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시라 함은 영웅의 업적들이나 왕국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스케일이 크지만 엄연히 시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된 글들임.

지금까지의 서양 판타지들은 서사시들의 상상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거고 분명히 판타지를 쓰는 데에 글의 목적이 있는 무팡게인들은 서사시가 아주 큰 도움이 되리라 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나 독일 최고의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 등 소개할 건 많지만 일단 내가 읽어본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부터 보고자 함.

1.단테 알리기에리에 대해서
일단 신곡의 저자인 단테 알리기에리는 이탈리아의 피란체라는 지역의 유명한 정치인이자 신앙인이었는데 정쟁으로 인해 망명 생활을 하게됨. 가문들 사이의 끊임없는 싸움과 망명 생활이라는 힘든 상황에서 명작 신곡이 나온건 내 생각엔 베아트리체라는 처녀의 덕이 크다봄. 단테의 첫사랑인 그녀를 위해 쓴 소네트（라임 맞춰서 쓰는 14행시）가 명작이고, 1290년 6월 그녀가 죽자 그녀를 위해 쓴 시를 엮은 책 '새로운 인생'이 나올 정도였음. 신곡에서도 연옥에서 천국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을 정도로 그녀는 단테에게 문학적으로 뮤즈나 다름이 없었음.
이 밖에도 로마의 시인인 베르길리우스, 키케로의 작품들을 속독하며 문학에 대해 놀라운 능력을 보였으니 불행한 상황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의 문학적 능력을 고려하면 신곡은 더욱이 대단한 작품이라 볼 수 있음.

2.신곡을 어떻게 읽을까?

비록 이 작품이 좋다하지만 좋은 약이 몸에 쓰듯이 신곡은 읽기엔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져있음. 그도 그럴게 자신이 읽었던 문학작품의 인물들과 그 시인들, 그가 정쟁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과 가문들까지 모두 언급이 되니 아마 책을 읽으며 뒷편의 해설까지 겸해서 읽지 않으면 신곡은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을거임.
무팡게인들의 신곡을 읽고자 하는 목적은 판타지적 요소를 위함일텐데, 시인이자 신앙인이었던 단테는 신곡에서 종교적 요소를 상당히 많이 넣었음. 특히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갈수록 그 종교적 요소의 빈도가 심한데 천국에서는 아예 종교 얘기만 나올 정도임. 그래서 결론은 나는 지옥편만 읽는 걸 추천함. 지옥편이 어둡지 않느냐는 지적도 봤는데 오히려 난 그게 좋았음. 연옥편은 내 생각엔 7대죄악을 위주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역시 지옥편이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니 지옥편만 읽도록 하자.

3. 신곡에 대한 소감

난 여러번 읽진 않았지만 이런 서사시를 씀에 있어 방대한 양의 지식에 대해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음. 어렵기는 정말 어렵지만 그만큼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니 무팡게인들은 읽도록 하자. 그리고 다시 읽는 것도 강추함. 정 읽기 개같으면 지옥편만 읽는 게 좋음.

다음 작품은 안 읽어본 걸로 하고자 함. 부디 무팡게인들은 소비문학의 재미에만 빠지지말고 서사시를 읽어 더더욱 창작에 전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