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하다.
글에 통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
제세동기
그 작은 동기 하나에 가장 먼저 당긴 건 글이다.

2년간 집에만 박혀 있다 사람을 만난다
대단한 건 아니고
구직단념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더라.
30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취업 관련 강의를 들으며 조별활동을 한다

그러고 돈 까지 준다（매우 중요）
이 얘기를 들은 친구는
내 세금 또 이상한 데 나간다며 한탄하길래
니 세금 쩔더라 라고 낄낄대며
농담을 몇 차례 주고 받았다

저 사람들 중에서도 나는 유독 초라하다
사회인으로서 여러 일을 하다 오신 분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오신 분들이 많다
어른이 된 사람들을 옆에서 보고 있자면
길을 만들고 걸어가는 행동력이 부러웠다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 했을까
왜 나는 어른이 되지 못 했을까
나는 어느 땅에 핀 잡초일까
문득 돌아본 길은 허무하기만 하다.
허탈감에 잠길 즘 대여도서 목록의 필사용 책을 만났다
취업 관련 도서만 있을 줄 알았더니
면접 자소서에 필요한 능력으로 어휘력이 묶였나보다

그래서 그냥 빌렸다.
보지도 않다가 2주가 지난 시점에서야
시간이 정말 남는구나 하고 엉덩일 붙였다

펼치는 첫 장ㅡ
큰 기대는 없었다
고등학생 때 자습 뺑이치고
도서관에서 빌린 소설만 읽었다
교내 백일장 대상을 타고 관심도 받았다
황금기 시절의 어휘력을 반 만 되찾고 싶었다
작가의 말을 지나 나를 반기는 첫 장ㅡ 모모

“보기 위해 눈이 있고 듣기 위해 귀가 있으며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이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못 하는 시간은 없어져 버리지
그러나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 데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 하는 눈 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있단다”

마지막으로 가슴이 뛴 게 어느 적 이더라
죽은 동안 밀려 있는 일이 너무 많다
성공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일단 해라’
그래서 일단 필사했다
그리곤 글을 적고 싶어져 똥글이나 적는다.

뭐라도 하다 보면 또 할 게 생길 터다
그래서 필사 만이라도 계속 해볼까 싶다.
뭔가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을테지
사는 건 허무하고 일상은 위태하다
다만 이제와선 시간을 태우는 것 조차
힘에 버거워서 뭐라도 해보는 거다
제로 콜라 빨대를 입에 물고
필사를 위해 펜을 잡는다