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라는 단어를 듣고 사람들이 처음 떠오르는 느낌은 대부분 무섭다거나 꺼림칙하다는, 혹은 칙칙한 인상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추리소설의 기본이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어두운 느낌들을 전달할 순 있겠지만, 미스터리라고 해서 무섭거나 잔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둡고 먹먹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벼운 문제들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일상의 미스터리라 불리는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일본에서는 코지 미스터리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지금 소개하는 이 책 또한 일상 미스터리다. 책 내용은 간단하다. 주인공인 이리에 고마코는 단기대학에 다니는 19살 여대생이다. 얼마 전 충동적으로 산 『일곱 가지 이야기』라는 책에 흠뻑 빠져 작가에게 팬레터를 보내려는 독자이기도 하다. 쓸 내용을 고심하던 중 며칠 전 자신이 경험한 ‘수박 주스 사건’에 관해 적어 작가에게 보내자, 뜻밖에도 잘 읽었다는 답장과 함께 상상이라는 이름의 ‘해결 편’이 동봉되어 온다. 이를 시작으로 고미코와 책의 작가, 사에키 아야노는 서로 편지를 교환해가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한밤중에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한 비닐로 만든 브론토사우르스, 십년 만에 돌아온 어릴 적 모습의 사진, 하얀 민들레를 목격한 소녀 등 주위의 일상을 약간 벗어난 느낌의 수수께끼들이 단편마다 존재하고 그에 감추어진 사소하면서도, 이해가 가는 해답을 통해 기존의 추리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희열감 보다는 안정감, 온화함,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일상 미스터리 단편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모든 이야기를 끝마치는 마지막 단편 부분 또한 경쾌하면서도 사랑스럽게 결말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잔잔하고 미소가 지어지는 결말으로.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점수는 100점 만점에 9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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