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MMORPG입니다. 고블린 로드VS주인공 길드 장면에서 따왔습니다. 레온이 주인공입니다.


고블린 투사와 고블린 제사장. 레벨 5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무력. 화려한 치장과 장비로 도배된 2미터의 장신은, 일반적인 고블린에 대한 이미지와 달랐다. 고블린은 그냥 초반 사냥감에 지나지 않고, 그 이후에도 그저 몬스터 군단의 머릿수를 채우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녀석들을 방패로 던졌을까.'

고블린 로드의 의도가 궁금했다. 물론 레온을 상대로 시간을 끌 순 있다. 아직 전직은 안했지만 레온은 분명 암살자 클래스라고 할 수 있는 전투 스타일을 보여준다. 습격의 효과가 가장 커서, 무방비상태라면 몇 단계 강한 적도 순식간에 죽인다. 그리고 '반격, 대항이 불가능한.' 정도의 수준차가 나는 잔챙이들을 순식간에 학살할 수 있다.

하지만 습격도 아니고, 어느 정도 강한 상대라면 암살자 클래스의 효율은 뚝 떨어진다. 만일 로드까지 합세한다면 레온은 감히 상대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직 내 밑천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안 된 건가? 그래서 그걸 확인하려고? 그게 이놈들의 가치보다 크다는 얘기인가?'

잠자코 생각했다. 의도가 뭔지 파악하려는 것이다. 놈이 단독으로 빠져나가서, 길드원들을 학살하려는 의도는 이미 어느 정도 막았다. 길드원들을 똘똘 뭉침으로써. 그렇다면 기동성이 높은 로드의 선택지는 무엇일까.

'탈출!'

놈은 이번 싸움에 목숨을 건 것이 아니라, 져도 상관없다는 것이리라. 생존하기만 하면 부락을 다 잃어도 된다는 것이다. 만일 전황이 생각보다 좋다면 맞서 싸우겠지만, 패배하더라도 자신을 붙잡아둘 레온과 간부들이 중앙에서 움직이지 못하게만 한다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다.

'놈은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이놈들을 통해서 간을 볼 작정이군.'

레온은 놈을 잡아야 했다. 접속시간이 끝나고 3일 후에 다시 돌아오면, 누군가는 필드 보스를 잡을 것이다. 첫 날에 뽕을 뽑은 레온과 같은 유저들이 있다면 그들이 부재중일 때를 노린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터였다.

'그 중국 놈들 같은 경우엔 아예 로테이션으로 해놓았을 수도 있겠지. 첫 날에 대부분을 보내고 그 다음 날 부터는 소수를 보내는 식으로 말이야.'

레온은 침음성을 흘렸다. 길드원들의 피해가 커지더라도 놈을 잡아 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모든 업적을 레온이 독식한 건 아니듯, 최초 업적은 많은 이들이 나눠먹을 것이고 그 파격적인 보상을 하나만 먹더라도 이 초반부에는 굉장히 큰 격차를 벌일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라이벌은 하나라도 적을 수록 좋았다.

'놈을 끌어들인다.'

그렇게 결심한 레온은 놈의 판단을 흐리기 위해, 약해보이기로 했다.

- 고블린 로드가 도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보다 약하다면 맞서 싸울 것입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최후의 수단은 사용하지 마세요. 여태껏 보여준 것만 보여주십시오. 지친 것처럼 연기해야 합니다. 밑천이 다 드러났다는 인상을 확실히 심어준다면, 그리고 우리가 점점 열세가 되는 것을 본다면 놈은 돌아올 것입니다.

레온 자신도 마찬가지. 다른 수를 쓰지 않는다면 고블린 투사와 제사장을 상대로, 레온은 약간의 열세를 갖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여차하면 돌아갈 때 길드원 소환 스킬을 100명 단위로 펼쳐야 하겠군.'

100명을 소환하면 쿨타임이 한 달이나 된다. 그동안 1명, 10명씩 소환하는 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적지 않은 타격이지만, 전투가 어느 정도 길어진대도 부락에서 전리품을 포기하고 속히 철군한다면 무조건 길드원 소환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걸 감안해 약 20% 정도의 확률이라고 예상했다. 레온이 '점수표' 라는 기준에 대고 봤을때 그만한 리스크는 감수해도, 로드를 잡는 편이 이득이었다.

"크윽!"

"크하하! 인간도 별 것이 아니구나!"

"역시 도적은 체력이 저질이지!"

폭발적인 스피드와 치명적인 무기, 암습의 시너지를 통해 순간적으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선보이는 암살자. 그 하위계열인 도적이나 로그 클래스도 비슷한 성향이다. 공통점은 처음에 정말 강하고, 갈수록 쳐진다는 것. 그런 일반적인 이미지에 호응해, 레온은 갈수록 지쳐가면서 간신히 상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 길드원 한 명이 사망! 네 명이 빈사상태입니다! 중상이 13명, 전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습니다!

- 게다가 고블린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로드가 직접 나서서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어요!

로드가 나름 견적을 낸 덕에 길드원들의 피해는 예상보다 적었다. 대신에 고블린들의 기세가 되살아났다. 고급전력을 많이 잃었지만, 레온이 제사장과 투사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 판단한 로드는 그 둘을 빼내어 지휘체계를 보완하려고 한 것이다. 고블린들의 지휘체계는 인간과는 다르게, 많은 우두머리보단 강한 우두마리 하나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리더 100마리보다, 10배 강한 로드 하나의 영향력이 더 큰 것이다.

복잡한 전술은 없고 그냥 하던 대로 역할분담만 하면서, 하나의 명령만 따르면 된다. 이렇게 뭉쳐있기까지 하면 그 둘만 있어도 충분한 통솔이 가능했다. 남은 고블린들은 500여마리 남짓.

'이놈들을 다 잃더라도, 저 인간 우두머리 하나만 죽이면 이득이다.'

숲은 넓기 때문에 부하야 얼마든지 모을 수 있다. 그냥 거기서 살고 있는 원래의 로드를 때려눕히기만 해도, 그 지역 전체를 잡아먹을 수 있는 것이다. 현 로드의 휘하에 있는 투사와 제사장도 원래는 이 부근의 로드였다.

그것보다 레온의 존재가 껄끄러웠다. 최근 들어 이렇게까지 작정하고 자신을 잡기 위해 달려드는 인간들이 없었다. 여기서 놈을 놓친다면, 아마도 더 많은 인간들로 추격해올 것이라 느꼈다.

100명의 인간과 500마리의 고블린. 처음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열세로 보였지만, 그들은 풀컨디션이고 인간들은 다치고 지쳤다. 거기에 자기네들 홈그라운드에서 포위까지 하고 있는 마당. 로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고블린들의 중앙에 서서 고블린 말로 외쳤다.

"인간들을 다 쳐죽여라! 돌격!"

괴성을 지르며 고블린들이 달려든다. 어느새 하나로 뭉친 울티마 길드원들은 움막을 등지고 철벽같이 굳게 서 있었다. 방패를 든 탱커들이 가장 전방에, 그 뒤에는 검과 창 따위를 든 근접딜러들이, 그 바로 뒤에는 궁수. 가장 안쪽에는 힐러와 마법사들.

인간들의 조합과 진형이 정말로 강력하다는 걸 로드는 알았지만, 놈이 원하는 것은 인간들의 전멸이 아니라 레온의 죽음이었다. 간부 몇을 더 잡는다면, 부락이 초토화되더라도 오히려 기분이 좋을 것이다. 어차피 버려도 될 부락이었으니.

그런데 전장을 지켜보던 로드는 뭔가가 이상하단 걸 느꼈다. 생각보다 고블린들이 덜 죽은 것이다. 인간들이 정말로 지쳐서일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뭔가 석연찮다. 부상을 입은 채 뒤로 빠지는 고블린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아무리 지쳤다지만, 살고자 하는 인간들이 왜 고블린들을 상처만 입힌단 말인가? 로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저렇게 하는 것이 더 이득일까? 아, 어쩌면 인간들처럼 부상자를 돌보느라 이쪽이 힘을 쓸 것 같아서? 그건 아닐 텐데. 인간들은 고블린들의 습성을 알고 있다. 애초에 주술사들조차 치유 주술 하나 안 익힌다는 것만 봐도 말이다. 그렇다면 뭘까? 부상자들이 공간을 차지하게 만들고, 뒤로 빠지게 만들면? 그게 이득이 된다는 소리인가?

'아! 그래! 그렇군! 어차피 살리지 않을 테니, 부상입은 고블린들은 점점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뒤로 빠지면서 돌격하는 아군과 얽힌다. 돌격의 힘이 줄어들겠군. 놈들은 격렬하게 방어할 필요가 없어지니 체력을 아낄 수 있고, 부상자들을 치유하면서 마법사들은 마력을 회복할 수 있지. 별다른 피해가 없으니 고블린들은 흉성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외려 적이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있으니 다 죽어간다, 만만한다고 생각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터.'

애초에 도망치는 아군을 즉결처형 하는 것은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다. 만일 고블린들을 상대로 그 방법을 쓴다면, 오히려 악효과가 생긴다. 아니 왜 아군을 죽이냐? 고블린들은 거기까지 생각할만큼 넓은 시야를 갖지 못했다. 잔머리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에서 번득이는 영악함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말이다. 애초에 악의를 품을 때만 똑똑해지는 고블린이니…

'설마 그런 습성까지 생각한 건가?! 이 인간 우두머리는 너무 똑똑하군. 살려둬서는 안 된다. 다행히도 그 머리에 비해 힘은 형편없다. 반드시 놈을 죽여야만 해!'

로드는 태어날 때 부터 우수한 종. 하지만 얼마나 배우려고 하느냐에 따라서, 로드끼리도 수준차가 나게 된다. 오크나 트롤, 오우거의 힘에 대해서 연구하고 엘프의 기교와 마법을 관찰한다. 그리고 인간들의 전술과 지휘능력, 생활방식 따위를 보고 배운다. 인간들에게서 배울 게 가장 많았고, 몬스터들의 가장 큰 적이 인간이기에 증오가 너무 컸던 나머지 배움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다른 로드들과는 달랐다. 인간은 몬스터보다 포악하고 잔인해질수 있으며, 그 어느 종족보다 욕구가 강하기에 영악해질 수 있었던 종족이란 걸 그는 커다란 패배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인간 기사 놈이 생각나는군. 어쩌면 그 놈보다 위험한 놈일 수도 있다.'

그 강력한 로드가 치명상을 입고도 생존했다. 그때는 심지어 자이언트 울프도 손에 넣지 못했을 때. 흉성에 물들어있던 그가 생존한 까닭은 인간이 그를 살려보냈기 때문,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그 커다란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로드는 겨우 살아남아 도망치고 나서야 놈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을 살려보내고, 부하들의 추가적인 피해를 막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로드가 세를 불리는 동안, 죽어나가는 고블린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나이트 웨이브로 나타날 고블린들의 수를 줄였다. 그것은 전공이다. 부하들의 피해를 줄인 전공. 주변의 치안을 안정화한 전공. 그런데 부락이 커진 다음에 또 생각해 보니, 다른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놈이 과연 자신이 키운 부락에게서 위협을 느꼈을까? 아니, 그것까지 의도했을 것이다.

몇 번 씩 놈은 모습을 비췄다. 고블린 로드가 부락을 키우는 것을 확인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감으로써 그것이 의도적이란 것을 알렸다. 로드 하나에게만 말이다. 부락을 얼마든지 키워라, 아니 오히려 더 크게 키울 수록 좋다. 그렇게 부락이 커지다가, 어느 정도 충분한 수준이 되면 놈은 대규모 공세를 이끌고 들이닥칠 것이다.

거대해진 부락을 초토화시킨다. 그로써 엄청난 전공을 세운다. 놈은 그 의도를 파악했고, 무언의 공생을 약속했다. 거대해진 부락을 놈에게 넘기고, 자신은 또다시 도망친다. 그것을 위해 자이언트 울프를 손에 넣었다. 그런 식으로 놈에게 이용가치가 있는 몬스터 우두머리가 되고, 놈을 관찰함으로써 성장한다. 충분히 배우고 성장했다 싶으면 위험해지기 전에 아예 먼 곳으로 떠날 작정이었다.

헌데 이 곳에 있는 레온은, 그런 사정을 몰랐다는 것만 빼면 놈보다 더 위험한 인간이었다. 자신을 잡기 위해 유인책을 펼치고 있단 것만 봐도 말이다. 그렇다. 로드는 레온의 의도 정도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과연 몰랐을까? 모른다는 쪽에 걸었던 것은 맞지만, 만일 알고 있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에 따른 방책도 있을 터. 로드는 놈을 죽이기는 커녕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고, 인간은 무언가를 더 숨기고 있을 것이다. 그 경우, 놈은 그 인간 기사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위험한 인간이 될 수 있다. 그 경우 로드는 당장 멀리 떠나야만 했다. 아니면, 놈이 마찬가지로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면, 이보다 더 큰 기회를 손에 넣을 수도 있었다.

둘의 결정적인 차이. 기사는 절대로 자신의 계획에 부하들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반면 저 인간은 부하들을 희생시켜서라도 더 큰 파이를 손에 넣으려 한다. 잔인해질 수 있는 인간. 그렇다면 다른 인간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이득을 보려고 하는 인간. 그런 인간은 야망이 너무도 크고 위험한 것에 두려움보다는 욕망을 느낀다.

어쩌면 몬스터인 자신과 손을 잡을 수도 있는 것.

로드는 자신이 레온을 잡을 수 없기를 바랬다. 거대한 욕망을 느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과분비된 각성 호르몬으로 인해 성욕까지 치밀 정도로.

그리고 그 때, 기다렸던 레온의 습격이 있었다.

"쿠와악!"

[투명화 포션: 1분 동안 몸이 투명해 집니다. 윤곽은 드러나지만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다면 볼 수 없습니다.]

그랬다. 로그, 도적 전직 보상으로 받은 소모품 상자를 까서 얻은 투명화 포션을 사용한 레온. 그리고 간부들이 나타난 것.

"쿠왁!"

"로, 로드!"

투사와 제사장이 난도질 당하며 로드를 찾았다. 애절했다. 충성에 대한 댓가는 돌아오는 로드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을 확인한 로드는 희열에 가득 찼다! 그리고 이내 늑대의 머리를 돌려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아직 투명한 레온이 고블린들을 학살시킨다. 그 속도는 믿을 수가 없다. 부상당해 후퇴하는 고블린, 돌격하는 고블린. 그 둘이 한데 얽혀 생긴 혼란, 지휘관을 잃은 혼란, 보이지 않는 습격자로 인해 초토화되어가는 혼란. 그런데 그 속도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

'오는군.'

만일 로드가 죽이려고 했어도 인간은 절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저렇게 긴 시간동안 아군까지 투명화 시키는 능력은 로드도 보지 못했으니까.

"기다렸다. 인간."

"…"

숲의 한 구석에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로드는 가만히 서 있었다. 여전히 늑대에서 내리지 않은 채. 그는 보이지도 않는 레온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지금 이 거리에서라면 너를 순식간에 죽일 수도 있어. 그렇지 못한다 해도 늑대 정도는 병신으로 만들고 시간을 끌어서, 동료들과 같이 너를 죽일 수는 있을 거야."

"내가 너를 무시했다면 뭐하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나? 부하들을 전부 잃어버린 채로 도망치는 주제에 말이지."

"원하는게 뭐야?"

"너와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가 되고 싶다."

레온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 속도로는 못 따라잡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아 쫓아오던 와중이다. 다행히 놈이 부하들을 모조리 미끼로 던진 덕에 아군의 피해가 더이상 없어졌지만 말이다. 그런데 자기가 살아남는 것 이상의 의도가 있었고, 몬스터인 주제에 인간과 손을 잡으려 한다니?

"이미 나는 암묵적인 상호관계를 인간과 맺은 적 있지. 네가 온 방향의 요새에 있는 인간 말이다."

"기사 뮈라를 말하는 거냐?"

"뮈라? 그런 이름이었군. 그래. 아마 그가 맞을 것이다. 그는 나를 살려 보냈고, 나는 그의 의도대로 여기서 세력을 키웠지."

그 다음은 설명하지 않아도, 레온이 충분히 그릴 수 있는 그림이었다.

"뭐. 추격을 통한 피해를 방지, 나이트 웨이브의 피해를 방지. 그리고 커진 부락을 격퇴해 전공을 얻는다. 이 정도인가?"

"그래."

"그리고 만약 너라면, 몇 번이든 놈에게 제물을 바칠 생각을 했겠지. 그로 인해 뭘 얻을 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말야. 혹시 뮈라를 보고 배우려 한 건가?"

"아아…!"

고블린 로드는 희열을 느꼈다. 바지춤이 축축히 젖을 정도로 엄청난 희열을! 이 인간은 뭐든지 다 알고 있었다. 단지 가능성이 큰 곳에 걸 뿐,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까지 모조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알 것이다. 그런 희박한 경우로부터 얻을 달콤한 과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희열을!

"생각 잘 했네. 하지만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내가 내 부하들을 죽여도 상관 없는 건 너같은 몬스터랑 손을 잡을 정도로 잔혹한 인간이라서가 아니야. 이방인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나 보지?"

"이방인?"

"그래. 우리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 죽어도 부활할 수 있고, 뭐 그 대신 단점도 있지만. 어쨌든 불사라는 건 권능이나 마찬가지 아니야? 그런 존재들이란 것이지."

"…그런 것은 금시초문이군."

"몬스터 치고는 어휘력이 상당하네. 어쨌든 그 이방인에게 아주 중요한 게 있는데, 뮈라에게는 전공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

"안다."

"그정도 가치가 있어. 업적이라고 하지. 너라는 강한 몬스터를 죽이면 나는 업적을 쌓고, 그에 따른 보상과 힘을 얻는다. 그것도 이방인 중에서 최초로. 최초인만큼 보상이 크지. 나는 그걸 놓칠 생각이 없어. 하지만…"

레온은 빛이 없는 동공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다른 필드보스를 나한테 넘길 수 있고, 너를 죽여서 얻을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한다면. 네가 원하는 것 이상을 들어줄 수 있지. 예를 들면 무한히 살아나는 인간들을 사육하다시피 하면서 무한히 강해지는 유일한 몬스터가 될 기회 같은 것 말이야."

"…!"

"너, 이 숲의 지배자가 될 생각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