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Shadow –08-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당혹감,공포,이런것들이 같이 공존할수 있을까? 나는 분명히 느꼈

다.이 네가지의 느낌을 동시에.....내눈에 잠시 비쳤던 그녀는 너무나 이성적이었고 순순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살인을 하면서 다니다니...그리고 그녀를 바로 앞에 두고도

전혀 눈치를 못채었던 나...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가 전혀 분간 되지 않기 시작하

였다.

"경숙씨...."

경숙은 대답이 전혀 없었다.시선을 한쪽에 내리깔고서 멍한 표정으로 김반장이 몇번을 불러

도 대답이 없자 경숙의 눈앞에 손을 흔들었다.

"으...왜요?...불렀어요?"

"네! 지금은 조금 바쁘니까 경숙씨는 집에 가 있어요.나중에 동민씨 집에 가보죠."

"알았어요."

어깨가 축쳐진 경숙은 아무 말없이 건물을 빠져 나왔다.김반장도 새로이 잡힌 범인의 단서

를 토대로 새로운 계획을 잡아가고 있었다.







영희는 너무 화가 나있었다.화가 난것은 만난지 1년이 지난 남자친구에게 낮에 헤어지자는

소리를 들은후부터였다.영훈의 얼굴에 컵에 담겨져 있는 물을 멋지게 뿌리고 나왔지만 가슴

이 너무 아려왔다.아직은 20살의 나이기에...헤어지는 준비를 하지 못하였기에...그녀는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자신을 차버린 그 나쁜놈을 잊으려고..그러나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생각나고 더 마음이 아퍼왔다.마음속으로 [잊자 잊어]를 수십번 반복해도 도저히 그를 잊지

못하고 손은 어느새 핸드폰의 1번에 저장시켜둔 영훈의 핸드폰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훈아!"

"영희구나!... 괜찮은거야?"

"여기어딘줄 알어? ....다리위야"

"다리? "

"강물이 아름다워.저기에 내려 앉으면 느낌이 어떨까?"

"야 이 바보야! 뭘 생각 하는거야? 너 거기어디야?"

난간에 몸을 기대고는 아래를 쳐다 보았다.아름답고 평온한 강물이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따스하게 보였다.그리고 자신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그 강물위에 안기는것을 보았다.

"훈아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

"나 이별이 뭔지를 몰라...난 너만을 사랑했는데...왜 내가 너한테 버림받아야 하는지도 모르

겠어.....훈아....우리 다시 한번 시작하자."

"그..건 안돼! 우린 성격이 너무 안맞아...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 다른애가 생겼어.그러니 그

만해 영희야...그럴수록 너만 고통스러울뿐이야."

"흑.....흑"

"영희야 우는거니? 너 이상한 생각 먹지마.알았지? 영희야! 영희야!"

그녀는 핸드폰을 강물에 던져 버렸다.그리고 마치 자신보고 들어오라고 외치는듯한 강물에

번지는 파장을 바라 보았다.난간위에 올라섰다.그리고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어머니의 품속

에 안기기 위해서....눈을 감았다.얼마나 걸릴지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다리에 힘을 풀었다.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 왔다.그녀의 가슴엔 공포가 없었다.그저 편안한 곳으로 가기 위해

내려가는것일 뿐이므로 아무런 미련도 없었다.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고 있는 그녀의 옷을

붙잡았고 잠시뒤 그녀는 처음 자신이 고통을 느끼고 있던곳으로 돌아왔다.

"흑...왜 저를 ...그냥 내버려두지...왜...왜!"

"죽으려고 하는 이유가 뭐지?"

영희는 주저 앉아있는 상태에서 위를 바라보았다.저녁 햇살에 그림자가 져서 얼굴은 보이지

를 않았지만 너무나 상냥한 목소리였다.훌쩍이던 영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을 고통의

나락으로 다시 끌어올린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러나 165나 되는 영희의 키보다도 더

큰지 고개를 위로 들어올려야 했다.그리고 영희의 눈에 비친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성숙

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생명을 귀하게 여겨야지 이런데서 함부로 죽으려 하다니!"

상냥한 목소리였다.어느 누구라도 목소리만 듣고서도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의 흡입력을 가

지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그냥 지나가시지 저를......."

훌쩍이던 영희는 어느새 눈물이 그치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여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지나가려고 했는데 난간에 올라서 있는 네 모습이 너무 위태해보여서.호호.얘기나 들어볼겸

해서 어디가서 차나 한잔할까?"

"됐어요! 그냥 가시던 길이나 가세요.."

"저런 안돼지..내가 가고 나면 또 뛰어 내리려고...오늘은 내가 아가씨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

각 되는데? 아가씨가 안따라 오겠다고 하면 뭐 여기서 밤새워도 좋고."

정말 안갈 기세였다.영희는 그녀가 말한대로 그녀가 이곳을 벗어나면 다시 뛰어 내릴 생각

이었다.그런데 같이 여기서 밤새워 보자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을 보고는 곧 포기

하였다.

"네 가요!"

"잘 생각 했어..어디가서 술이나 한잔 할까? 고민 푸는데는 술이 최고거든."

"좋아요."

저녁노을이 비춰서 빨갛게 보이는 하늘을 배경으로 놓여진 다리위를 두명의 미녀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고 그 다리위를 같이 지나다니는 차들은 오늘 한명의 생명이 없어 질뻔 했다

는것도 모른채 그저 자신들의 갈길을 바삐 달리고 있었다.








"여기가 네 집이니?"

"네!"

바깥에서 한잔 걸치고 영희의 집으로 다시 술을 사들고 온것이다.방까지 비틀거리면서 인생

이 어떻네 저떻네 하는 개똥철학을 읊으면서 거실에 있는 테이블 위에 맥주와 마른안주가

들어있는 봉지를 놓았다.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돌리면서 영희의 방을 유심히 보았다.

"꽤 큰집인데..여기서 혼자 사는거야?"

"2년전까진 엄마하고 둘이 살았는데 돌아가셨어요.그래서 지금은 저 혼자서..."

"저런 미안하구나.몰랐어...외로웠겠구나."

"처음엔...하지만 영훈이 때문에 괜찮었었는데...."

"영훈이? 아! 널 차버렸다는 그놈.... 골빈놈 너같이 이쁘고 귀엽고 거기다 자기 집까지 가지

고 있는 부자를 차버리다니.야 영희야 잘됐어.그런 머저리 같은놈은 그냥 잊어버려.눈이 제

대로 안달린놈을 계속 생각해 봐야 너만 머리가 아퍼."

"맞아요.나쁜놈 개새끼! 다른애가 생겼다고 나같은 애를 버리다니.망할놈."

"그래! 바로 그거야. 마음껏 욕을 해대는거야."

영희는 영훈의 욕을 마구 해대다가 고개를 숙여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는 다시 흑흑거리면서

흐느껴 울었다.

"아직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아마 첫사랑이었나보지? 원래 헤어지면 마음이 아픈거야."

영희는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아줌마도 사랑을 해보았어요?"

"아주 예전에..나도 첫사랑때는 너처럼 차였어.하지만 살다 보니까 남자란게 별 필요는 없더

라고..그래서 지금은 혼자있는게 더 좋아서 남자는 안키워.... 남자는 다 늑대잖니 호호"

"맞아요! 늑대...나쁜놈들...참 아줌만 이름이 뭐에요?"

"나? 난...효진이라고 해.박효진..예전엔 잘나갔는데 지금은 백조란다!"

"백조요?"

"호호 남자가 놀고 먹으면 백수.여자가 놀고 먹으면 백조."

"아!"

"영희야!"

"말씀하세요."

"너 외로우면 내가 여기서 같이 살아도 되겠니?"

"저야 좋지만....아줌마가 불편할까봐."

영희는 혼자사는 생활을 외로워 하였다.그래서 그런지 처음만난 이 여자에 대해서 전혀 의

심없이 대하고 있었다.

"불편하긴..그럼 허락한걸로 알고 우리의 첫만남과 동거를 위해 건배를 해볼까?"

"좋아요."

둘은 맥주잔을 높이 들고 쨍소리가 날정도로 쎄게 부딪혀서 둘의 앞날을 위해 건배를 하였

다.그리고 정신도 못차릴 정도로 둘은 퍼마셨고 영희가 먼저 쓰러져 버렸다.효진이라고 자

신을 말했던 그녀는 영희를 번쩍 안아서 방으로 옮겨서 이불을 덮히고는 방을 나와서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스위치를 찾아서 형광등을 켜고서 방안에 있던 컴퓨터를 부팅시키었고 잠

시뒤 마우스를 클릭 해대는 소리가 방안을 맴돌았다.

"망할년........"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나는 급히 방향을 바꾸라고 하였다.

"아저씨 북한동으로 가주세요."

"북한동요? 그러지요."

[끼기긱]

새벽 4시 간간히 몇대의 차만 보이는 길을 택시는 굉음을 내면서 급회전을 하였고 나를 동

민의 집까지 데리고 와 주었다.분명 동민의 사체는 지금 여기 없을것이라고 다짐을 하고 또

하면서 동민의 집앞에 와서 현관문을 살며시 열었다.

[삐거 억]

불빛하나 없는 공간을 나는 짐작 만으로 스위치를 찾았고 손으로 더듬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이쯤 어디일텐데!"

공포를 떨쳐버리기 위해서 일부러 소리를 질렀다.그리고 손에 무엇인가가 닿였다.스위치가

손에 느껴졌고 반대 방향으로 스위치를 돌려놓았다.밝은 빛이 나오리라는 생각을 하고는 기

다렸지만 불은 전혀 들어오지를 않고 있었다.

"정전이야? 동민아! 정전이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어둠에 익숙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무엇인가가 내 발아래로 뚝

떨어졌다.

"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나는 그곳을 뛰쳐 나올수 밖에 없었다.동민의 시체가 없을것이라는 아무런

확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낮에 경찰이 왔다 갔지만 증거확보를 위해서 하루쯤 그냥 놔 둘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바깥에서 동민의 현관문을 바라다보면서 서성거리면서 날

이 밝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시간이 새벽 5시였으므로 날이 밝으려면 적어도 3시간은

기다려야지 밝아오겠다고 생각을 하고 문앞 계단에 코트를 방석삼아서 퍼질러 앉아있었다.

날이 생각보다 춥지 않다고 생각한 순간 코에 차가운게 뚝뚝 떨어졌다.

"뭐지?"

코에 묻은것을 닦아 내려고 손을 들어올렸다.그리고 눈으로 확인하는순간 나의 몸에 힘이

쫙빠지는것이 느껴졌다.빨간색의 피가 손에 묻어있는것이 보였기 때문이다.그와 동시에 내

어깨위에 차갑고 무거운게 얹어졌다.온몸에 전기가 흐르는것 같았다.확인하기 싫었다.그대로

일어서서 여기를 빠져 나가고 싶었다.그러나 나는 고개를 천천히 뒤로 돌리고 말았다.내눈

에 비친것은 맙소사..... 앉아있는 나의 무릎으로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혀를 길게 내밀고 있

는 동민의 얼굴이 내 어깨위에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나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꺄아악~~~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