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경상북도의 어느 후미진 시골이다........

고향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전원을 꿈꾸며..새집을 지어

이사들어온........ 제 2의 고향이 되어야할 곳이다..........

아직도 난...........

이곳에서 산다.............



내 방은 2층에 있고... 방벽면 4개중에 두벽면이 창문으로


둘러쌓여있다. 낮에는 햇빛으로 눈이 부실정도며...밤에는...........


밖의 어스름한 가로등이라던지.. 다른집 불빛만으로도 내 방구조가


얼핏보일정도다..마당이 넓은편인데... 기존에 있던 7~80년 남짓 살아왔을듯한


커다란 감나무 두그루가 마당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내방 창문한쪽을 열면........커다란 감나무의 잎이 무성한 가지들을 볼수있다.


이사들어왔던 해 여름....


한창 나우누리,천리안,하이텔과 같은 채팅접속사이트가 성행하던때..


고등학생이였던 나는 채팅에 불이 붙어..밤을 새워 컴퓨터앞에 앉아있기


일쑤였다.. 새벽1시경


한참을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니..... 덥기도 하고 목이 마르기도하고해서


창문때문인가한쪽만 열어두었던 하고...다른한쪽도 마저 열려고 했다..


열지않았던 창문은...... 감나무가 있는 쪽이였는데....어차피...


감나무가 워낙 크다보니..창문이 다 가려져 바람한점 없을거라는 이유하에..


그쪽창문만 그냥 뒀던 것이다.......


드르륵~~~~




"헉~"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창문을 열고 쉴 틈새가 없이....바로 다시 닫아버렸다
...

무성한 나무가지 틈새로.......


사람얼굴처럼보이는 어떤 형체가 얼핏...보였다.


그냥...얼굴만.................


잘못봤다기엔 너무 확연한 색채가 아닌가...


여름이라...잎이무성한 초록가지틈새로........


살색계통과 검정과 붉은색의 조화를이루는..


내방 창문에서 내리쬐는 형광등불빛을 받아. 보이던......


헛것이라고 생각하기엔....


의문이 생길수 밖에 없었다..다시 한번 열어보고싶었다..


워낙 담력이 크고 미신을 믿지않는 나로선.....그것이 무엇인지 확인이 되야...


할것같아........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열었다..


드..드드..르..륵~


실눈으로 밖을 내다보며......아까의 알수없는 뭔가가 보였던곳으로..서서히


시선을 옮겼다..........


그냥................무성한...초록빛밖에는 아무것도 찾을수가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닫는순간............


분명히 보았다...........


초록잎사이에


스르륵 사라지고 있는 검은빛 머리카락을.......................




자리에 털썩주어앉아.......


30분여간의 탈진증세후.......... 애써서.. 결론을 내렸다..


며칠내내.......밤을새워 무리한것 때문일거라고.......


그렇게......... 반년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의 일이다..............


나는 도시에서 살다왔고... 밤10시면...아직 늦은시간이 아니다..


도시사람들은 대부분그렇다.........


하지만..............내가 이사온 이곳은............ 저녁 8시만 되면....


암흑이 된다................. 무서우리만치 고요하고................


칠흑같은 암흑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있는


가로등불빛마저........을씨년 스럽게만.........보이게 한다....


학교가 시내에있다보니...하교를 하고... 번화가를 좀 활보하다가..


차를 타려고 보면... 9시가 남짓한다.. 집으로 가는 막차는


시내에서 저녁 9시30분에 있었다.......


일주일의 7일중 5일은 그시간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도착시간은 10시 30분........


물론... 버스의 브레이크 마찰음마저.......너무나 큰 경적으로 들리는..


고요하고 어두운 시간이다.........


동네에서 우리집을 제외한 나머지 가구는..........


일평생 그곳에서 살아온 토박이 시골사람들이라...........그시간은


잠을 자야만하는 불변의 법칙이다.......


항상.......밤 10시30분이면.......... 나혼자 동네입구에 내려졌고....


버스는............ 나를 마지막손님으로........... 동네입구에서 유턴하여


다시 도시로 빠져나가는 광경을 많이 본다......


마지막 코스는 아니지만.............


이곳사람들 특성상............막차때는 내가 마지막손님이 되기 일쑤였다.


헌데........... 이날은................


전혀 그시간과는 어울리지않는......40대 중후반정도의 아주머니 한분이.....


내가 내리는곳에 같이 내리기위해 자동문앞에 서있었다..


두어코스전만해도...


'나만 앉아있는줄 알았는데.......등받이에 가렸었나보지.............'


나도 이곳에서 2년째 살아가고있는데 동네에서 단한번도 보지못한..


아주머니인데다가..........친지나.......... 어느집의 손님이라면....


모두가 잠든 이시간에 방문할 이유도 없지않은가................


이것저것 생각하기 귀찮아서......하차후... 마이자락을 여미며...


아직 늦은 겨울바람을 피해... 빠른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고동색원피스를 길게 맞춰입고... 어깨선까지 내려오는 파마머리를 한..


낯선 아주머니는........... 내 뒤에서 느긋이 걸어오고 있었다..


산책이라도 하는듯 아주 여유있는 걸음걸이 였고........


누군지 여쭤보고..이야기라도 주고받으며 가려다가...


늦으면.........할머니가 데리러 나오기때문에... 빨리 도착하면..


할머니가 찬바람을 쐬지않을수도 있단 생각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집은 동네 가장끝쪽에 위치하고 있었고... 반장댁과.. 우리집이 마주하고..


그외에 가구는........ 이 두집과는 50~60m거리를 두고 모여있었다.


우리집으로 들어올수있는 길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동네사람 모두가 사용하는 소위 큰길이였고..


차량과 사람들의 왕래는 모두 그곳으로 이어진다...


다른 한곳은.............. 밭농사를 위해 임의로 튼 길인데..


작은동산을 넘어야하는 불편함을 없애고자... 대나무사이의 길을


터서 만든.... 그야말로 밭농사외에는 아무도 다니지않는


묻혀진 길임에 틀림없었다... 낮에는 산책로로 가끔 쓰이기도 하지만..


일반 통행로로는 전혀 쓸모가 없는것이... 큰길로 오는 시간의


정확히 딱 2배의 시간이 걸린다... 가로등하나 없고..대나무사이에 난길이라..


다른곳의 불빛 한줄기조차 받을수 없는 길이라.......... 이런 밤이되면..


짐승이나 다닐정도일까.......... 전혀 쓸모없는길임에 틀림없다..


차량도 다닐수 없는 딱 두사람이 오붓하게 손붙잡고 통과할수있을정도의


넓이였다..


이러한 여건이라.....난...항시 그랬듯...


큰길로 빨리 빨리 종종걸음을 걷고 있었다..


대문이 가까워지자........ 꼬옥 여미고있던 마이자락을 느슨하게 놓으며..


대문을 막 열려던 순간이었다.......


맞은편쪽에서 내려오고있는.....................


아까 내가말한......... 전혀 사용치않는 대나무길에서 막 나오고 있는......


고동색원피스의 아주머니...................


버스에서 내렸을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느릿하게 걸음을 걷고있는


아주머니의...........괴괴한 모습.....


머릿속에서 빨리 회전되지 않고있었다...


하지만........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때문에........


넘어질듯 달음박질 치며.................대문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어떻게..........어떻게...........그길로 왔을까...............


그걸음걸이론............


절대 빨리 걷던 나를 앞설수도 없다!


분명......내뒷쪽에서 오고있던 아주머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가왔던길보다.............딱! 두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몸서리치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몸이 덜덜떨리고............... 불을 끄면.....미쳐버릴것같은 느낌에..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아침을 먹으며............소란스럽게 가족들에게 얘기했다..


내얘기를 들은 아빠가 말씀하셨다...농담반..진담반.............


"여기..........우리집 헐기전에............... 원래주인 아줌마를 니가
봤는갑다~ 그아줌마 교통사고로 죽었는데...허허~~"


"정말요?? 정말 맞아요??"


"（피식~）농담이다 임마야~~~"


"아빠도......참.."


"....................................... 귀신은...농담이고...... 교통사고는 맞다.....
쓸데없는 생각할까봐 미리 말해두는데... 부인죽고...혼자사시던..
아저씨에게 이집을 샀다! 아저씨 나이가 꽤 연로하셨다.... 마찬가지로
별세직전의 아주머니 나이가........ 60초반이라고 들었다!
니가 본..........그 아주머니 모습은 아닌거 같으니까...괜히 기분나쁜
생각은 하지마라... 헛것을 보았던가.......
아주머니가 육상선수일수도 있지-_-;"




하지만.....................몇일뒤..................


낡은 마을회관 대청기둥에 걸려있는...............


85년도 날짜가 찍혀 "축 기념 제 1회 XX리 체육대회" 문구가


새겨져있는 커다란 사진액자속에...................


반미소를 짓는 아줌마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람들사이에 파묻혀..얼굴의 4분의1이 나오지도 못했는데..


유난히 띄었던 얼굴.................


바로 그날밤.............. 고동색원피스를 입었던 그 아주머니와


오차한점없이 똑같이 생긴분이 있었던것이다..........


아버지가 말씀하신대로.........................


분명 60대초반의 연로한.....생김새는 아니었다........


우리가 이사오기（1999년） 1년전쯤에 고인이 되었으니....................


사진속의 저시대...85년도라면................


딱...마흔 후반이 정확히 맞아떨어지지않는가....


사진속의 모습과..............내가본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것 또한...........섬뜩하리만치 신기할수밖에 없었다............


한번도 보지못한 사진인데.......................


마을회관에 걸려있던 사진따윈 관심도 없던 나였는데...........


등교길에........................


유난히 그사진을 보고싶었던건 뭘까.................


뭘 그토록 나에게 알리고싶어했을까..................


자꾸만.........이상한일이 생겨가고 있다..........................


알수없는 일들이 생겨가고 있다..................


이사건이후로.........난 내가 살고있는 집에 대한 또다른


괴소문을 듣게된다.................


괴담속 이야기가 실제로 내일이 될줄은 몰랐다....




실제경험담입니다. 다른 사이트에서 연재하고있는
공포호러물입니다.
현재 9편까지 적었는데..재미있으시다면
앞으로 계속 연재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