거리고 있다.

이제서야 사태를 파악한 카부켈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비굴한 표정으로 말한다.

           카부켈                        실례지만, 어르신들은 뉘신지요?

산적두목                      네놈 부하들은 모두 도망갔다. 순순히 항복하거라.

카부켈 주위를 둘러보자 호위병 2명이 죽어있고, 나머지들이 도망가면서 버린 무기들이 땅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카부켈                        （독백） 젠장, 돈 아낀다고 초자만 뽑아 쓰는 게 아니었는데…… 이제 어쩐다……

           산적두목                      이 물건들은 좋은데 쓸 테니 맘 놓고 도망가도 좋아…… 후후                                  후.

           카부켈                        （한심하다는 듯이 한 숨을 쉬며） 이봐 형씨들.

산적두목 카부켈의 의외의 반응에 약간 놀란 듯한 표정.

카부켈                         형씨들, 이 물건들은 범족 여왕에게 올릴 진상품이라고…… 이걸 도적질 했다가는 그 목숨들 부지하기 힘들 것이야.

산적두목                      （수염을 쓰다듬으며） 흠...... 오랜 산적경험에 의하면 왕에게 올릴 진상품을 수송하는 상단은 증표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 자, 증표를 보여봐.

카부켈                         （당황한 표정으로 독백） 이놈 생긴 것과 어울리지 않게 머리도 쓸 줄 아네......

산적두목                      （카부켈을 깔아보며） 자…… 어서!

카부켈                         （당황해서 옷 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지며） 이…… 이게 어디에 두었더라…… 여기에 두었었나…… 아…… 잠깐...... 여긴가......

옷을 뒤지는 시늉을 하면서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는 카부켈.

카부켈                         （독백） 침착하자…… 상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두목을 보며） 저놈이 두목인 것 같고. 그 양쪽으로 두 명…… 저 뒤로 다섯 명. （언덕 위를 보며） 언덕 위에 궁수 3명…… 젠장 한꺼번에 제압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아. 어떻게든 무리를 분산 시켜서 각개 격파 해야 하는데……

산적두목이 위협적으로 칼을 휘휘 돌리며 카부켈에게 다가선다.

산적두목                      껄껄껄. 그런 거짓말이 이 제갈소님한테 통할 줄 알았더냐?

당황해 하는 카부켈.

그런데 카부켈 뒤로 저 멀리 구마 일행이 조그맣게 보인다.

지도를 보며 걸어오는 구마 일행.

           구마                           （걷는 중. 지도를 가리키며） 이 길이 맞나……?

           마루                           아 이쪽이라니까 형.

구마 멀리 카부켈 무리를 발견한다.

구마                             마침 사람들이 모여있네. 저 사람들한테 물어보자. （카부켈 무리 쪽으로 뛰어가며） 이봐요! 길 좀 물읍시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뭔가 이상하다.

구마 쪽으로 돌아보는 그들의 모습, 보아하니 산적들이네.

당황해 하는 구마와 마루.

           마루                           （당황스런 표정으로） 흔한 마을 주민 같지는 않은데 형……

구마                           아……!

네이버 웹소설 버전도 함 보시고 추천좀 부탁드립니다.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577720&volumeNo=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