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용사님은 웃지 않아!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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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용사님은 웃지 않아! 2화 [2]

작성자

미숙Dreamer

쪽지 | 작성자 글보기

번호 37572 추천 7 반대 0 답글 2 조회 140 작성시간 2016-09-10 22: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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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용사님의 출정은 순탄치 않아! -

다음날 이른 아침, 마을 촌장님과 교회의 신관님, 지주인 영주님과 샤를의 아버지인 기사님을 포함한 마을의 어르신들 여럿이 모여 긴급회의가 진행되었다. 당사자인 샤를은 자택에 갇힌 상태였고 나또한 전날에 신관님의 멱살을 잡고 난리를 친 건으로 숙소에서 근신상태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이후에 듣기로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 까지 진행되는 엄청난 마라톤 회의 였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근신을 위해 숙소에 박혀 몰래 늦잠을 자고 있다가 급한 신관님의 호출을 받고 신관님 앞으로 불려나갔다.

아니 끌려갔다…….

“저는 근신 중 아니었습니까? 무슨 볼 일이십니까? 신관님”

나는 몰래 늦잠을 자려던 게 들통이 난 것에 대한 짜증과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거칠게 끌려나온 짜증이 한껏 머리끝까지 올라와 짜증이 진하게 섞인 투로 말하였다.

“이 녀석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라고 근신을 명령했거늘 아침이 밝았는데도 늦잠을 자?”

“그래서 그걸 추궁하려고 급작스럽게 부르신 겁니까?”

만약 그것 때문에 불려왔다면 내 앞에 있는 것은 분명 신관님이 아니라 선배 사제들이었을 것이고 지금 내가 거칠게 짜증스러운 투로 입을 놀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둘러싸여서 무지막지하게 맞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말을 듣고 신관님은 헛기침을 하고 옷매무새를 쓰다듬더니 똑바로 나를 보고는 말했다.

“지금 이 시간부터 너는! 이 마을의 용사님과 함께 북쪽에 영토를 지배하고 있는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마을을 떠나게 된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신관님 지금 무슨?”

“용사님을 보필하기 위해 교회로부터 파견되는 사제로서 바로 네가 선택 되었다. 이는 교회의 결정이며 이 마을의 영주님과 기사님들도 인정한 내용이다. 이 뜻을 받들어 너는 오늘 부로 새로운 용사 샤를로트 드 롤랜드님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샤를이 무슨 용사고! 내가 왜 걔 보모 노릇을 해야 하는 건데?!”

당혹감과 더불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기 때문에 다시 그날 마을 광장에서 신관님의 멱살을 잡았던 날과 같이 거칠게 소리 질렀다. 순간 신관님은 그날이 떠올랐는지 내가 소리 지르는 동시에 약간 움찔하며 손으로 목을 감싸려 하였다.

“그, 그러니까 이는 교회의 결정사항이며 마을 촌장님과 일대를 다스리시는 영주님과 산하 기사님들도 동의 하신…….”

신관님은 말을 하면서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하며 그날 마을 광장에서 패닉 상태를 일으키던 때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하아~”

나는 크게 한숨을 쉬며 내 앞에 멍청한 신관과 머리에 무슨 생각이 박혀있는지 모를 마을 촌장과 이 지역 영주를 마음속으로 저주하였다.

“그럼 언제 떠나게 되는 건가요? 일단 제가 교회에서 하던 업무의 인수인계를 하고 여러 가지 떠날 채비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은데요? 한 한달 정도 뒤인가요?”

“아니다. 오늘 지금 당장 떠난다.”

아 이젠 더 이상 못 참는다.

난 앞뒤 안 가리고 바로 신관님, 아니 이 빌어먹을 신관 나부랭이를 한 대 치려고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옆에서 보던 선배 사제들과 수녀님들이 달려들어 말린다.

“뭐?! 이 할배가 보자보자 하니까!! 장난해?! 이 그지 같은 고블린 X구멍만한 교회를 누가 여태 먹여 살렸다고 생각해?! 앙?!”

“그러니까 이건 내가 결정한 사항이 아니고 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고 나는 그냥 전달했을 뿐이고!!”

내게 멱살을 잡혀있으면서도 할 말은 꾸준히 다 하고 있다.

“애초에 선배 사제들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나야?! 왜 나냐고?!!!”

그렇게 내가 외치자 내 주변에서 나를 뜯어말리던 선배 사제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린다.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것일 텐데…….

나는 신관님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한 뒤에 진정한 다음 신관님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도대체!! 왜 제가 선택된 겁니까?! 저 보다 사제 일을 오래 하고 더 잘하는 선배 사제들도 많은데요?!”

“그건 말이다…….”

신관님은 말하는 걸 주저 하고 있었다.

“샤를과 친분 때문이라는 말이라면 저는 납득 못합니다. 지금까지 신관님의 말씀에 따르면 그 아이는 가끔씩 제가 놀아주던 꼬마 여자아이가 아니라 이 마을과 이 나라의 중요한 일을 안고 있는 용사님이니까요.”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실히 이 부분에 대해서 못을 박아뒀다.

“아니야 그런 뜻에서 네가 선택 된 것이 아니다. 애초에 너와 용사님이 친분이 있다는 건 중앙교회와 영주님은 모르니까 말이다.”

“그럼 어째서 저 인겁니까?!”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이윽고 신관님은 충격 발언을 천천히 언급하기 시작했다.

“사실 네 선배들은 간단한 힐링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말이다……. 물론 정화나 신성마법 같은 건 전혀 모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잠깐 멍하니 입을 떡하니 벌리고 신관님과 나를 애써 외면하는 선배사제들을 둘러보면서 지난날을 다시 돌이켜 봤다.

옛날부터 천애고아에 막내여서 온갖 잡일을 하던 어린 시절, 그리고 그 온갖 잡일 중에는 먼 곳까지 파견 나가야 하는 교육이나 훈련, 교회에서 나가야하는 전쟁이나 마족 토벌 지원, 신성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간의 피정 등등 사제의 기본적인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과 훈련, 실전 투입 등등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은 이 변방의 시골 마을의 교회에서는 거의 한명 정도의 인원이 차출되었고 언제나 그 인원은 나였다.

“그러니까 이 마을에 제대로 된 사제는 나 밖에 없다는 거?”

신관님도 나에게서 눈을 돌리고는 얘기했다.

“그, 그렇다.”

“그럼 여태 나보다 선배라고 잘난 척 하던 분들은 전부…….”

내가 다시 선배 사제들을 둘러보자 나의 눈길을 전부 애써 피하고 있었다.

“반쪽짜리 밖에 없는 거냐?!”

내가 큰 소리로 외치자 선배들 중 한명이 나를 소심하게 쳐다봤다.

“야, 그, 그래도 선배한테 반쪽짜리가 뭐냐? 반쪽짜리가…….”

“그럼 선배가 대신 가주실래요?? 샤를이랑?”

내가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반박하자 나에게 소심하게 항의하던 선배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부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막내라고 겁네 부려먹었으면서…….

“어쨌거나!! 이제 와서 중앙교회와 영주님의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다! 용사님과 함께 여행을 떠나거라!”

신관님이 그렇게 외치자 그 말이 마치 무슨 신호라도 되는 듯이 선배 사제들과 수녀님들이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어서 나를 강제로 문 밖으로 끌고 나갔다.

“자, 잠깐!!!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나를 끌고 가던 사제들이 문을 열자 밖에는 이미 샤를의 집안 문양이 새겨진 마차가 대기 하고 있었고 내 짐으로 보이는 짐을 다른 사제들이 이미 마차에 싫고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마부는 끌려나오는 나를 보자 잽싸게 문을 열더니 나를 끌고 온 사제들과 합심하여 나를 마차에 강제로 밀어 넣고 문을 밖에서 잠가 버렸다.

“어이!!! 이봐!!”

나는 안에서 문을 두드리며 항의했지만 이미 마차는 출발하고 있었다.

“젠장!”

내가 화가 나서 자리에 풀썩 거세게 앉자 맞은편에서 작게 ‘힉!’하고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녕 사제 오빠…….”

맞은편에는 이미 먼저 타고 있던 샤를이 화가 난 내 모습이 무서웠던지 마차의 벽 쪽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헤헤~”

약간 겁먹은 듯 경련하는 얼굴을 겨우겨우 어색한 억지 미소로 만들면서 어색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아~”

앞으로 이 녀석의 보모 노릇을 하며 목숨을 걸고 마족 구역까지 가야 하는 건가? 한 숨만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얼핏 그녀의 모습을 보니 바위에 검을 뽑을 때와는 다르게 제대로 목 까지 가린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있었다. 약간 그녀에게는 무거운 듯이 보였지만 제대로 목부터 가슴팍, 배까지 제대로 방어가 될 듯 한 갑옷이었다. 가슴팍에는 사나운 거대한 바다괴물이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는 롤랜드 가문의 문양이 음각되어 있었다.

"역시 너도 타고 있었냐?“

“응…….”

녀석은 고개를 숙이고 쭈뼛쭈뼛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저기 사제 오빠…….”

“응?”

나는 샤를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여러모로 잔뜩 화가 치밀어 올라서 누구와 느긋하게 얘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미, 미안…….”

나는 건너편에서 들려온 뜻밖의 소리에 살짝 당황해서 샤를 쪽을 바라봤다. 샤를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며 이따금 나를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왜 네가 사과를 하냐? 네가 뭔 잘못을 했길래?”

나는 좀 어이가 없어서 황당하다는 투로 녀석에게 말했다.

“그야 내가 그 검을 뽑지만 않았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잖아? 오빠는 그저 여태처럼 교회에서 지내면 됐을 테고 다른 사람들도 당황하지 않았을 거고…….”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진짜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아오~!!!! 진짜!!!!”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르자 샤를은 ‘힉!!’하고 자그맣게 비명을 지르더니 마차 구석에 쭈그려서 부들부들 떨게 되었다.

“하아~”

생각해보면 지금 누구보다 불안하고 무섭고 화나는 건 이 녀석일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간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조심하며 녀석의 옆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구석에 쭈그리고 있는 녀석의 머리위에 손을 얹고 살짝 쓰다듬었다.

“바보야 너 때문에 화난 거 아니야, 애초에 네가 사과해서 뭐 어쩌게 네 잘못도 아닌데”

녀석은 약간 안심했는지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빠지고 편안한 자세가 되었다. 머리로부터 전달되던 작은 떨림도 사라졌다.

“사제 오빠…….”

“응?”

“고마워….”

녀석은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 다 보면서 말했다. 약간 부끄러운지 볼이 발그레 해졌다.

“어, 어! 응!”

나는 녀석의 모습에 갑작스럽게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고 녀석의 머리에 살며시 얹었던 손으로 녀석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아야!, 사제 오빠 아파!!”

“어, 미, 미안”

나는 황급히 손을 떼고 창을 바라봤다. 녀석이 내가 헝클어놓은 머리를 정리하는 애써 정리하는 모습이 비치는 창을 바라보자 빠른 속도로 마을의 풍경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 어디로 가는 거냐? 이대로 북쪽에 마왕의 성으로 돌진은 아니겠지??”

나는 약간 불안을 품고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냐, 우선은 용사가 나온 사실을 왕도의 국왕님께 전하기위해서 왕도로 먼저 간다고 했어”

샤를에게는 어느 정도 설명은 해준 건가? 뭔가 짜증나내 나는 아무것도 얘기 안 해주고 다짜고짜 끌고 가 놓고선…….

“그 밖에 뭐 얘기 들은 거 없어? 왕도에 간 뒤에 일정이라던가? 나 외에 너를 도와줄 사람들이라던가?”

왕도로 간다는 얘기 외에는 들은 것이 없는지 샤를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가? 나머지는 왕도로 간 다음에 정해지는 건가?”

적어도 즉석으로 지방 교회에서 사제 하나를 초고속으로 뽑아서 올라가는 거니 왕도로 가면 우리를 도와줄 사람을 몇몇 더 붙여줄 것이다. 군부대를 붙여줘도 좋을 텐데…… 중대라도 좋고 대대급도 좋고 사단하나를 붙여주면 더더욱 좋다.

“군대는 기대하지 말라고 아버지가 그러셨어”

내 기대를 전력으로 깨부숴 주는 샤를의 아버지의 말씀이셨다.

“아, 그러냐?”

그 후로 나는 굳이 좁은 마차에서 붙어있을 필요가 없어서 샤를과 떨어져서 건너편 의자로 자리를 옮겼다. 마차는 쉼 없이 달려서 창밖을 바라보자 어느새 전혀 모르는 풍경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마차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나도 샤를도 한마디 대화도 없이 긴 시간이 흘렀다. 그도 그럴게 나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몸담고 있어 여자라고는 수녀님들이나 가끔씩 마을에 나갔을 때 마주치는 사람들이랑 샤를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여자 아이랑 단 둘이 좁은 공간에 오래 있어 본 적이 없다.

물론 샤를은 어렸을 때부터 본 소꿉친구 같은, 아니 여동생 같은 존재였지만 이렇게 단 둘이 오래 있으니 어색한건 어쩔 수가 없다.

“어, 그나저나 왕도까지는 얼마나 걸리는 걸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말해봤다. 샤를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마차 구석에서 벽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틀? 사흘? 그 정도 인가??”

뭔가 대답을 좀 해줬으면 하는데…….

“샤, 샤를??”

“어, 어?!! 왜?! 사제 오빠?”

샤를은 갑자기 화들짝 놀라면서 이쪽을 돌아봤다.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고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왕도까지 얼마나 걸릴까 물어봤는데??”

“아! 그, 그거라면 사, 나흘 정도라고 들었어, 마차는 빠르네 하하~”

녀석이 심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자 긴장하고 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져서 긴장이 누그러진다.

“뭘 그리 긴장해? 괜찮을 거야 확실히 큰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긴장 풀고 가자고”

“으, 응…….”

그래 이 앞에는 진짜 큰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 녀석을 지켜줄 사람은 지금으로써는 나밖에 없다.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 때문에 긴장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이 녀석을 앞으로 어떻게 보필해 줄 것인가 그것만 생각할 때다.

강제로 끌려온 셈이지만 이미 한 배에 탄 이상 앞으로 제대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마차에 탄 채로 이동했다. 평소에 마차를 탈 일이 있으면 거의 험한 길을 택해서 빨리 가야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던 지라 지금 가는 길은 평탄해서 그럴 때에 비하면 상당히 쾌적한 상태였다.

“으으……”

뭐, 그렇게 생각한건 나 뿐 인듯 하지만 말이다.

“뭐야? 어디 안 좋아?”

마차에 탄지 꽤나 시간이 흐르자 갑자기 샤를의 안색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뭔가, 기분 나빠져서…… 웁!”

샤를의 얼굴은 어느새 새 파랗게 질려 있었고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멀미냐?!”

마차를 타면 멀미를 하는 사람이 몇 있는 건 알긴 했지만 그건 험한 길을 갈 때 얘기고 지금은 잘 닦여있는 길을 가고 있을 텐데…….

“으으……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 웁!!”

잠깐! 이건 위험하다!! 이 녀석 분명 이대로는…….

“저기! 마부씨 잠깐 이 주변에!”

그 때였다. 내가 샤를의 자리 쪽으로 이동해서 창을 열고 마부에게 말을 걸고 있을 때 갑자기 마차가 덜컹 거리더니 크게 흔들렸다. 그 바람에 일어서 있던 나는 그 자리에 엎어졌다.

"으웨웨웱~ 크헉~“

그리고 그대로 같이 엎어진 샤를은 내 위에 엎어진 채로 출발하기 전에 먹었던 음식을 확인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아저씨!!! 스토오오옵!!!!!!”

결국 마차는 멈춰 섰고 마차가 멈춰 서자마자 샤를은 문을 열고 숲으로 뛰어가서 마차에서 미처 개워내지 못한 내용물을 개워 내었다.

“괜찮냐?”

나는 뒤따라가서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물었다.

“저기, 사제 옵…… 우웩~ 울리니까…… 으컥~ 으웩~ 하지……으웕~ 말았으면…”

아, 그러고 보니 토할 때 등을 두드려 주긴 하지만 이 녀석 지금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플레이트 아머가 울리는 구나…… 일단 갑옷 벗자 어차피 토 묻어서 씻어야 하고”

“헤엑!!!!?!!?!???”

내 말에 녀석은 화들짝 놀란다.

“왜 그래? 어차피 안에 뭐 입었을 거 아니야?”

벗는다고 볼 것도 없을 테지만

“그, 그치만 창피한데?!”

지금 내 앞에서 토하는 건 안 창피하다는 거냐?

“그렇지만 냄새 나잖아? 그거 계속 입고 있으면 냄새 더 심해진다고”

“으우우……”

“하아~ 그럼 난 길 쪽으로 나가 있을 테니까 숲에서 벗고 밖으로 던져 주면 내가 주워서 씻고 올게 그럼 되지?”

“으, 응……”

샤를이 수긍하고 나는 숲에서 나와 길 쪽으로 나갔다.

‘쿵!’

샤를이 들어갔던 숲에서 플레이트 아머가 던져 나왔다. 구토가 묻어져 있어서 손에 대고 싶진 않았지만 일단 나도 옷을 빨아야 하니 근처에 냇가를 찾아서 씻어야겠지. 몇 차례 갑옷이 던져지자. 숲속에서 “다 벗었어~” 하는 작은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길가에 던져진 플레이트 아머의 가슴 파츠를 들어 올렸다.

“응? 이거 생각보다 엄청 무거운데……??!!”

녀석이 입고 있던 갑옷은 생각보다 제대로 만들어진 갑옷으로 두께도 상당했고 무게도 생각보다 무거웠다. 가슴 파츠에 다른 파츠를 넣어서 들자 꽤나 묵직해서 약간 힘에 부칠 정도였다.

근데 그 녀석 이거 입고 뛰어다니지 않았나?

나는 근처에 냇가를 찾기 위해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에 얼핏 마차를 보니 마부 아저씨가 한 숨을 쉬면서 마차내의 시트를 바라보며 새 걸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쌍한 아저씨.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냇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녀석의 갑옷을 내려놓고 녀석의 구토가 묻은 옷을 벗고 들고 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힉!”

“응??”

어디선가 여자 목소리가 들린 거 같았지만 잘못 들었겠거니 생각하고 나는 바로 자리에 주저앉아 내 옷을 빨고 빤 옷으로 녀석의 갑옷을 씻어냈다. 딱히 가져온 천조가리도 없고 옷에 묻은 구토가 묻으면 말짱 도루묵이니 내 옷을 대충 빨고 그걸로 갑옷을 씻어냈다. 갑옷을 다 씻은 다음에 다시 빨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갑옷의 세척을 끝내고 마차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언제 갈아입었는지 샤를은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채였다. 심플한 디자인의 활동하기 편해 보이는 옷이었다.

“진즉에 그걸로 입고 있지 그랬냐? 갑옷은 엄청 답답하고 무거웠을 텐데”

아마도 그거 때문에 멀미가 일어난 게 아닌가 싶다.

“출발할 때는 출정식 이라던가 여러 가지 행사가 있어서 갑옷을 입었었으니까”

그 동네 양반들 내가 자는 사이에 그런 거 까지 하고 있었냐…….

“여하튼 오늘은 주변에 잘 곳을 구해야 할 거 같은데? 난리 친 바람에 벌써 시간이 꽤 지나 버렸으니까”

아직 해는 떠있었지만 얼핏 보니 곧 해가 질 시간이 될 거 같았다. 지금은 길 한복판이니 빨리 다른 마을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지 않으면 안됐다. 무엇보다 빨래를 말리고 싶었다.

“여기서 가까운 마을까지는 족히 반나절은 걸리는데요?”

옆에서 가만히 우리 얘기를 듣고 있던 마부 아저씨가 말했다.

“아, 그래요?”

그럼 별 수 없이 노숙인가…….

“그래도 좀 만 가면 파발이 쉬는 휴게터가 있으니 거기에서 하루 묵으면 될 겁니다.”

“그럼 오늘은 그곳에서 묵도록 하죠”

나는 마차에 갑옷과 빨래를 싣고 탔다. 나를 따라서 샤를도 마차에 올랐다. 한참을 다시 길을 따라 가자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하아~ 벌써 해가 지네”

뭔가 폭풍 같이 지나간 하루였다. 아침부터 불려가서 강제로 샤를 보모로 끌려가지 않나 샤를은 가던 길에 멀미로 구토까지 하고 아직도 갈 길이 먼데 막막하다.

한 참을 달리자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밖에 서있던 위병에게 마부 아저씨가 증서를 보여주자 간단히 통과 되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 왔습니다.”

문을 열고 내리자 큰 마구간이 있는 커다란 여관 같은 건물이 숲속에 덩그러니 있는 곳이었다.

“여기가 휴게터 인가”

파발이나 말을 타고 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라는 듯하다. 여관 1층에는 주점이 있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술 한 잔을 걸치고 있었다. 필시 파발이나 마차를 운용하는 행상인 들일 것이다.

“방 두 개 부탁드립니다.”

방을 두 개를 잡고 오늘은 일찌감치 쉬기로 했다. 마부 아저씨는 주점에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 주점에서 어느새 술을 마시고 있었다.

샤를을 방에 데려다주고 나와 마부아저씨가 묵을 방으로 들어가자 피로가 몰려왔다. 어린 여자애 보모 노릇하는게 이리 힘들 줄 몰랐다.

“하아~”

나는 바로 침대에 누워 잠에 빠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 참을 자고 있다가 문득 잠에서 깼다. 아무래도 근신동안에 계속 잠을 잤던 게 원인인 듯 하다. 옆에는 어느새 들어와서 골아 떨어졌는지 마부 아저씨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응?”

잠에서 깨서 바깥을 보자 완전 어두컴컴한 마당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보였다.

“저 녀석 뭐하는 거지?”

아무도 없이 보초를 위해 켜져 있는 작은 불빛만 있는 곳에 샤를이 검을 들고 내려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잠이 다시 들것 같지가 않아 내려가서 보기로 했다.

“한 밤중에 뭐하는 거야?”

“히읶!”

내려가서 샤를에게 말을 걸자 녀석은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검을 겨누었다.

“야! 나야나!!”

“아! 사제 오빠!”

당황한 눈빛의 사를은 나를 알아보고 검을 거두었다.

“그나저나 목검도 아니고 진검이잖아?!”

녀석이 진짜 뭣 모르고 덤벼들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아! 이건…… 매일 하던 거라…….”

녀석은 뺨을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확실히 샤를은 귀여운 편이었지만 흉흉한 물건을 들고 뺨을 붉히고 있으니 뭔가 위화감이 장난 아니다.

“그나저나 안자고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는 거야? 피곤하지 않아?”

“아니 잠은 좀 잤어, 그리고 아까는 사람이 많아서 하기가 좀 그랬구…….”

확실히 저런 흉흉한 물건을 들고 휘두르고 있으면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좀 위험하지.

“옷이 부끄러워서…….”

그쪽이냐?!

확실히 지금 샤를은 아까 입었던 옷과는 다르게 가슴만 가리는 속옷 같은 옷과 착 달라붙는 짧은 반바지만 입고 있었다.

“그, 그러냐….”

확실히 평소의 샤를이라면 절대 못 입을 옷이다.

“응, 평소에 단련할 때는 땀이 많이 흐르니까…….”

확실히 어두워서 잘 보진 못했었지만 잘 보니 녀석은 상당히 많은 양의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럼 나는 괜찮냐???”

“오빠는 괜찮아.”

녀석은 뺨을 붉힌 채 말했다.

나를 엄청 신용하는 건지 나는 남자로 안보는 건지……. 어찌됐건 녀석에게 볼 건 없지만.

“그런데 평소에도 이런 걸 한다면 얼마나 하는 거야?”

“음…… 휘두르기 머리, 어깨, 허리 각각 왼쪽 오른쪽 양쪽으로 1000번 씩”

“응?”

“그리고 우리 영지 전체 한 바퀴 뛰고”

“그걸 매일?!”

사람이 하는 짓이 아니다.

“아니 휘두르기는 격일로 휘두르기를 쉬는 날엔 앉았다 일어나기 100번씩 갑옷 입고 또 100번 영지 한 바퀴 도는 건 매일하고”

녀석의 또래보다 늦은 성장의 비밀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으와……. 미쳤다.”

“아! 그래도 영지 한 바퀴 돌때는 가끔 쉬면서 놀기도 해”

그렇게 말하며 뺨을 붉히고 나를 쳐다본다. 가끔씩 녀석이 쉬면서 노는 상대가 나였기 때문이겠지. 가끔씩 우리 교회에 들르거나 내가 보이면 뛰어올 때는 보통 단련할 때 쉬면서 였던 것 같다.

“그때마다 상대가 나였던 거냐…….”

녀석이 유별나게 나를 잘 따르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힘든 트레이닝 중에 유일하게 녀석이 쉬던 때는 나와 시간을 보낼 때였던 것이다.

“근데 평소에는 이렇게 입고 다니지 않잖아?!”

“뛸 때는 보통으로 입고 다녀 그도 그런 게 부끄러워서…….”

가끔씩 더운 날에 흠뻑 젖어서 뛰어 올 때면 어디서 물놀이라도 하고 온 건가 했는데 그게 다 땀이었군…….

“힘들지 않아? 보통 사람이면 몇 번이고 쓰러질 거 같은데?”

“힘들긴 한데…… 아버지가 예전에 강제로 시켰던 다른 거 보다는 할 만해”

아, 그랬다. 그 이상한 아저씨는 샤를을 이국의 오지의 정글에 맨몸으로 던져 놓기도 하고 완전 힘들다고 악명이 높은 기사단 훈련소에 강제로 입영시키기도 했던 사람이다. 내가 모르는 더 힘든 일도 마구마구 시켰겠지.

“너도 참 고생이 많았구나…….”

이런 얘기라면 아까 낮에 녀석이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채 숲으로 마구 뛰어 갈 수 있었던 것도 이해가 된다.

“이것도 다 나중에 훌륭한 용사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아버지가…….”

아, 그 아저씨 애초에 용사를 노리고 있었던 건가……. 그럼 여태까지 그 검에 도전 안하고 있었던 건…….

“나이 제한……. 너 올해로 16살이 되지?”

“응, 얼마 전에 생일이 지나서 16살”

진짜 그 아저씨는 샤를이 전설의 용사가 될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말도 안 되는 단련을?!

“설마, 그럴 리가.”

있을 수 없다. 그 아저씨는 그냥 머리가 이상한 것이고 여자인 샤를이 정식 기사가 되려면 엄청난 무훈을 올리거나 전설의 용사로 선택되어야 하는 것 외엔 없었으니 한 소리였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위병이 교대하는 시간이 되어서 나오고 있었다.

“누구냐?!”

흉흉하게 검을 들고 있었던 샤를을 보고 지나가던 위병이 소리 질렀다.

“히읶!”

그 소릴 듣고 겁을 먹고 내 뒤로 숨어버리는 샤를, 확실히 사람 같지 않는 체력의 소유자고 말도 안 되는 엄청난 특훈을 여태까지 해왔던 녀석이지만 내가 보기엔 그저 작고 여린 겁 많은 소녀일 뿐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이런 사람입니다. 잠깐 저녁에 산책 중 이었어요.”

나는 롤랜드 가에서 받은 문장이 박힌 증서를 보여주고 상황을 설명했다. 왠지 이런 일도 있을까 해서 들고 나온 게 답이었다.

“아, 이런 실례를! 아무쪼록 밤이 늦었으니 들어가서 주무십시오! 밤은 위험해요 주변에는 큰 도적단도 있고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샤를을 향해 돌아봤다.

“들었지? 이제 그만하고 자자”

내가 말하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관을 향해 돌아섰다.

“그나저나 그 흉흉한 물건 대신에 집에서 쓰는 목검이 좋지 않아?”

“집에서도 이걸로 하는데?”

여관에 들어가면서 더욱더 놀랄 소리를 들었다.

- End Episode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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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만에 본격 히로인이 토하는 판타지 물 입니다~

어떻게든 개그요소를 집어 넣고 싶기도 했고

워낙 샤를이 덜렁이 캐릭이고 색기 없는 캐릭이라는 설정이라 그런걸 좀 강조하고 싶어서 희생 시켰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괴롭혀줄 생각이니 재밌게 봐주시길

1화에서는 인사말만 적다 보니 작품 설명이 좀 결여 되었는데요

그냥 전통적인 이세계 판타지물이라고 생각해면 됩니다.

문득 이세계 판타지에서 용사는 왜 죄다 남자일까?

귀여운 여자아이가 용사가 되면 재밌겠다 싶어서 써보게 됐구요 개그 요소를 많이 집어넣을 생각입니다.

사실 이걸 쓴후에 기간이 상당히 많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편이 써지지가 않아서 계속 묵혀둔건데 계속 묵혀두면 못쓸거 같아서 일단 자주 보던 웃대에라도 올려 보자는 심산으로 올려보게 된 겁니다.

다음편이 나오게 되는건 2달 후가 될지 3달 후가 될지 모르겠네요

무판게 분들은 뭔가 첨엔 무서웠는데 뉴비 환영도 해주시고 추천도 많이 해주시고 의외의 환영을 받아서 기분이 좋네요

어쨋거나 이번편도 즐겁게 봐주셨기를 다음편도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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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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