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gue ~

“에, 에에엑?!!?!!!!!!!!!!!!!!!!!!!!!!!!!!!!!!!!!!”
 

그 날 광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한 소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소녀는 아직 아이티를 벗지 못 한 10대 중반 정도의 소녀로 전국의 내노라하는 기사들이 모인 이곳에서 나름 갑옷이랍시고 갑옷을 입고 기사들과 사람들의 이목이 가득한 이곳에 서있었지만 갑옷은 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한 기능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보이지 않는 검무를 추는 무희들이나 입을 만한 물건이었고 쓸데없이 가슴 쪽이 파여 있어 아직 성장이 덜 된 소녀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이 이런데 쓰던 말이었던가?

여하튼 사람들이 소녀를 보고 일제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데에는 쓸데없이 색기를 강조한 갑옷보다 더 어울리지 않는 그녀가 지금 들고 있는 대검 한 자루 때문이다. 

“하와와…….”

소녀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대검과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번갈아 보면서 자리에서 그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그 때 내 옆에 서있던 신관님이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여러분, 이, 이 소녀가! 세계를 구할 용사님 입니다!”

신관님은 약간 당황한 말투로 큰 소리로 선언했다.

~ End Prologue ~




- 1화 용사님의 탄생은 멋있지 않아! -



이 당황스럽고 황당한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 잠깐 몇 시간 전으로 시간을 돌려 본다.

 우리 마을에 전승에 따르면 마을 광장 중앙에 꽂혀있는 검을 뽑는 자가 전설의 용사이며 이 용사가 세계를 위험에서 구한다고 한다. 그 검을 뽑는 용사를 찾기 위해 마을에서는 매년 축제가 열리고 전국 각지에서 용사가 되어 자신이 최강임을 뽐내기 위해 검을 뽑는 도전을 하기위해 기사들이나 모험가들이 모인다. 오늘은 바로 그 축제를 여는 날이며 이 마을에서 사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날 중 하나이다. 

 천애고아인 나를 거둬준 이 마을의 교회에서 하는 수 없이 사제가 되어 노동력과 지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는 멍청한 어른들 대신 장부를 정리하며 축제에 나와 있는 교회의 노점상의 물건을 점검 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까지는 확인이 되었구요. 수녀님은 저기서부터 다시 한 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게 저쪽에 물품 장부입니다.”

나는 같이 일을 하는 수녀님에게 장부를 전달하며 말했다. 

“으아앙~ 사제 오빠~”

그러던 중 무지막지하게 귀찮은 느낌이 드는 음성이 저편에서 들려왔다. 나는 무시하고 노점상관리를 하고 계신 수녀님과 업무 얘기를 계속 했다.

“여기 장부를 보시면 이 물품하고 이 물품이 있는 데요 일단 여기 적어놓은 걸 보시면 되지만…….” 

“으아앙!!! 사제오빠!!!”

내가 무시하자 녀석은 필사적으로 내 옷깃을 잡아끌며 매달려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무시하고 꿋꿋이 일을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건…….”

“으아아아아아아앙!!!!!!!! 사제!!!!!!!오빠!!!!!!!!”

점점 흔드는 힘이 거세져 옷을 잡아 뜯을 기세였다. 

녀석이 마구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같이 일하는 인부들이 나를 일제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단념하고 녀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네~ 아가씨~ 무슨… 으왓!”

하는 수 없이 돌아본 거기에는 나보다 머리 하나 작은 소녀가 어울리지도 않는 색기 넘치는 실용성 제로의 갑옷을 입고 울고 있었다.

“너! 이 꼴이 도대체 뭐야?!” 

소녀의 이름은 샤를로트, 어렸을 때 부터 친분이 있는 소꿉친구 같은 느낌의 여동생 같은 녀석이다. 나는 줄여서 샤를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빠가… 아빠가…아빠가 입으라고 강제로 으앙~”

 아버지는 이 지방 영주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기사로 여느 벼락 신분 상승한 기사들이 그렇듯이 기사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 차 약간 도가 지나친 기사도를 강조하며 기행을 일삼는 사람이다. 자기의 외동딸의 이름을 유명한 기사왕의 여성형으로 짓고 괴롭혀온 것도 그 기행중 하나이다. 

그 사람 이상한 사람인건 알았지만 자기 딸한테 손대는 변태인줄은 몰랐는데?! 

“아! 입힌 건 우리 집 메이드 언니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녀는 울음을 뚝 그치고 설명했다.

“어쨌거나 네 아버지가 그 싸구려 무희들이 검무 출 때나 입는 방어력 떨어지는 장식용 갑옷을 입혀서 축제에 보냈다 이거지?”

“응”

녀석은 눈물범벅이 되어 훌쩍 거리면서 말한다.

“보나마나 그 아저씨 일이니까 그저 비싸고 화려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걸 입혀 보냈겠지 그래서 너도 검 뽑는 거 도전해보려고?” 

그녀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일 뿐이었다. 

아마 어느 외국의 15세에 바위에 꽂힌 검을 뽑고 왕이 된 소년의 일대기를 보고 흉내 내려 한 것 같은데…….

“그쪽은 소년 아닌가?”

이쪽은 소녀인데? 

그리고 애초에 그건 소설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기사로써 기르고자 하였고 무던히 그녀에게 기사 교육을 시키려 하였다. 남자로 속이고 유명 기사단에 입단시킨다든가 서바이벌 교육을 시킨답시고 어느 외국의 정글에 한 달 동안 방치한다든가 여러 괴상한 교육을 했었다. 그 결과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기사는커녕 겁먹고 두 달 동안 집에서 틀어박히는 일까지 있었다. 

 요컨대 그녀는 천상여자애였고 기사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녀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버지의 기사 교육열은 식을 줄 몰랐고 무식한 아버지의 무지와 막무가내 식 교육이 오늘날의 이 괴상망측한 소녀의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다.

“근데 한 마디 해도 되냐?”

“응?”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 그 갑옷 전혀 안 어울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샤를은 해머로 머리를 맞은 듯 작게 부들부들 떨었다. 동공이 풀리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그 상태로 잠깐 굳어있더니 잠시 후에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앙~!!”

“사실인걸 뭐”

 올해로 16살이 되는 이 소녀는 아버지의 그런 교육들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일까? 다른 또래 애들 보다 약간 덜떨어진 감이 없잖아 있고 성격도 소심하다. 기사는커녕 도도한 아가씨 조차 되지 못한 팔푼이다. 그 증거로 내가 한마디 했다고 사람들이 많은 저자거리 한 복판에서 땅이 꺼져라 울고 있다.

“근데 너 그렇게 울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그녀는 그제 서야 주변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더니 흠칫 놀라며 파인 가슴을 가리고 내 뒤로 숨어버렸다. 

“가릴 것도 없지만 말야…”

 16살이면 빠른 아이들은 벌써 나이스 바디 한 아이들도 있지만 이 아이는 또래 아이들 보다 느린 편인지 키도 작고 가슴도 작다. 그런 몸매로 저런 옷을 입은 건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의 구두를 신고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무지 바보 같아 보인다.

“수녀님 잠깐 이 녀석 좀 돌봐주고 와도 되나요?”

나는 그 녀석의 상태를 보고 차마 눈뜨고 봐줄 수가 없어서 행사 진행 전에 같이 축제를 돌아다니기로 결정했다.

“여기는 이제 정리가 다 된 듯싶으니 행사 시작 전까지는 자율 행동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신관님이 부르시기 전에 행사시간이 되면 바로 광장으로 가주시구요”

수녀님이 몇 가지 주의사항을 얘기했고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샤를과 함께 그 자리를 떴다. 

 우선 사람들이 많은 저자거리를 그 말도 안 되는 차림으로 활보하게는 할 수 없어 내가 입고 있는 후드 망토를 녀석에게 씌웠다. 다행히도 체격차가 있어서인지 촌스러운 커다란 어깨 장식이 있음에도 그녀의 몸을 다 가릴 수 있었다.

“우선 어딜 갈까? 가고 싶은 노점이라도 있어?”

 그녀는 내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저 저자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정신없이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눈을 반짝거릴 뿐이었다. 여태 그 이상한 방향으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니 이런 축제의 노점상들이 즐비한 거리를 나올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겠지.

이윽고 한 가게를 발견한 건지 그곳을 향해 후다닥 뛰어나간다.

“야 그러다가 넘어질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얼굴부터 정면으로 넘어졌다.

넘어진 채 얼굴을 땅에 파묻고 살짝 파르르 떠는 것을 보아하니 우는 것으로 보인다. 

“하아~”

나는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것을 느끼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한 숨을 쉬고 녀석에게 다가갔다.

“괜찮냐?”

녀석은 아직도 고개를 파묻고는 파르르 떨고 있었다. 보다 못해 녀석을 일으켜 세우자 빨개진 콧등이 보이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휴…….”

나는 한숨을 쉬며 갖고 있던 손수건으로 녀석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무슨 한두살 먹은 애도 아니고”

녀석의 얼굴을 다 닦아주고 마지막으로 코를 ‘팽’하고 풀게 하였다.

“그래서 뭘 보고 그렇게 달려간 거야?”

그녀는 약간 수줍은 듯이 고개를 숙이며 어느 한 노점을 가리킨다. 그 자리에는 얼마 전 부터 유행하는 솜사탕 가게가 나와 있었다.

“솜사탕인가?”

 어느 때부터 사탕수수나 사탕무를 이용해서 졸여서 설탕을 만들고 마법으로 고속으로 회전하는 기계에 부어 솜처럼 가느다란 섬유 같은걸 뽑아내서 뭉친 과자가 축제 때면 꼭 등장하게 되었다. 기계를 회전시키는 마법은 그다지 복잡한 술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마법사가 만든 값싼 마정석으로도 돌아가기 때문에 누구든 쉽게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가게로 샤를의 손을 끌고 가려고 움직였다. 하지만 샤를은 내 손을 잡고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응? 아니야?”

“응…….”

그러자 녀석은 조용히 솜사탕가게 옆에 가게를 가리켰다. 

“윽…….”

그곳에는 형형색색의 액체가 담긴 유리잔이 진열되어 있고 손님들은 그 잔에 담긴 액체를 그 자리에서 마시거나 미리 준비해둔 통에 받아가고 있었다.

그 녀석이 가리킨 가게는 다양한 색깔의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을 팔고 있는 칵테일 가게였다.

“확실히 저것도 요즘 축제에서 많이 보이는 거긴 하다만…. 미성년자잖아?! 너! 저긴 안 돼!”

난 딱 잘라서 거절했다. 

미쳤나?! 얘가!

“……”

그러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녀석이 나를 올려다본다. 

그런 눈으로 봐도 안 된다고!!

“하아~”

나는 한 숨을 쉬며 어쩔 수 없이 녀석을 일으켜 세워 손을 잡고 그 가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자 녀석은 눈을 반짝이며 기뻐서 쫄래쫄래 뛰며 따라왔다.

“와아~”

녀석은 신기한 듯이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는 유리잔을 빤히 쳐다봤다.

“이 녀석!! 여기는 어린애가 올 곳이 아냐!”

그러자 가게 주인이 샤를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그럼 어린애들도 뛰 댕기는데서 이런 거 팔지마쇼…….

주인이 소리치자 녀석은 움찔하더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거 같은 얼굴을 했다.

“죄송합니다, 잠깐 구경만 할게요. 이 녀석이 축제는 처음 인지라”

나는 일단 가게 주인에게 양해를 구했다.

“어라? 사제님 아닙니까?! 아 사제님 일행이었나요? 괜찮습니다! 어린애가 보기에 칵테일 색이 이쁘기도 하죠 뭐 하하하!!”

다행히 가게주인이 우리 교회 쪽에 면식이 있는 사람이었나 보다. 

어느 마을 마다 교회는 하나씩 있고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 사회, 경제 전반을 어느 정도 교회가 관리하는 부분도 있어 교회에 신세를 지는 상인들도 상당수 있다. 그것은 이 깡촌에서도 마찬가지 인지라 상인들은 교회의 사제들이나 신관에게 잘 보이려 하는 편이다. 

특히나 나 같은 경우 막내사제 이지만 교회의 경제적인 부분을 거의 전담하다 시피 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알아보고 잘 대해주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자도 마실 수 있는 술이 안 섞인 칵테일도 있는데 들고 가시렵니까?!”

날 보고 180도 변하는 태도가 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한 잔 마시는 거 쯤 괜찮을 것 같아서 마셔 보기로 했다.

“그럼 이 녀석 것도 같이 주세요. 둘 다 술이 안 섞인 걸로 부탁드립니다.” 

애초에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사제면 술, 담배는 할 수 없다. 고기는 괜찮지만

“예이~ 감사합니다.”

녹색 빛이 감도는 음료와 빨간 색의 음료가 유리잔에 담겨서 나온다. 나는 녹색 빛이 도는 음료 쪽을 잡고 빨간 색의 음료를 녀석에게 건넸다. 그러고 나서 내 잔에 있는 음료를 마시려고 하자 뭔가 아래에서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하아~”

나는 한 숨을 쉬고 내 쪽의 음료를 녀석에게 건넨다. 

“한 모금만 마셔라”

녀석은 내가 음료를 건네주자 기쁜지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내가 건네준 음료를 단숨에 들이켰다.

“어?! 그건?!”

주인장의 반응이 이상해서 나는 뒤늦게 녀석을 말리고 잔을 뺏었지만 이미 잔에 있는 음료는 반 이상 사라진 후였다. 

분명 한 모금 만이라고 했는데…….

“이 녀석! 한 모금만 이랬…….”

급하게 잔을 뺏고 녀석의 상태를 보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눈의 초점이 흐려져 있는 상태로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 설마…….”

나는 가게 주인을 째려봤다. 그러자 주인은 배시시 웃으며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분명 술이 섞이지 않은 걸 부탁했을 텐데요?”

내가 노려보며 말하자 가게 주인은 살짝 난감한 듯이 웃으며 

“사제님은 괜찮지 않을까 해서 조금 약한 술을 드린 건데…….”

요컨대 술이 금지된 사제이니 눈에 띄지 않는 약한 술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과도한 아첨으로 나한테는 약한 술이 섞인 칵테일을 건네 줬다는 얘기다.

“저는 사제의 몸이라 술을 못하는데다 사제가 아니라도 축제가 한창 진행 되는 바쁜 때에 술을 마시고 뻗어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은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몰래 조금씩 술은 마시긴 했었지만, 어쨋거나 주인장에게는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녀석의 상태를 보았다. 동공이 풀린 상태에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위태롭게 휘청휘청 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난생 처음 술을 마셨다지만 주인장 말로는 거의 섞은 티도 나지 않을 정도로 약한 술이고 극소량만 섞었다고 한다. 

얼마나 술이 약한 거야 이 녀석은? 

결국 하는 수 없이 휘청거리다가 쓰러진 녀석을 등에 업고 녀석의 숙소에 바래다주고 행사를 위해 광장으로 향했다.

숙소에 갔을 때 녀석의 메이드나 집사들이 쓰러진 녀석을 보고 난리가 났었지만 가벼운 열사병 정도로 둘러대니 안심하고 녀석을 침대에 재웠다.

 광장으로 가니 이미 전설의 검 주변에는 용사에 도전하는 기사들과 모험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광장은 그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태여서 나는 들어서자마자 준비를 돕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드디어 시간이 지나 축제의 가장 큰 행사인 검 뽑기 행사가 열렸다. 나는 신관님을 보좌하기 위해 전망 좋은 단상위에 신관님의 좌석 뒤에 서서 행사를 관전하게 되었다.

 드넓은 광장 주변에는 행사를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로 빽빽했고 광장 안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기사들과 모험가들이 검을 뽑는 도전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도전 할 만큼 저 검이 가치 있는 건지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후 첫 번째 도전자가 검 앞에 다가서서 검 손잡이를 잡고 있는 힘껏 검을 뽑는다. 

“으랏차차!!!”

 저명한 모험가라고 알려진 거구의 남자는 괴성과 함께 있는 힘껏 검을 뽑았지만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용을 쓰며 계속 시도하여도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계속 그 상태가 유지 되자 진행을 맡은 마을 사람이 상태를 보다가 외친다. 

“첫 번째 도전자!! 도전 실패!”

 작년 행사 전에 작은 호기심으로 건너편 대륙에서 바다를 건너온 10톤짜리 바위도 거뜬히 들어 올린다는 최신 기중기를 사용해서 저 검을 뽑아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마정석을 최대한 사용해서 최대 출력으로 가동해도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싼 기중기가 망가지는 바람에 신관님을 비롯한 교회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혼나고 며칠간 밥을 굶어야만 했었다. 

행사는 계속 진행되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검은 뽑히지 않았다. 

“오오! 이분은 꽤나 특이한 방법을 선보이는 듯 하는 대요?”

 진행자의 말대로 이번 도전자는 다른 도전자들과는 다르게 손으로 검을 뽑는 것이 아니라 정과 망치를 가지고 검 아래의 바위 부분을 깨부수려고 하고 있었다. 도전자는 두건을 쓰고 가벼운 가죽옷 차림의 여자였는데 나름 힘이 약한 여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해보고자 머리를 쓴 모양이었다. 그녀는 정을 검에 가까운 위치에 고정하고 있는 힘껏 망치로 내려 쳤다. 

하지만…….

 바위는 조금도 깎이지 않았다. 그 방법도 이미 내가 시도해본 방법이었다. 나또한 교회 내에서 막노동으로 다져진 체력으로 힘에는 조금 자신 있는 편이었지만 내가 있는 힘껏 바위에 고정한 정을 망치로 쳤을 때는

“아~!! 망치가!! 부러졌습니다!!”

 바위는 조금도 깨지지 않고 망치가 부러졌었다. 나 때와 같이 이번 도전자도 두 번째 내리쳤을 때 바위가 깨지는 대신 망치가 부러져 버렸다. 심지어 나 때는 워 해머로 한 번 더 도전했었지만 워 해머가 깨져버려서 그 이후에 바로 관뒀다. 그 이후에 선배 사제한테 엄청 깨졌었다. 

 결국 광장을 가득 메운 기사와 모험가들 중에서 아무도 검을 뽑지 못하고 행사는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도전자가 도전을 끝내고 이제 행사를 끝내려 신관님이 막 일어나시려 던 찰나였다. 

“오오! 이 소녀는 누군가요?! 어~”

진행자에게 어떤 사람이 종이를 건네주자 대충 훑어보고 진행자는 말했다.

“에~ 오늘의 진짜 마지막 도전자 입니다! 명문 롤랜드 가문의 자제인 샤를로트 드 롤랜드 양입니다!”

신관님은 다시 자리에 착석하시고 행사를 지켜보셨다. 

그나저나 저 녀석 진짜로 나온 거냐?! 

 진행자의 소개를 받고 샤를은 검 앞으로 걸어갔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터라 잔뜩 긴장했는지 난감한 표정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다리가 후들 거리는 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나에게도 보일 정도였다. 평소에 안 그래도 낯을 가리는 녀석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샤를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위태롭게 걸어 나가더니 결국 다리가 떨리는 터라 발을 헛디뎠는지 검 앞에서 정면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아이고야…….”

 잠깐 동안 광장 안이 조용 해지 더니 이윽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려서 장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시끌시끌해졌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때문에 부끄러워 졌는지 녀석은 넘어 친 채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약간 몸이 들썩 거리는 걸로 봐서는 넘어져서 얼굴을 파묻은 채로 울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나저나 잠깐 이었지만 샤를이 넘어지는 순간 검에 손이 닿으면서 검이 잠깐 빛났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샤를이 넘어지는 순간 검이 빛났던 것을 눈치 챈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잘 못 본 것 이겠거니 하고 넘어간다.

 샤를은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이를 악 물고 무릎을 팡팡 털면서 일어났다. 역시 넘어진 채로 울고 있었던 것인지 눈은 뻘겋게 충혈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울었냐면서 손가락질 하며 비웃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 모습에 약간 화가 났지만 녀석 치고는 엄청 용기를 내서 도전하는 것이니 무시하고 녀석을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윽고 녀석은 침을 꿀꺽 삼키고 검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때였다. 

검이 한 순간 엄청난 빛을 내뿜으며 눈이 부실 정도로 번쩍 하고 빛났다. 

“뭐야?! 이게?!!!”

검에서 나오는 빛은 점점 거세져 광장 전체를 가득 채웠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강렬한 빛에 눈이 부셔 눈을 질끈 감고 팔로 얼굴을 가렸다.

 잠시 후 빛이 점점 약해지고 눈을 뜰 수 있을 정도가 되자 팔을 치우고 광장 중앙을 바라봤다. 빛은 점점 약해져 이윽고 검 주변만 반짝반짝 빛날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빛이 사그러든 그 자리에는 샤를이 검을 잡은 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샤를은 육중한 체격의 남자도 두 손으로 온 힘을 다해 용을 써도 뽑지 못했던, 10톤짜리 바위도 거뜬히 들어버리는 기중기도 망가뜨렸던 그 검을 거짓말처럼 간단하게 뽑아서 마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목각 검을 드는 것처럼 한 손으로 간단히 들어올렸다. 

순간 광장 내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그 어느 누구도 이 말도 안 돼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이 휘둥그레 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나와 내 옆에 앉아있던 신관님 또한 마찬가지였다. 

“에, 에에엑?!!?!!!!!!!!!!!!!!!!!!!!!!!!!!!!!!!!!!”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 질렀다. 너무도 놀란 나머지 사람들은 일제히 기묘한 괴성을 지르는 기묘한 장관을 연출했다. 나 또한 놀라서 동시에 소리 질렀다. 신관님도 놀랐는지 어느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휘둥그레 져서 소리 지르고 있었다.

내 평생 이 노친내가 이렇게 꼴사납게 놀라는 건 처음 봤다. 

이 사태를 일으킨 본인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검과 자신과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며

하와와……”거리고 있었다. 

 모두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때 신관님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신 뒤에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가 샤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샤를이 검을 들고 있던 팔을 잡아들고 나머지 손으로 샤를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선언했다.

“여러분, 이, 이 소녀가! 세계를 구할 용사님 입니다!”

신관님은 아직 완전히 정신적인 패닉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약간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에에에에에에에엑~!!?!?!?!!!!!!!!!!!!!!!!!!!!!”

또다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얼빠진 소리를 내었고 아까보다도 더한 술렁임이 일었다.

“잠, 잠깐만요!!! 신관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신관님에게로 뛰어나갔다. 

“얘는 아직 어린애에요!! 얘가 무슨 용사를 한다고!!!”

 물론 녀석의 손에는 전설의 검이 들려있고 검은 어느새 녀석의 손에 딱 맞는 사이즈로 줄어들어 있었고 녀석은 마치 장난감 칼이라도 드는 양 빙글빙글 돌리면서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고 있지만… 

이 녀석 위험하게 놀지맛!!! 

어쨋거나! 녀석은 어린애다 거기다 동년배 아이들보다도 낯을 가리고 덤벙대는 덜떨어진 애다!

그런 애가 용사라니 당치도 않다!

“그렇지만 전설의 검은 그녀를 용사로 선택했다.”

신관님은 약간 정신줄을 놓은 듯 한 어벙한 눈으로 그것도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사람이 약간 울먹이는 듯 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이! 그런 표정 지으면서 말하지 말라고!!! 정신 차리라고 이 노친내야!!!!”

나도 모르게 막말이 튀어나오며 신관님의 멱살을 잡았다. 

“노친내라니!!! 이 녀석이!!! 오고갈 때 없는 놈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말하는 본새 보소!!!!”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러는 거 아뇨?!!!!”

나는 머리끝까지 짜증이 솟구쳐서 받아쳤다. 그러자 신관님은 분노로 눈이 뒤집혀져서 내 멱살을 잡았다.

“이 녀석이!!!!!!”

신관님과 나는 서로 멱살을 잡고 광장의 중앙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샤를은 그저 멍하니 검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나와 신관님을 번갈아가면서 보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어린소녀가 전설의 검을 뽑는 광경을 본 패닉에 일개 막내 사제가 신관의 멱살을 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상초유의 광경을 본 패닉까지 겹쳐져서 잠시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신관님과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 여태 누구 덕에 먹고 살 수 있었는데 멱살을 잡아?!!”

“그건 내가 할 말이요!!! 여태 누구 덕에 이런 트롤 콧구멍만한 마을에서 우리교회가 이만큼 큰 건데?!!”

이미 신관님과 나의 싸움은 샤를은 안중에도 없이 막말을 짓거리는 막 싸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저기 빨리 말려요!!!”

그 광경을 당황스럽게 바라보던 수녀님이 외치자 그제 서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나와 신관님에게 몰려들어서 싸움을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광장 중앙에 몰리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부딪히고 얽히고 넘어지면서 사소한 시비가 오가게 되었고 이윽고 중앙광장은 너나 할 거 없이 싸우기 시작하면서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이 와중에 샤를은 사람들에게 휩쓸려서 검을 하늘 높이 든 채로 사람들에게 파묻히고 말았다. 

“신관님!! 우선 그만 싸우고 사람들 좀!!!” 

교회 사람들이 우릴 뜯어 말리면서 외치자 그제 서야 사태 파악을 한 나와 신관님은 교회 사람들과 함께 사람들을 말리고 아수라장이 된 중앙광장을 정리해 나갔다. 

“샤를!!”

나는 그 와중에 인파속에서 샤를이 들고 있던 검을 보고 사람들을 헤치고 샤를 쪽으로 다가갔다.

겨우겨우 샤를에게 다가가서 보니 샤를은 눈이 팽글팽글 돌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였다. 

“아나 진짜!!” 

정신을 잃은 샤를을 겨우겨우 사람들을 헤치고 샤를의 사용인들에게 양도 한다. 무사히 샤를이 광장을 빠져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광장 쪽을 바라보자 여전히 광장은 난장판이었다. 

“하아~”

나는 한숨을 쉬고 아수라장이 된 광장으로 다시 돌아가 사람들을 말리고 교회 사람들을 도와 광장을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그날의 소동은 어찌어찌 마무리 되었다. 


- End Episod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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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숙드리머 입니다.

혼자서 취미로 라이트노벨을 쓰다가 웃문학이랑 만게에 올려 봤는데 만게에서 여기로 가보래서 여따가 써봤습니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가끔씩 라이트노벨 소설 보면 비판하던 부분들이 꽤나 있었는데

제가 쓴 소설을 보니 클리셰도 많고 제가 비판했던 문체들도 꽤나 많이 사용됐네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몇몇 문체들이랑 클리셰들 보고 오따끄 그켬.... 이러셨을지도... ㅠㅜ


그림 실력이 있었으면 삽화를 그려 넣었을텐데 똥손이라 그림도 없습니다. ㅠㅜ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혼자서 취미로 쓰는거라 언제 다음편이 업로드 될지 모르겠네요 

이번에는 왠만하면 적어도 1권 이상은 분량을 써보고 싶긴한데 천성이 게을러서 잘 될지 모르겠네요.


여하튼 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