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간 그리 크게 외치는데
나는 그 두 글자가 왜이리도 부끄러운지
상스러운 것도, 성스러운 것도 아닌데
그 두 글자를 떠나보내질 못해서
애（愛）니 그리움이니 하는 것들을
대신 등 떠밀어 내밀고는 했다

그래서 봄이니 겨울이니 실랑이를 하다가도
고작 그 두 글자 이야길 못해서
말 없이 팔랑팔랑 사전만 넘겼던 것을
그리움은, 외로움은 알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감정의 빈자리는 부정이기에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반푼인
어설픈 반 쪽 짜리 애틋함에
애꿎은 그리움만 상처 받았을 거다

그렇게 상처 받은 것을 달랠 새도 없이
허무하게도 시간이 훑고 지나가버려
다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겠으나
끓던 속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보다

어떻게는 한 글자 써 보려다가도
애（愛） 근처에서 한참이나
데면데면 기웃거리다가
새빨갛게 부끄러워
아직도"사랑"이라 한 마디 못하는 것을 보니
어슷하게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