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절대 특정인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며, 혹여나 자신이 이 글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인생이 한심한 탓이지 작가의 의도가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성훈아, 학교 가야지."

등 뒤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성훈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짜증부터 냈다.

"아 오늘은 전화 올거라니까! 엄만 진단서나 끊어서 학교에 보내."

성훈의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사흘째였다. 웬 소설 공모전에 합격했으니 전화가 올 거라며 전화기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성훈의 모습을, 그의 어머니는 오늘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하아...'

성훈의 어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가난을 이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했던 자신과 달리 아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가가 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묵묵히 응원해 주었었다.

하지만 작가가 된다는 게,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라고 성훈의 어머니는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아들에게 현실을 일깨워 줄 필요를 느낀 성훈의 어머니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성훈아..."

"또 뭐? 밥이나 차려주고 빨리 진단서 끊으러 가."

"3일이나 지났는데 전화가 오지 않는 걸 보면... 그러니까... 음..."

굳은 다짐을 하고 입을 열었지만, 아들의 얼굴을 보자 냉혹한 현실을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엄마도 내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거야? 넷상에서 나를 질투하는 못난 망생이들처럼?"

"그러니까 엄마 말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봤을 때..."

"판단은 무슨 판단! 엄마도 날 못믿는거야? 내가 작가 한다고 했을 때는 믿고 지켜보겠다며? 응원해주겠다며? 그런데 이제와서 뭐? 내가 떨어져?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곧 나에게 대상을 시상한다는 전화가 올거라고!"

이제 성훈의 얼굴에는 간절함을 넘어선 집착과 광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성훈의 어머니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홀로 집에 남겨진 성훈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듯 다크서클이 광대뼈를 덮으려 하고 있는데도 아랑곳않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찰나,

따르르릉!

성훈은 번개같이 일어나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여보세요? 노엔에서 전화하셨나요? 대상은 언제쯤 받으러 가면 되죠?"

상대방은 당황한 듯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어... 그러니까 저는 한미경 씨 거래처 사장인ㄷ..."

성훈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혹여나 다른 사람과의 통화 중에 노엔에서 전화가 올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설령 그 대상이 어머니의 거래처 사장이라도 자신의 합격통보보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 뒤로 두어 시간이 흐를 동안 아무런 전화도 받지 못하자 성훈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점심때가 되어가는데, 밥을 차려 먹으려면 전화기에서 떨어져야 했기 때문에 성훈은 점심을 굶어야 했다. 거기에 10초도 되지 않는 어머니 거래처 사장과의 통화가 노엔의 합격통보와 겹쳤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성훈은 맹렬하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따르르릉!

성훈은 손톱의 침이 전화기에 묻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재빨리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노엔이신가요?"

"예, 노앤입니다. 귀하께서 공모전 2차에 합격했음을 알려드리려 전화하게 되었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기라도 걸렸는지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됐고 대상이나 내놔라. 아, 상금 받으면 너 비염약이라도 사줄게."

성훈은 전화를 받을 때를 위해 준비해뒀던 멋진 멘트를 날렸다. 거기에 상황을 고려한 센스있는 애드리브까지. 성훈은 자신의 문장력에 스스로 감탄하며 대답도 듣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래... 이렇게라도 네가 행복하면 된 거겠지..."

성훈이 전화를 끊은 지점으로부터 약 3km 떨어진 곳에서, 성훈의 어머니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