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 집합해!”

중무장한 장군과 부관이 지휘대 위에 서서 큰소리를 쳐가며 군사들을 집합시킨다. 지휘대 아래로 무장한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허둥대지 말고 대오를 정렬하라!”

장군이 병사들을 내려다 보며 늠름한 자세로 명령하자 우왕좌왕하던 병사들이 지휘대 앞에 신속하게 집합하여 대오를 정렬한다. 구마 역시 대오에 합류한다.

“지금부터 작전지시를 하겠다! 모두 잘 들어라!”

장군의 말에 집중하는 구마와 동료들.

“나는 제 1부대와 함께 별동대를 구성하여 지름길을 이용해 먼저 마을을 구하러 갈 것이다. 나머지는 흑수 장군의 지휘하에 최대한 빨리 전열을 가다듬어 합류한다!”

부관인 흑수장군이 말 없이 결의에 찬 눈빛으로 병사들을 응시한다.

“이상! 각자 위치로!”

장군의 명령에 병사들이 신속히 움직인다.

“지름길이라면…… 협곡을 지나려는 건가?”

구마의 머릿속이 복잡해 진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리는 기마대.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 하려고 바짝 엎드린 자세로 한 손에는 창을 비껴 들고 말을 몰고 있는 장군의 눈빛이 매섭다. 바로 뒤를 바짝 따르는 구마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벌판 위 하늘에서 내려다 보이는 30여기의 기마대가 질주하는 모습에서 질풍 같은 속도감이 느껴진다. 곰족의 상징인 곰 발바닥 문양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린다.

선두에 선 장군이 말 고삐를 당기며 정지하라는 듯 머리 위로 창을 번쩍 든다.

“정지!”

기마대가 협곡이 시작되는 입구에 멈추어 선다. 몇 몇 말 울음 소리 외에 정적이 감돈다.

장군이 말머리를 돌려 부하들을 향해 명령한다.

“여기서부터 지름길이다. 길이 협소한 협곡이니 1열 종대로 행군한다.”

좌우로 높게 펼쳐진 바위 협곡이 조용하면서 불길한 분위기를 풍긴다.

병사 한 명이 매우 불안한 표정으로 장군에게 한 마디 한다.

“장군님, 이 협곡…… 안 좋은 느낌이 듭니다. 적의 매복이라도 있으면……”

길고 험하게 펼쳐져 있는 협곡의 모습이 기마대를 눌러 압도하는 기분이 든다.

“먼저 정찰대를 보내는 것이 안전합니다.”

구마의 의견에 장군이 단호하게 대답한다.

“마을이 불타고 있어!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자신의 애마를 쓰다듬으며,

“우리 말들을 믿고 전속력으로 통과한다. 나를 따르라!”

장군이 먼저 말을 몰아 무리를 박차고 나가며 명한다.

협곡 사이로 그대로 질주해 들어가는 장군. 구마가 바로 뒤 따른다. 이어서 줄줄이 질주해 들어가는 기마대들.

추행진이었던 대형이 1열 종대로 변하며 협곡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니 협곡의 모습이 마치 괴물이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형상이고 그 속으로 기마대들이 빨려 들어가는 듯 보인다.

협곡 사이를 1열로 달리는 기마대. 전속력으로 질주 중이다.

구마가 가슴의 목걸이를 부여 잡으며 박차를 가한다.

“제발 무사해야 할 텐데...... 조금만 기다려줘……!”

목걸이를 더 세게 움켜 쥔다.

그런데, 기마대가 코너를 돌자마자 갑자기 바위와 나무들이 쌓여 만들어진 장애물이 나타나 길을 가로막는다.

“뭐.. 뭐야!”

깜짝 놀라 급하게 말고삐를 당기는 장군. 말이 장애물 바로 앞에서 앞발을 높이 들며 간신히 멈춘다.

“멈춰!”

장군이 뒤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소리친다. 뒤 따르던 기마병들이 앞의 말과 부딪힐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멈춰 선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마치 고속도로에서 30중 접촉사고가 난 모습과 흡사하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높이가 사람 키의 3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장애물. 이건 누군가가 일부러 만든 것이다.

“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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