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방을 만든다고 했지만,

사업자등록증은 내지 않았다.

간판도 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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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하면 나오는 건 블로그 하나,

그게 전부였다.

그 블로그에는

이 공간에 대한 짧은 소개와

사진 몇 장이 올라가 있었다.

텅 빈 나무 책상,

햇빛이 들이치는 오후의 마루,

창밖으로 보이는 정지된 공장 건물들.

특별한 정보를 담지는 않았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비워둔 것에 가까웠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거고,

아니면 말고.’

그런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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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첫날, 둘째 날, 사흘…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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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시간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이 오길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저 혼자 멍하니 이곳에서 글을 쓰며,

그 옆에 다른 누군가가 함께 앉아 있으면

더 좋겠다는 단순한 바람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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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글쓰기 공방을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나는 이곳에서

나무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오래된 책을 펼치거나,

무언가를 끄적이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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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블로그에 공간을 소개한 뒤로는

가끔은 문득,

누군가 우연히 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 아닌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은

도로에서 의도적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고

좁은 일차선 흙길을 약간 걸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동네였다.

그래서 우연히 지나갈 사람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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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주가 지났다.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건

기대보다는 무력함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정말 아무도 오지 않는 이 고요함이

내게는 이상한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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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오후.

바람이 조금 더운 쪽으로 바뀌었고,

풀벌레 소리가 어딘가 엇나가 들리는 그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다.

먼지가 날릴 정도로 마른 흙길 위에,

두 개의 발소리가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창문 너머를 내다보았다.

낯선 남자 두 명이

공방 입구 앞에 서 있었다.

한 명은 키가 컸고,

다른 한 명은 낡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보이기보다는,

그저 ‘도착해버린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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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루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혹시… 여기, 글쓰기 공방 맞나요?”

모자를 쓴 남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나름 미소를 띠며 그들을 응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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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을 안으로 들였다.

그렇게,

아무도 오지 않던 2주의 시간 끝에,

이 공방에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왔다.

말없이 시작된 공간에

말없이 도착한 사람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과,

아직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이 공간이

그날,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