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그 년의 제일 앞 숫자는 1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년의 숫자는 2로 바뀌는 격정의 시기였다. 여기서 말하는 년은 여자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 아닌 해를 말한거다. 허나 의미는 비슷하지 않았을까?? 년이란 말이 여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하는 말인것처럼, 그 시기에 사람들은 1999 라는 숫자를 해,연도 이런식으로 경의롭게 표현하기보단 년이라는 말로 그 숫자를 비방했다. 그 시기에 우리는 IMF라는 너무 큰 국가적 이벤트에 모두 힘들어하고 슬퍼하고 죽어갔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때 당시 돌고 돌았던 유명한 음모론중 하나는 "노스트라다무스가 1999년에 지구가 멸망할것이다" 라고 예언했다는 음모론이었다.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아파서였을까. 사람들은 이 음모론에 살을 붙였었다. '컴퓨터가 0과 1이라는 숫자만 인식하기에 1999에서 2000으로 넘어가면 전 세계의 컴퓨터가 오류가 나서 미국 중국 러시아등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핵 미사일이 오류로 인하여 발사되고 세계는 핵폭발에 의해 멸망한다' 라는 말들을 했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컴퓨터는 0과1이라는 숫자만 인식하지만, 아니 인식이라는 말도 웃기긴 하다. 쨋든 이진법으로도 모든 숫자를 표현 가능하다는 것은 중학교 의무과정만 들어도 다 알수있는 사실이다.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고 분명히 학교에서 배웠을것이다. 허나 나의 생각은 냉철하지 못했고 아직도 기억나는 인생의 장면은 1999년 12월 31일 23시 59분에 TV앞에서 두손 간절히 모으고 1분뒤에 세상이 멸망하지 않기를 하는 바램으로 간절히 누군가에게 기도했던 청소년기의 나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드래곤볼의 원기옥처럼 모두의 마음이 모이면 손오공같은 영웅이 그 원기옥을 쏴서 누군지도 모르는 악당을 물리쳐주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했었다. TV에서 숫자를 5!! 4!! 3!! 2!! 1!! 이렇게 카운트할때 내 심장은 요동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과 마주했었다. 5분뒤. 10분뒤.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고 나는 ' 아 개 뻥이었네' 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영웅이 전 세계를 위기로부터 구했구나'라는 생각이 더 컷다. 나는 그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영웅에게 경의를 표하고 긴장한 내 심장을 달래며 잠을 청했다.
그때 나는 참 순수했다.
우리 중학교는 남자 중학교였다. 그때 당시 우리 학교에는 "샤크라"가 있었다. 나루토 차크라가 아니라 당시에 유명했던 4인조 걸그룹이다. 남자중학교에 왠 4인조 걸그룹?? 이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당시에는 게이를 게이라고 안부르고 호모라고 불렀다. 맞다. 호모 4인조 그룹이 있었다. 그들은 말투도 "어머 얘~"하면서 비음섞인 목소리로 서로에게 말하며 어깨에 먼지를 털듯 손으로 툭 스치는 제스쳐를 하는 그룹이었다. 그들의 그 제스쳐는 여성스러움의 상징이 아닌 무언가 제 3성별의 무엇을 표현하는 자긍심같은 그런 무엇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들의 손끝은 무용하는 사람들의 절제된 동작처럼 끝이 살아있었다. 그들이 화두가 되었던 이유는 화장실에서 서로 몰래 다이어리를 쓰고 교환하는걸 다른 친구들이 보며 시작되었다. 거시기를 빨다 걸린것도 아니고 고작 다이어리.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그리고 나의 공격대상이 되었다. 그들을 왜 싫어했는지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 말로 표현이 안됐다. 아니. 그냥 싫어할 이유가 없던 것일지도. 나는 그냥 내 힘을 약자에게 과시하고 싶었던것같다. 복도를 지나가다가 샤크라가 보이면 나는 "닥쳐 이 씨발 호모사피엔스 새끼들아"라고 말했었다. 그냥 호모만 들어가면 다 똑같은 호모인줄알았다. 그 후로 사회시간에 선생님의 입에서 "호모사피엔스"라는 말이 나오면 반은 웃음바다가 됐었다. 선생님은 호모사피엔스가 왜 웃긴지 의아한 표정으로 우리들을 보았고 우리는 그냥 어른의 입에서 "호모"라는 말이 나와서 그 자체가 너무 웃겼었다. 그냥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순수한 악 그 자체였다. 어느날 친구가 학교에 신문을 들고왔다. 그 친구는 그 신문을 나에게 보여주며 깔깔대고 웃었다. 거기에는 대문짝만하게 써있었다. "홍석천. 나는 호모다!" 그걸 보며 친구들과 나는 깔깔대고 웃었다. 그리고 신문에 있는 홍석천 얼굴 코쪽을 접어서 ET처럼 사진을 만들고 더 웃었다. 그리고 그걸 샤크라한테 가져가서 보여주며 웃었다. 그들은 분해 했지만 참았다. 그렇게 학교 끝날때까지 우린 그걸보고 웃었다. 내가 그들을 괴롭히는걸 멈추기 시작한 사건이 있었다. 여느때처럼 복도를 거닐다 샤크라 한명이 눈에 보였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반으로 가고있는 그 친구 가슴팍에는 그 유명한 다이어리를 세상 소중하게 두손으로 감싸고 기쁜 마음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목표를 포착하고 그 아이에게 가서 어깨로 그 아이를 세게 밀쳤다. 이게 그 유명한 어깨빵이다. 그 아이는 저항없이 넘어졌고 안경은 벗겨저서 저 멀리 굴러갔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에게 말했다. "똑바로 보고다녀 이 씨발 호모새끼야 호모뭍자나" 그리고 그 아이의 얼굴을 봤다. 아니 정확하게 눈을 봤다. 그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나를 증오하는 눈으로 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증오의 감정을 맞딱뜨렸다. 그때 나는 그 아이를 때릴것처럼 손을 올리며 "뭘 꼬라봐 이 씨발새끼가 뒤질려고"하면서 때리려고 시늉을 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나를 뜯어말려서 반으로 데려왔다. 사실 때릴 마음은 없었다. 그렇게 행동하면 친구들이 나를 말릴것이라는걸 알고있었다. 그리고 그후로 그 친구들을 괴롭히는걸 멈췄다. 증오와 맞딱뜨리고 나서야 나의 순수한 악은 멈춰섰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겁하게 회피하는게 아니라 나는 그때 사과를 했어야 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매시 매분 매초 정확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나의 시간들 중에 여러 사건이 있었다. 첫번째 사건은 여자친구와 놀이공원을 가서였다. 열심히 놀다가 퍼레이드 시간이 되서 나는 여자친구와 퍼레이드를 봤다. 그리고 갑자기 울컥했다. 슬프다는 기분이 이런기분인가?? 싶었다. 눈물이 날것같아 나는 화장실로 도망쳤다. 그리고 입을 틀어막고 숨죽여 울었다.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퍼레이드에 뭔 추억이 있는것도 아닌데. 슬픈 사람들이 오열하면서 우는것이 아닌 그냥 눈물이 났다. 이때 느꼇다. '아 나는 망가졌구나.' 그래서 나는 퍼레이드가 참 슬프다. 두번째는 어느날 문득 든 위화감이었다. 나는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사람들을 평가했다. 이사람은 어쩌구 저사람은 저쩌구.. 수많은 면접자들을 보다보면 사람한테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빛이 한종류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적극 기업에 추천했다. 그러다 그 빛이 두종류라는것을 깨닳았다. 정말 햇살같은 따듯한 빛이 나는 사람이 있고, 등잔빛 같이 빛나는데 위화감이 드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등잔빛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등잔빛인줄 몰랐다. '뭔가 이상한데'라고 생각하다가 깨닳은것이 등잔빛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 라는 속담처럼 등잔빛을 내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어둠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볼때 그런 위화감을 느끼는구나 라고 깨닳았다. 마지막은 우리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다. 병원에서 아빠의 죽음을 선고하고 장례절차를 밟고 장례가 끝날때까지 나는 울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참았다. 왜 참았는지 모르겠다. 이사람 저사람들이 와서 아빠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울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웃고. 그런 감정의 교류속에서 나 혼자 흑백사진속 한 사람처럼 그냥 우두커니 서있었다. 돌아가신지 두번째날 점심쯤 시체보관실에서 아빠에게 삼베옷을 입히고 마지막 가시는길 배웅하라고 가족들을 불렀다. 친척들과 나와 그리고 내 친구는 마주했다. 얼마전까지 비록 혼자 숨을 못쉬어서 인공호흡기로 숨을 쉴지라도 손은 따듯했던 아빠는 화려하게 꽃장식된 관속에서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손도 차가웠다. 사람들은 오열했다. 그리고 나는 울지 않았다. 장례지도사분이 나에게 말했다. "아드님. 아버님 마지막 가시는길 따듯한 한마디 해주세요." 그리고 나는 아빠를 보고 미소지으며 말했다."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잘 살게요. 편하게 가세요. 사랑해요"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의 부랄친구는 놀랐다. 그리고 그 행사가 끝난 후 밖에서 담배피면서 나에게 말했다."야 너 미친 싸이코패스새끼같아" 나는 왜?? 라고 되물으니 답했다. "아니 병신새끼야 거기서 다 울면서 슬퍼하는데 왜웃어 병신아. 나 너 웃는데 미친 싸이코패스새끼인줄 알았다니깐?" 나는 답했다. "아니 병신새끼야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 질질짜면서 아빠 사랑해요 라고 말하면 가시는길 편하겠냐고. 나 나름대로 신경썻더니 지랄이야" 그리고 그 친구는 장례를 하는 삼일 내내 직장도 안가고 계속 내 옆에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 수많은 사건과 그 수많은 아픔들을 심장에 세기면서 나의 마음은 강철이 되었다. 기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픔이 아무리 나를 공격해도 아무런 데미지가 없었다. 측은지심이라는 단어는 나에게는 세상에 없는 단어였다. 아기를 보아도 아무런 감정이 안들었고, 여자를 봐도 성적인 매력이 하나도 안느껴졌으며, 길가다 쓰러진 사람을 봐도 뭐야 하고 말았고,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도대체 이게 왜 슬픈거지?' 라는 마음만 들었다. 그런 망가진 사람들을 선망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척을 하며 멋을 떠는것도 아니다. 그냥 정말 아무생각이 안들었다.
그리고... 부러웠다. 나는 남을 참 안부러워하는데 그럼에도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슬플때 슬프고, 기쁠때 기쁘고. 건강하게 화낼줄도 알고, 때론 져줄줄도 알며,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고 서로의 기쁨을 같이 축하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돌아보니 나는 사람의 가면을 쓴 피노키오였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피노키오인줄 알면서도 사람의 가면을 쓰고 사람 행세를 하니 모르는척 넘어가주는 거였던거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여정을 하고 있다.
나는 사람은 온전히 그 사람일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는 아이답게. 청년은 청년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노인은 노인답게. 아이가 아이답지 못하고 조숙하고 의젓하다는건 그렇게 행동해야만 하는 압박이 있다는 것이고, 청년이 청년답게 도전하지 못한다는건 실패했을때 리스크가 감당이 안되고 현명하게 실패하는 법을 모르기에 그러는것이고, 어른이 어른답게 책임지지 못한다는건 그만큼 짊어진 짐이 많다는 것이고, 노인이 노인답게 현명하지 못하다는건 살아온 생이 아프기에 현명하여도 현명하지 않는 척 하는것이다. 이것의 연장선으로 게이는 게이다워야 한다 생각한다. 게이다운게 무엇일까?? 앙~ 하면서 여자처럼 행동하는게 아니라 온전히 남자가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당당하게 사랑해도 된다는게 나는 게이다운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무엇다울려면 세상과 맞서 싸워서 지켜야한다. 아이가 아이답게 크러면 부모가 세상으로부터 지켜주는 방파제가 되어야하고, 청년이 청년다우려면 누군가가 이들의 실패를 받아주고 격려해줘야 하며, 어른이 어른다우려면 이들의 책임에 명예를 줘야하고, 노인이 노인다우려면 예를 지키는 세상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 온전히 자신이 자신이기 위해 세상에 맞서 싸운 인물은 누구일까?? 라고 생각했을때 나는 딱 한사람만 떠오른다. 홍석천. 그는 자신이 가장 빛날때. 사람들의 시선속에서 자신이 자신다워지고 싶어요.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 남자다. 만약 그 사실을 숨겻다면 지금보다 많은 부와 명예를 얻었을것이다. 그리고 그때 당시 2000년도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은 엄청 차별하는 그런 황무지같은 무법지대였다. 오죽하면 이영자라는 개그우먼이 지방흡입수술 했다고 기자회견이라는 단두대에 올려서 수많은 카메라와 플래시로 목을 댕강 쳤겠는가.그때 당시 이영자는 정말 세상 서럽게 울었다. 그런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맞서 홍석천은 정면으로 당당하게 싸운 남자다. 그리고 그는 광화문에 이순신장군님 동상처럼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꿋꿋이 서서 계속 외쳤다. "나는 나이고 싶어요"라고.
나는 나이고 싶다. 어릴때 나는 망가져있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변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변태 하려고 노력하고있다. 이제 인간의 탈은 그만쓰고 피노키오의 모습 그대로 세상과 대화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나도 언젠가 피노키오처럼 사람이 되지 않을까??
누군가 나에게 "너는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야??"라고 묻는다면 나는 1초에 망설임도 없이 답할것이다.
"홍석천"
"왜???"라고 묻는다면 나는 답할것이다.
"자기 자신이 온전히 자신이기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우고 도망가지 않고 꿋꿋하게 그자리에서 책임진 개씹마초테토남. 남자중에 남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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