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가 자체적으로 피드백 해본 내용 

이야기의 초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작가가 쓰고 싶은 내용을 우겨넣다 보니 난잡하다.）

캐릭터의 매력이 부족하다. （주인공은 Deep Dark하다.）

가끔 궤변을 늘어놓는다. （중2병）

세계관에 판타지적 요소가 희박하다. （단점인지는 잘 모르지만.）

작품 분위기는 음울한데 라이트노벨적 요소를 쳐넣겠다고 하다 병1신 작품이 됨.（시발!）

작가가 창의력이 출타함. （이건 어쩔 수가 없다.）

문체는 뭐...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

내가 쓴 첫 작품이고, 지금 돌이켜보면 졸작이라 상업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겠죠.

설명충 짓좀 하자면 제목에 중의적 표현을 넣기 위해서 쥐어 짜내다가 제목이 이런 식이 되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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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칼날이 나의 복부를 찢어 가르는 과정이 똑똑히 보인다. 차가운 금속이 스치는 느낌과 함께 배에서 피가 튀겨나간다. 고통이 신경을 타고 달려 뇌를 휘젓는다. 아프다.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밀려온다. 나는 배를 부여잡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아니, 상처 부위를 부여잡으려다가 나는 허공을 휘젓는다. 없다. 내 하반신이 상실되었다. 나에게서 뭔가가 끝없이 흘러나온다. 피인가? 왠지 점점 사고가 흐려진다.

“안 돼…….”

익숙한,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나의 그녀, 리브애나의 음색. 괜찮아 ― 라고 말하려하지만 입술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러면 나도 살려내지 못해.”

이건 나를 죽게 만든 장본인인 루나의 목소리. 이 상태에서 살아나는 게 가능할 거라고는 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흐려지는 시야로 리브애나의 우유보다도 깨끗하고 새하얀 얼굴이 보인다. 죽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그녀를 느끼고 싶다.

“가지 마…….”

나도 가고 싶지 않아. 몸에 힘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당연하겠지. 몸이 반으로 나뉘어 버렸는데. 하지만,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루비보다도 깨끗하고 맑은 붉은색 눈동자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여 넘쳐흐르고 있었다. 나의 얼굴에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하지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뺨에 손가락이 닿는다. 그녀의 늘어진 은빛 머리카락을 헤집고 뺨을 쓰다듬는다. 눈물에 젖어 축축할 것이다. 제대로 느낄 수 없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난다. 아아, 리브. 울지 마. 내가 없어도, 너는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으니까. 지금까지 너무도 많은 걸 받아왔으니까. 제발.

“닐런…….”

나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가 나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강하게 부여잡는다. 아니, 강하게 부여잡는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촉각은 반의 반 정도도 체 기능하지 않고 있으니까.

“스으…….”

사랑해 ― 라고 말하려 했지만 역시 말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나는 정말 아픈데도 이렇게 행복해 리브. 너의 곁에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다는 것 하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아.

대신에 나는 최후의 미소를 짓는다. 그녀가 안심할 수 있게. 내가 행복하게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이젠 정말로 한계다. 사고가 지체된다. 갈라진 몸통에서는 이미 치사량까지 혈액이 유실되었다. 그럼에도 고통은 도저히 사라지지 않는다. 시야는 점점 어두워진다.

여기까지 버틴 것도 기적이다. 리브애나, 내가 죽더라도, 언젠가는, 다음 생에라도, 얼마나 걸릴 지라도, 나는 너와 다시 만날 거야. 이 것이 나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Prologue

거리는 성난 군중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변변한 무기조차 없이, 대나무를 깎아 만든 창이나, 식칼을 나무 막대기 끝에 묶어 급조한 무기, 낫이나 갈퀴 같은 농기구를 저마다 손에 쥐고 있을 뿐이었지만 의욕으로 가득 차 보였다. 그 가운데에서 한 남성이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여러분!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의 주인공으로 서있습니다. 지금 헤센은 베더의 독립으로 인해 혼란하고 약해진 상태입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다른 도시에서의 혁명 선언 이후 이곳에도 혁명의 물결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신분 때문에, 재산 때문에 차별 당하고 착취당하며 살아왔던 울분을 응당 해소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제 1 목표는 병기창입니다. 우리 스스로 무장하여 혁명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의 말을 듣고 벌 떼 같은 군중들은 큰 소리로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우르르 병기창으로 몰려갔다.

“…….”

까마득하게 많은 숫자의 사람들에 놀란 듯 병기창을 지키던 몇 명의 병사들은 아연실색하여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병사들은 입고 있던 갑옷이 전부 벗겨져 한 쪽 벽에 손발이 꽁꽁 묶여 방치되었다.

군중들은 저마다 마음에 드는 무기를 하나씩 챙기고 사이즈에 맞는 갑옷을 찾아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기창의 용품도 그들의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랐기에 모든 사람이 무장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베더와의 전쟁으로 소모된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 후, 화난 이들의 무리는 다음의 목적지를 정했다. 정한다고 해도 제대로 논의를 해서 정한 것은 아니고, 한 사람이 자본가의 착취적 행태의 상징은 왕국 최대 규모의 면직물 공장은 어떠냐고 제안하자, 다른 이들이 동조하여 그 쪽으로 향했다.

잠겨있는 공장의 입구를 건장한 남성 몇 명이 망치로 두들겨 잠금 장치를 부수자, 끼익하고 문이 열리면서 어둑한 실내에 가득히 기계가 들어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지만 공장 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군중들은 관리인실에 숨어있는 관리인을 찾아냈다. 그는 부들부들 떨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는 아무 잘못 없어! 나는 평소처럼 추, 출근했을 뿐이라고!”

험악하게 생긴 남성이 그렇게 비굴하게 말하는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러운 광경이었다. 그 때, 이 공장에서 일하던 한 여성이 원한어린 눈빛을 쏘아 보내며 그에게 말했다.

“더러운 앞잡이 자식, 공장장은 어디에 있어?”

그녀는 기다란 자루 끝에 달린 창날을 그의 목에 들이밀며 말했다. 그는 더욱 더 무서운 듯이 손을 바짝 위로 올리고 무릎 꿇었다.

“고, 공장장님은 어제 출장 가셔서 이곳엔 없어…….”

관리인이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그렇게 내뱉자, 주위의 군중들이 죽여라, 죽여라 하고 외쳤다. 그녀는 말했다.

“도망쳤군…… 그보다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해?”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관리인은 그제야 기억난다는 듯이 히익하는 작은 비명소리를 내었다. 그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면방직 공장에서 일했다. 하루 15시간 동안, 그것도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도 그 만큼을 그녀는 방직기 앞에 앉아 기계의 부속품처럼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로 천을 짜는 작업을 반복해야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안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고 좁아터진 집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또다시 공장으로 일하러가는 지옥 같은 생활 끝에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몇 푼 되지도 않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에는 턱 없이 모자란 급료였다.

얼마 전 실직한 남편은 일자리를 찾아 광산으로 떠나고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전에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눈에 띄게 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복부는 전보다 묵직해졌고, 이따금 입덧을 하는 일이 있었다. 이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될까. 그녀는 결국 이 지옥 같은 생활을 물려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얼마 가지 않아, 그녀는 입덧을 하는 걸 관리인에게 들키고 말았다. 관리인은 그 일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따로 불러내어 추궁해왔다.

“자네, 우리 공장에 임산부를 위한 자리는 없다는 건 알고 있지?”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서 잘리면, 저와 제 아이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에게 선심 쓰듯이 제안하며 슬쩍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온몸에 소름이 쫙 오르며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그녀 자신에게도 느껴졌다.

“오늘 밤 잘 서비스 해주면 모른 척 해줄 수도 있는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 자가 두려워졌다. 하지만 그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싫었다. 그녀가 침묵하자, 그가 뒤를 이어 말했다.

“칫, 싫으면 관두게. 억지로 하는 건 취향이 아니거든. 그럼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는 건 어때?”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아랫배를 있는 힘껏 주먹으로 갈겼다. 그녀는 대응할 틈도 없이,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에 처한 자신에 절망했다.

“흐으윽…….”

그녀는 아랫배를 움켜쥐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생리통의 몇 십 배는 되는 것 같은 싸늘한 통증이 복부를 짓눌러 견딜 수 없이 아파왔다. 그녀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어째서 그녀는 이런 일을 겪어야할까.

그녀는 결국 관리인이 의도했던 대로 아이를 유산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공장에 다시 나가지는 않았다. 자신의 아이를, 단지 하나의 핏덩이로 만들어버린 관리인을 보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망가진 몸뚱이 뿐이었다. 기다리던 남편의 소식은 도무지 전해지지 않았다.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운 좋게 한 하급 귀족의 집에 가정부로 일하게 되었다. 급여는 공장에서 일할 때보다도 적었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갔다. 그렇다. 육체는 가까스로 살아갔지만, 그녀의 정신은 이미 죽어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복수의 기회를 손에 넣었다.

“미안해! 나는 내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내 일은 공장의 작업 효율을 늘리는 거였어!”

그는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빌어댔다. 하지만 그녀는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마지막까지…… 그 딴 자기합리화는 집어치워!”

그녀는 그렇게 외치고는, 잠시 서러운 듯이 흐느꼈으나 이미 말라버린 눈물샘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죽여버려!”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외침과 함께, 그녀는 창날을 그의 배에 찔러 넣었다. 그는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지며 무릎 꿇었다. 그의 배의 상처에서 튀긴 피가 나무 자루와 바닥을 적셨다.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루를 휘저어 그의 뱃속을 헤집었다. 그의 복막과 함께 내장기관은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으으읍…….”

그는 밀려오는 고통에 견디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내었다. 잔인한 행위였지만 그녀에게 죄책감은 없었다. 이제 그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예전 일에 대한 복수심뿐이었다.

*

엎드린 그의 복부에서는 시시각각 혈액이 빠져나간다. 갈라진 복막 사이로 내장이 삐져나오려 하고 있다. 다량의 혈액 손실로 정신은 당장에라도 무너질 듯 희미하다.

어찌되었건, 반란이 일어났다. 폭도들 중 한 명, 몇 달 전 그가 심한 짓을 한 걸로 여겨지는 한 명이 그의 배에 창을 쑤셔 넣어서 그는 이 지경에 처했다.

그래서 그가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냐고 한다면 글쎄다. 그는 지금은 도저히 아무것도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냥, 제발 살아남고 싶다는 상념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몰려들었던 군중들은 저희들끼리 몇 마디를 한 후 물러갔다. 뭐라고 했더라? 그는 도저히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 때, 그는 매캐한 연기가 방을 채우는 것을 느꼈다. 희미한 정신에 독한 연기가 목을 메이게 한다.

왜 일까나. 그는 생각하는 대신에 몸을 끌며 문 쪽으로 기어갔다. 거친 돌바닥에 상처가 마구잡이로 긁히며 격통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당장에라도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기운도 없었다.

그가 문 앞에서 본 것은,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목재 방직기들과 공장 설비였다. 나무가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 덕에 실내는 뿌옇게 흐려진 채로, 곧 유독가스가 한계량을 넘어 그를 죽일 것이다.

이제야 알았다. 그들이 공장을 불태웠다.

“켁, 케엑…….”

그는 숨이 막혀 기침했다. 뜨거운 공기가 폐를 태워버릴 듯이 밀려 들어왔다. 항상 들락날락하던 공장이 뜨거운 불길과 짙은 연기에 휘감겨 어디로 나가는 거였는지 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호흡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까지 왔다. 온 몸이 산소를 원하지만 산소를 공급할 혈액은 상당량이 유출되었고, 실내에 남아있는 산소마저 모조리 화염이 먹어 치워갔다. 끝나지 않는, 마치 나를 벌하는 지옥의 불길 같은 화염이 집어삼키고 있었다.

의식은 점점 흐려졌다. 복부의 격통조차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꺼풀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