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손님 둘은 한 테이블에 대각선으로 따로 앉았고,

나는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탁자 사이의 공기에는 조심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그 조심스러움은 누구 하나 먼저 꺼내놓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 공간의 분위기가 되었다.

종이와 펜이 부딪히는 소리,

음료 캔을 내려놓는 소리,

그리고 외부에서 가끔 스며드는 바람 소리만이

우리 사이를 조용히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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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2층에는 네 개의 방이 있다.

오랫동안 쌓인 먼지와 나무 냄새가 엉켜 있는,

아직 어떤 사연도 머문 적 없는 공간들.

언젠가는 그 방들을 정리해

한 사람을 위한 작은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언가를 환영하기엔,

내 삶엔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비워둔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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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맞이했다.

처음이라 조심스러웠고,

익숙하지 않아 긴장되었다.

함께 있지만,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말 대신

자신의 조용한 시간을 꺼내 놓았고,

나는 그걸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볼 수 있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이 공간을 천천히,

‘사람의 모양’으로 바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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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거리.

그건 한때 나를 지키기 위한 벽이었지만,

지금은 나를 유지하기 위한 틈이다.

그 틈이 없다면

나는 너무 쉽게 무너질 것이다.

누군가의 질문 하나,

무심한 말투 하나,

혹은 가벼운 친절 하나에도

나는 휘청거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멀리서

사람을 바라본다.

적당한 거리에서,

말없이.

하지만 무관심하지 않게.

그게 지금의 나에겐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리고 이곳은,

나를 그렇게 지켜주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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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두 남자의 손이 멈췄다.

한 명은 펜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다른 한 명은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새로운 음료 캔과 작은 과자 봉지를 가져다주었다.

잠시 후,

낡은 모자를 쓴 남자가 조용히 물었다.

“혹시… 제한 시간이 있을까요?”

나는 웃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답했다.

“아니요. 그냥 편하게 계시고 싶을 때까지 계셔도 됩니다.”

그 말에 키 큰 남자가 말을 보탰다.

“여기는… 신비롭지는 않은데요,

오래 방치돼 있었을 텐데도 으스스하진 않네요.

조용하고… 현실에서 좀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현실 안에 있는 느낌이에요.”

나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여기 주변을 좀 둘러봐도 될까요?”

모자를 쓴 남자가 다시 물었다.

“네. 물론입니다. 밖에 다녀오세요.”

그들은 천천히 일어섰고,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들 역시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게 이 공방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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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해졌다.

햇빛이 테이블 끝자락에 걸렸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들은 다시 돌아왔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였다.

그러나 누군가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조용히 머문 하루는

오랜만이었다.

나는 다시 텅 빈 공방에 혼자 남았다.

의자들은 제자리에 놓여 있었고,

테이블 위의 음료 캔엔

약간의 음료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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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서는

풀벌레 소리가 조금 더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문을 닫고

조용히 등을 기대고 앉았다.

오늘 하루를 천천히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너무 가까워지지 않았고,

너무 멀어지지도 않았다.”

그것이면,

충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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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손님이 다녀간 뒤, 나는 이 공간의 의미를 이전보다 조금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주지 않았다.

생겨나는 일들도

내 마음도

예상과는 달리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