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장 잉여스럽고, 가장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는 와중에 머리 속 어떤 자아가 철학적 질문을 속삭였다.
'악한 마음을 품고 선을 행하고 그 결과가 선했다면 그것은 선행인가? 악행인가?'
그리고 나름대로의 깊은 고찰을 행하였다. 누군가 관찰자가 있다면 나는 그저 변함없이 잉여스럽고, 무의미한 시간의 연장선을 달리고 있다고 볼것이다. 허나 내 속에서는 무색무취의 '없을 무'에서 잔잔한 호수에 물 한방울이 떨어져 물결을 일으키듯 변화가 생기며 색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멀리서 망원경을 들고 보던 나의 시선을 현미경을 들고와 어떤 자아의 질문을 하나하나 관찰하기 시작했다.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일까?? 아니 애초에 선과 악은 누가 정해?? 개인?? 집단?? 신?? 신이 있다면 왜 신은 선과 악을 정한거야??'
'선과 악을 구분짓는 가장 작은 주체는 개인이다'
나는 이 사실에 바로 반박했다. 나는 선이라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악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예를들어 나는 라면이 선하다 생각한다. 맛있고, 맛있으며, 맛있어진다. 나에게 맛있는것은 선이며, 누군가 나에게 맛있는것을 준다면 그것은 선을 행한것이다. 그러므로 착한 사람이다. 허나 누군가에게는 라면은 악이다. 라면을 만들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누군가에게 겁나 맛없는 음식이며, 몸에 그닥 좋은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악으로 규정한다! 라고 해도 솔직히 할말없다. 지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뭐 그럴수있지. 그 럴 수 있 지.... 그럴수있지?? 아! 서로 반대되는 의견이지만 그럴수있지 하고 이해할수있는 논제들이 모여서 서로를 배려한다면 그것이 집단이 되는구나?? 그럼 반대되는 집단은?? 그래서 서로 전쟁하나?? 그럼 누군가는 라면선악전쟁에서 죽었고 결국 어느 한 집단이 주장하는 선이 선이 되었겠구나. 부디 라면이 맛있는 집단이 이겼기를.
'집단의 선과 악은 힘이 있는 집단의 선과 악을 따른다'
그러한 집단이 곧 국가이며 지금 지구는 그런 국가들이 모여산다. 어떤 국가의 선은 어떤 국가의 악일것이다. 그러니 지금 전세계가 전쟁하지않을까?? 아니 근데 그게 진짜 선이야?? 그게 진짜 악이야?? 종교적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개신교의 말대로 정말 예수님을 안믿으면 악일까?? 이슬람교의 말대로 알라를 믿지 않는다면 악일까?? 불교의 말대로 석가모니처럼 해탈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고 마음이 어지럽고 탐낸다면 그게 악이야?? 흰두교의 말대로 전생의 악때문에 내가 지금 수드라이고 선행을 쌓으면 브라만으로 환생하는게 정말 선이야?? 유교의 말대로 하늘이 내게 부여한 천륜을 저버리면 그게 악이야?? 서로 상충되는 의견들이 있는데 과연 무엇이 진실한 선이고 무엇이 진실한 악일까?? 국가적 관점에서 봤을때 러시아는 유럽에 위협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중간에 완충지대가 필요한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안보에 위협이 되기에 우크라이나가 악이야??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영토를 침범하고 국가의 주권을 빼았는 러시아가 악이야??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가나안 땅에 원래 살던 주인이기에 2000년 동안 무단 점거한 팔레스타인이 악이고 그것을 되찾는게 선이야?? 팔레스타인은 2000년 동안 잘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왠 미친놈들이 쳐들어와서 자기땅이라고 하고 땅을 빼앗았는데 그들이 악이야?? 그래서 그들에게 복수하는 것은 선이야??
의식에 흐름이 마치 바람을 타는 연처럼 떠도는 중 나는 연에 연결되어 있는 줄을 잡아당겨 한 지점에 고정시켰다.
"선악과"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그렇게 먹지말라고 먹지말라고 경고했던 선악과를 아담과 이브가 뱀의 새치혀에 의해 먹게 되는 순간! 그들은 선과 악을 구분할수있게 되었습니다 짜잔 하는 성경구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선과 악을 알게된 댓가로 젖과 꿀이 흐르는 에덴동산에서 모래 바람이 부는 황무지로 추방당했다.
그들은 선과 악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신이 '너네가 알고 있는 선악은 틀린거야'라고 부정하지 않았기에 그 당시 아담과 이브가 알고있는 선과 악은 참일것이다. 그럼 그들은 무엇을 선하게 생각하였고, 무엇을 악하게 생각하였을까?? 결국 선은 누군가에게 득이 되는 의미와 행동이고 악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의미와 행동이지 않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악한 마음을 품고 선을 행하고 그 결과가 선했다면 그것은 선행인가? 악행인가?' 라는 말은 풀어서 질문하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행한 의미와 행동이 누군가에게 득이 되는 의미와 행동이었다면 그것은 득이 되는 의미와 행동인가 아니면 해를끼치는 의미와 행동인가??' 라는 말이된다. 결국 득이 되는 결과값이 나왔기에 그것은 득이 된다. 즉 선행이다.
평생 그렇게 악한 마음을 품고 선행을 행한 사람이 죽었을때 천국이 있다면 신은 이 가엾고 아픈 백성을 과연 천국에 보낼것인가 지옥에 보낼것인가. 아니면 애매하니까 환생 뻉뻉이를 돌릴것인가. 아니면 미물로 만들것인가. 신의 행동에 의미를 한낱 인간인 내가 알수있을까?? 알수있다면 그건 신이 아니겠지.
누군가 관찰자가 있다면 나는 아직도 변함없이 잉여스럽고, 무의미한 시간의 연장선을 계속 달리고 있다고 볼것이다. 햇살은 여전히 따스하게 내리고 바람의 향기는 청아하며 우리집 고양이는 옆에서 식빵을 굽고있다. 그리고 그 잉여스러운 시간의 마침표를 핸드폰을 들면서 나는 찍었다.
'아씨 배고픈데 뭐시켜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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